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9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91화(19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91화
노예시장(1)
칠성에서 가장 한적한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양호실일 것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수행평가가 치열한 몸싸움이 아닌 이상 초인의 회복력을 갖춘 학생들이 양호실을 찾을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왔네. 왜, 이번에는 눈이라도 안 보이니?”
“아무리 제 몸이 약해도 주기적으로 병신이 되어서 돌아오진 않습니다.”
그 탓에 보건 교사인 채화는 양호실에 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워낙 사람이 없어서 외우기도 쉽고.
어지간하면 오는 사람만 오는 곳이니까.
단골손님이 찾아오자 채화는 이런저런 물건들을 꺼냈다.
대부분 수술에 사용하는 장비들이었다.
왜 저런 물건들이 아카데미에 있느냐면.
간혹 저런 장비들이 필요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학생이든 조교든 크게 다쳐서 양호실에 온다는 것은 초인의 회복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과 같다. 다시 말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올해는 오직 나만 그랬다.
“네가 양호실에 오면 양호실은 적어도 준 비상 상태에 돌입한단다. 혹시 연락할 정신이나 여력이 있다면, 양호실에 오기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렴. 그래야 미리 대비를 하지.”
“정말 큰일이라면 연락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오히려 연락하는 게 민폐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 그래도 네가 올 때 미리 준비해 두면 마음이 편하거든. 내가 항상 너 올 때마다 허겁지겁 준비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
“…….”
진짜로 힘들었다는 눈빛.
저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죄송해서라도 미리 연락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오른팔이 망가진 것도, 장기가 부서진 것도 아니면 뭐…….”
시한부라도 됐나?
하하, 크게 웃는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하긴 그녀라면 내 몸 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겠구나.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이렇게 우회해서 물어봤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감사함이 들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혹시나 부업에 관심이 있나 싶어서요.”
“부업? 지금 양호실에서 가만히 시간을 때우는 것만으로도 돈이 들어오고 있는데. 여기서 뭘 더 할 생각은 없어.”
“건당 십억.”
“너무 적어.”
“……예?”
내가 뭘 요구할 줄 알고 적다고 말씀하시는 거지?
채화에게 요구할 것은 그렇게 어렵거나 복잡한 일이 아니다.
“던전 공략에서 회복만 시켜주시면 되는데요.”
“적어도 건당 20억은 해야지. 내 예전 몸값 몰…… 너 혹시 위험한 던전 들어갈 셈이니?”
“뭐 안전하지만은 않겠죠.”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채화가 갑자기 질문을 했다.
그 몸으로 던전에?
내가 네 몸 상태를 아는데?
“……너 혹시 그만 살고 싶니?”
“딱히 삶에 미련은 없지만, 아직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살 수 있을 만큼은 살아야죠.”
“좋아. 나도 끼워주렴.”
돌연 흔쾌히 수락하는 채화에게 내가 액수를 여쭈어보려고 하자.
그녀가 손사래를 쳤다.
“돈은 됐어.”
“예?”
건당 십억 원은 너무 적다고 하다가.
이번에는 아예 받지 않겠다고 하는 건가.
그런 것치고는 말하는 게 의미심장하다.
“돈은 필요 없다고요?”
“응급환자한테 돈을 받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아. 무료 봉사해 줄게.”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을 일회성으로 고용할 생각이 없습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던전에 동행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러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봉사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무료 봉사.
말은 좋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돈을 아낄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할 줄 알았다.
지금은 절대로 아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한 무리를 이끄는 장(長)으로써 당신에게 영입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무급으로 무료 봉사로 임해주신다는 말씀은 감사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저는 당신을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요점은?”
“한 번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계좌에 20억 원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 어차피 내 목표는 돈이 아니거든.”
툭.
손가락으로 내 가슴팍을 밀었다.
분명 채화가 손가락에 담은 힘은 플레이어 기준으로 무척이나 약한 편이었지만, 나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가볍네. 내 손가락을 버틸 수 있는 체력도 없고.”
“사고로 병신이 된 것들이 대부분 그렇죠. 대체 제게 뭘 바라시는 겁니까.”
“네가 오래 사는 것.”
“……제게는 힘든 요구사항이네요.”
“그렇기 때문에 따라가겠다고 한 거야. 너를 옆에서 보좌해 줄 사람이 없으면, 언젠가 속절없이 무너질 것 같거든. 전 의사로서 환자가 죽는 길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적어도 환자가 죽는 길에서 나오질 않는다면.
나도 같이 동행하는 수밖에.
“참으로 이타적이시군요.”
“딱히?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이타적이기보다는 도의적이라고 해주지 않을래?”
“그게 도의라면 세상 모든 도덕은 다 뒤졌습니다.”
“하긴, 그렇긴 하겠네. 그러면 그냥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하자.”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웃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녀 같은 사람은 쉽게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 내가 큰 호감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과는 무궁과 다른 의미로 오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토벌은 언제야?”
“이번 주 주말이요.”
“뭐라고?”
보통 길드에서 팀을 편성할 때, 최소 다섯 명에서 스무 명을 하나의 팀으로 설정. 이를 관리할 팀장을 한 명 선출한다.
