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9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196화(19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196화
실전(1)
띵동─!
시장에서 데려온 아이들의 수속과 서류 작업을 진행하던 와중 벨이 울렸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아카데미 외부에 있는 단독 주택.
더 이상 기숙사에서 살 이유가 하등 없었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조금 아까웠다.
‘언제나 학생과 교수와 가까운 위치에 있고, 멀지 않은 거리에 훈련장이 있는 곳.’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솔직히 이제 와서는 단점에 비해 명확한 이득은 아니었다.
거리의 문제야 내가 구입한 단독 주택이 칠성 아카데미 근처에 있는 곳이라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마력과 마법의 출력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훈련장을 꼭 매일 갈 필요도 없었다.
전부 중요도가 높지 않은 장점들.
그에 반해 내가 하는 일을 훔쳐볼 여지가 역력한 아카데미 내부에서의 생활은 단점의 비중이 높았다.
“이런 식으로 내가 물건을 구입하면, 무슨 물건을 구했는지 장로들에게 고발할 놈들도 많았겠지.”
나는 문을 열고, 바닥에 놓인 택배를 안에 들였다.
거대하기 짝이 없는 여러 개의 택배 상자들.
사람만 한 택배도 있었고, 사람보다 큰 택배도 있었다.
그런 택배들이 족히 수십은 쌓였다. 새삼 의뢰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살생석을 박아 넣은 채찍 (A+)‘을 획득하셨습니다.] [‘살생석의 분진도 (S+)’를 획득하셨습니다.] [‘살석궁 (S+)’을 획득하셨습니다.]……
[‘아라크네의 마도 장비’를 착용하셨습니다.] [세트 효과로 장비에 내장된 모든 신비의 위력과 효율이 한 단계씩 격상합니다!] [추가적으로 각인한 마법에 의해 ‘아라크네의 마도 장비’의 방어력이 상승합니다.]수선을 요구한 의복들도 같이 왔다.
의복의 외관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전체적인 방어력이 상승했고, 자동 수선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여우의 연죽(煙竹)」
등급 : S+
설명 : 골초, 애연가 구야자가 만든 작품입니다. 본디 담배는 몸에 해로우나, 그런 편견을 이겨내고자 디버프에 따른 반발 능력이 탑재되었습니다. 애연가 구야자의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듬뿍 담겼습니다.
*반발 효과
독을 비롯한 디버프 상태에 빠질 경우, 그와 반대되는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풍미
해당 연죽으로 피우는 담배의 맛에 풍미를 더합니다. 골초의 모든 경험이 집대성된 최고의 부산물입니다.
바로 한번 시험해 보자.
딱, 딱─!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 불꽃이 튀면서 작은 풀잎 뭉치에 불이 붙었다.
나는 연기가 조금씩 나오는 곰방대를 붙잡고.
쓰읍.
공기를 빨아들였다.
씁쓸한 풀의 냄새와 그 속의 강렬한 독기가 폐부를 타고 들어왔다.
말려둔 독초와 시장에서 구한 훌 베론의 독초를 적절한 배합으로 섞어서 말도 안 되게 독한 담배가 됐다.
“……이거 남들 앞에서 못 피우겠네.”
남들 앞에서 피우면 십중팔구는 죽는다.
독에 엄청난 내성을 갖추거나 랭커 수준의 해독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즉사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생각을 전환했다.
오히려 적과 싸울 때는 전술적으로 피울 수 있겠다.
‘나쁘지 않은데?’
학생들 앞에서 냄새만 잘 처리하면 된다.
시장으로부터 납치한 어린아이들도 문제없었다.
그들은 이미 내가 거액을 후원하기로 한 고아원에 맡겼다.
내게는 푼돈이었지만, 액수를 보자 고아원 원장이 내게 엎드려서 절을 했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고아원이라서 겨우 유지하고 있었지만.
마음 같아서는 자금난 때문에 팔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 기호에 충족되는 사내였다.
적당히 욕심 있고, 적당히 도덕적인 사람.
이런 사람이 구슬려 관리하기에 제일 좋다.
