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9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93화(19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93화
노예시장(3)
큰 시장이 열리기 2시간 전.
사람을 사고파는 장(場)
곳곳에서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의 냄새가 진동했다.
마인들의 마기만큼이나 끔찍했다.
다행히 가면을 썼으니 망정이지.
쓰지 않았더라면, 분명 혐오감으로 얼룩진 일그러진 얼굴 표정이 공공연하게 드러났을 것이 분명하다.
“썩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지만, 물건의 품질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군.”
노예라는 불법적인 수식어가 붙은 장터답게.
이곳에서 팔고 있는 모든 물건들은 꼴에 걸맞지 않게 철저한 조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었다. 참 이상한 부분에서 철저하다.
‘뭐, 그러니까 노예시장이라는 음흉한 이름이 붙었겠지.’
이런 더러운 곳에 대한 것 따위.
자세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인정할 것은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칭호, 「뱀파이어의 후계자」가 반응합니다.] [뱀파이어의 유산을 발견하셨습니다!] [‘서브 퀘스트 : 「뱀파이어의 후계자 (1)」’을 출력합니다.] [서브 퀘스트 : 뱀파이어의 후계자 (1)] [설명 : 우연인지 필연인지, 당신은 뱀파이어의 유산을 두 개 이상 찾아냈습니다. 이로써 당신은 뱀파이어라는 오래된 종족의 후계가 될 첫 번째 자격을 손에 넣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자격일 뿐 진정한 의미로 후계자가 되기에는 여러 산을 넘어야만 합니다.] [클리어 조건 : 혹시 모를 다른 후계자들보다 더 빨리 유산을 독점할 것.] [성공 시 : 유산을 독점할 때마다 ‘종족 : 뱀파이어’에 가까워집니다, ‘서브 퀘스트 : 뱀파이어의 후계자 (2)’]여기 물건들.
품질 진짜 좋다.
‘여긴 보물창고인가……?!’
새삼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어차피 죄 없는 아이들을 제외하면, 죄를 저질러서 사회로부터 버려진 어른들이나 잡다한 쓰레기들은 인간 취급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탐욕과 돈에 눈이 먼 괴물.
타인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사회에 융화될 수 없는 쓰레기들이다.
인간이란 타인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족속이기에 인간인 것이지. 이런 식으로 인간을 그만둔 놈들은 마물이나 마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그들의 것을 죽이고 약탈해도.
아무런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 터.
오늘 밤 사람이 아닌 것들의 피바람이 불 예정이었다.
* * *
나는 가면을 쓴 채로 시장을 활보했다.
우선 필수적으로 사야 할 물건들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예쁜 아이들이 많답니다.”
“저기 먼 나라에서 들여온 약초입니다. 한 번 시음할 기회를 드릴 테니 맡아보시죠!”
참으로 쓸데없는 것들이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살 계획이 없었다.
하나 아무리 전부 죽여서 뺏을 예정이라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꼭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다.
중요한 물건이나 귀한 물건이 내 공격에 의해 저것들과 함께 불타 사라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막말로 장터에 널린 괴물들이 난동을 부리면 큰일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약탈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그래서 세탁한 돈으로 구매했다.
“백만 원. 이 귀한 게 백만 원…….”
“저, 가주님?”
“말도 안 돼. 이게 백만 원이라니.”
100만 원.
적은 돈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많은 돈이라고 하기에도 미묘하다.
적어도 내게는 많은 돈은 아니었으나, 이 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매했다. 그래, 치열한 경매를 통해서 경쟁을 벌인 것도 아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판매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구매했다.
[훌 베론의 독초.]암살에 특화된 독초.
특별한 공정을 거쳐야 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잎 상태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그 독성이 S급 플레이어도 쉽게 죽일 수 있기에 대부분 가공된 가루로만 시중에 존재하는 녀석이다.
가루는 먹어봤지만, 독초는 지금까지 수소문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귀한 걸 100만 원에 구할 수 있다니.
‘집에 가서 다른 독과 섞어서 달여 먹으면 되겠지.’
수준 이상의 독 내성을 갖춘 내게 안성맞춤이었다.
