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08화(20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08화
가면은 추악한 민낯을 가리기 위해서(3)
하하, 호호 웃는 소리가 지하에도 들린다.
주머니에 푸른 가루를 가득 챙긴 나는 그 웃음소리가 무척이나 불쾌하다고 생각했다. 웃는 사람에게는 복이 온다고 하지만, 그 웃음이 타인의 고통이 깔린 웃음이라면.
과연 복이 들어올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한번 실험해 보는 거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 사격 실력과 저들의 복.
둘 중 무엇이 더 우위에 있는지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총이 필요하다.
내 수중에는 총이 없었지만, 마침 이 근처에 총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 바로 최진철의 컬렉션.
─도둑질이라도 할 생각이야?
“도둑질이라니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나는 그저 총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려는 것뿐이다.
총을 보관하고 전시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는 그저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 맞게 사용할 사냥꾼이라고.”
─그러면 도둑질하는 사냥꾼이네.
“듣기 좋게 해방자라고 말해주지 않을래?”
총을 비롯한 온갖 물건들을 본래의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다.
물론, 주인이 이를 보게 된다면 노발대발하겠지만 원래 총알 한 방이면 뭐든지 이루어지는 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배웠다.
덜컥─!
나는 거대한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타마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진열장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최진철이 소개했던 바로 그곳이다.
지하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저택이 넓고, 중간중간에 경비원들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꼴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워낙 빠르게 달려들다 보니.
힘 조절을 못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어, 아직 숨이 용케 붙어 있군. 그래 봤자 지혈이 안 돼서 금방 죽겠지만.”
“이런 살인자가…… 네가 여기에서 살아서 도망칠 가능성이…….”
말을 하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경비원.
조용히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염력」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렇게 무형의 힘이 경비원의 복부를 강하게 강타했는데,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장기가 터져 버렸다.
원래는 뼈가 힘을 분산시켜서 죽지는 않을 정도의 고통만 받도록 조절한 것인데.
‘내 마음대로 잘 안 되네.’
아직 내 마법에 대한 실력이 미숙하다는 증거였다.
눈앞의 경비원도 내 미숙함에 죽은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다소 허무한 최후였으리라.
경비원이라는 직업답게 치열하게 지키다가 죽은 것도 아니고, 「염력」 한 방에 장기가 터졌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끝까지 내뱉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 어 이러면 아, 안 되는데……!”
죽은 경비원 옆에 있던 자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도 「염력」에 맞은 터라 정상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했고, 또 나를 두려워했다.
또한 자신의 주인이 죽을 것을 염려했다.
나로서는 웃기는 일이었다.
짐승들의 연회를 지키는 경비원들이 충심을 품다니.
‘가면무도회는 익명으로 즐기기 위한 연회가 아니다.’
그들의 가면은 추악한 민낯을 가리기 위한 수단.
사람이 짐승의 가면을 쓴 것이 아니라.
“동물의 사람의 탈을 뒤집어쓴 것이지.”
그리고 나는 그 탈 너머의 동물을 엽총으로 사냥하는 사냥꾼.
모든 짐승들의 숨통이 끊기는 그 순간까지, 내가 할 일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을 지키려는 충견들도 마찬가지다.
덜컥!
진열장의 문을 억지로 열었다.
그 안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챙겼다.
필요한 무기들로 무장하고, 벨트를 챙기려고 했는데 유독 이 부근의 보안이 견고했다. 상급 마법 중에서도 방어에 치중된 마법을 몇 겹이나 덮었다.
던전을 통째로 불태웠던 마법이라면 뚫을 수 있겠지만, 사냥꾼은 모든 사냥감을 포획하기 전까지는 방심하지 않는다.
벨트는 나중에 와서 챙긴다.
우선.
“짐승들을 한 곳에 몰아볼까.”
화르륵.
손가락 끝에 불을 피웠다.
그리고 그 불 위로 가루를 담은 주머니를 던졌다.
천사의 티끌, 사람을 좀 먹게 만드는 가루를 불에 닿았다.
바로 그 순간.
펑──!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강력한 화염 내성을 갖추고, 미리 방어막을 펼쳤던 내 몸에 폭발의 여파는 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도의 경비원들과 무도회장의 손님들은 어떨까.
