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16화(21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16화
인체 마법(1)
이사회.
그들은 칠성 아카데미의 주축이었다.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고 아카데미를 널리 알리는 역할은 교수의 몫이었지만, 이사회는 그들에게 교육비와 연구비를 지원하는 실질적인 물주들의 모임이었다.
이 거대한 아카데미를 건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투자한 자본의 단위에 따라서 그들의 서열은 조금씩 바뀐다.
“나, 나는 이사회의 원로일세. 수십 년 동안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그런 의미에서 히스테릭한 노인은 아카데미 건축과 운영에 둘 다 도움을 준 원로였다. 그의 말에 이사장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이 노인에게 눈치를 주지 않은 것이 그 증거였다.
어쩌면 노인의 생각에 동의할 순 있어도.
지금 그의 행동은 격식이 떨어졌으니까.
아무 말 없이 분위기만 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이사장과 노인은 열렬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노인만 열렬했다.
“내가 이 아카데미를 구상하던 자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얼마나 했는지 떠올려보게. 부지 내부의 건물 몇 채는 내 돈으로 지었다네. 심지어 매년 교육비와 연구비로 얼마나 냈는지 알고나 있는가?”
“그래, 꽤 많이 투자했지.”
“그러면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걸세. 자네는 지금 가장 큰손을 놓치는 짓을 하고 있다네.”
“가장 큰손?”
하,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내뱉은 이사장은 눈을 감았다.
저 노인네. 자신을 제외한 사람에게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독선적인 독불장군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었을 줄이야. 이사장은 크나큰 두통을 느꼈다.
아카데미의 가장 큰손?
이 거대한 부지를 매입하고, 부지 내부에 수많은 환경들을 조성하고, 크고 웅장한 건물들을 짓는 데 들어간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그리고 그 금액의 대부분을 투자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이봐, 병만이. 그 논리로 따지면 지금 그대와 말씨름하던 사내야말로 이 아카데미의 진정한 주인이지.”
“……뭐라고?”
“큰손이라고 대우해 줄 것이라면, 이 아카데미의 이사장 자리는 지분이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야 하지 않겠나.”
이사장은 전직 하이랭커였다.
많은 돈과 인맥, 명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을 가지고 자신이 구상하던 현재의 아카데미를 짓는 것은 무리였다.
예산이 부족했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30% 이상, 최대로 잡으면 50%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결국 아카데미를 기존의 계획보다 축소해서 지으려고 결심하던 순간, 그에게 흔쾌히 거액의 돈을 투자한 집안이 있었다.
그 금액은 그의 부족한 50%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대신 그들은 그 대가로 칠성 아카데미의 지분을 원했다.
정확히 51%의 지분.
주객이 전도될 정도의 지분이었지만, 그들은 이사장에게 말했다.
그 지분을 자신들이 함부로 휘두를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 말에 신빙성은 없었지만, 이사장은 왠지 모르게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었다. 해당 계약을 체결한 이는 한 쌍의 부부였다.
그들은 백씨의 부부로, 둘의 모습은 너무나도 화목하고 따스해서 이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계약을 체결하고 말았다. 설마 이런 부부가 51%의 지분을 함부로 휘두를 일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막대한 자본으로 건축된 칠성 아카데미.
북두칠성의 일곱 별을 따서 만든 아카데미는 결국 세계에서 손꼽히는 교육 기관이 되었다. 그 명성과 실적에 이제는 다른 기업과 가문에서 자신들의 투자를 받아주기를 간청했다.
혹시 모를 콩고물을 바라는 것이다.
그 모습에 이사장은 비웃음을 내지었다. 이 아카데미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부부조차 이권을 바라지 않거늘.
후발 주자들이 욕심을 부리는 꼴이 우스웠다.
비록 눈앞의 노인은 후발 주자는 아닐지언정, 그와 대치한 젊은 사내만큼은 아니었다.