[훌 베론의 독초와 적련초를 2:8로 배합한 연기를 들이켰습니다.]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여우의 연죽」에 의해 디버프에 대한 반작용으로 집중력이 일시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 [남은 시간 : 09분 42초.]원장의 신상을 확인하고 있는데, 문득 망막 한쪽에 떠오른 메시지에 눈이 갔다. 전혀 상상치 못한 담뱃대의 효능.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 덕분에 아이들의 정보 조작과 수속 과정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제 그들은 노예시장에서 데려온 출신 불명의 고아들이 아니다.
고아이되, 줄곧 폐쇄적인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더 이상 음지에 있을 필요는 없다.
양지의 따스한 빛 아래에 무럭무럭 성장할 것이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서.
“이리 오렴, 꼬마야.”
“……나 꼬마 아니야.”
“그러면 뭐라고 불러주랴.”
이 집에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여러 명의 기척이 존재했다.
내 제자를 닮은 소녀가 여러 기척 중 하나였다.
“그래, 에르제베트.”
소녀의 눈에 깃든 것은 깊디깊은 절망이었다.
인격적으로 망가지기에 충분한 수준.
보통의 방식으로는 이 절망에서 헤어 나올 수 없으리라.
그러나 나는 소녀가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안다.
“나와 함께 복수하지 않으련?”
복수의 대상.
그런 건 누구든 좋다.
“널 버린 부모님? 노예시장으로 인도한 상인? 너 같은 아이가 나오도록 방치한 정부? 뭐든 좋다, 누구든 좋아.”
혹자는 지껄인다.
복수는 공허하다고.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감각을 공허하다는 감각과 동일시하여, 두 감각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머저리들이나 하는 말이다.
“너에게 힘을 줄게.”
“……정말?”
“물론이지.”
싸우는 법을 알려주마.
약자를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겠다.
그 대신.
“나를 섬겨라. 나의 하수인이, 내 대리자가, 나의 검이 되어 내 뜻을 실현해라. 그렇다면 내 격에 걸맞은 가르침과 내 뜻을 실현할 폭력을 너에게 쥐여줄 테니.”
하고 싶다면 복수를 하렴.
네가 얼마나 억울한 삶을 살았는지 세상에 알려줘라.
‘사실 선택은 이미 정해졌지.’
절대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소녀가 평범한 삶을 원한다면,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고아원에 넣어주면 그만이었다. 그 재능이 아까운 것은 사실이었다.
하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 길을 억지로 걷게 하는 것은 괜한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나는 선택을 존중한다.
다만, 눈을 보면 안다.
저 눈은 고민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도륙자의 단검’을 착용하셨습니다.]나는 에르제베트에게 단검 한 자루를 쥐여줬다.
칼날에 톱날이나 톱니바퀴처럼 철치(鐵齒)가 불규칙적으로 박힌 단검.
이름 그대로 도륙(屠戮)에 어울리는 단검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뼈를 가는 소리.
혈관과 근육, 장기가 뜯기는 소리를 뼈를 자르는 소리에 묻혔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는 육참골단(肉斬骨斷).
고기를 베고, 뼈를 끊는다.
그 고통의 대상은 에르제베트를 우리에 가두고 있던 상인이었다.
노예 상인은 입에 재갈을 문 채로,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몸이 잘리는 게 한눈에 보인다.
끔찍한 고통을 겪는 상인의 앞으로.
툭─!
단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직후 꽃다운 나이의 소녀는 주먹을 들었다.
이윽고 주먹은 고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피로 물들었다.
소녀는 복수를 선택했다.
덥석, 나는 흥건하게 젖은 손을 잡았다.
깜짝 놀란 소녀는 손을 빼려고 했지만, 삐쩍 마른 빈약한 근육으로는 내 근력조차 뿌리치지 못한다.
“자, 같이 가자꾸나.”
“……응.”
애초에 뿌리칠 의지가 없었다.
그녀는 나를 선택했다.
복수를, 힘을 갈망했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그녀가 말해주기 전까지, 내가 직접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눈치 없지는 않았기에.
에르제베트의 복수 대상이 부모이든 정부이든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가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이상, 손을 댈 생각은 없었으니.
