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11화(21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11화
사후 처리(1)
방석훈.
그는 남화연에게 마법을 배웠다.
그렇다고 제자는 아니었다.
“너는 내 제자가 아니다.”
“……스승님?”
“나를 스승이라고 부르는 것은 네 자유지만, 나는 너에게 별다른 가르침이나 비전을 가르칠 생각은 없다.”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
뭇 부모가 자녀에게 장난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방석훈은 정말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였다. 보다 정확하게는 고아원 인근 다리에서 버려졌던 아이가 바로 방석훈이었다.
기구한 삶을 살아온 그는 사회에 나가자마자 남화연을 만났다.
그녀는 방석훈의 재능을 보고는 그를 가르쳤지만.
안타깝게도 오성이나 재능이 남화연의 기준을 넘지 못했다.
모든 면에서 꽉 찬 육각형 같은 재능.
칠성 아카데미에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10위권을 유지하고, 이후에는 조교가 될 정도의 오성.
남들이 보기에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었지만.
남화연의 눈에는 남들과 다름이 없었다.
감히 마왕의 제자를 자처하기에는 부족한 점투성이였다.
‘……결국 이렇게 끝인가?’
돌연 전신을 옥죄는 통증에 정신이 현실로 돌아온다.
차가운 바닥과 타오르는 저택.
그 속에서 방석훈은 죽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죽었다.
마법사로서 축적한 대량의 마력과 지금까지 쌓아온 신비가 그의 죽음을 아주 조금 연명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수님의 말을 진작 들을걸.’
흐릿한 의식 속에서 뚜렷한 기억이 스쳐 간다.
바닥에 누워 피를 흘리는 방석훈은 오래된 과거를 되감았다.
“너…… 내 밑에서 일하려고?”
“네, 그렇습니다!”
“네 성적이라면 차라리 길드에 입사해서 돈을 버는 게 훨씬 이득일 텐데. 내 밑에서 일하면 영감은 얻을지 몰라도 여러모로 힘들단다.”
개인 연구 시간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조교로 일하는 데 할애해야 된다.
능력에 비해 돈을 많이 못 벌고, 경우에 따라서는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과 감정적으로 대립할 수도 있다.
단점이 너무 많은 직장.
하지만 유일한 장점이 커도 너무 컸다.
영감(靈感).
그 한 단어가 마법사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질지는 같은 마법사밖에 모를 것이다. 아무리 배를 곯아도 작은 영감 하나로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번뜩이는 영감이다.
“저는 교수님의 밑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내 제자는 될 수 없을 텐데도?”
“……네.”
그렇게 사회 초년생은 남화연 휘하의 조교가 되었다.
그녀의 밑에서 진작에 여러 영감을 깨우친 선배들은 대하기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적응한 방석훈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삶.
고아원에서 뛰쳐나온 학생에게 꿈을 심어준 것은 남화연이었다.
그녀뿐이었다.
그래서 남화연의 뒤를 계승하기를 원했다.
그녀의 말을 보란 듯이 부정하고 후계자로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던가.
‘하지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교수님과의 격차는 감히 좁힐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지.’
원래 책 한 권을 읽은 사람보다, 책의 일부분만 본 사람이 무섭다.
많은 것을 알게 된 사람은 그 지식만큼이나, 자신의 수준과 역량을 깨닫게 되기에 방석훈은 금방 스스로의 그릇을 자각했다.
방석훈은 대기만성의 재목이 아니다.
그저 적지 않은 수의 수재들 가운데, 한 줌의 모래와 같은 천재들 중 한 명일 뿐이었다.
1,0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유일무이한 재능을 타고난 마왕의 발자취를 쫓아가기에는.
올라야 할 태산은 너무나도 가파르고, 그림자는 너무나도 넓었다.
방석훈은 평생 남화연을 따라갈 수 없을 터.
그래도 그는 꿈을 향해 전진했다.
