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0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04화(20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04화
마스커레이드(4)
풍채가 큰 거구의 여우 가면은 쓴 사내.
그게 지금 외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저 가면을 봐봐. 너무 예쁘다.”
“보석을 하나도 박지 않았는데, 어쩜 저리도 반짝거릴까.”
“어떤 장인이 손수 만들었는지 궁금하군. 마음 같아서는 말을 걸어서, 같은 장인에게 가면을 의뢰하고 싶은걸.”
가면무도회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면의 다자인과 체형이었다.
무도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몸에 달라붙는 옷이나 노출이 많은 옷을 입으면서, 여성 특유의 곡선을 마음껏 드러냈다. 다들 돈이 많은 집이라서 그런지, 몸매 관리가 철저했다.
가면의 디자인은 참가자들의 특색만큼이나 다양했다.
얼굴의 반만 가리는 반가면부터.
중세 유럽 느낌의 눈과 코만 가리는 가면.
심지어 얼굴 전체를 가리는 철가면과 너무 특이해서 눈을 뗄 수 없는 하회탈까지.
온갖 가면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양한 가면만큼 다양한 매력이 존재했다.
하지만 독특한 가면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면을 꼽는다면.
가면무도회에 참가한 모두 한 사내를 가리킬 수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심지어 돈 많고 고집 센 부자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정도였다.
“일본에서 온 사람인가?”
“나 저거 알아. 일본 여름 축제에서 많이 봤어.”
“그래, 키츠네멘(狐面)이라고 하던가. 나도 딸아이 선물로 종종 사줬지.”
일본풍의 여우 가면.
보통은 여름 축제에서 많이 파는 흰색 바탕에 붉고 검은색을 칠한 것을 떠올릴 법하지만, 눈앞의 가면은 그와 사뭇 달랐다.
새하얀 바탕인 것은 같다.
하지만 염료 특유의 색이나 금빛 털로 이루어진 부분 등.
제아무리 사치에 일가견이 있는 부자들도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할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가면 특유의 분위기였다.
“뭔가 무시무시한 기분이 들지 않아?”
“그래, 잘못 엮였다가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가면은 예쁜데 왠지 모를 불쾌감이 느껴지는군.”
“그러게. 그런데 저 가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겠지. 저렇게 오묘한 가면을 한 번 봤는데,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왠지 모르지만 오늘 밤 꿈에는 여우 가면의 악몽을 꿀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예쁜 가면.
그와 달리 불쾌한 감각이 다가오는 사람으로 하여금, 발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백면금모의 가면」의 세부 능력인 ‘불쾌한 골짜기’의 힘이었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을 필요 이상으로 닮았을 경우, 그 닮은 정도가 어느 지점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분명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것 같은 감상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 가면은 그런 불쾌한 골짜기를 인위적으로 일으킨다.
거기에 더해 매력적인 사람이 착용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
특히 「매혹」과 「경국지색」이라는 능력을 가진 내게는 몇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오직 나를 위한 능력.’
가면의 다른 능력들은 구태여 내가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건 오직 나를 위해 설계된 능력이었다.
매력과 혐오감. 두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어서 상대의 인지 감각을 뒤틀리게 만든다.
아직은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없어서 아쉽지만, 조만간 사용할 기회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고 무도회를 살폈다.
“확실히 수준급이군.”
건물의 인테리어도.
무도회의 음악과 식사도.
무엇 하나 수준이 떨어지는 게 없었다.
이 가면무도회에 얼마나 돈을 투자했는지 느껴졌다.
주변을 살피던 나는 테이블 위의 술에 손을 뻗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준비해 둔 술.
보통의 무도회는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를 띄우는 이 술에서 격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 증거로.
꿀꺽, 술을 마시자 식도를 따뜻하게 데우는 순간부터 은은한 향과 맛이 퍼졌다. 무도회를 위한 대용량 술.
보통이라면 양과 질은 반비례하는 법이지만.
이 술은 절대로 질이 낮은 술이 아니었다.