그저 이번 제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싶을 따름이었다.
* * *
에르제베트가 첫 살인을 저지른 지 이틀이 지났다.
평일 동안은 백은호가 저택에서 데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평일에는 고아원에서 관리해 줬으면 좋겠지만, 원장이 말하기를 노예시장에서 데려온 아이들과 미묘한 기류가 있었다고 하더라.
‘아마 내가 거둔 아이이기 때문이겠지.’
고아원에서 주는 사랑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랑이란 것은 받으면 받을수록 충만해진다.
아이들은 질투했다. 그래서 일단은 백은호에게 맡겼다.
내 경우에는 주변 시선이 너무 집중된다.
백은호는 가문에서 신경 쓰는 사람이 전혀 없다.
그 덕분에 저택에 어린아이가 한 명 추가되어도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이 없었다.
여담으로 백은호가 에르제베트에게 자신을 백율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내가 붙여준 이름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어느 정도 사이가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 둘은 함께 약속한 장소로 왔다. 무궁과 채화도 도착했다.
던전 바로 앞에서 모인 우리는 우선 보급을 분배했다.
참고로 던전에 관련된 서류는 어젯밤에 보냈다.
그러자 일감이 생긴 상부에서는 아주 좋아 죽었다. 물론 반어법이다.
듣자 하니 그렇게 급하게 일을 벌이면 수습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근데 뭐 어쩌라고.
내가 명목상 가주이자 회장인데.
나한테 뭘 어찌 항의할 수 있을까.
‘이번 기회로 길드의 운영과 재산 및 일정을 관리하는 담당 부서도 나를 어찌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지.’
가문의 아홉 장로.
길드의 아홉 꼬리.
중복인 한 명을 제외하고, 도합 17명만 나를 무시할 수 있다.
이는 곧 내가 없애야 하는 정적(政敵)이 17명이라는 뜻이다.
누이 둘은 친족이니까. 내가 알아서 짓밟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피도 안 섞인 놈들이지.
아, 누이들하고도 피는 안 섞였구나.
거참 족보 복잡하네.
내가 귀찮다는 생각을 품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그 모습에서 불안감을 느꼈는지, 에르제베트가 조용히 다가와서 내 발목을 껴안았다. 아무래도 생에 첫 던전이 두려운 모양이다.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걱정 말렴.”
나는 에르제베트를 포근하게 안았다.
눈물과 콧물이 내 옷에 묻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에르제베트의 무서움을 달래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스윽 스윽.
배 아픈 자식의 배를 쓸어주는 어미가 되듯.
하염없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절대로 죽지 않아. 그 거지 같은 생활로 돌아갈 일도 없어.”
겁이 많은 소녀.
상처 많은 아이.
나는 이 아이에게 「뱀파이어의 후계자」를 물려줄 심산이었다.
이 힘은 내게 굳이 필요하지 않은 힘.
그러니 필요한 사람에게 넘길 셈이다.
그 필요한 사람이 바로 에르제베트이다.
이걸 물려준다면 그녀가 이렇게 두려워할 일도 차근차근 줄어들 것이다. 힘을 가진 자는 두려움에 쉽게 굴복하지 않으니까.
나는 에르제베트를 안은 채로 그녀에게 조금씩 마력을 부여했다.
[대상은 「뱀파이어의 후예」입니다. 이 이상 마력을 물려줄 경우, 스킬을 비롯한 유산을 강탈당할 확률이 높습니다.]“말은 똑바로 해라.”
시스템, 사리 분별은 해라.
강탈당하는 게 아니다.
“내가 물려주는 것이다. 말은 신중히 하도록.”
빼앗기는 것과 물려주는 것은 다르다.
나는 이 아이에게 모든 짐을 온전히 맡길 생각이 없다.
퀘스트, 「뱀파이어의 후계자」는 정해진 인원이 없다. 뱀파이어의 유산을 두 개 이상 획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유산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모르는 이상.
후계자 쟁탈전이 얼마나 치열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쉬울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지.
그러나 그 끝에 얻을 수 있는 과실은 분명 달콤할 것이다.
나는 그 과실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