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19화(21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19화
인체 마법(4)
지금까지 아카데미의 임시 강의는 어때 왔는가?
학생들에게 묻는다면 대부분은 형편없는 강의라고 대답하거나, 조교와 친분을 쌓기 위한 용도였으니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답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식이 그래왔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백승우의 강의는 어떠한가.
“미쳤어……. 이게 일개 조교의 강의 퀄리티라고? 당장 2학년과 3학년 담임 교수를 맡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지. 백승우 조교님, 아니, 임시 교수님의 사수가 그 남화연 교수님이잖아. 그분한테 강의에 대한 귀띔을 받았을지도 모르지.”
“야, 너희들 그 교수님 성격 기억 안 나냐? 이제는 우리가 학업보다 입시가 중요한 3학년이라지만 1, 2학년 때 남화연 교수님한테 과제 폭탄을 몇 번이나 받았는데. 그분은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넘치시는 분이야.”
“인정할 건 인정해라. 이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냥 교수의 강의 수준부터가 달라.”
2,000명. 하나의 학년을 통째로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대강당에서 자리가 없는 탓에 까마득한 뒤로 밀려난 3학년들이 대화를 나눴다.
다만 눈으로는 백승우의 얼굴과 뒤의 칠판을 쫓고, 귀를 활짝 열어서 친구들 간의 대화뿐만 아니라 강의에도 집중했다.
손은 마력으로 구현한 노트와 펜을 놀리는 것에 집중되었다.
모든 신경이 강의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그나마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일부 3학년들이 소곤소곤 떠들었다.
“나는 저 사람 얼굴이 다인 줄 알았는데, 가장 섹시한 건 외모가 아니라 머리였어.”
“그래? 나는 저 탐스러운 꼬리가 제일 좋은데. 저것 좀 봐봐. 꼬리가 다섯 개나 있잖아.”
“심지어 나이도 어리지 않아?”
“21살.”
어느 한 여학생의 질문에 다른 여학생이 대답했다.
“와, 우리랑 두 살밖에 차이가 안 나네. 그런데도 이런 수업을 기획하고 강의할 수 있다니. ……그런데 너 나이는 어떻게 알았냐?”
“나, 백승우 가주님 팬이거든. 날카로운 눈초리와 말투가 너무 좋아. 얼굴도 좋고, 꼬리도 좋고, 화끈하게 타오르는 화염 마법도 최고야. 아, 1학년 애들한테 돈이랑 알고 있는 높으신 분들과 이어줘서 앞자리를 뺏을 것 그랬어. 여기서 보는 건 너무 감질나. 가까이서 향수 냄새도 맡고 싶었는데.”
“미친년. 근데 솔직히 저 꼬리에 한번 파묻혀 보고 싶긴 해. 분명 우리 집 강아지랑은 다른 매력이 있을 거야.”
“강아지랑은 차원이 다를걸. 심지어 저분은 부자라서 꼬리도 엄청 비싼 향유로 관리하실 거 아니야. 저 반지르르한 윤기를 좀 봐. 얼마나 아름다워.”
이런저런 헛소리를 내뱉으며 대화하는 학생들.
참고로 3학년을 제외한 1학년과 2학년은 대화할 여유가 없었다. 백승우가 입으로 말하는 내용과 「염동력」을 사용해서 넓은 칠판을 가득 채운 것들을 필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3학년도 모두가 대화할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망주나 그에 준하는 학생들만이 미친 속도로 필기를 하면서 입을 나불거릴 수 있었다. 그 정도 내공이 없으면 필기를 놓칠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필기를 한 번이라도 놓친다면, 저 미친 분량의 강의를 따라가기 힘들 터.
칠성 아카데미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3학년조차 소수의 학생들이 대화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 강의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기록할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오죽하면 3학년 중 방패와 커다란 체격으로 유명한 학생은 깨달음과 재생에 관련된 스킬을 얻기 직전의 단계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래서 다리의 활동 범위는 마력으로 안쪽 근육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변화한다. 이와 관련된 자료는…… 아, 벌써 강의 시간이 다 됐군.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다. 다음에 이어서 하지.”
강의가 끝났다는 것이었다.
벌써 2시간이 흘렀다. 이 자리에 존재하는 3,000여 명의 학생들 중 그 누구도 시간이 이토록 빠르게 흘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냥 팔에서 고통이 느껴지도록 미친 듯이 필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강의의 끝이 다가왔다.
물론 강의의 끝이 다가왔다고 해서 학생들의 향상심과 궁금증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질문은 받지 않는다. 나도 매 강의마다 연구하고 들어오니, 너희들도 알아서 탐구하도록 해라.”
혹시나 모를 질문을 대비해서 미리 조치를 취하는 승우.
그러나 학생들은 그런 말 한마디로 질문을 하지 않을 정도로 이성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깨달음과 영감의 편린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던 학생들 중 일부는 교칙이고 나발이고 기어코 교단에 올라오려고 했지만, 승우가 놈들의 목덜미를 잡아서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것이 훨씬 빨랐다.
