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0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06화(20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06화
가면은 추악한 민낯을 가리기 위해서(1)
로보의 허물은 갖고 싶다고 당장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틈을 노려야 하는데,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반응이 좋은데, 혹시 여러분들만 괜찮다면 제 컬렉션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컬렉션?”
“이거 기대되는데.”
“최가의 컬렉션이라니. 그런데 이거 보러 가도 되는 건가?”
최진철의 컬렉션에 무도회장에 있는 모두가 솔깃함을 느꼈다.
늑대왕의 허물만으로도 그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는데.
과연 최진철의 컬렉션에는 어떤 수집품이 있는지 호기심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드는 한편, 과연 최진철을 따라서 그의 컬렉션이 있는 곳으로 가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왜 구경하러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가면무도회의 주최자가 어린 호랑이가 아니라서 그렇지.”
“괜히 산군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산군, 최가의 늙은 호랑이인 최주석을 일컫는 은어였다.
그는 정재계를 주름잡는 산중호걸이었다.
혹자는 졸부라고 비웃기도 하지만, 마석을 팔아서 돈을 번 그의 재산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재산을 바탕으로 구축한 인맥도 마찬가지.
“이 무도회의 주인은 최가가 아니라 최주석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의 컬렉션에 흥미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호응할 필요는 없지.”
그 말마따나 최주석과 그의 아들은 썩 불쾌한 기색이었다.
지금 사람들의 주목이 모두 최진철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면 너머로도 불쾌하다는 표정이 보일 정도였다.
결국 손님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렸고.
나를 포함한 2할 정도가 최진철의 컬렉션을 구경하기 위해 무도회장을 떠났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를 살짝 실망시켰다.
“훌륭하군. 아주 훌륭한 보관 상태야! 전부 최소 수백 년 전의 물건들이고, 일부는 1,000년 단위의 세월을 견뎠군. 자세한 시기는 측정을 해봐야 알겠지만 용케도 이만한 수집품들을 모았어.”
“이걸 보수해서 사용할 생각은 없나요?”
“안타깝게도 여기 있는 물건들은 전부 전시용입니다.”
오래된 구식 총과 무지개의 탄환.
붉은 도검과 고대 문명의 그림이 담긴 비석, 하얗게 반짝이는 구슬을 비롯한 온갖 물건들이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대부분 내가 가진 물건 이하의 내력을 품은 것들.
하긴, 생각해 보면 최진철의 사치품은 대부분 오래된 유물의 느낌이 존재했다. 오래되어도 그 내력을 잃지 않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물건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고유의 내력을 잃게 마련이다.
아주 특별하지 않은 이상은 말이다.
“대단한 물건들이 많네요. 하지만…….”
“설마 이게 전부인가요? 저희들을 따로 불러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당장은 특별한 물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최진철을 따라온 손님들은 흥분이 가라앉은 기세였다.
다들 늑대왕의 허물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물건을 보기 위해, 무도회를 뒤로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그러나 전부 늑대왕의 허물보다 수준이 낮았다.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 설마 제가 괜히 여러분들의 발걸음을 낭비하게 만들었을까 봐요.”
최진철이 사람들의 실망과 걱정을 일축했다.
이곳에 있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눈치로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의 뒤를 따랐다.
더 이상 보관 중인 물건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거대한 유리상자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도대체 뭘 보관하길래 주변이 이렇게 텅 비었는지 모르겠군.”
“그래도 기대되지 않아? 오래된 물건은 외부 마력에 취약해서 이렇게 엄중하게 보관하는 법이잖아. 어쩌면 엄청 귀한 물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글쎄, 혹시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
“이렇게까지 엄중하게 보관하는 물건이라면 최소한 국립 박물관에서조차 보기 힘든 물건이라는 소리니까.”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왁자지껄한 소리도 유리 상자 안에 담긴 물건을 보자 귀신처럼 사라졌다. 사람들의 눈에는 각자 다양한 감정이 비쳤다.
놀랍다는 눈치도 있고, 진짜로 실망스럽다는 사람도 있었다.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처럼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다.
“저거…… 벨트 맞지?”
“저렇게 낡은 가죽 뭉치를 벨트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살다 살다 건드리면 찢어질 것 같은 가죽 벨트는 처음 보는군.”
“내 식견이 얕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게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지 알아볼 여력이 안 되는군. 누군가 내게 가르침을 주지 않겠는가?”
“할아버지, 그걸 알고 있으면 지금 분위기가 이렇게 숙연하지 않을걸.”
대부분은 벨트를 보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토록 미약한 마력만 내뿜는 물건에 육안만으로 무슨 가치를 매길 수 있을까. 마력 감응이 뛰어나지 않는 이상, 이 물건에 정확한 값어치를 책정할 순 없었다.
