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화(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화
망나니 여우가 되었다(2)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살폈다.
막내 조교가 제1연구실로 심부름을 와 놓고는, 허락도 없이 교수의 의자에 앉아 서류를 끄적였다. 공적인 업무도 아니라 사적인 영감(靈感)을.
음, 이거 혼날 만하네.
심지어 A4용지에 적은 것도 아니다.
연구실에 널브러진 서류들. 그 서류들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물론 이 중에는 이면지로 사용해도 되는 서류들도 몇몇 있겠지만, 반대로 중요한 서류가 있을 가능성도 높다.
‘망했네…….’
망했다. 분명히 망했다.
내가 스스로 자책하는 사이, 남화연 교수가 손가락을 까딱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새어 나오는 은은한 푸른빛. 마력이 방출되며 널브러진 서류들과 책상을 정리했다.
남화연은 깨끗해진 책상 위에 걸터앉으며 나를 바라봤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는 이질감에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른다.
“저, 저는 그…….”
“알아,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잖아. 백승우 맞지?”
“……네.”
그녀는 이미 나를 알고 있었다.
그야 조교는 교수가 뽑는 거니까 당연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상대가 내 이름을 안다는 것은 꽤나 부담스럽다.
차라리 이름을 몰라줬으면 좋을 텐데.
내가 그녀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순간에도 남화연은 무척이나 즐겁다는 눈치로 나를 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읏챠!”
책상에 앉아 있던 남화연이 내려왔다.
그녀는 내 곁으로 다가와 방금 적은 종이들을 들어 올렸다.
“이거 무슨 생각으로 적은 거야?”
예상외의 질문이다.
당연히 교수의 연구실에 멋대로 들어온 점을 책망하거나, 서류를 멋대로 사용한 죄를 추궁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 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유독 낡은 서류가 눈에 띄어서, 그 뒷부분을 유추해 봤습니다.”
“낡은 서류? 아, 오늘 사용할 강의 대본을 말하는 거구나.”
알 수 없는 기호와 수식, 그림으로 가득한 강의 대본.
저걸 읽다 보니 머릿속을 스치는 아이디어와 영감을 가만둘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라지만, 잘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개를 숙이며 스스로를 자책하자 남화연이 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음? 왜 고개를 숙이는 거니. 마법사라면 영감이 떠올랐을 때, 기록하는 것은 당연하잖아.”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니라는 것마냥 등을 두들기는 남화연.
그녀는 내 행동을 긍정하며 말을 이었다.
“근데 여기 적힌 기호는 무슨 뜻이야? 나선은 또 무슨 형태고?”
“……그야, 서류의 텅 빈 뒷부분을 추론하면서 적은 내용입니다만.”
“……응? 뭐라고?”
무언가 잘못 들었다는 듯이 재차 물어보는 그녀에게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대본의 마지막 부분이 석연치 않아서 제 영감대로 뒷부분을 작성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어처구니없는 대답이라도 들은 표정의 그녀에게 대본의 뒷부분을 보여 줬다. 그러자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금방 얼굴을 찌푸렸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뭔가 이상한데? 대본을 한번 정리하느라 뒷부분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여기에는 마법진의 술식을 적어뒀을 텐데.”
“예……?”
이번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야 당연하다. 앞에서 읽은 부분을 토대로, 뒤 내용을 추론하면 ‘마력의 배열’이 나올 차례가 당연하다.
그런데 마법진의 술식이라니.
서로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남화연이 내가 작성한 서류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쓴 내용. 무슨 뜻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
“……네, 그야 설명은 가능합니다만.”
교수의 부탁이다 보니 하는 수 없이 내뱉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다.
내가 마법을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그저 영감을 끄적였을 뿐인데 어떻게 설명할까. 그런 내 마음을 꿰뚫었는지, 남화연이 덧붙였다.
“잘 설명해 주면 오늘 여기서 한 짓은 눈감아 줄 수 있어.”