그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의 강의.
결과는 긍정적이었고, 이사회는 침음을 흘렸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두의 주목을 받는 새로운 스타 교수의 탄생이었다.
정작 본인은 교수 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말이다.
* * *
새로운 스타 교수의 탄생. 남궁성진이나 남화연 같은 계보를 잇는 아카데미의 스타, 백승우.
그의 강의는 어찌나 훌륭하고 완성도가 높은지, 이미 육체를 수준급으로 다루는 학생들은 그의 강의를 일부 이해한 직후 새로운 능력을 각성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당시 강의를 듣지 않은 어느 한 학생은 누군가가 필기한 노트 몇 장을 읽고는 보다 강해졌다는 소문이 교내에 돌았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소문들로 가득했다.
“다들 무슨 미친 소리를 하고 있는지.”
강의와 학생들의 반응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물론, 내 강의로 하여금 학생들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터.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게 만드는 귀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사회. 특히 병원에 입원했어도 정정한 노인의 반응이 가장 재미있었어.”
화를 참는 노인의 표정은 아직까지도 잊혀질 않는다.
평소라면 그의 표정을 좀 더 곱씹으며 즐겼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보다도 중요한 게 있어서 노인의 표정은 금세 잊혔다.
‘설마 강의 하루 만에 금서고로 갈 수 있는 열쇠를 받을 줄이야.’
금서고.
아카데미 대도서관의 지하에 위치한 영역으로 오만가지 금서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오래된 사교(邪敎)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재앙은 불러오는 문자, 펼치면 일대의 공간이 뒤틀리는 공책 등등 뒤틀린 지식들로 가득한 곳이 바로 금서고이다.
그런데.
“……뭐야 이게?”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거대한 공간은 아니었다.
그 무엇을 상상했던, 금서고는 내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
‘설마 작은 책장 하나가 바로 금서고였을 줄이야.’
작은 책장 하나.
그 속에 틈틈이 박힌 책들. 이것이 바로 금서고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금서고의 크기가 아니다. 수십 권의 책 가운데, 단 한 권의 마도서.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박쥐. 박쥐 문양의 책이 어디 있지?’
뼈와 가죽 등등 온갖 형태의 책들을 살피면서, 이브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두 개의 어금니, 검은 가죽으로 이루어진 책과 박쥐의 형상.
드문드문하게 쪼개진 문장들이 떠올랐다.
완벽한 하나의 문장이 떠오르진 않았다. 사실 이것도 머리를 필사적으로 짜내서 떠올린 기억이다.
“박쥐 문양의 책. 찾았다.”
특별히 숨겨지진 않아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검은 가죽으로 이루어진 오래된 책.
잘못 만지면 그대로 부서질 것 같지만, 작은 박쥐의 각인과 선명하게 솟아난 이빨의 흔적.
특히 이빨은 만지면 금방이라도 찔릴 것만 같았다.
나는 그 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책 속의 내용물을 얻기 위한 사전 작업은 집 밑의 지하에 끝냈다.
“……아빠. 뭐 해?”
“위험하니까. 잠시 뒤로 물러나 있으렴.”
분주하게 움직이는 나를 보며 에르제베트가 기묘한 눈치로 쳐다봤다.
나는 잠시 뒤로 물러가라고 말하며, 낡은 행주 같은 물건을 꺼냈다.
이건 전에 최진철의 저택에서 훔친 물건.
‘허물’이었다.
‘마침 두 능력 모두 얻는 방식이 비슷하니, 동시에 진행한다.’
허물과 책.
두 사물에 내장된 능력을 획득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허물은 ‘늑대 인간’의 권능이, 책은 ‘흡혈귀’의 권능이 녹아든 물건이다.
나와는 종족도 전혀 다른 이의 권능. 그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을 증명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증명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피.
막 짜낸 선혈이었다.
서걱─!!
온몸에 바람의 칼날로 상처를 내고, 그 위를 허물로 덮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늑대왕의 가죽을 피가 가득한 몸으로 입자, 가죽은 피를 잔뜩 흡수하며 붉게 물들었다.
점점 붉게 물들수록 가죽은 내 체구와 딱 비슷한 크기로 조절되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딱 상체에 걸칠 수 있는 사이즈가 되자.
띠링!
귀에 익은 기계음이 들렸다.
나는 온갖 미사여구를 넘기고 가장 중요한 내용만 훑었다.
「늑대왕의 허물」
등급 : B
설명 : 이리왕 혹은 늑대왕. 늑대 인간들의 마지막 왕, 로보의 가죽입니다. 그는 자신의 후세를 위해 스스로의 업(業)을 가죽에 새겨두었습니다.
이윽고 가죽은 왕의 힘을 이어받을 수 있는 허물이 되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더 이상 가죽의 특징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죽이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자신의 업을 새겨둔 로보의 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랑보(狼步)
늑대왕의 걸음걸이는 날쌔고 고귀합니다. 사냥을 위해서 다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과 동시에, 본인의 위엄을 숨기지 않고 도리어 강대하게 표출하는 보법은 그야말로 왕에 어울리는 걸음입니다. 특히 맑고 청아한 달이 뜬 밤에 걸음이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늑대왕의 현신(現身)
허물에는 왕의 힘이 담겨있습니다. 그 힘을 육체에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인간이 아닌 짐승에 한없이 가까운 힘.
