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8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89화(18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89화
대리 강의(4)
갑작스러운 대리 강의에 학생들은 불만을 품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놓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맨 앞에 앉은 남화연의 존재 때문에 뭐라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그녀가 조교의 좌석에 앉은 이상.
이 모든 것은 남화연이 원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칠성 아카데미 제일가는 교사인 그녀의 선택을 감히 정면에서 반발할 간 큰 학생은 적어도 여기에는 없었다.
그래도 정면에서 반발할 수 없을 뿐이지.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나가는 것으로, 우회하여 반발하는 학생들은 있었다.
“[원소 마법]에 대한 강의를 설명하기에 앞서, 4가지 원소로 분류된 학문인 만큼 강의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될 예정이었으나.”
백승우는 그런 학생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다만, 큰 폭탄을 떨어뜨릴 따름이었다.
“앞선 너희들의 강의 태도를 미루어보아, 내 강의를 이해할 지적 수준이 심히 우려되는 탓에 본 강의는 두 가지만 짚도록 하겠다.”
지적 수준의 우려.
그 말에 발끈한 학생들은 참고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며 제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쿵!
단상에 선 승우가 발을 한 번 구르자.
털썩!
힘 빠진 인형처럼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그런 학생들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마치 기절한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이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오늘 승우가 강의할 내용이었다.
“내가 오늘 거론할 원소는 대지와 화염이다.”
본래는 화염을 기본으로 두고.
물과 바람 사이에서 고민했다.
물은 불과 상극의 원소이기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었다.
바람은 불과 만나면 더 크게 번지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마법적으로 설명하기 좋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 있었다.
‘……이면 세계에서 내가 정신을 잃었던 순간, 산맥을 진동시켰던 마법.’
분명히 ‘내’가 행했으나, 내가 벌인 것이 아닌 마법.
학파와 분야조차 알지 못하는 그 마법을 기억하는 뇌리의 이미지 때문에 퇴원 이후로 대지에 대해 많이 공부해 왔다.
적어도 학생들 앞에서 부끄러운 강의를 펼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화염은 뒤로 미루도록 하지. 그쪽은 내 전문 분야라서 설명할 게 많거든. 우선 대지 마법에 대해 시작하겠다.”
우우웅─!
허공에 떠오른 문자.
그것은 이내 흙이 되었다.
흙은 돌이 되고, 돌을 바닥을 뿌려져서 대지가 되었고.
이윽고 연기처럼 흩날리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건 [대지 마법]의 기초. 대지의 기본적인 개념을 마력과 술식으로 통해 구현한 것이지. 그리고 [대지 마법]을 익힌 많은 학생들이 이런 방식으로 마법을 사용한다.”
승우의 말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수긍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딘가 잘난척하는 학생들이나, 두꺼운 안경을 착용한 이들은 비웃는 눈치였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 초급, 하급 마법일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중급 마법사를 지향한다면 방법이 상당히 달라지지.”
그도 그럴게, 저 학생들은 여기서 좀 더 심화한 내용을 익힌 아이들이다. 저들의 눈에는 이 방식이 탐탁지 않아 보이겠지.
“하급 마법사까지 대지의 개념을 다뤘다면, 중급 마법사부터는 대지를 구성하는 물리법칙을 주로 다루지. 금속의 자기장, 전자기력 같은 것들을 말이지.”
수십 년 전의 단위를 붙이자면.
기초는 1서클.
하급은 2~3서클.
중급은 4~5서클의 수준과 난이도를 자랑한다.
물리 법칙을 조작해서 자신이 구사하고자 하는 마법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중급 마법사는 정말 대단한 경지가 맞다.
그런 경지와 같은 시야를 공유하는 일부 학생들도 정말 대단하고말고.
그러나 상급 마법사, 옛날로 치면 6~7서클의 마법부터는 얘기가 살짝 달라진다.
“하지만 그것도 중급까지의 얘기야. 생각해 봐라 마법은 자신만의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내는 학문. 비록 그 안에 정해진 규격이 존재할지언정 기존의 물리 법칙에 지나치게 사로잡힌다면 우리는 그걸 마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
내 말에 유독 경청하던 한 학생이 의자를 끌었다.
무언가 감탄을 하거나, 깨달음이라도 얻는 모양이었다.
“상급 마법부터는 개념과 물리 법칙. 이 두 가지를 밑에 동시에 깔고 시작하지.”
법칙에만 순응하면 그건 과학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상상력과 법칙.
그 두 가지를 조화롭게 공존시켜야 비로소 마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
“둘은 애초에 상호보완적인 관계거든.”
이런 내용은 보통 교수나 조교가 가르쳐 주진 않는다.
마법을 강의하는 교수들은 대부분 연구 지원비를 받으며, 연구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기에 중급 마법사의 경지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펼칠 수 있는 마법은 상급조차 뛰어넘거나.