“네, 알겠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온 즉답.
마법 좀 배운 적 없으면 어떤가. 내 부족한 지식을 드러내는 것이 상사인 교수에게 혼나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서 연구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칠판으로 이동했다.
한 손에는 분필, 다른 손에는 내가 작성한 종이를 붙들고 큼큼 목을 풀었다. 남화연은 내가 앉았던 의자에서 나를 바라봤다.
어째 자리가 바뀐 느낌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내가 작성한 서류를 칠판에 똑같이 베끼며 말했다.
“대본은 상당히 길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더군요.”
탁탁─!
분필을 통해 칠판에 점과 점을 그렸다. 이윽고 점을 이어서 여러 다발의 선을 그었다.
선이 의미하는 것은 여러 개의 별자리였다.
궁수자리, 황소자리, 여름의 대삼각형. 이외에도 여러 별자리를 칠판 위에 수놓았다.
이 대본에서 요하는 결론은 바로 점성(占星)이다.
“지금은 명확히 정해져 있지만, 먼 과거의 점성은 개인적인 해석을 기반으로 쌓아 올려졌죠. 저는 그 부분은 집중적으로 파고들려 했지만, 정작 핵심적인 얘기는 없더군요. 그래서 그곳에 적힌 내용들을 토대로 뒷부분을 추론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탁 끊긴 대본의 내용.
나는 그 내용에 적힌 것이 이것이라 추론하고, 확신했다. 그런 마음으로 칠판에 그린 거대한 그림.
그 그림을 본 남화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읊조렸다.
“……DNA?”
별자리와 점성의 얘기가 나오다가, 뜬금없이 DNA가 나왔지만 맞다.
내가 칠판에 그린 것은 DNA의 형태인, 이중나선(二重螺線).
이것이 바로 내가 추론한 결론이다.
“대본을 읽다 보니 순서상 마지막에 마력의 배열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마지막에 이런 형태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다.
이 이상은 내 마법 지식이 전무해서 불가능하다. 애당초 서류 뒷장에 끄적인 내용도 전부 한순간에 떠오른 영감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이걸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여기까지 설명한 것도 진짜 열심히 한 거다.
다행히 그런 내 노력이 통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남화연은 무척이나 당혹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이거, 나랑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른데?”
“예?”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맞으면 맞은 거고, 틀리면 틀린 것일 텐데.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이지.
“너도 봤다시피 내 강의의 서론은 점성술의 개념과 천체 마법으로 이어졌어. 본론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이런 답이 나오는 것이 특이하지 않을까?”
“하, 하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틀리지 않았다고……!”
“맞아 틀리진 않았어. 그래서 내가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한 거야.”
뇌리를 스친 영감은 틀리지 않았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저것이 옳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남화연은 내 말을 긍정하며 손뼉을 쳤다.
짝──!
손바닥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퍼져 나간 무형의 파동.
그것은 칠판에 적힌 내용을 모조리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그렸다. 작은 사람 한 명과 거대한 우주.
그 위에는 대우주와 소우주라고 적혀 있다.
“대우주와 소우주. 뭔지 알지?”
“네.”
대우주(大宇宙)와 소우주(小宇宙).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는 내용이다.
소우주란 우주를 담은 인간을 의미하며, 인간을 아우르는 대우주까지 같은 양식이 반복된다는 철학적 개념이다.
그런데 갑자기 철학적인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거지.
뜬금없는 개념의 등장에 의문을 품자 남화연이 말을 이었다.
“갑자기 뜬금없지? 왜 대우주와 소우주 얘기가 나왔는지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나도 그래.”
“예?”
“아니, 솔직히 봐봐.”
그녀가 손을 움직이자 칠판에 적힌 것들이 지워지며, 빽빽한 글씨들이 가득 채워진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지만 익숙한 내용과 기호들이 등장하자, 낡고 손때 가득한 대본에 적힌 내용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전문 용어에 독특한 기호들로 가득한 것이, 대학 논문처럼 보였다.
