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9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90화(19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90화
대리 강의(5)
칠성 아카데미에서 백승우의 강의가 화제가 되었다.
이를 처음 접한 사람은 역시 논란이 많은 사람이라며, 그가 무언가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어떻게 보면 일을 저지른 셈이다.
아주 긍정적인 반향으로.
“너 그 수업 들었냐?”
“나? 당연히 들었지. 생각보다 강의 수준이 높더라고.”
“그거 대본 읽은 거 아니야? 마법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영상이 있으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실력이 뛰어난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잖아.”
이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었다.
당연한 의문이다.
이제 백승우의 무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인터넷에서 그가 마법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실전에서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완벽에 가깝게 활용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실력만큼이나.
얼음같이 차갑고 냉정한 성격과 불처럼 걷잡을 수 없는 성격은 유명했다. 그런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에 재능이 있다고는 믿기지 않았다.
“그 사람 대본 없이 강의하던데?”
“그러면 대본을 외웠나 보지. 그거 외우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두 시간짜리 강의를 그토록 완벽하게 외웠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대단한 거겠지. 게다가 대본을 외운다고 모두가 강의를 잘하나. 그건 타고난 거야.”
타고난 선생의 자질.
그가 남을 가르치는 데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충분한 가십거리였는데, 당시의 강의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즉석에서 실행한 강의라는 게 알려지자 이번에는 교수의 자리를 노리는 조교들마저 난리가 났다.
가뜩이나 훌륭한 강의라며, 당시에 모든 중요한 내용을 필기해 둔 노트가 50만 원에 거래되고 있던 와중이었다.
어떤 2학년이 노트에 적힌 처음 보는 공식들을 자신의 마법에 접목한 결과, 마법의 위력과 시전 속도가 1.2배 빨라졌다는 소문 덕분이었다.
이런저런 소문에 살이 붙으면서, 그러한 소문들은 결국 당사자의 귀에까지 전달됐다.
“이번에 학생들 반응이 좋은데 강의 하나 개설해 줄까?”
“됐습니다. 강의 준비할 시간에 업무를 미리 끝내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이롭습니다.”
정작 내 반응은 심드렁했다.
학생들이 거래를 하건 말건 강의는 내 소관이 아니다.
“그러면 특강이라도 한번 해볼래?”
“특강……?”
“방과 후 학습 같은 거야. 실제로 하는 교수나 듣는 학생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네 업적에 한 줄 정도는 추가할 수 있을걸?”
“그런 업적 따위 제 인생에 적을 공간은 없습니다.”
사실 이번 강의도 그녀가 대가로 요구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스승의 재목이 아니다.
선생으로 충분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버거워 죽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내 귀에 입을 댄 남화연이.
소곤소곤.
아무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내가 특강에 대한 보수를 읊어주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면 한 번…… 정도는 더 해보도록 하죠.”
그까짓 특강.
한 번쯤 해주지 뭐.
“좋았어. 특별히 원하는 날짜는 있어? 당일에 일정이 있다면 큰일이잖아.”
“실은 이와 관련해서 해야 될 말이 있었습니다.”
기말고사까지 한 달.
방학까지는 한 달하고 2주가 남았다.
‘그리고 시한부가 되어버린 내게 허락된 시간은 앞으로 27일가량.’
내가 알기로 기말고사에는 별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정보를 취합한 결과 시나리오에 영향을 끼치는 큰 사건들은 한 학기 한 번씩, 그러니까 1년에 두 번만 일어난다.
그러니 마음 놓고 내 수명을 연장시킬 방법을 찾으러 다닐 수 있었지만.
‘이미 시나리오가 조금씩 뒤틀리고 있는 지금. 기말고사 같은 큰 이벤트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
만일을 대비해 지금 미리 준비해야 된다.
이에 대해 수명과 시나리오에 관한 얘기만 살며시 바꿔서 설명했다.
“던전에 가겠다고? 그 몸으로?”
“팀을 꾸려서 진입할 생각입니다. 최소 인원인 5명만 채워서요.”
“그래, 다녀와. 이사장님한테는 내가 말씀드릴 테니까.”
너무나도 간단하게 허락이 떨어졌다.
개인으로 던전에 들어가면 모를까.
팀을 이뤄서 공식적으로 던전에 들어가는 것은 본래 조교나 교수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본래라면 계획서에 관련 자료들을 첨부해서, 담당 교수를 거치고, 이사장에게 승인을 받아야지 가능한 절차가.
눈앞에서 순식간에 생략됐다.
‘놀리거나 비꼬는 건 아니겠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장난치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반대로 유심히 생각해 보니 남화연이 이런 장난을 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애당초 그녀가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원하는 걸 쉽게 이루어줄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라는 거겠지.’
새삼 자각했다.
내 지도 교수가 누구인지.
스승이라는 자가 누구인지를.
<마왕>, 남화연. 마도 학회를 비롯한 공식적인 마법 관련 행사에서 가장 초대하고 싶은 마법사이자, 현시점 마법사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영역에 도달했다고 알려진 여인.
그런 <마왕>의 제자에게 주어지는 그림자는.
생각보다 넓어도 지나치게 넓었다.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인망 높은 그녀가, 바로 내 뒷배였다.
* * *
칠성 아카데미는 비상식적으로 넓다.
사막, 초원, 산맥 등등 던전에서 등장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환경을 수용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용암지대나 바다를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곳은 마법으로 거대한 건물 내부에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한 지형적인 요소들은 아카데미를 천혜의 요새처럼 외부의 침입자들로부터 학생들을 지켜주는 일차적인 방벽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타 요새들이 그러하듯.
작은 빈틈은 여럿 존재하는 법이다.
