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10화(21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10화
가면은 추악한 민낯을 가리기 위해서(5)
오른팔이 잘렸다.
그 일련의 과정을 나는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어느새 팔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충격파? 아니면 칼날?’
육안이 순식간에 잘려 나간 팔의 단면을 훑었다.
살, 근육, 혈관과 뼈가 잘린 흔적이 매끄럽지 않았다.
날카로운 무기나 칼날은 아니다. 수압도 아니다.
화상을 입은 흔적도 없다.
그렇다면 화염과 번개를 다룬 것도 아니다.
동상의 흔적도, 그렇다고 억센 무기를 사용하지도 않았어.
뭐지.
어떤 수단으로 내 팔을 절단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 얻을 수 있었다.
이 찰나의 순간에 오래 생각하지 않고, 다음 공격을 대비하는 것.
방석훈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면 그의 공격 수단을 포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늦는다.’
찰나의 한 수로 목숨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어차피 예측할 수 없었던 방석훈의 일격이 내 목이 아닌, 팔을 절단한 시점에서 놈은 내게 철저하게 분석당할 예정이다.
놈은 나를 죽일 수 있는 최고의 시점을 놓쳤다.
‘인생은 타이밍이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타이밍을 방석훈은 놓쳤고.
나는 거머쥐었다.
“물리력으로 내 몸을 찢은 건가.”
일대의 어그러진 마력.
그리고 유리처럼 깨진 흔적이 선명한 풍경.
마치 공간 자체를 휘어잡은 듯한 모양새는, 정말로 공간을 마음대로 조작한 방석훈의 마법이었다. 다만, [공간 마법]은 발동 조건이나 매질 따위가 무척이나 까다롭기 때문에 아주 정교한 설정이 필요하다.
방석훈은 [공간 마법]을 다루기 위한 조건을 자신의 양팔.
손에서 오는 근력을 기본적인 골조로 설정했다.
‘근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공간 마법]의 위력도 강해진다.’
마법사가 아닌 무인에게 어울릴 능력이었지만, 「신체 강화」로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고, 기물의 힘을 잘만 이용한다면 괴물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 저게 저놈의 손아귀에 들어갔네.
“그렇군. 어째선지 방금까지 진열장에 남겨둔 잔존 마력에서 돌연 「메긴기요르드」의 독특한 파장이 감지되지 않았거늘.”
나는 단 한 마리의 쥐새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오는 길마다 마력을 흩뿌렸다. 이는 일종의 GPS와 같은 역할을 소화했다.
처음에는 마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 탓에 내 인지 능력이 떨어지거나, 너무 많은 사람들의 마력이 뒤섞이면서 혼동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제3자가 「메긴기요르드」를 미리 챙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보안이 워낙 철저한 탓에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착용자의 근력을 두 배 높여주는 「메긴기요르드」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은 내가 방출할 수 있는 최대 출력의 화염을 방사해야지 겨우 뚫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거의 방공호에 가까운 보안이었는데.
“설마 이 집 주인의 눈알과 손가락으로 보안을 해제할 줄은 몰랐지.”
주르륵, 방석훈의 손에서 피와 뇌수로 젖은 눈알과 엄지손가락이 떨어졌다. 도망친 10명의 사람들 중 한 명.
최가의 가주 최주석의 흔적이었다.
“죽였나?”
“글쎄, 숨은 붙어 있을걸.”
“그렇다면 내가 확인사살을 해야겠군.”
방석훈의 손에는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졌다.
아직 피가 굳지 않았다면 이 근처에 최주석이 있다는 뜻이다.
혹시 모르니까. 마무리는 깔끔하게 지어야지.
그나저나 설마 방석훈이 최주석을 노릴 줄은 몰랐다.
그의 몸에서 진동하는 천사의 티끌 냄새. 역겨운 곰팡이처럼 느껴지는 내음은 그의 목줄이 최주석에게 달렸다는 의미와 같았다.
그런데 설마 강아지가 주인을 물어뜯을 줄이야.
순수하게 감탄했다.
저놈 반골의 상이네.
“훌륭하군. 솔직히 감탄했다.”
“……또, 뭐가.”
“과연 내 정신을 후비던 놈다워. 설마 타인의 육체로 정신 공격을 시도할 줄이야.”
