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13화(21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13화
사후 처리(3)
길었던 주말이 끝나고 평일이 찾아왔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 준비를 했다.
본래라면 아무 음식이나 영양소가 있다면 입에 집어넣었겠지만, 이제는 식구가 한 명 늘었으니 맛도 신경 써야만 했다.
“아무래도 아침부터 파스타는 너무 무거운가.”
“……나는 좋아.”
점심은 내가 따로 챙겨주기가 힘들어서 아침에 힘을 줬는데.
방금 일어난 소화 기관이 면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물론 내가 아니라 에르제베트 말이다.
내 소화력은 고작 면 따위에 굴복하지 않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제대로 된 음식을 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에르제베트의 소화력이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소화가 힘들면 아침은 가볍게 차려주고.
점심에 집으로 돌아와서 음식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는데, 비몽사몽 중에 포크로 면을 용케 입에 넣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맛있다는 표정으로.
‘……맛있다. 이거 부드러워서 맛있어.’
뭉툭한 어린이용 포크로 면을 집어먹는 에르제베트.
지금 그녀가 먹고 있는 것은 카르보나라로 베이컨도 많이 넣고, 옆에는 잘 구운 바게트도 올려놨다.
옷을 갈아입고 오니 그새 다 먹었다.
그릇까지 핥았는지 설거지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참고로 설거지는 마법이 알아서 해준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몇 년 내로 멸망에 준하는 재앙이 여러 차례 온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지.
“……잘 다녀오세요. 아빠.”
“그래, 금방 다녀오마. 점심은 집에 있는 케이크랑 빵으로 해결하고, 저녁은 직접 만들어줄게.”
“……응.”
이제 출근하려는데, 잠이 덜 깼는지 아니면 배가 불러서 그런지 졸린 표정으로 얼굴을 비비는 에르제베트가 안부 인사를 전했다.
나는 그녀의 머릴 쓰다듬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모르는 사람이 현관문을 두들기면 열어주지 마라.”
“중요한 소포가 오면?”
“그런 건 없다. 설령 오더라도 내가 없는 와중에 보낸 물건이니 그 정도로 중요한 물건일 리는 없다.”
정말 중요한 물건이라도.
알 사람은 전부 다 아는 내가 근무하는 시간에 보낸 물건이라면 상대방의 저의가 의심된다.
높은 확률로 긍정적인 이유는 아닐 터.
그런 것보다는 에르제베트의 안전이 훨씬 중요했다.
「파이로키네시스」
내 고유한 마법으로 불길이 허공에 얼키설키 뒤엉키더니, 이내 저택을 감싸고 있는 희미한 문자들의 틈으로 스며들었다.
저택을 감싼 방어 마법의 위계를 한 단계 높였다.
마법에 불꽃의 숨결이 깃들었다.
방어와 동시에 요격 기능을 갖췄다.
방공호, 그 이상의 방어력과 내구를 지닌 저택은 이제 안전하다.
행여나 방공호를 뚫을 정도의 힘을 가진 외부인이 오더라도, 저택의 마법을 부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커다란 소리가 날 것이다.
이 저택은 아카데미 근처에 있는 건물.
무슨 일이 생긴다면 즉각 대처할 수 있다.
대비는 완벽했다.
* * *
혼잡한 교무실.
기말고사 준비로 한창 혼란에 빠진 조교들은 서둘러 움직이며, 수업과 시험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칠성 아카데미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처럼 큰 시험은 으레 밖에서 하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독 사건 사고가 많아서 교내 필기시험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예정에도 없는 필기시험을 준비하느라 각 과목의 교수들과 조교들이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몸을 사용하는 무예학과 사냥학 같은 과목은 어떻게 시험을 치를 것이며, 마도학과 치유학 같이 암기할 내용이 많은 시험은 교과서의 어느 부분에서 시험을 출제할지 토의하는 등.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108p부터 맞지?”
“야, 우리가 언제부터 교과서대로 진도를 나갔다고 그래. 그냥 애들한테 유인물이나 나눠줘야지.”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애당초 무예학으로 무슨 필기시험을 보냐고. 매 교시마다 단련밖에 안 하는 수업인데.”