분진 폭발은 조금 거들 뿐.
방금 그 폭발의 진의는 그들을 가두기 위함이었다.
“짐승을 뒤탈 없이 사냥하기 위해서는 한 마리도 빠짐없이 구석으로 몰아야 하는 법.”
어미를 사냥하다가 놓친 새끼가 훗날 거대한 짐승이 되어서 돌아온다는 흔한 전개는 사절이다.
나는 한 번 사냥할 때마다 완벽을 추구한다.
한 마리라도 놓치는 일이 없게끔.
─네가 죽이지 않은 경비원도 방금 그 폭발에 휘말려 죽은 거 알아?
“당연히 알지.”
─그러면 왜 그랬어? 늑대를 사냥하려다가 괜히 오인한 거 아니야?
방금 그 폭발로 저택 복도에 무시무시한 폭풍과 열풍이 불었다.
저택 자체는 무척이나 비싼 돈을 들여서 공사했기 때문에 창문이나 벽이 조금 무너진 것으로 끝났지만,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은 아니었다. 그 폭발의 여파로 다소 허무하게 죽었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 알고 있나?”
─거짓말에 대한 위험을 심어주려는 동화잖아. 예전에 네가 책을 읽을 때 심심해서 읽어본 적 있어.
“그 책에 대한 감상은 어떻지?”
─과연 우화(寓話)다운 책이었어. 겉치레 말일뿐이더군. 이 시대의 아이들은 그런 동화에서 교훈을 얻나? 양치기 소년의 일관된 진술은 도리어 사람의 의심에 빠뜨리지. 거짓을 진실과 교묘하게 엮으면 되는 것을 어렵게 설명한다니까.
“그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지만, 뭐 풍자적인 내용의 교훈은 제각각 해석하기에 따른 다르게 받아들이는 법이지.”
과연 타마모의 해석은 간교한 여우다웠다.
어떤 의미로는 예상 내의 범주에 있던 대답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다.”
─그러면 뭔데?
“그저 몰아넣는 거지.”
폭발은 양치기의 거짓말이 되어, 마을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거짓말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 이상 거짓말은 믿지 않는다.
연속되는 폭발.
그럼에도 무도회장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며 사람들이 안심하는 바로 그 순간이.
늑대가 양들을 잡아먹는 순간이 될 것이다.
* * *
펑────!!
퍼버벙──!!!
계속되는 폭발에 무도회장이 흔들린다.
천장에서는 먼지가 떨어졌다.
거듭되는 돌발 상황에 최주석은 혼란스러웠고, 그의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일부 플레이어들만 침착했지만.
이미 공포와 광기는 전염되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폭발의 충격이 무도회장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부산물인 연기가 문틈을 타고 들어왔다.
자욱한 연기가 사람들의 코와 시야를 막는다.
쿨럭쿨럭,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거친 기침에도 연기는 멈추지 않는다. 마력으로 안구를 강화하고, 신체를 강화해도 이 연기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눈치 빠른 마법사는 깨달았다.
처음 무도회장에 들어온 연기는 진짜였을지 몰라도.
이 연기는 마법으로 이루어진 가짜라는 것을.
애당초 마법으로 진짜 가짜를 구분하는 것이 웃긴 짓이었지만, 이건 안개조차 아니었다.
‘어서 도망쳐야 해. 이 연기에 오랫동안 노출됐다가는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 거야.’
“용케도 눈치챘군. 그런 눈치를 진작에 발휘해서, 그 아이가 맞는 것을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잠깐만 어떻게 벌써 내 뒤에……? 아니, 그 이전에 속으로 생각한 걸 어째서…… 설마?!’
“머리는 비상하지만 행동이 느리군. 다행이야. 네가 무슨 짓을 하기 전에 처리할 수 있어서.”
펑──!!
무도회장 밖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소리에 손님들은 담담했다.
심지어 간이 큰 사람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와중에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과연 그들은 알고 있을까. 계속되는 폭발 소리가 실은, 사람이 죽는 소리를 감추기 위한다는 것을.