억지로 비틀었는지 마디가 꺾인 엄지손가락과 방금 막 채집했다는 흔적이 역력한 생생한 기운의 눈알까지.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소변을 지렸을지도 모른다.
담이 약한 사람이라면 기절까지 했겠지.
물론 방석훈의 입장에서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
“응? 설마 너 시체나 잘린 장기 같은 거 본 적 없어? 높으신 분들은 음흉한 암시장과 자주 연관되니까. 당연히 경험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군. 난 또 그런 유약한 방식으로 정신 공격을 꾀하려는 줄 알았지 뭔가. 도륙한 인간의 파편을 이용해서 상대를 공포에 빠뜨리는 정신 공격은 역사가 깊으니 말이야. 시종일관 정신 공격에 진심인 녀석이라고 생각했지.”
“이런 게 무서워?”
“헛소리를. 당연히 잘린 내장이나 머리 정도는 자주 봤다. 아마 너보다도 많이 봤을 거다. 무엇보다도 내 경우에는 원치 않게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직접 도려낸 적도 많다.”
도축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는 짐승을 깔끔하게 사냥하지 못했다.
뭐, 애초에 깔끔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보아하니 이 저택 보안의 가장 위에 있는 것은 최주석의 신체 정보였을 터. 홍채와 지문 그리고 성문(聲紋)이지?”
“!!!!”
최주석에게서 저 3가지만 확보하면, 최가는 방석훈의 손에 들어올 터.
그의 행동 원리가 안 봐도 뻔했다.
초췌한 얼굴로 식은땀을 잔뜩 흘리는 방석훈은 천사의 티끌에 중독된 상태였다. 마약에 중독된 자들처럼 심한 몰골이었다.
물론, 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았지만.
도저히 자기 관리가 철저한 마법사라고 볼 순 없었다.
“홍채와 지문은 뻔히 알 수 있고, 주머니에 허겁지겁 넣은 탓인지 주머니에 핸드폰이 살짝 튀어나왔거든.”
“……아.”
“당신한테서 그 물건들만 챙긴다면 이 저택의 모든 귀물은 내 손안에 들어오겠지.”
“그건 안 돼.”
“왜? 그 마약만도 못한 역겨운 합성 물질에 매료돼서? 부족한 재능과 능력을 천사의 티끌로 보조할 수 있을 것 같나.”
보다 상위의 마법사가 되어서 강하지는 것은.
마법사로서의 당연한 본능이다.
하지만 그게 불법적인 약물에 손을 대고, 심지어는 인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추구할 가치는 아니었다.
그래, 내 눈앞의 사내처럼.
“……마인화?”
머리 위에 사람이 아닌 것의 뿔이 자라난다.
눈은 붉게, 방석훈의 체내에 마력 대신 마기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도대체 언제 변한 거지.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나저나.
세상에나 여기가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뭐, 이렇게 인간을 포기하는 놈들이 많아.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좀 살던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가면을 착용해서 제대로 긁을 수는 없었지만, 애당초 가려운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속마음이 심란하다.
“이 뿔 확실히 눈에 밟히지?”
“마인은 언제 됐지?”
“지금 당장. 사실 준비는 줄곧 하고 있었거든.”
어딘가 구슬픈 표정을 짓는 방석훈.
경지를 넘어서 대마법사가 되기 위해 사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표정은 아니었다. 도대체 그놈의 경지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강해지는 것만이 목표인 나와는 전혀 방향성이 달라서 그의 집념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필요는 없지.’
마인이든 뭐든 방석훈이 선을 넘은 순간부터 그는 나의 적이었다.
마인이 되었다면 더더욱 죽여야 할 이유가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더 이상은 봐주지 않았다.
애당초 그의 기습적인 [공간 마법]이 고작 팔을 절단하는 것에 그친 시점에서 승패는 정해졌다.
노릴 거면 목을 확실하게 노렸어야지.
물론, 내 목숨을 위협하는 일격이었다면 본능적으로 어떻게든 피했겠지만.
쿠구궁─!
돌연 붉은 섬광이 번뜩이며, 바닥을 울렸다.
섬광이 사라지고 눈이 빛에 적응한 그때, 방석훈에 눈에 들어온 것은 섬광이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크레이터와 뻥 뚫린 자신의 가슴이었다.
정말이지…… 격차가 너무 난다.