“……여기는 나도 처음 와보는데.”
“그야 교수와 학생 간의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 아니다. 그냥 아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은밀한 곳이라고 말해두지.”
“방금 고참 조교로서 들으면 안 될 말을 들은 것 같다만.”
사막과 초원이 교차하는 지역.
그 사이에는 거대한 건물의 파편이 우산처럼 우리들의 머리 위를 가리고 있었다. 이곳은 이 덕분에 CCTV의 사각지대와도 같은 곳이다.
“못 들을 말이 어디 있어. 지금 너는 조교가 아니라 ‘내’ 수족이잖아.”
“……네, 그랬었죠. 염병.”
뒷말에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붙었지만.
그 정도는 용서해 줄 수 있었다.
내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고 있었어?”
“……이 꼴로 잘 지냈을 것 같으냐.”
“존댓말.”
“더럽게 잘 못 지냈습니다. 의수를 알아보고 구매해야 되는데, 돈은 돈대로 많이 빠져나가지. 당신은 저한테 정보를 가져오라고 요구하지. 이토록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전부 당신 때문입니다.”
지난번에 한 번 교육을 해주니 반응이 고분고분해졌다.
“그럴 때는 나 때문이 아니라, 내 덕분이라고 해야지.”
“처음 제 손을 자를 때부터 느꼈지만, 당신도 어지간히 제정신이 아니로군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과 비교했을 때 고분고분해진 편에 속하는 것이지. 말투나 행동거지를 보면 여전히 날이 서 있었다.
본래의 성향이 어지간히도 날카로워서 그런 모양이다.
‘그나저나 의수가 평범한 피부와 구분이 안 되네.’
분명 내가 잘라서 불태웠을 팔.
그러나 이전의 피부색과 동일한 무언가의 관절이 움직이자, 그제야 의수를 착용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수준의 정밀도였다.
보아하니 싸구려 의수는 아니다.
여타 플레이어 장비가 그러하듯.
억 단위의 고가 물품이었다.
‘천호…… 이것도 우리 가문 작품이네.’
플레이어 장비와 의료계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일인자.
천호백가가 소유하고 있는 천호 그룹이란 그런 곳이다.
명목상 가주인 내가 회장으로 앉아있긴 하지만, 실상은 장로들의 판이다.
언젠가 저 사업도 내가 가져야지.
“그래서 내가 요구한 건 어떻게 됐어. 전부 제대로 가져왔어?”
“……고독이 심어진 이상, 살기 위해서 당신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명령을 수행하려면 적어도 하루 전에 미리 좀 말씀해 주세요. 세상에 반나절 전에 요구하면 저보고 어떡합니까.”
“어쩌라고. 내가 내 뒤를 노렸던 놈의 사정에 맞추랴?”
“……요구하신 것들을 전부 서류에 정리해서 가져왔습니다.”
아주 좋아.
이제야 진정한 의미로 고분고분해진 무궁이 내게 서류 다발을 내밀었다.
내가 그에게 요구한 것은 전교생에 대한 기록과 CCTV 관련 자료들이었다. 특별히 쓸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기억하고 있으면 분명 쓸 일이 올 것 같았다.
특히 전교생에 관한 기록들이 그러했다.
“2, 3학년들에 비해 1학년들의 성장 속도가 월등하긴 하군. 평균 성장 속도 1.3배. 상위권은 1.5배. 아카데미와 업계에서 주목하는 유망주들은 대략 2배에서 3배. 그런데 상세한 내용이 조금 아쉬운걸. 특성과 스킬에 관한 기재가 부족해.”
“그건 내가……! 아니,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당황한 무궁의 표정이 일그러졌디
생활기록부는 어떻게든 가져올 수 있었지만, 그런 중요한 건 당사자인 학생들부터가 공개하기를 꺼린다.
그 탓에 공개하지 않는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지나치게 자세한 내용은 도리어 학생들에게 독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공개하면 교수들의 관리 감독과 지도하에 특성, 스킬을 아주 꼼꼼하게 성장할 수 있다. 학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가르치는 것보다.
자세히 알고 가르치는 게 보다 효과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래, 이만하면 됐다. 수고했어. 생활기록부와 각 교수들의 평가를 취합한 보고서는 내가 가져간다.”
“그, 그거 다른 부서에 전달하겠다는 명목으로 출력해 온 건데요?”
“또 출력해.”
“다른 사람한테 눈치 보이면 저 보고 어떡하라고요. 원래 이런 정보를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건네거나, 소지하면 안 되는 거 뻔히 아시잖아요!”
“알아서 해라.”
내 알 바 아니다.
누군가는 그에게는 너무한 처사라고 느껴질지 몰라도.
나는 나를 노린 사람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용서하는 성격이 아니다.
후환은 죽여서 없애거나.
목줄을 채워 내 노예로 만들거나.
어떻게든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 상황을 만든다.
‘지금처럼 내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런 놈도 부려야겠지.’
지금 당장 죽이지 않는 것이 무궁에게 있어서 너무한 처사라고 느껴질지 몰라도. 이승에서 구르는 것이 놈에게도 좋을 것이다.
후회라는 것도 살아 있어야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
“아, 이번 주 주말까지 준비해라. 만약 공략이 주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으니까. 월차는 미리 준비해 두고.”
“야, 이 나쁜 새끼야! 이제는 하다 하다 월차까지 건드리냐!?”
그러게 나를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연차를 건드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나는 양호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첫 노예, 아니, 동료를 얻었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첫 단추는 잘 끼웠어. 이제 나머지 세 개의 단추를 맞춰야지.’
이걸로 한 놈.
이제 최소 인원까지 세 명 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