그녀의 마법을 오직 육안으로 분석해서, 공감각(共感覺)을 이용해서 상대 정신에 영향을 끼치는 마법도 개발했다.
아직은 정신을 단순히 흔드는 것에 불과하지만.
시간과 영감만 충분하다면 정신과 관련된 마법에서 권위 있는 논문을 저술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타인을 치켜세우지 않고, 칭찬에 박한 남화연이 방석훈의 노고에 어깨를 두들길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곧 타락의 유혹에 빠지게 되었다.
누구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천사의 티끌.
인체에 무해하고 별다른 중독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했지만.
겨우 S급 턱걸이에 불과했던 실력을 가진 자신이 랭커의 말단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가루가 방석훈의 마력을 촉진하고 강화시키는 동안에는 최상급 마법사 부럽지 않은 마법을 뽐낼 수 있었다.
이 가루를 사용한다면 대마법사의 경지도 마냥 헛된 상상은 아닐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결국 교수님도 다시 돌아봐 주시겠지.
백승우의 등장 이래로 줄곧 초조했던 방석훈이었다.
그는 오죽하면 학생들의 사망으로 실의에 빠졌던 승우에게 천사의 티끌을 혼합한 담배까지 권유했었으나.
자신과 다르게 백승우는 가루에 중독되지 않았다.
그야 중독성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이미 천사의 티끌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돼버린 방석훈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이미 천사의 티끌에 중독되었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의존하고 있던 것이다.
스스로가 아닌, 가루 따위에 의존하는 마법사에게 발전은 없었다.
결국 그의 최후는 천사의 티끌 위에서 이루어졌다.
기우뚱.
화재로 저택의 바닥이 살짝 기울더니,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던 방석훈을 지하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 자리에는 대량의 천사의 티끌이 발견됐다.
그토록 원했던 물건이었지만 방석훈은 기뻐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죽어가는 몸으로는 기뻐하질 못했다.
‘볼품없네.’
그저 망가진 자신의 최후를 한탄하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심장은 멈췄다.
죽음을 억지로 연명하던 마력도 그 쓰임을 다했다.
그때 마침 저택을 살라 먹는 화염이 지하로 내려왔으니.
후웅─!
열풍에 천사의 티끌이 공중으로 솟았다.
마지막으로 화염에 휩싸여 열풍과 함께 두둥실 떠오른 가루들은 마치 광배(光背)와 날개처럼 보였다.
이내 화염과 전소하는 가루와 시체.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의 티끌이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더 높은 경지를 갈망하던 한 마법사의 최후였다.
* * *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으스러진 방석훈과 다르게.
승우는 이번 가면무도회에서 얻은 것이 참으로 많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모든 액세서리가 오래되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구야자에게 수리를 맡긴다면 문제없겠지.’
첫 번째로 손아귀에 들어온 것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은 지난 잡화들이었다. 전부 최진철의 컬렉션이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체계의 마법을 담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래된 마법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도태되고 잊힌 데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니까.
그래도 「태초의 룬」이나 「시조의 주술」, 「용언」처럼 수천 년 전에 체계가 잡혔음에도 현존하는 마법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지닌 마법들도 여럿 존재했다.
‘이건 그것들에 비하면 한 끗 차이로 부족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이나 동료들에게 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지.’
물론 최진철 학생의 저택을 털어서 얻은 전리품인 만큼, 학생들과 조교인 무궁에게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 에르제베트에게 줘야겠다.
‘나머지는 내 거다.’
낡다 못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벨트.
수선과 동시에 가공이 절실한 늑대의 가죽.
그리고 낡아서 노리쇠가 작동하질 않는 엽총까지.
이 세 개의 물건은 승우가 사용할 물건이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매구>의 소유물이었다.
‘내가 이 물건들을 수선하고, 내 싸움 방식에 맞게 가공해서 사용한다면 더 많은 활약을 할수록 <매구>의 악명은 높아지겠지.’