피부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마력.
이건 현시대의 마력이 아니었다.
“심상치 않은 물건이군요.”
“역시 알아보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이걸 수입하면서 외부에 눈독 들이는 사람이 없게 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그럴 만하네요. 미약한 기운이지만 오래된 시대의 기운이 느껴지는 물건이라면 구매하는데 분명 억만금을 줘야 했겠죠.”
지금과는 다른 시대의 마력.
늑대왕의 허물 이상의 귀물이라는 증거였다.
벨트는 수집품에 불과한 물건이라서 보관 상태는 최상이라도, 사실 물건의 품질 자체는 최악이었다. 너무 오래돼서 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아무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야 수집가들의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세월을 그대로 머금은 물건을 고칠 이유가 하등 없었다.
고치면 그 가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내 상관이 아니지.’
이리왕의 가죽과 함께 꼭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
설령 내가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에르제베트나 백은호에게 쥐여주면 그만이다. 유리 상자 속 소개문에 적혀 있기를, 「메긴기요르드」.
근력을 두 배로 늘려주는 벨트라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저 벨트의 가치는 무척이나 거대했다.
‘물론 조건이 걸려있긴 하겠지.’
B+ 이상의 근력을 갖춘 플레이어는 2배가 아니라 1.5배만 향상시켜준다는 등. 무조건적으로 근력을 2배 늘려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근력을 높여준다는 얘기는.
솔깃하다 못해 내 마음을 쏠리게 만들었다.
꼭 가지고 싶다.
그러한 열망이 가면 너머 안광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를 제외하고 몇몇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벨트를 보며 군침을 흘리고, 탐욕을 품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최진철은 속으로 웃었다.
지금 상황이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됐어. 이걸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권력자들에게 「메긴기요르드」를 소개하는 데 성공했다.’
북유럽의 뇌신이자 무신 토르의 벨트.
벨트를 착용한 사람의 근력을 두 배 늘려준다는 능력은 토르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작에 가까운 모작.
그러나 모작이 원작을 이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근력의 상승 폭에는 한계가 있지만, 신의 물건을 모작한 물건인 만큼 엄청난 가치가 존재하지.’
경매에 내놓으면 그가 살고 있는 이 저택을 몇 채나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메긴기요르드」에는 돈 이상의 가치가 있었으니.
바로 수요였다.
“……얼마. 얼마면 구할 수 있겠소?”
“이봐, 내가 먼저야!”
“무슨 소리. 자네들이 이걸 구할 재력은 있고? 내 수집품들을 내놓도록 하지. 일화 등급 장비도 여럿 있으니 그대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만.”
이걸 봐라, 「메긴기요르드」를 본 사람들의 눈이 돌아갔다.
오래되고 역사 깊은 물건에 관심이 많은 부자, 더 강해지고 싶은 플레이어를 가리지 않았다. 모두가 저 벨트를 가지고 싶어했다.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어.’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최진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인맥, 혹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칠성 아카데미에 유망주로 입학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미리 인맥을 다지기 위한 일환이었으니.
최진철의 입장에서 아카데미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유망주들과 친분을 맺고 유지하는 것보다, 「메긴기요르드」를 이용해서 이미 성공한 사람들과 관계를 갖는 것이 훨씬 유용했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수집품을 공개한 것이다.
‘다음 가주는 반드시 내가 된다.’
현재 최가의 가주는 최주석.
최진철의 할아버지였다. 차례대로 가주의 자리를 이양하면 다음 가주는 최진철의 아버지가 역임할 차례였다.
보통의 가문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최진철은 자신보다 무능한 아버지가 가주가 되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차기 소가주?
그딴 거 집어치워라.
‘집안을 일으킨 할아버지라면 몰라도, 아버지 밑에 있을 생각은 없다.’
마음을 다잡은 최진철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사람들에게 컬렉션을 보여주면서 시간을 상당히 흘렀다.
대략적으로 30분은 지나지 않았을까.
시간을 확인해 보니 슬슬 가문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비약을 손님들에게 무상으로 시음하게 할 참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먼 훗날 자신의 인맥이기 전에 할아버지의 손님들이었다.
괜히 시음 시간을 지났다가는 필요 이상으로 할아버지의 눈 밖에 날 수가 있었다.
“자, 이제 슬슬 무도회장으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벌써?! 조금만 더 구경하다가 가면 안 됩니까?”
“죄송하지만 이미 여기에서 30분 이상을 보냈습니다. 가주님께서도 기다리실 테니 이만 돌아갑시다.”
벨트가 내뿜는 황홀한 기운에 매료된 부자들.