“향도 일품이군. 이 정도 술은 돈만으로는 구할 수 없을 텐데. 아무래도 최주석 가주는 수준 높은 양조장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모양이야.”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술의 향과 맛이 좋다.
이런 건 음주를 즐기는 자라면 자세한 지식은 없더라도, 대략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술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인즉슨.
이 정도 술을 납품할 수 있는 희소한 도매상과 친분이 있다는 뜻.
‘이를 과대 해석하면 최주석의 인망을 간단하게 유추할 수 있지.’
별반 중요하지도 않은 양조장 관련 도매상과도 희소한 친분을 맺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둘 중 하나이다.
최주석 가주가 술을 아주 사랑하는 애주가이거나.
그의 인망이 가문 운영에 중요하지도 않은 고급 양조장에 뻗을 만큼 두텁고 수완이 좋던가.
‘개인적으로는 전자였으면 좋겠지만, 몰래 이사한 내 주소를 알아낼 정도의 정보력을 갖췄다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겠네.’
최가와 최주석.
둘을 얕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훨씬 거물인 것 같았다.
‘그런 놈들이 나한테 왜 경매로 지고, 귀한 공간 반지를 순순히 뺏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점점 수상한 느낌이 든다.
내 눈이 무도회장의 정면을 노려봤다.
오후 10시, 아직까지도 무도회의 주최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 *
연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손님들은 술에 취하거나, 분위기에 취했다.
물론 술에 취하는 손님은 많이 없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힘을 가진 사람들.
그것이 무력이 됐든, 금력이 됐든, 권력이 됐든 수준 이상의 힘을 가진 자들이 이 정도 술로 취할 리가 없었다.
그것은 양적인 의미이자.
동시에 질적인 의미를 동시에 충족했다.
좁고 기다란 잔에 담기는 술의 양은 그들이 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그들에게 내놓은 술은 최고급이긴 하지만 부자들이 취하도록 마시기에는 수준이 살짝 떨어졌다.
그러니.
“자, 그러면 나는 이제 슬슬 올라가도록 하지. 아무래도 손님들이 나를 찾는 것 같기도 하고, 모든 손님이 온 모양이니 전채가 아닌 정찬(正餐)이 나올 차례가 아니겠는가.”
껄껄,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즐겁게 웃은 노인이 가면을 쓰고 밖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는 시종 차림의 사람들.
집사나 메이드처럼 차려입은 그들은 늙은 노인이 떠나자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늙은 노인의 손자.
이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친개라고 불리는 소년이 무도회장에서 이곳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오자마자 시종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익숙한 시종들은 그런 소년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처리했다.
술은 이걸로 충분하고, 고기 요리는 40인분 더 준비할 필요가 있겠네 등등.
이런저런 말이 시종들 사이에서 오가는 와중.
소년은 비로소 자신이 친히 무도회장 밑으로 내려온 이유를 찾았다.
그의 눈에는 음식을 준비하던 너구리 가면의 작은 체구가 들어왔다.
정장을 입고 가면을 쓴 탓에 옷 위로 드러나는 굴곡만으로는 사내인지 소녀인지 구분할 수 없는 녀석.
그 녀석이야말로 미친개, 최진철이 찾던 사람이었다.
“야, 너 손님한테 정체가 들켜서 여기로 왔다면서.”
“……네.”
“이 가면무도회는 할아버지가 특별히 공을 들이던 연회인데, 너 같은 놈 때문에 누군가가 특정되면 가면을 쓴 이유가 희석되잖아. 그래서야 일반적인 연회랑 뭐가 달라?”
자기보다 훨씬 작은 시종에게 화를 나는 최진철.
둘은 아카데미의 동급생이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동급생이 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
“너 때문에 할아버지가 주최하신 가면무도회에 문제가 생기면 어쩔 셈이야.”
“…….”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잖아. 설마 그런 것도 안 배우고,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은 아닐 거 아니야?”
그리고 그사이 덕분에 최진철은 이지를 편하게 하대할 수 있었다.
그는 협박하는 어조로 이지에게 사죄를 강요했다.