그와 동등한 수준이지만, 구태여 경지를 넘을 생각을 하지 않는 마법사들이 많다 보니, 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강사는 오직 승우를 비롯한.
상급 마법사들뿐이다.
이런 건 직접 경험해 봐야 설명해 줄 수 있다.
중급 마법사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으로는 깨닫기 힘은 경험의 영역이란 게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법칙과 상상 너머에 있을 경지.
과거에는 8서클이라고 부르던 대마법사에 대해서는, 나도 도달한 적이 없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건 그냥 넘어가자.
이후로는 대지 마법을 익히고 사용할 때 유의할 점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마법의 약점을 보완해 줄 내용을.
술식을 통해 풀어서 해석해 줬다.
벽에 걸린 거대한 칠판을 빼곡하게 사용하고 나서야 겨우 전부 다 설명했다. 아무래도 승우의 강의는 기존에 교수들의 강의와는 사뭇 달라서 그런지 질문하는 사람이나 필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들 그냥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기에.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더 경지가 높았으면 학생들이 조금 더 집중했으려나.’
사실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대마법사만큼의 지식을, 그 이상을 갖췄다면 분명 반응은 달랐을 터.
‘그런 의미에서는 나도 아직 배우는 입장에 불과하지.’
설령 대마법사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대마법사 이후부터는 정해진 명칭이 없었다.
대대마법사나 특대마법사, 거대마법사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
그저 어렴풋이 [거대마법]이나 [성역]을 기준으로 나누었다.
[특대마법]이나 [거대마법]이라고 불리는 규격 외의 마법을 사용하고 다룰 수 있으면 9서클.자신만의 [성역]을 구축하여, 한정된 공간 내에서 신의 노릇을 할 수 있다면 10서클. 물론 이 또한 마법 체계가 변화하고, 남화연이 불러온 마도 역사의 급진적인 발전 탓에 미묘한 오차가 있었다.
현시점에서는 이로 우위를 가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 건 확실히 옛날 방식처럼 숫자로 표기하는 게 편하긴 하다.
“자, 벌써 1시간이 지났으니 다음은 [화염 마법]에 대한 내용이다.”
다음 강의는 승우의 주 전공인 [화염 마법]이었다.
[대지 마법]과 달리 자신의 마법을 보여주고 그 원리와 해석에 대해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만, 오랜 강의에 지친 학생들이 거슬렸다.우선 1시간 동안의 강의에 지친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킬, 「여우불」이 잔잔하게 타오릅니다.] [안전에 따라, 불꽃 속에 내재된 저주를 최하급으로 조정합니다.]화르르─!!
자색 화염이 넘실거린다.
그다지 큰불은 아니었다.
그러나 「여우불」은 화염의 크기와는 무관한 화력을 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저주.
1,000년도 전에 사장된 시원의 주술.
그로부터 파생된 오래되고 지독한 저주들이 엉켜 끈적하게 타오르는 불길이 되었다.
이 불은 화염 대책만 마련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난생처음 보는 불길에 마법사들은 흥분했고, 나머지 학생들도 자염(紫焰)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학생들의 관심과 시선을 집중시킨 승우는 이 집중력을 곧장 강의로 전환했다.
그리하여 주어진 2시간의 강의시간이 전부 끝났다.
“……그렇게 화염을 타오르는 법이지. 시간이 다 됐다. 이걸로 강의는 끝이다.”
“조교님, 아직 남은 두 가지 원소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 않으셨잖아요.”
“맞아요. 물과 바람이 남았는걸요.”
“내가 사전에 두 개의 원소만 강의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너희도 그 말에 무언의 긍정을 했었을 텐데.”
강의는 훌륭했다.
그러나 4개의 원소를 다루는 원소 마법의 강의로서는 절반 짜리였다.
띵동댕동──!
마침 울리는 학교 종소리가 강의의 끝을 알렸다.
“강의 시간이 다 됐군. 오늘 강의는…… 아니, 내 강의는 여기서 끝이다. 대리 강의였던 만큼 시험에는 나오지 않을 테니 굳이 필기할 필요는 없다.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만 필기하도록.”
“자, 잠시만요! 정말로 이대로 끝이라고요?! 나중에 후속 강의를 진행하거나 찍을 예정은 없나요?”
“맞아요. 적어도 나머지 원소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가세요!”
원소 마법은 불, 물, 대지, 바람의 4원소를 바탕으로 탄생한 학문이다.
두 가지 원소에 대해 다뤘으면, 나머지 두 개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것이 마법사의 본성이다. 하물며 그 강의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면 호기심이 배로 증폭한다.
반드시 다음 내용을 알고 싶다는 듯한 학생들의 모습.
승우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게 아까 내 기분이었다.”
“예……?”