분명 입학식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일격에 패배한 그는 정신 승리라도 챙기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아주 얕은 공격이군. 내 피부만 스쳤다.”
“피부만 스친 놈이 그렇게 피를 철철 흘려?”
뻥 뚫린 가슴과 함께 여러 장기가 사라졌다.
심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마인의 재생이 엄청나다고 하지만 심장이나 뇌 같은 중요 장기가 통째로 사라지면 죽는 건 매한가지다.
이제 곧 죽을 방석훈.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는 이번 일로 남화연이 미묘한 관계가 되는 건 아닌가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었다.
방석훈 따위 어떻게 되든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는 선인도 악인도 아닌, 욕심 많은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으니까.
“방금 그 일격이 얕았다면, 다음 공격으로 확실하게 보내주마.”
적어도 눈은 편안하게 감게 해줄게.
바로 그때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짐승의 기척은 아니다.
사람의 것이었다.
지이잉─!
희미하게 들리는 기계음.
내가 무도회장에서 자의로 살려줬던 어느 소년이 나를 촬영하고 있었다.
기색과 외견을 보아하니 아카데미의 학생인 것 같은데, 죄를 짓지 않았다면 내가 손을 댈 이유가 없었다.
‘핸드폰 동영상은…… 나중에 쓸모가 있을 것 같으니 가만히 놔두고.’
기왕 촬영되는 거 변장 정도는 해야지.
특히 불꽃의 색이 그랬다.
더 이상의 자염(紫焰)은 없다.
자줏빛 불꽃은 백승우의 상징.
그렇다면 <매구>의 불꽃은 시커먼 악의처럼 검붉게 타올라야만 했다.
‘그게 이미지상으로 맞지.’
그래서 불꽃 위에 기존의 저주를 제거했다.
자색의 저주를 제거하고 의도적으로 검게 물들였다.
평소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 「쇠약의 저주」나 「출혈의 저주」를 혼용해서 더 검게 만들었다. 이 저주들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색이 칠흑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꽃과 저주를 혼합하는 건 처음이네.’
평소 내 저주는 불꽃의 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주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검붉게 넘실거리는 흑염은 방석훈을 불살랐다.
나는 그를 불태우기 전 최주석의 성문을 분석한 데이터가 담긴 핸드폰과 최주석의 엄지손가락, 눈알을 챙겨서 자리를 떠났다.
모든 전리품은 반지 속 공간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러던 와중 고개를 무도회장이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마음 같아서는 이지의 상태는 어떤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때마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그 난장판 속에서 누군가가 용케도 경찰과 협회에 연락을 했다.
그들은 반쯤 무너진 저택에서 대량의 시신을 발견했고, 언론사들은 이런 대형 이슈를 놓치지 않았다.
전국의 나름대로 힘 있는 권력자들과 최진철을 제외한 최가의 모든 일원이 죽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리고 다음 날, 후속 보도가 떴다.
계기는 어느 한 학생의 영상으로부터 시작했다.
10여 초 분량의 짧은 영상.
이것만으로도 범인을 추정할 수 있었다.
사건의 주범은 S급 빌런, <매구>.
마인들처럼 특별히 조직을 이룬 것 같지도 않고, 단독으로 S급 플레이어들과 마법사들을 몰살시켰다. 심지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아카데미 학생의 증언으로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직감했다.
<매구>의 힘은 S급보다 강하면 강했지.
랭커 못지않다고.
검은 불길을 다루는 여우 가면.
새로운 빌런의 등장에 사람들은 경악하면서도 두려워했다.
한편 협회는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현장에서 찾은 증거를 토대로 분석했을 때.
이번 사건은 <매구>에게서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관찰이 필요한 대상이었고, 범죄에 손을 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들이 있었다.
심지어 집주인인 최주석의 저택 지하에서는 고문당한 시체나 불법적인 약물이 여럿 발견됐다.
정황만 따진다면 <매구>가 악인을 처단한 숨은 영웅이 돼버린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었지만, 진실은 본래 권력자의 입맛대로 바뀌는 법.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협회는 진실을 조작했다.
<매구>는 여전히 빌런, 죽은 사람들은 피해자임을 공고히 굳혔다.
협회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즉시 <매구>의 위험 난도를 높였다.
절대로 사람들이 그를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모든 행위가 <매구>가 원하던 방향인 것도 모른 채로.
세상은 새로운 거악의 탄생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