백승우. 그는 젊은 부부로부터 아카데미의 지분을 양도받은 당사자였다. 이권 없는 가주라고 불리지만, 이사장은 알고 있었다.
부부가 사후 직전에 자신들의 모든 권리를 아들에게 양도했음을.
“칠성 아카데미의 절반 이상은 천호백가의 자본에서 비롯됐다.”
그러니 이사장으로서는 노인보다 백승우를 더 편애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사장의 자리도 교체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좀 닥치시게.”
노쇠한 몸으로 이사장의 자리를 줄곤 지킬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사장은 돌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에 대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백승우.
지난번 이면세계에서 그의 활약을 본 이후로 든 생각이었다.
만일 그가 지분을 바탕으로 이사장의 자리에 오른다면, 행여나 오르지 않더라도 그 많은 지분을 바탕으로 아카데미에 어떤 바람을 불어올까.
그 모습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젊은 부부는 여우의 꼬리처럼 푹신하고 포근했지만.
어린 여우는 요망하고 차마 속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게 물든 것이 이사장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둘 다 거기까지 하시죠.”
“뭐라고?! 어딜 어린 놈의 새끼가 명령질을……!”
“그러도록 하지.”
둘의 대화를 끊는 백승우의 말.
노인은 진정하지 않았지만, 이사장은 그의 말을 따랐다.
과연 백승우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사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한정적이었다. 십중팔구 거래겠지. 그것도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세운 거래.
“그렇게 제 강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성과로 증명하죠.”
“그렇군. 대신 조건을 걸도록 하지.”
“이득과 손해는?”
조건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반사적으로 이익과 손실을 따지다니.
과연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을 보유한 가문의 가주다웠다.
“다만, 너무 거창하면 안 된다네.”
“그러면…… 금서고로 하죠.”
“네 이놈! 금서고가 이곳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도 있는지 알고나 있느냐? 당장 몇 년 전에 자그마치 수십 명이 미치거나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단 말이다! 교수들 중에서도 금서고를 자유로이 열람할 수 있는 자는 몇 없다. 그 탓에 이사회도 금서고에 대한 접근이 힘든데, 하물며 너 같은 애송이가 금서고에서 무슨 사고를 칠 줄 알고!”
안다. 잘 아니까 운을 뗐겠지.
언제나 원하는 거래가 있다면, 원하는 것보다 더 크고 높게 부르는 법이다. 그래야 딱 원하는 수준까지 맞출 수 있는 게 바로 거래의 정석이다.
“그러면 딱 한 권만.”
“……아.”
금서고에서 단 한 권의 열람.
아니, 굳이 ‘열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걸 보면 책 한 권을 아예 가져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건 조금도 깊은 대화를 나눠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가 어찌 됐든 금서고에서 책 한 권이라.
솔직히 간단한 조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고 어려운 조건은 더더욱 아니었다. 금서고에 초월적인 힘을 얻게 만들어주거나, 다른 차원의 생물을 소환하는 무시무시한 마법은 없었다.
그저 위험한 마법과 내용을 저술한 책들을 망라하여 금서고에 넣은 것뿐이다. 시대에 따라서는 종교와 가치관에 대해 적힌 책도 금서고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금서고 자체의 열람은 무리가 있지만, 책 한 권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그렇기에 이사회에 소속된 대부분의 임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눈치였다.
이상한 조건도 아니고,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요구였기 때문이다. 물론 백승우가 그에 걸맞은 강의 수준을 증명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겠지.
그 경우의 페널티는 노인이 마음대로 설정하면 그만이다.
물론 큰 수치를 당하게 만들 순 없겠지만.
노인으로서는 피해 볼 일이 없는 장사였다.
백승우의 강의가 성공하면 아카데미의 금서고에서 책 한 권을 내어주면 그만이고, 강의가 실패하면 노인이 마음대로 손해를 끼칠 수 있었다. 수락하는 것이 당연한 거래.
이것까지 뭐라고 트집 잡으면, 그건 무식하거나 가벼운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로 인성이 개차반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는 결사반대일세.”