“훌륭한 강의를 눈앞에서 놓치는 감각 말이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자신을 무시한 게 괘씸해서 일부로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렇다고 이를 사실대로 말하기는 좀 뭐하니, 책임의 소지를 학생의 탓으로 넘겼다. 애초에 틀린 말도 아니었다.
“1부 강의에서도 너희들을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는 있었다. 그런데 왜 그때는 뭐라고 하지 않았지?”
“……그, 그건.”
“왜 1부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거지? 단발적인 깨달음밖에 얻을 수 없는 내 강의와 달리, 1부 강의는 몇 번을 곱씹어도 얻을 것이 많았는데.”
“…….”
“과연, 교수님 강의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군. 그게 자네들의 수준이었나.”
그의 비꼬는 듯한 말투 탓인지, 학생들의 귀에는.
‘딱 나 같은 놈의 강의에 만족하는 수준. 너희들은 남화연 교수의 강의를 들을 자격이 없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승우의 심정이 그랬다.
“각자 자신들의 분수를 알아라. 송충이는 고기가 아닌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되듯, 각자에게 어울리는 수준과 급이 존재한다.”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의 공부를 쉽게 넘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중간에 있는 중학생을 거치지 않으면, 어려운 수학 수식을 다룰 줄 안다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아는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은 논리이다.
“그러나 학구열이 있는 자라면 한 번쯤 제 분수를 넘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물론 시답지 않은 잡담으로 자신의 수준을 낮추는 놈들은 주제도 모르면서 괜히 남들에게 민폐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중간에 있는 과정을 빠르게 익히거나, 아예 넘길 수 있는 천재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자, 그러면 이걸로 내 대리 강의는 끝내도록 하지.”
“잠시만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질문해도 되나요?”
“그래, 너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질문은 받지 않겠다.”
이게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듯.
정장을 정돈한 승우는 금방이라도 강의실 밖으로 나갈 기세였다.
“수업 외의 질문이지만, 1부 강의에서 저희들의 몸을 옥죄었던 그 감각. 혹시 조교님이 하신 건가요?”
“……수업 외의 내용인데, 어째서 그런 시답지 않은 것이 궁금한 것이지?”
태연한 태도에 학생은 어딘가 불안한 눈빛이었다.
그로서는 갑자기 이런 질문을 왜 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었다. 그게 뭐 그렇게 궁금한 거라고.
“그래, 그건 내가 한 게 맞다.”
“저, 정말이에요……? 마법으로 구현한 게 아니고요?”
딱히 숨길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몸이 건강할 때 종종 애용했던 군림보의 묘리를 아주 살짝 응용했을 뿐이다.
본래의 군림보가 심신이 약한 자는 절명시키고, 아무리 몸을 단련한 무인이라도 일정 경지 이하라면 수백 수천 명을 단숨에 졸도하게 만드는 보법이었음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열화된 셈이었다.
“오호, 마법이 아니라 오로지 마력만으로 했다는 걸 용케 눈치챘구나.”
그것 때문에 질문한 것이라면 이해한다.
승우는 손을 들고 질문한 학생에게 좋은 통찰력을 지녔다며 칭찬했다.
정작, 그 사실을 이 강의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저…… 그, 조교님 정말로 강의 뒷부분을…….”
“질문은 그게 끝이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니 식사 맛있게 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백승우는 조교 좌석에 앉아 있던 남화연과 강의실을 나섰다. 둘이 복도 밖으로 나오는 그 순간까지.
둘의 뒤를 따라오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승우는 당연히 한두 명 정도는 집요하게 쫓아올 줄 알았다.
그야 악질적으로 두 개만 설명하고 강의를 끊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내 강의가 충분히 흥미롭되,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수준은 아니라는 소린가?’
실상은 필기거리가 너무 많은 탓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승우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악랄하게 강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다음 기회 같은 건 없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흐른 그 날 저녁.
아카데미 학생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글들이 강의 영상을 사겠다는 내용이었다.
본래 칠성 아카데미의 강의 수준은 높아서 어지간한 강의나 수업은 영상들이 존재한다.
이 영상들은 학생 단독으로 촬영한 것으로, 칠성 아카데미의 지적 재산권에 저촉되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하는 날에는 퇴학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곧 칠성 아카데미 외부로 유출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뜻.
그 탓에 웃돈을 주고 인기 있고 실력 있는 강의 영상을 사고파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백승우의 강의는.
다들 무시했던 강의라서 처음부터 촬영한 영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존재하는 영상이 10분 단위인데.
2부 강의의 총 강의 시간이 2시간에 육박했던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시간이었다.
여하튼 커뮤니티에서는 백승우의 강의를 처음부터 필기한 노트가 원소 마법을 주로 다루는 3학년 학생에게 수백만 원에 팔렸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 소문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다. 몰랐어야 했다.
설령 거래를 진짜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둘 사이의 개인적인 거래였으니까.
다음 날 그들이 정확하게 얼마에 노트를 거래했는지 공개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