모두가 둘로부터 고개를 돌린 사이 이지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변명 좀 해봐! 무언가 일이 있으니까 들킨 거 아니야?!”
“얼굴을 가린 것만으로 제 기질을 완전히 감췄다고 오판했습니다. 온전히 제 실책입니다.”
이후로도 꼬투리 잡기는 계속되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여기서 사표를 내고 떠났을 수도 있지만, 둘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채무 관계로 엮인 명백한 상하관계.
이지는 최진철이 무슨 말을 하던 그의 마수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방금까지 자신이 추천해서 데려온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던 방석훈 조교였다. 그는 무도회장에서 준비실로 내려와서는 그 광경을 전부 목격했다.
“……돌아버리겠네.”
방석훈은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지금 그는 아카데미의 조교가 아니라, 최가에 빚을 진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 그리고 그것은 이지도 마찬가지였다.
둘의 처지는 같다.
대신 둘의 가치는 달랐다.
아직 성장하고 있지만, 칠성 아카데미의 중하위권 성적을 기록한 이지.
칠성 아카데미의 조교이자, 마법사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남화연 밑에 있는 마법사. 이 차이가 둘의 처지는 같되, 둘의 가치를 다르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다만, 이지의 경우에는 부모의 빚을 갚고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그와 다르다.
“저놈도 어린 나이에 고생이지.”
방석훈은 서류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최가에게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름과 빌린 금액이 적혀 있었다. 이지의 부모의 이름으로 적힌 빚.
그 금액은 수십억 원에 달했다.
‘어린 소년에게 이 돈을 갚으라니. 갚을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잔인하구나.’
비슷한 짓을 당해본 적이 있는 방석훈은 안다.
이것은 이지의 잘못도, 이지 부모의 잘못도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빚을 넘겨주고 싶겠는가.
그걸 넘겨주고 싶다면, 그건 부모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지의 부모는 그런 짐승이 아니었다.
도리어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부모님이었다.
“다 이 가루 때문이지.”
많은 것이 함축된 말이었다.
방석훈은 자신의 주머니 속 비닐봉지에 포장된 가루들을 매만졌다.
흰색이지만 언뜻 보면 검은색으로도 보이는 기괴한 가루.
이 가루에는 여러 이름이 있었다.
천사의 티끌.
천사의 먼지.
엔젤 더스트 등등.
동명의 마약이 있지만, 동일한 이름과 달리 효과는 전혀 달랐다.
차라리 이게 마약이었다면 더 편했을 것이다.
‘마약 같은 게 아니라서 더 문제지. 이건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도 없고, 설령 누가 통제해도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이 가루의 능력은 마법을 비롯해서 마력을 사용하는 능력의 일시적인 증진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좋은 것 같지만, 현재 이걸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한정적이다.
그 탓에 가격은 비싸고, 물량은 언제나 부족하다.
가루의 힘을 한 번이라도 본 플레이어는 십중팔구 자신이 일시적으로 느꼈던 전능감에 취할 수밖에 없었고.
방석훈은 더 많은 가루를 원했다.
높은 경지를 갈망하는 마법사의 본능에 매몰된 자의 비애였다.
결국 그는 낮에는 아카데미에서 일하지만 밤에는 천사의 먼지 때문에 최가의 밑에서 일하는 대표적인 마법사였다. 방석훈 말고도 여럿 있었다.
돈이 많은 가문이라서 여기저기 끈이 많은지, 용케도 한 달에 한 개씩 구해왔다.
그 대가는 그들의 노동력.
“……나도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는지 모르겠군.”
방석훈, 그는 더 이상 마법 연구에 몰두하지 않는다.
쉽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으니.
마법이라는 신비가 아닌.
돈과 약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속세적인 요소에 의해 발목이 묶인 멧새가 되었다. 더 이상 날개를 펼칠 일은 없을 터.
날 수 없는 날개는 서서히 퇴화하게 마련이다.
더 높은 경지를 꿈꾸던 마법사는 그렇게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