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18화(21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18화
인체 마법(3)
강의 시간이 되었다.
시계를 확인하던 승우는 그대로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그가 설계한 수업을 교수라는 직함으로서 강의하게 되었다.
보통이라면 거창한 인사말과 미사여구로 시작할 법도 하지만, 승우는 딱히 그런 걸 준비하지 않았다. 취향이 아닐뿐더러, 그런 무의미한 요소에 공을 들일 가치가 없었다.
“다들 반갑군. 앞으로 방학까지 2주 동안 너희들을 가르치게 된 백승우라고 한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사람이 좀 많은데.”
승우의 강의는 임시 강의였다.
따라서 일반적인 강의와는 다르게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학과나 학년에 따라서 제한이 정해져 있지만, 임시 강의는 아니다.
도대체 누가 임시 교수의 임시 강의를 수강하러 오겠는가. 평범한 경우라면 몇십 명밖에 오질 않는다.
심지어 그 몇십 명마저도 임시 교수의 직함을 맡은 조교와 친분을 쌓기 위해서 오는 학생들이 전부다.
“1학년 700여 명, 2학년 1,800여 명, 3학년 1,000여 명. 너희들은 할 일도 없나. 이런 강의를 수강할 정도로 시간도 많은 모양이네.”
따라서 이런 인원수의 학생들은 기괴할 정도다.
심지어 승우는 남화연이 1학년 강의를 할 때 몇 번 참가한 것이 교외 활동의 전부였다. 다른 학년에게 따로 얼굴을 비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1학년 수강생의 숫자가 제일 많아야 정상인데.
다른 학년들에 비해 인원수가 가장 적다.
“2학년은 2,000명 전교생 중에 올 수 있는 학생은 거의 다 왔고, 3학년도 외부 활동으로 움직이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거의 다 왔군. 참 이상해. 나는 당연히 1학년이 가장 많이 올 줄 알았는데.”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결과였다.
전교생 6,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강의를 수강했고, 대부분이 강의 주제에 흥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 백승우라는 인물에 흥미를 가져서 이곳에 왔다.
“출석은 힘들어 보이니. 바로 강의를 시작하지.”
스윽.
손을 뻗자 칠판에 분필이 주제를 적었다.
그 옆으로 이런저런 술식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술식에 사용된 기호와 공식들은 1학년 1학기에 배우는 수준이다. 이에 2, 3학년들이 쉬운 내용이라면서 하품을 하기 시작하자, 어느새 술식이 돌변하기 시작한다.
길어도 너무 길다.
기호와 공식만 간단하지, 그 내용물은 지나치게 방대했다.
그렇다고 효율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최소한으로 간추린 것이 저 정도였다. 뭐야 저거.
자리에 앉은 학생이나, 앉지 못한 학생들 모두 표정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승우가 입을 열었다.
“우선 가볍게 기본적인 공식과 내 강의에서 추구하는 목적을 안내하겠다.”
[인체의 재생과 활용].해당 주제의 핵심은 인체에 대한 이해와 육체의 재생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서 승우의 왼팔. 살점 대신 차가운 금속으로 대신한 이 의수를 진정한 팔로 대체하는 것이 당장 목표였다.
스킬, 「약체내성지체」의 세부 능력 중 하나인 「초재생」은 떨어진 사지도 붙여주고 다시 자라게 만든다. 인간이 아니라 도롱뇽의 능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재생은 결국 재생이었다.
완벽한 형태로 복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인 결함이나 잘린 부위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었다. 「초재생」은 결코 완벽한 치유 능력이 아니다.
당장 오래된 흉터를 치료하지 못하는 게 그 증거이다.
따라서 승우는 이 능력을 해부한 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조할 생각이다. 해당 강의는 이에 대한 연구를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니 학생들의 표정이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광인의 연설을 듣는 눈치는 아니었다.
이론적인 뒷받침이 존재하고, 무엇보다도 해체하고 분석할 「초재생」이라는 능력도 있었다. 어쩌면 성공할 연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석한 일부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진중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방금 전까지는 놀러 온 청소년 같은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마치 중요한 강의를 듣는 학생처럼 진지해졌다.
“피부와 뼈, 살점, 혈액. 장기처럼 복잡한 구조물을 재생하는 건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생명과 관련된 마법들을 뭉뚱그려 만든 마법이니까.”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승우는 아직 자신이 파고들기 시작한 마법에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이미 학회에서 신체의 회복과 재생과 관련된 마법은 이미 충분히 연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연구하고 강의 주제로 내세운 것은 기존의 연구와는 사뭇 달랐다. 심지어 단순히 창의적인 것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승우는 자신의 연구가 단순히 공상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제 몸을 연구에 관한 부산물로 증거를 제출했다.
효용성이 있는 연구와 주제라는 것이 증명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이름이 필요할 터.
“나는 이걸 대충 [인체 마법]이라고 명명하겠다. 유인물은 없으니, 다들 알아서 필기해라.”
이 연구의 발전은 단순히 재생에 그치지 않는다. 육체를 보다 정밀하게 완벽하게 다루기 위한 연구였다.