훌 베론의 잎을 여러 갈래로 쪼개서, 각자 다른 독과 혼합한다면 이는 각각 내게 내성을 만들어줄 맹독이 될 것이다.
이걸로 약 100가지 내성은 갖출 수 있다.
“여기 100만 원입니다.”
“아이고 청년. 아니, 처자인가? 이 풀을 시음도 안 하고 사가겠다니, 참으로 배포가 크구먼. 좋다! 내 특별히 한 잎 더 드리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이런 빌어먹을 시장에서 장사하는 노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다니.
마음 같아서는 죽이고 빼앗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한 난동을 부릴 수는 없었다.
그래, 좋은 물건을 구한 대가라고 생각하자.
나는 보관함에 정성스럽게 보관된 풀잎 두 장을 백은호에게 맡겼다.
지금 그의 역할은 내 수행원.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백은호가 가지고 다니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울 터.
절대로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그런 것 때문이 아니다.
“이 괘종은…?”
“아, 저! 저 사주세요! 분명 도움이 될 게 분명합니다!”
“이런 이 커다란 시계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가? 2,000만 원만 주시게나.”
“아니, 대놓고 가격에 700만 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무슨 바가지를 씌우는……!”
“여기 현찰 2,000만 원. 됐지? 율, 가져와라.”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 참으로 많은 물건을 샀다.
작은 회중시계부터 커다란 괘종시계 등등. 대부분이 잡화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곳은 무기나 장비를 파는 곳이 아닌 엄연한 장터.
파는 물건의 대부분이 잡다한 물건들이었다.
다만 특별하게 잡다해서 살 수밖에 없었다.
[세 개 이상의 유산을 확인. 연계 퀘스트, 「뱀파이어의 후계자 (2)」를 출력합니다.]예를 들면 내가 방금 산 단검이 그랬다.
특별한 능력도, 마법도, 권능도 없이 낡고 녹슨 단검.
오래된 것 같다는 요소를 제외한다면 50만 원이 아까웠다.
[서브 퀘스트 : 뱀파이어의 후계자 (2)] [설명 : 우연은 분명한 필연이, 필연은 운명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뱀파이어의 유산을 세 개 이상 찾아냈습니다. 이로써 당신은 뱀파이어라는 오래된 종족의 후계가 될 두 번째 자격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오만해지지 마십시오. 당신은 유일한 후계가 아니기에, 여러 산을 넘고 모든 유산을 홀로 독점하세요.] [클리어 조건 : 혹시 모를 다른 후계자들보다 더 빨리 유산을 독점할 것.] [성공 시 : 유산을 독점할 때마다 ‘종족 : 뱀파이어’에 가까워집니다, ‘서브 퀘스트 : 뱀파이어의 후계자 (3)’]하지만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아주 그냥 대박이었다.
[서브 퀘스트, 「뱀파이어의 후계자 (2)」를 수락하셨습니다.] [‘후각’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수락의 보상으로 향후 같은 「뱀파이어의 후계자」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단검은 뱀파이어의 유산.
그중에서도 피를 다루는 능력이었다.
그렇다고 「흡혈」과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포학군주(暴虐君主)」
등급 : A
설명 : 오래된 종족, 뱀파이어의 유산 중 하나입니다. 오랜 세월에 풍파 되어 그 효용이 몇 단계나 떨어졌어야 했으나, 수많은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뱀파이어 군주의 유산이기에 한 오랜 세월을 견디고도 한 단계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타 종족은 물론, 일족에게도 일말의 자비가 없었던 뱀파이어 군주는 모두의 접근을 허하지 않았으며, 혼자의 존재만으로 능히 한 나라와 동등한 무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에 고대에서는 그를 일인군주나 포학군주로 불렀습니다. 해당 능력에는 그가 일구었던 군주로서의 미학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아솨크
피로 하여금 짓누릅니다.
*아리츠
피로 하여금 공포를 새깁니다.
*하마스
피로 하여금 잡아서 찢습니다.
이렇게 간결한 세부 능력은 처음 본다.
오죽하면 스킬에 대한 설명이 능력의 자세한 내용보다 훨씬 길다. 피를 매개로 하는 능력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짓누르거나 찢는다는 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피가 무기가 된다는 뜻이려나.