지금쯤이면 경찰과 협회에서 시체들을 이송하고, 무도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명단을 확보했을 터.
그렇다면 저택에서 많은 물건들이 사라진 것도 금방 눈치를 챌 것이다. 특히 최진철의 컬렉션은 유리 진열장과 마법으로 보관되어 있었는데, <매구>가 전부 부숴서 강탈했으니까.
향후 <매구>가 그 무기들을 사용해서 이름을 날린다면.
무기들에 얽힌 이야기도 점점 입소문을 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나에 대한 악명과 함께 암시장을 비롯한 음지에서의 영향력도 갖출 수 있겠지.’
질서와 규율로 지켜지는 양지와 다르게.
음지는 혼란스러운 무법지대에 가깝다.
물론 음지에서도 큰 덩치를 자랑하는 단체와 인물들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태생이 반골인 사람들이 많아서 덩치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한다.
‘음지에서는 빌런으로서 영향력을 갖추고, 양지에서도 나일테일 길드를 이용해서 권력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직면하게 될 대부분의 시나리오는 가볍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굵직한 메인 시나리오를 제외한다면.
앞으로 승우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심지어는 그런 한정적인 적들을 상대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보다 확실하게 안정적인 미래를 향해.
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설령 악인의 탈을 뒤집어쓰고, 악행을 벌인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대의를 짊어진 일이라면 뭔들 뭣하랴.
‘칭송과 찬사는 이미 살아생전 받을 만큼 받았어.’
혹자는 위대한 영웅으로.
혹자는 흔들리지 않는 불굴의 군주로.
혹자는 강력한 검사로.
혹자는 자신들을 구원한 신앙의 대상으로서 승우를 섬겼다.
이미 충분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러니 이제는 반대의 소리도 들어보는 것이다.
세상에, 사람이 어떻게 좋은 것만 듣고 살 수 있을까.
욕 같은 것도 먹고사는 게 삶이지.
<매구>라면 가면 뒤로 그 어떤 욕과 비난을 들어도 괜찮았다.
그런 말에 흔들릴 정도로, 철혈(鐵血)에 의해 달궈진 심장은 무너지지 않는다.
「철혈군주의 인내」
설명 : 쇠와 피를 다스리는 군주의 인내를 모방합니다. 당신은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강철 같은 날카로움과 서늘한 판단력을 잃지 않을 것이며, 마음으로는 봉화처럼 타오르는 혈류가 끓어오를 것입니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
군주의 덕목인 인내를 강제로 몸에 새긴 결과, 그 무엇도 승우를 흔들 수 없었다. 승우가 흔들리는 순간은 오직 스스로가 흔들렸을 때뿐.
결코 타의로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고 말지.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네.”
몸이 회복 불가능에 가까운 처지가 되고 나서야 검사로서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마법사로서 강해지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마, 승우가 여기서 마무리했다면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가는 길에 에르제베트가 먹을 맛있는 음식도 사서 내일 아침에 먹고.
정말 알찬 하루가 되었겠지.
하지만 그는 기어코 핸드폰으로 자신의 전적을 검색했다.
순수하게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를 확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매구>의 행적에 따라서 그를 S급 빌런으로 지정하겠다는 협회의 발표였다.
“……이걸 벌써?”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S급 빌런으로 승격시키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플레이어 협회가.
돌연 극단적인 수를 취했다.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해서 <매구>의 위험도를 높임과 동시에 시선을 분산시킬 생각인가?’
최가는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력을 자랑한다.
그들이 채굴하고 수출하는 남해안 광석의 품질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가문에서 주최한 가면무도회에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참여했을 리는 없었다. 당연히 수준이 맞는 사람들을 초대했겠지.
승우는 아무 감정 없이 그들을 사냥했지만.
그들도 양지에서는 어엿한 정치인이자 건실한 사업가였다.
지금 <매구>의 악명은 국내에서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유명해지기 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