그래도 남화연 교수 휘하는 생각보다 혼란스럽지 않았다.
기말고사 시험의 초안을 잡는 남화연이 하루 만에 시험 범위와 시험 내용을 출제했다. 남은 것은 조교들이 해당 문제들을 직접 풀어보고, 기말고사로서 타당한 분별력과 난이도를 갖췄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라면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나…… 실은 멍청했나?”
“이 쉬운 문제가. 단순하게 공식에 넣어서 풀면 되는 문제가 왜 안 풀리지. 왜, 어째서?”
“사실 이 시험들은 학생들이 아니라, 우리를 가려내기 위한 시험이 아니었을까? 그래, 분명 그럴 거야. 그게 아니고서야 5번 문제부터 막힐 일이 없잖아.”
이 문제들, 조교도 못 푼다.
대부분의 조교는 3학년 과정까지 모두 이수한 졸업생이다.
그래서 고작 1학년 문제로 고전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이건 아예 장르가 달랐다. 지금까지 그들이 배워온 모든 상식을 뒤흔드는 문제들투성이였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다.
과연 남화연다운 난이도였다.
그런데 조교들이 문제의 난이도에 정신이 나갔는데, 학생들은 오죽할까.
절대로 못 푼다.
30문항 가운데 세 문제라도 풀면 다행이다.
아마 그 학생은 1등급을 받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인생이란 무수한 부정 속에서 긍정을 외치는 법.
“다 풀었습니다.”
“그래? 채점은 했니.”
“할 필요도 없습니다. 1학년 수준에 딱 맞는 문제들이라서 크게 고전하진 않았습니다.”
“네가 그렇다면 내가 더 볼 필요도 없겠네.”
문제 확인을 위해서 조교들이 문제를 풀고, 그 뒤에 남화연이 감독으로 서 있었다. 그들의 풀이 과정을 모두 살핀 남화연은 내 시험지 위로 100점이라고 채점했다.
참 우스운 일이었다.
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고작 학생들 문제 전부 맞혔다고 100점짜리 시험지를 받다니.
은근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조교들의 반응은 달랐다.
“저거 진짜야?”
“교수님이 저렇게까지 하신 걸 보면 진짜겠지.”
“이거 정말 새로운 실세가 정해진 셈이네. 방석훈 선배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수석 조교님도 최근 교수님 곁에 있는 일이 적잖아.”
“에이, 아무리 그래도 백가의 가주인걸. 교수님의 측근이 될 리가 없잖아.”
“그래, 측근이 아니라 동등한 협력자일 가능성이 크지.”
“……그거 일리가 있는데?”
최근 들어서 나와 남화연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남화연은 내게 수업의 보조로서 활동할 것을 요구했다.
거절할 수 없는 상급자의 명령.
딱히 어길 이유도 없었기에 1학년 교과서를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단순히 암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한 활용도 전부 익혔다.
그 덕분에 남화연의 시험 정도는 간단했다.
문제는 학생들의 시선에서는.
조금, 아주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교수님, 시험 난이도를 완화하도록 하죠.”
“왜? 그거 애당초 만점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만든 시험지인걸?”
“학생들 중에서 아무도 이 문제를 전부 못 풀 것입니다.”
”조교 포함이야.”
“……전 예외로 치죠.”
나한테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의 내용은 전부 1학년 때 배운 내용의 활용이자 연장선이었다.
그 대신 학생의 시선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전지적인 시점으로.
문제를 모두 파악할 수 있는 마법사야말로 이 문제들을 전부 풀 수 있었다. 보통은 한 문제도 힘들다.
“교수님 1등급을 20점으로 만들 생각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랬다가는 이사장님한테 불려갈지도 모릅니다.”
“그 근육 양반보다 내가 더 강해. 이미 황혼도 지난 늙은이인걸. 그나저나 그 점수는 20점 만점의 20점이라는 소리야?”
“당연히 100점이 만점이죠. 수행평가라면 모를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무조건 100점이 최고점이니까요.”