남화연이 칠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작성한 대본은 신입생들 수준에 맞춰져 있어. 복잡한 기호를 사용하긴 하지만, 정형화된 술식과 공식이 있지.”
저렇게 복잡해 보이는데 신입생 수준이구나.
나는 새삼 내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네 설명에는 정형화된 술식이나 공식이 없어. 오직 개인의 영감과 직관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일 뿐이지.”
그야 대본에 적힌 기호와 공식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뒷부분을 추론했을 따름이다.
남화연은 그 부분을 강조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뭘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는 와중에도 남화연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이 형태는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걸 감안해도 대단한 발견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이런 형태의 마력 배열법은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어.”
그러니 이름을 붙여 보자.
“…….”
뭔가 점점 거창해져 가는 대화.
나는 어느새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말을 계속하고 있다.
“천체를 바탕으로 소우주의 개념을 접목한 배열법이니, 「소우주의 천체」? 「뭇별 속의 소우주」? 어떤 게 좋을까…….”
남화연의 대화를 따라가는 것은 벅찼지만, 아무래도 내가 종이에 쓴 내용에 이름을 붙여줄 모양인가 보다.
그녀가 거론하는 이름들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저 야밤에 감수성 터져서 지었을 법한 제목은.’
「소우주의 천체」, 「뭇별 속의 소우주」라니.
차마 싫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이름이 거창해도 너무 거창하다.
거창한 이름은 취향도 아닐뿐더러, 이런 건 차라리 간단하고 직관적이게 짓는 편이 좋다.
“그냥 직관적으로 이중나선이라고 부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바로 그 순간.
[스킬 ‘이중나선’을 습득하셨습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스킬을 창조하셨습니다!] [포인트를 +5만큼 획득합니다.]망막에 떠오른 메시지.
이것은 상태창에서 출력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데.
‘원래 이런 색깔이었나? 어째 약간 자줏빛이 도는 것 같네.’
이전에 열었던 상태창은 반투명했다.
거의 무채색(無彩色)에 가까웠다.
굳이 색깔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엄청 희미한 하늘색 정도이려나. 그것도 아주 흐릿한 하늘색이었지만 말이다.
「이중나선(二重螺線)」
등급: C
설명: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마력 배열법입니다. 게놈(Genom)의 구조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나선형의 마력을 공명시킴으로써 증폭합니다. 소우주를 형상한 부산물인 만큼, 마력을 내부에서 순환시킬 때 가장 큰 효과를 얻습니다.
*마력 증폭
두 개의 나선이 교차하며 마력이 공명, 두 배로 증폭합니다. 증폭된 마력은 스킬이나 특성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상태창의 색깔에 대한 고민도 잠시,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얻은 「이중나선」이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이게 무슨 스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마력 조작과 마법, 스킬의 효율과 화력을 높이는 마력 배열법이다. 그런데 보통 마력 배열법이 이렇게 스킬로 존재했던가.
원래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눈을 움직이며 내용을 읽어 내리는 사이.
남화연은 허공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을 포착했다.
“혹시 스킬을 얻었니?”
“예? 아, 네. 방금 얻었습니다.”
스킬 내용을 상세히 읽고 있는 와중이라 건성건성 대답했다.
교수의 입장에서 조교가 그렇게 대답하면 화를 낼 수도 있지만, 남화연은 오히려 흥미로운 눈치로 바라봤다.
스킬을 얻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스킬북 같은 아이템을 사용해 스킬을 익히는 방식. 정형화된 기술을 훈련을 통해서 습득하는 방식. 그리고 새로운 개념이나 방식을 통해서 기술을 창조하는 방식.
대부분의 사람들은 훈련이나 스킬북으로 스킬을 얻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백승우는 해냈다.
남화연은 자신의 눈앞에서 스킬을 만들어내는 신입 조교를 보며 생각했다.