더 이상 짐승처럼 야성적인 전투를 선호하지 않는 나이지만, 백은호에게 「늑대왕의 허물」의 숨겨진 조건을 듣자 이 허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늑대 인간의 숨겨진 히든 피스.’
뱀파이어의 후계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늑대 인간은 유럽의 시리우스 가문이라는 후계를 분명히 남겼다. 이사벨의 가문 말이다.
그렇기에 이 힘은 그녀에게 훨씬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나도 이 능력이 절실했다.
“미안하다.”
누구에게 읊조리는지 모를 사과를 내뱉었다.
이후 나는 가져온 책의 박쥐 형상에 왼팔을 가져다 댔다.
날카로운 두 개의 이빨. 철로 만들었는지 은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이빨을 손목에 쑤셔 넣었다.
푹!
뚫리는 살점과 근육.
이윽고 이빨이 혈관에 다다르자, 이빨에 붉게 물들며 내 피를 연신 빨기 시작했다. 오래된 책의 박쥐 형상에 불과한 것이 사람의 피를 흡혈하는, 도저히 범인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광경.
나는 놀라거나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이빨은 더 깊숙한 곳으로 쑤셔 넣었다.
───!!
그 순간 일렁거리는 책의 검은 표지.
마치 안개나 연기처럼 일렁이는 검은색은 이내 이빨을 타고, 내 혈관으로 흘러 들어갔다.
시간이 흐르자 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직 내 피를 빠는 박쥐의 형상만이 남았다. 이놈의 형상은 아직까지도 내 피를 빨고 있다.
더 이상 내 피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손목에서 박쥐의 형상을 떼어내서 바닥에 던졌다. 그와 동시에 검은 기운은 피를 뿜어내는 심장에 도달했다.
쿵──!!
가슴을 울리는 묵직한 감각과 함께 새로운 능력이 갱신되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방금 전의 충격 때문일까.
반응하는 것이 살짝 느렸다.
나는 반대쪽 손으로 지혈하던 왼손으로 허공을 눌렀다.
「무르시엘라고」
등급 : S
설명 : 머나먼 고대의 시절. 아직까지 밤과 달을 추종하던 자들이 남아 있던 시절, 마지막까지 자신의 충절을 지킨 어느 한 흡혈귀의 유산입니다.
일대를 그림자로 뒤덮을 수 있으며, 숙련될 경우 온갖 그림자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습니다.
*흡혈마(吸血魔)
박쥐 형태의 그림자를 소환합니다. 밤에는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고, 낮에는 바닥과 벽에 그림자로서 이동하며 대상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출혈 상태로 만든 자로부터 체력과 마력을 빼앗아 옵니다. 마땅한 대상이 없을 경우에는 밤하늘의 마력을 먹어 치웁니다.
*그림자 세계
그림자 속에 거대한 세계를 구축합니다. ‘그림자 세계’는 스스로 사고 판단이 가능하며, 학습에 따라 주인의 안전을 위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림자 세계 속 모든 법칙은 주인의 의지에 따라 작동합니다.
*그림자 침식
현실의 공간을 그림자 속으로 침식시킵니다. ‘그림자 세계’와 연동되는 능력으로, 침식당한 세계는 현실의 법칙이 아니라, 당신이 짠 법칙을 토대로 다시 설계됩니다.
이것이다. 이게 내가 그토록 바랬던 능력이다.
3가지로 나누어진 세부 능력.
이제 이것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러면 이제 시험을 몇 차례 진행…… 해야…….”
털썩!
나도 모르게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가 어지럽고, 세상이 빙빙 돈다. 전신에 상처를 내서 허물을 피로 충분히 적시고, 박쥐 이빨의 형상에 피를 너무 많이 빼앗겼다. 피가 부족하다.
다행히 죽을 걱정은 없었다.
내게는 「초재생」이 있다. 뼈와 근육도 재생하는 능력도 혈액을 재생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문제는 회복하는 시간 동안 내가 제정신을 못 차린다는 거다.
“……괜찮아?! 어, 어디 아파?!”
“그…… 아, 괘…….”
아빠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움직이질 않는다. 슬슬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이 기절하기 직전의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빨리 에르제베트를 안아줘야 한다. 그녀가 불안하지 않도록 안정시켜줘야 되는데, 몸에 힘이 없었다.
남은 힘으로 입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어눌하게 말하는 것도 힘들다.
그리고 찾아온 암전.
시각이 꺼지고, 차례대로 촉각과 후각, 미각, 청각이 꺼지며 그대로 기절했다.
시간이 흘러서 다음 날, 나는 침대 위에서 흠칫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 중에 눈앞의 광경을 본 순간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다.
일어나자마자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