그 끝에 존재하는 것은 당연히 육체를 극한까지 활용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강의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재생되는 육체에 뒤지지 않는 정신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쉽지 않은 내용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비전은 확실했다.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반드시 도움이 될 강의에 학생들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무런 필기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강의실을 찾아온 2, 3학년들도 어느새 마력으로 노트와 필기구를 만들어서 강의 내용은 전부 적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없는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필기도구를 빌리러 다녔지만 돌아오는 것은 퇴짜였다.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더 이상 서로를 배려할 여유가 없었다.
분명히 강해질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눈앞에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다른 학생들은 선의의 경쟁자도 뭣도 아닌 타인일 뿐.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는 각각 자신과 교수인 백승우만이 전부였다.
지금 학생들은 플레이어를 향해서 명백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 * *
처음의 요란한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한 사람의 목소리와 수천 명의 숨소리만이 대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백승우가 교사직과 함께 남화연의 강의 시간을 넘겨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장 수강 신청을 진행한 이사벨은 그의 강의를 음미했다.
그의 강의는 뭐라고 평가할까.
‘확실히 연구의 깊이가 얕다는 것이 느껴져.’
주제와 내용과 무관하게 연구의 깊이가 낮았다.
이는 학생들 중 마법사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아직 연구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영역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주제는 지금까지 백승우를 제외하곤 채택한 사람이 없었다.
연구하는 사람도 한 명에다가, 연구를 진행한 시간도 길지 않다.
그 흔한 결론과 결과조차 없다.
깊이가 얕은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강의의 질까지 얕은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연구라는 요소는 백승우의 강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
그는 연구보다는 번뜩임.
학생들의 깨달음을 자극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강의를 전부 이해할 수 있다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자리의 모두 그 깨달음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필기했다.
서걱서걱.
펜을 놀리는 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운 가운데.
서걱─!
최진철의 펜은 유난히도 빨랐다.
단순히 필기만 꼼꼼히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백승우의 수업을. 자신을 가르치는 강의를 반드시 따라가기 위해서 몸과 열정을 불사르고 있었다.
여기 있는 3,472명의 학생들 중 가장 열심히 강의를 듣고 필기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최진철이었다.
그는 어찌나 펜을 열심히 놀리는지 노트에서 꽤나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주변에는 그런 최진철에게 눈치를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필기를 이어나갔다.
그 속도는 강의를 진행하는 백승우와 동일했다.
최진철은 아예 승우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까지 모조리 적고 있었다.
‘저런 건 학구열이 아니야.’
눈에 핏줄을 서면서까지 필기하는 그의 모습은 열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건 집착과 광기의 집합체였다.
기필코 이 강의를 반드시 흡수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강의를 네가 흡수하겠다고?’
꿈도 야무져라.
아직 연구가 덜 진행된 분야인 만큼, 축적된 정보와 지식이 없다는 것도 강의의 난이도를 높였지만. 그보다도 이 강의의 난이도를 극단적으로 높이는 것은 바로 백승우의 입에서 나오는 강의 그 자체였다.
그가 「염동력」을 이용해서 칠판에 빼곡하게 적어주는 공식.
말로 풀이하는 설명과 예시는 들으면 들을수록 사람을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강의 중간에 나온 인체 모형이 그렇다.
30분 전에 승우는 마법으로 홀로그램의 인간을 만들었다.
뼈와 장기, 근육의 역할과 명칭을 짚어주면서 여기는 이렇게 작동하니까. 이런 공식으로 접근해서 재생하고 극한까지 사용해야 된다고 말해주는데. 이런 건 해부학을 5년 동안 공부한 대학생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난이도였다.
‘아니, 세상에 누가 근육과 장기를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가르쳐 주냐고. 우리가 사령술사도 아니고 말이야.’
생물학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모른다.
하지만 승우의 강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력을 이용해서 어떤 근육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고, 전기 신호나 장기의 움직임의 통제에 관한 내용까지 나왔다.
‘사용하는 용어와 공식을 차근차근 분석하면 1학년 1학기에 배울 법한 설명이지만, 정작 내용이 지나치게 방대해.’
쉽게 말하자면 누구나 해석은 할 수 있지만, 이해는 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오죽하면 3학년들조차 머리를 싸맸다.
오죽하면 어느 한 학생이 제발 강의 좀 쉽게 설명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녀는 3학년의 유망주로, 졸업 이후에는 국내에서 3개밖에 없는 S급 길드에 입사하는 확정된 마법사였다.
그런 그녀도 도저히 승우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에 그는.
“지식을 네 몸에 쑤셔 넣어라. 이해는 그다음의 영역이니까.”
이렇게 답하고는 강의를 계속했다.
그 말에 그녀는 자신이 마법사로서 창피함을 느꼈다. 마치 이 정도는 당연히 기본으로 깔고 가야 된다는 말을 들은 것만 같다.
이에 다른 학생들은 그녀를 동정했다.
괜스레 애처롭게 느껴졌다.
승우는 지식을 알려줄 뿐.
공부는 모두가 각자 알아서 해야 됐다. 아마 이 강의가 끝난 이후로는 스터디 그룹이 우후죽순으로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강의의 난이도를 우려했지만, 승우는 속행했다.
남은 시간 내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앞으로 남은 강의를 통해 승우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명료하다. 그가 가진 「초재생」의 능력을 술식으로 구현해서,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강의에서 백승우가 해야 할 역할이었다.
적어도 그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못 따라오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