그 후에는 보급할 물자의 수량을 정하고, 들어갈 던전을 물색 및 낙찰하고, 협회에 공식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보내야 할 문서도 받아야 된다.
그 탓에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던전을 한 번 공략할 때는.
최소 1주에서 2주의 시간을 잡는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나인테일」 별동 부대 팀장, 백승우.]내 손에 들린 명함 국내 최대 길드이자, 최고 길드의 팀장을 상징한다.
귀찮은 과정 따위 내 알 바가 아니다.
알아서 해주겠지, 뭐.
* * *
이걸로 두 명을 영입했다.
한 명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치유학의 대가이며, 나머지 한 명은 실력은 조금 떨어졌어도 나를 배신할 수 없는 강제적인 충견이었다.
이제 두 명이 남은 상황.
한 자리는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다.
“네가 좀 수고해 줘라.”
“그것이 각, 가주님의 명령이라면 기쁘게 응하겠습니다.”
내게 경례하고 딱딱하게 말하는 백은호.
행동이 지나치게 정갈하다.
얘는 제대한 지도 오래됐을 텐데 아직도 군대 물이 안 빠졌다.
“그러면 이걸로 한 명만 더 채우면 되는데. 마땅한 인재가 없군.”
“아무래도 장로들의 견제가 있을 걸 예상한다면,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영입해야 되니까요.”
“예린이를 데려갈까?”
“예린이라면 서예린 학생을 말씀하시는 거죠?”
신창, 서예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서 유독 신경이 많이 쓰이는 녀석이다.
이사벨은 전 약혼녀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이지는 생각보다 성장이 저조해서 신경이 쓰인다면.
예린이는 어린 시절의 내가 투영돼서 그런가.
괜스레 잘해주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녀를 내 기사로 키울 작정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기도 하고, 머지않아서 내가 배운 여러 창술을 전부 가르칠 생각이었다.
“강하게 키울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내가 코치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뭐가 다르지. 편하게 말해봐라.”
사실 나도 예린이를 기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 참에 백은호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창술에 대한 가르침부터, 실전까지 일일이 배움받는다면 그 아이가 돌발적인 상황에서 능숙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흐음.”
“그리고 앞으로 찬란하게 만개할 떡잎입니다. 괜히 이런 곳에 참여하게 된다면, 본가의 장로들과 <나인테일> 길드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학생의 성장에 방해가 되겠죠.”
“그것도 그렇군. 일리가 있는 답변이다.”
나도 생각해 둔 단점들이었다.
백은호가 한 번 더 짚어주니, 확실히 학생들을 내 팀에 데려오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아무래도 외부에서 내가 운용할 팀은 따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다면 마땅한 인재가 누가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때.
백은호가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가주님 차라리 인재를 기르면 어떨까요?”
“기른다니. 학생들처럼?”
“지금 가주님께서 봐주시고 계시는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가주님은 지금까지 기르신 학생들을 전선에 투입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 절대.”
투입하면 일주일도 못 버티고 죽겠지.
안 봐도 뻔하다.
“그럴 거면 차라리 함부로 써도 되는 범죄자나 사형수를 다루는 편이 낫지. 그들은 죽음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까.”
“애초부터 전장에 내보내도 생환할 수 있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면요?”
“……그런 인재가 있나?”
“물론이죠. 재능은 아카데미에 있는 주연이나 조연에 미치지 못하지만, 생존 능력 하나만큼은 가주님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런 자가 있다면.
부디.
“내 수하로 부리고 싶군.”
“혹시 가주님 미리 세탁해 둔 자금을 가지고 계십니까?”
“그야, 충동적인 구입을 하더라도 돈이 남을 수 있을 정도는 해뒀다만.”
“아주 좋습니다! 역시 가주님은 철저하시군요. 마침 오늘부터 일주일간 장터가 문을 여니 함께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장터?
갑자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세탁해 둔 자금은 왜 필요하고, 일주일 동안 문을 여는 장터에 왜 함께 다녀오는 게 좋은지도 알 턱이 없었다.
“그게 네가 말한 인재들과 관련이 있나?”
“네, 물론이죠.”
“그러면 장터로 가자.”
“당장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백은호가 모는 차를 탔다.
운전기사만큼 차를 부드럽게 모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속도도 빠르게 잘 달렸다. 그러나 상당히 빠르게 달렸음에도 4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전에 눈살을 찌푸려졌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셈이지?’
장터에서 일하는 사람을 영입하러 가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깊은 시골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나는 2시간 더 운전하는 차에서 책 두 권을 읽은 끝에 땅바닥을 밟을 수 있었다.
“……도착한 게 맞지?”
“네, 가주님.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나는 에스코트를 원하는 게 아니라, ‘장터’라는 게 이런 곳인 줄 몰랐다.”
“아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세상에 어느 누가 장터라는 말을 듣고 암시장을 떠올릴까.”
우리는 지금 암시장.
이곳의 은어로 말하기를 ‘노예 시장’에 왔다.
지나치게 노골적인 표현.
……이거 은어로서의 가치가 있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