그들은 조금 더 이 귀한 물건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컬렉션의 주인인 최진철이 무도회의 주최자인 최주석을 언급하며 돌아가자고 하자 하는 수 없이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품위 없게 더 보고 싶다고 운운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딱 한 명 빼고는 말이다.
다른 손님들은 품위를 지키기 위해 앞의 사내처럼 매달리지 않았다.
담담한 척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래도 더 구경하고 싶다는, 갖고 싶다는 탐욕 어린 눈동자를 숨길 순 없었다. 그래서 최진철이 말했다.
“대신 가주님께서 최근 후원하고 계시는 양조장의 귀한 물건을 시음할 차례이니. 그걸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최가에서 후원하는 양조장이라! 그것참 구미가 당기는군.”
“술이라니. 어서 빨리 가시죠.”
“어떤 향이 날지 기대되네.”
사람들은 자신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킁킁, 무도회장에 도착하자 과연 최진철이 말했던 것처럼 강렬한 향이 났다.
술의 풍미가 아니라 비릿한 피의 냄새가.
“너! 지금 내 잔의 술만 양이 적잖아. 이걸 어떻게 보상할 거야!?”
“죄송합니다.”
“말로만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몸으로 증명해라!”
퍽─!
바닥에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
그와 동시에 눈에 들어온 것은 피 묻은 정장의 소년이 쓰러진 것이다.
사실 소년이라는 것도 넘어지고 나서야 알았다.
그전까지는 모두 가면을 착용하고 있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등장한 얼굴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죄송합니다.”
“이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아, 도, 도련님…….”
가면 속에서 드러난 것은 내 학생, 이지였다.
그는 취한 기색이 역력한 사내에게 맞고 있었다.
얼굴에 난 상처를 보아하니 한 번만 맞은 게 아니다.
그것 외에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사람들도 취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들에 손에 들린 것은 파란 액체가 찰랑이는 잔.
최진철에 시음한다고 말했던 그 술이 분명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술이었다.
잠시 술에 시선이 향할 무렵.
퍽─!
또다시 타격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맞는 것은 이지였지만, 때리는 사람은 달라졌다.
방금까지 우리에게 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손님으로서의 대접을 해주던 최진철이었다.
“이게 감히 거둬준 은혜도 모르고!”
퍽─!
“이런 자리에 너를 데려온 나를 욕보여?!”
퍽─!
계속되는 구타에 이지의 피가 사방에 튀었다.
이에 멍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치의 여성이 난입해서 최진철을 뒤로 밀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이사벨! 잠깐만 진정해 봐……!”
이사벨의 돌발적인 행동에 그녀와 같이 서 있던 여성들이 그녀를 말렸다. 어깨에 손을 넣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 전력을 다해서 말렸다.
물론 말리는 그녀들도 화난 눈치였다.
분노한 감정이 가면 속 안광을 통해 드러났다.
그녀들도 말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주변을 봐라.
“누구지?”
“누구길래 쇼에 멋대로 끼어드는 거야.”
“늑대 가면을 봐도 감이 안 잡히냐? 딱 봐도 뻔하잖냐. 아, 가면을 벗었군. 가면무도회에서 가면을 벗어도 되려나?”
이들 중 아무도 그녀들의 편이 없었다.
도리어 가면을 벗고 이지와 최진철 사이에 끼어든 이사벨을 못마땅한 눈치로 쳐다봤다.
심지어 이지를 구타하는 장면을 쇼라고 평가했다.
다들 술에 심취해, 말이 잘못 나왔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동물원 원숭이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도 모르게 살기를 왕창 내뿜을 것 같아서.
지금 이 기분을 최대한 가라앉혔다.
그와 동시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녕 내가 지키고 싶던 인간들인가?
제 수명을 깎고 마모시키면서까지 구해줄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그런 내 생각에 시스템이 호응했다.
띠링.
[서브 퀘스트 : 마스커레이드의 종막(終幕)] [설명 : 당신은 가면무도회의 이면과 마주했습니다. 무도회가 시작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 슬슬 종막의 때가 다가왔습니다. 당신은 침묵을 선택할까요 아니면 응당 벌 받아 마땅한 이들에게 처벌을 내릴까요.대국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서브 퀘스트입니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할 뒷감당은 오롯이 당신의 몫일 것입니다.] [클리어 조건 : 방관 혹은 처벌] [성공 시 : ───] [실패 시 : ───]
내가 원했던 인간상은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런 말로는 아니었다.
콰득─!
싸늘하게 식은 눈빛, 코에서는 비릿한 혈향이 맴돌았다.
그것이 눈앞에서 맡는 향인지 입안에서 나는 향인지 구분할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