무슨 스킬인지는 몰라도 A급의 값어치를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A급은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스킬 가운데 위에서 두 번째로 강한 녀석이니까.
유용하겠지.
게다가 이 정도 수준의 물건들이 10개는 족히 더 있었다.
물론 그 진가가 드러난 물건들을 한없이 비싸지만, 「포학군주」처럼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야 되는 물건들도 여럿 보였다.
참고로 후자의 경우에는 개당 백만 원 안팎으로 구할 수 있었다.
“세상에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싼값으로 정비를 하게 되다니.”
“저…… 가주님. 이미 1억 원이나 사용하셨는데요?”
“1억이면 싼 거지.”
“……그래요. 어차피 저희가 지금 가진 재산은 이 세계에 있는 동안에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게임 머니 같은 것이니까요.”
게임 머니.
그 말이 맞다.
내가 가진 재산은 전부 ‘백승우’의 것.
나도 잘 안다.
언젠가 돌아가게 될 날이 온다면, 이 돈은 가져가지 못한다.
그러니 막 사용해도 상관없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행동해 와서 그런지 몰라도, 덕분에 이 세계에 지내면서 경제관념이 뒤틀리고 파탄이 났다.
이제는 백만 원도 푼돈으로 느껴진다.
1억도 싸다.
“마음대로 사용합시다.”
“……그것도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때 해당되는 얘기지만.”
“음?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율아, 정말로 여기에 인재가 있기는 하냐? 아무도 내 눈에 차지가 않는데.”
백율.
그것은 내가 백은호에게 붙은 가명이었다.
굳이 이런 흉흉한 곳에서 본명을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붙인 간단한 이름이었다. 딱히 큰 의미는 없었다.
그런데 붙여줄 때 생각보다 좋아했다.
엄청 좋아하길래 생각보다 내 네이밍 센스가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묘사에 따르면 지금 이 시기에 있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렇군요. 어쩌면 녀석이 가주님의 눈에 찰지 모르겠네요. 물론, 가주님이시라면 무지렁이도 천재의 탈을 쓸 정도의 가르침을 내리실 수 있겠지만, 이곳은 그다지 호락호락한 세계가 아니니까요. 직접 시간을 투자하셔서 가르치실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 내가 직접 판단한다. 넌 어서 그 아이나 찾아라.”
그게 우리가 이곳에 온 본래의 이유니까.
불법적인 물건의 약탈과 노예 시장의 해방은 부수적인 목적이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우리는 발견했다.
백은호가 말한 그 녀석을 말이다.
우리 속에 갇힌 채 죽은 듯 살아 있는 아이.
붉은 눈이 매력적이지만 공허한 눈동자는 보석처럼 빛나는 내 것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나와 남화연의 눈을 적절하게 섞은 모습이었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눈빛.
그리고 그 아이로부터.
[칭호, 「뱀파이어의 후계자」가 반응합니다.] [후각이 확장됩니다.]킁킁.
코를 찌르는 피의 냄새가 났다.
비린 냄새. 그러나 어딘가 와인처럼 취할 것 같은 냄새에 나도 모르게 아이의 손을 붙잡고 말았다.
[상대를 탐색합니다. 대상에게는 칭호, 「뱀파이어의 후계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별도의 공통점을 탐색합니다.] [발견 성공!] [대상으로부터 ‘칭호, 「뱀파이어의 후예」와 ‘종족 : 쿼터 뱀파이어’를 찾아냈습니다.]그래, 이 아이구나.
내가 찾던 인재가.
바로 이 녀석이었다.
“너 내 제자를 해보지 않으련?”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사벨, 성연화, 서예린과는 다른 형태의 인재였다.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그와 동등하거나 특정 분야에서는 그 이상의 재목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재목은 지금 내게 당장 필요한 것.
‘눈빛도 작은 손도 그 아이를 닮았구나.’
7년 전에 죽은 첫 제자.
그 이후로 제자를 들인 적은 없었다.
서예린에게 창술을 가르쳐서 후계자로 삼을 계획은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로 애제자라고 부르기에는 분명한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 갇힌 아이는 다르다.
이 아이는 죽은 그놈과 같은 재능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