이토록 자욱한 연기에서는 아무리 강한 초인이라도 시야가 차단되게 마련이다. 학생들은 물론, 가면무도회에 참석한 A급 플레이어가 아무리 연기를 밖으로 방출해도 연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직 내 발걸음만은 여유로웠다.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면서 찾는 게 아니다.
‘시각이 아닌 청각에 의존한다.’
그것도 마음의 소리에.
평범한 소리는 폭발에 묻힌다.
하지만 사람들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다만, 타인의 마음을 듣는 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영역이 아니다.
오로지 깨달음을 얻고, 신통을 깨우친 신불(信佛)에게 허락된 경지.
나는 그 너머의 신통에 손을 뻗었다.
예전에 미리 깨우친 깨달음을 이곳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귀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음을 염탐했다.
[타인의 속내를 헤아리는 <타심통>이 트입니다.] [신통의 반경을 조절합니다. 일대에 위치한 257명의 마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
─아직 연애도 못해봤는데 죽을 순 없어! 차라리 내가 옆에 있는 놈을……!
─X발! 밖에서 느껴지는 이 인위적인 감각은 분명 사람의 것. 만일 그가 몰살을 원한다면…… 차라리 내가 다 몰살하고, 나도 폭발에 휘말린 척 분장할까?
이런저런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200개가 넘는 목소리가 겹쳤지만, 신통은 이 목소리를 일일이 분류할 힘을 주었다. 모든 속내가 또렷하게 들린다.
‘역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제거해야 돼.’
개인적인 살의를 제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의를 위해 미리 치워두는 편이 이로웠다.
타인의 마음을 듣게 된 나는 이 생각에 더욱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을 그렇게 처리한 나는 이윽고 최진철에게 도달했다.
처음에는 그를 죽일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우선 최진철을 기절시켰다.
괜히 그의 속내를 들었다가, 살심을 참지 못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죽이지는 않겠다. 대신.”
서걱.
기절한 최진철의 살점에 상처를 냈다.
본래라면 칼날의 형상을 한 불길이 상처를 냄과 동시에 환부를 지져서 출혈을 막았겠지만, 이번에는 「염력」으로 칼날의 형상만 조형했다.
상처에 저주를 넣어야 하거든.
벌써부터 지혈을 해서는 안 됐다.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라.”
나는 온갖 저주를 아주 꾹꾹 눌러 담았다.
최진철의 환부에 부여한 것은 타마모가 가르친 「시조의 주술」 가운데 가장 악독한 저주들이었다.
해주(解呪)하려고 괜히 마법을 사용하려면 마치 가시를 빼내려다가 더 깊이 박히는 것처럼, 저주의 독성이 독해진다.
“너는 앞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겠지.”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설령 「시조의 주술」을 완벽하게 해주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주하는 과정에서 심해지는 저주 때문에 최진철이 쇼크로 죽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다.
물론 남화연이나 타마모 같은 실력 외의 마법사가 손을 대면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그런 마법사를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나.
‘만난다고 하더라도 녀석을 도와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야.’
마법사는 실력만큼이나 자존심도 높다.
실력과 자존심이 비례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상급 마법사들은 권위에 미쳐서 오만하게 행동한다.
혹자가 말하기를 중세 시대의 귀족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하물며 상급 마법사도 그 모양인데, 그보다 위대한 대마법사는 오죽할까.
멀리 내다볼 것도 없다.
‘앞으로 녀석은 스스로의 힘으로 대마법사가 되거나, 기연을 만나지 않는 이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담이지만 최진철은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마약으로 고통 이상의 쾌락을 얻는다?
절대 못 얻는다.
구미호가 만든 「시조의 주술」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녀의 저주는 치밀하고 악랄하다.
쾌락을 얻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터냐.
“전부 네 업이라고 생각해라.”
이것은 길을 잘못 들고만 학생에게 미숙한 교사가 내릴 수 있는 최악의 처벌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할 수 있는 처벌이 이런 것밖에 없는 것을.
‘난 여러모로 선생에 안 어울린다니까.’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익숙해진 나는 누군가를 올바로 이끌 자격부터가 없었다. 차라리 이런 체벌이 편했다.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