개차반이었다.
* * *
이사장과 노인.
둘 다 살아갈 인생이 살아온 인생보다 짧은 노인네들이다.
‘어쩌면 이사장은 더 장수할지도 모르겠군.’
와이셔츠 위로 튀어나오는 선명한 근육의 윤곽.
절대로 작은 옷이 아니었지만, 지금 이사장의 모습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저 옷이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최고 사이즈였지만, 이사장의 근육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했다.
‘앞으로 200년은 더 살 것 같은데.’
압도적인 육체미에 나는 생각했다.
이사장을 자극하되, 절대로 그와 적이 되고 싶지 않다.
그의 늙은 몸은 세월이 뒤받쳐주는 경험의 상징이었다.
늙은 몸만큼이나 많은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사장. 그는 전 세대의 하이랭커였다.
아직도 그의 업적은 찬란했지만, 물 빠진 근육과 함께 약해진 힘은 그를 랭커로 만들었다. 이윽고 세월은 흘러 그를 랭커에서 단순한 S급 플레이어로 강등시켰다.
하지만 저 몸을 봐라.
근육으로 가득 찬 몸을 보고 어떻게 감히 물 빠진 근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전 압축 근육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아니지만.
우락부락한 이사장의 몸은 충분한 마력과 센스만 있다면 그 즉시 파괴적인 괴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겠지.
‘그에 반해 노인의 몸은 왜소하다. 마력과 기세도 약한 걸 보면 실력을 숨기는 실력자도 아니야. 그냥 약한 노인일 뿐인가.’
저런 노인이 내 앞길을 막고 있었다.
그와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짜증이 났다.
어느새 내 머릿속의 초점은 그를 향하고 있었다.
이득?
당연히 중요하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득보다 저 멍청하게 미개한 작자가 감히 내 강의 계획을 모욕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정말 열심히 작성했다.
마법 좀 연구해 본 사람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계획서였다.
그런 계획서와 함께 나를 모욕하다니.
‘인간이란 참으로 예측 불가능한 동물이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탕으로 통계를 내고, 이를 통해 예측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면서도.
막상 도저히 예견할 수 없는 이상한 방향으로 돌진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 근간에는 인간의 광기가 있었다.
세상 만물과 만사를 예측할 수는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예측할 수 없다. 성난 황소처럼 돌발적이고 공격적인 광기는 지성을 갖춘 인간에게 어울리는 감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판단을 주시할 때가 있다.
뭇사람들은 이를 두고 광기라고 말한다.
“나는 절대 인정 못 하네. 이런 새파랗게 어린놈이 강의라니. 그것도 쉬운 것도 아니고, 생명이나 인체와 관련된 마법이라니.”
“웃기네.”
“이제는 뭐라 반응하는 것도 힘들군. 저 싹수없는 놈 같으니라고.”
“그러면 우리 서로 목숨이나 그에 비견되는 걸 저울질해 볼까요?”
“……뭐?”
그러니 광기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예측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개인적인 기호와 감성은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각양각색의 성향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나를 모욕하는 것은 가만히 넘기지 못한다.
“아, 참고로 그건 알아두시죠.”
나를 모욕하는 일이 대국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계산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거나, 그럴 정도의 가치가 없다면.
상대방의 목덜미를 무자비하게 물어뜯는다.
“당신이 싫든 좋은 나는 이 거래를 반드시 밀고 나갈 것이라는걸.”
내가 검을 들고, 영웅 행세를 하고, 이 답 없는 세계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이다.
검을 든 것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웃기지도 않는 영웅 행세를 한 것은 죽어간 전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끝에 만족스러운 죽음을 얻기 위해서이다.
저런 노인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지독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니 설령 상대가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거래를 체결하고 말 것이다.
내가 이렇게 다짐한 이상 노인은 거래를 수락할 것이다. 집에서 손주들 재롱을 건강한 몸과 멀쩡한 정신으로 보고 싶다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