‘종이에 적힌 내용은 정형화된 공식도 없는 어린애 같은 낙서에 불과해. 하지만 시스템은 그것을 하나의 스킬로 인정했어.’
종이에 적힌 완성도로 보아 분명 높은 등급의 스킬은 아니리라.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스킬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혹시 어떤 능력의 스킬인지 말해줄 수 있을까?”
“네, 「이중나선」이라는 이름의 스킬로, 나선형의 마력을 공명시켜서 증폭하는 종류의 마력 배열법입니다.”
“단순하고 효율적인 스킬이네.”
남화연은 스킬의 설명을 듣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단순하고 효율적인 스킬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C등급의 스킬인 만큼, 효과는 단순하다.
그러나 단순하기에 효율적인 것이다.
그나저나 「이중나선」의 사용법은 나중에 고민하고, 지금은 그녀에게 다른 질문이 있었다.
“저, 교수님. 포인트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포인트? 학점을 말하는 거니?”
“아니요. 「이중나선」을 얻으며 2포인트를 획득했다는 메시지를 읽어서요.”
스킬을 얻었다는 사실에 놀라서 잊어버렸지만, 스킬을 얻었다는 상태창과 동시에, 포인트를 얻었다는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원작을 아무리 떠올려도 기억나지 않는 개념. 혹시 교수라면 알고 있지 않나 싶어서 질문했는데.
“아니? 혹시 스킬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잘못 본 것 아니니?”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그래, 막내 조교라고 너무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가끔은 이런 식으로 영감을 발산하면 좋을 거란다. 아니면 차라리 내 전속──.”
──덜컥!
남화연의 말을 끊고 덜컥 열린 문.
그 너머에서 깔끔한 정장과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근육의 사내가 나타났다. 방금 전 내 어깨를 붙잡고 서류를 떠넘긴 사내였다.
“교수님 잠시 후 3시에 강의가 있습니다. 슬슬 준비하실 시간입니다.”
내게 신경질을 부렸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 중후한 신사의 목소리 톤이다.
그러나 칠판 앞에서 서 있는 나를 보고는 다시 내가 알던 목소리로 돌아왔다.
“너, 네가 왜 여기 있어?”
남화연이 있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잊었는지, 그는 나를 훈계하듯이 말했다. 아니, 훈계라기보다는 히스테리에 가까웠다.
정장의 명찰 부근에 ‘방석훈’이라는 이름이 적힌 사내는 그르렁거리는 말투와 함께 내 멱살을 잡았다.
“너 내가 어리바리 까면 뒤진다고 했지? 근데 교수님 연구실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멱살을 붙잡은 방석훈이 나를 질질 끌었다.
문 앞에 다가선 녀석은 문을 열고, 나를 끌고 가려 했다.
방석훈이 어째서 이렇게 격하게 행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터억!
“…….”
멱살을 풀고 대화로 해결한다.
이게 내 계획이었는데.
‘망했네…….’
어째서 나는 방석훈을 뒤로 밀친 걸까.
예상치도 못한 충격에 뒤로 넘어가, 그대로 넘어진 방석훈. 그는 설마 신입 조교에게 손찌검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본능적으로 자각했다.
특성, 「허장성세」.
빈 수레가 요란하듯, 실속은 없으면서 큰소리치거나 허세를 부릴 뿐인 계륵(鷄肋) 같은 특성. 그것이 지금 발동되었다는 사실을.
“……이게 미쳤나.”
금방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방석훈. 그는 내가 저항할 수 없도록, 목 뒷덜미 부분을 붙잡고는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내 귀에 나지막이 읊조렸다.
“넌 오늘 뒤졌다.”
“…….”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이미 방석훈은 나를 들어 올린 채로 연구실을 문을 박차고 나가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거기까지만 하렴.”
가만히 방관만 하던 남화연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녀의 말에 방석훈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