어이없다는 말투에 남화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문제가 많이 어렵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문제들을 조교들에게 검수하라고 맡긴 것은 모든 조교들의 대략적인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
가 아니라 단순히 놀려주고 싶어서였겠지.
실제로 남화연은 일부 문항은 수정하기로 했다.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5문제는 수정하도록 할게.”
“……감사합니다.”
“대신 문제는 네가 내도록 해.”
“……제가 문제를 출제하면 파장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조교들과 학생들, 그리고 다른 교수님들한테도 말이죠.”
“출제자에는 내 이름만 올릴 테니까. 만들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마음껏 만들어도 좋아. 그 대신.”
후우, 남화연이 숨결이 내 귀에 닿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교들이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입으로 손을 막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무렵.
“─내 명예를 실추시킬 만한 문제를 출제 말렴. 알겠지? 난 지금 너한테 거는 기대가 크단다, 나의 제자야.”
“……암요. 스승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남화연의 은근한 말투.
그 말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남화연이 제 갈 길을 갔다.
그녀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자, 나는 숨을 돌렸다.
어우 숨 막히는 줄 알았네.
무슨 위압감이 저리도 클까.
마법사로서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남화연이 얼마나 까마득한 위치에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게 되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잠시 숨도 돌릴 겸 핸드폰으로 뉴스를 틀었다.
세상 돌아가는 일 좀 보려고 했는데.
때마침 나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정확하게는 여우 가면을 착용한 빌런 <매구>에 대해서, 기존에 미리 채택한 사대 악인과 함께 놈을 추가해서 오대 악인으로 부르겠다는 기사였다.
‘나 원 참, 내가 이놈들과 동급은 아니지.’
사대 악인.
4명의 악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들은 말 그대로 인간의 몸으로 무수히 많은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다.
마인들 중에서는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한 개체들이 몇몇 존재하지만.
인간을 포기한 마인들과 달리, 사람의 육체를 가진 자들 중에서는 본래 4명이 유일했다.
피로 피를 불러일으킨 살인자, 혈마(血魔).
마인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엄한 시민도 서슴지 않고 죽이는 미치광이, 구마(驅魔).
검의 녹을 벗기기 위해서 강한 무인의 피를 검에 흠뻑 묻히는 변태, 검마(劍魔).
민간인과 플레이어, 마물을 대상으로 알 수 없는 불법적인 시술을 시행하는 불법 면허 의사, 괴마(怪魔).
이들이 바로 사대 악인.
마인은 아니기에 차마 그들과 같이 명명할 수는 없지만, 협회의 입장에서는 둘 다 비슷한 부류의 놈이기에 명칭 뒤에 마(魔)를 붙였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 놈들과 함께 악인으로 선정된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검은 불길의 마귀, 화마(火魔).
“졸지에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악인이 되었네.”
적어도 인간 한정으로는 그렇다.
이토록 악명이 빨리 쌓인 것을 기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여러모로 난감했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렇게 많이 죽였나?”
노예 시장에서 수백 명.
가면무도회에서 이백 명.
천 명 정도 죽인 게 전부였다.
이 세계에도 인권은 존재했지만, 워낙 삶을 위협하는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에 사건은 종종 일어나는 편이다.
1년에 1번은 1,000명 정도가 사건으로 죽는다.
올해는 그 주체가 나였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 천 명을 죽인 게 그렇게 잘못인가.’
일반적인 감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나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천 명 이상의 사람들을 죽여왔는데, 이 세계에서는 고작 몇 명 되지도 않는 나쁜 놈을 죽였다고 최악의 범죄자 중 한 명이 되었다. 물론 죽인 자들이 전부 권력을 가진 자들이라서 어느 정도는 감안할 수는 있었지만.
확실히 사람의 목숨과 인권의 무게가 조금 다르구나.
내가 살던 세계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운이 나쁘면 방어벽을 넘은 마물의 무리가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죽음이 너무나도 만연했다.
아무리 이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도.
이 부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평생토록 이해하지 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