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2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21화(22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21화
마법과 신비(1)
처음에는 준비하는 것도 어색했지만, 어느덧 강의는 절반이 지나갔다.
강의의 끝과 함께 다가오는 여름방학. 학생들은 방학 동안에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어떻게 수련을 할 것인지 얘기했다.
그렇게 얘기하다 보면 귀에 들리는 것이 여럿 있다.
“나 다음 주에 미국 간다?”
“왜 여행 가려고? 진짜 좋겠다.”
“아니, 미국에도 아카데미 있잖아. 거기 구경하다가 오려고.”
“나는 중국에 있는 아카데미에 갔다 올 생각이야 다른 5대 아카데미 중에서는 비교적 중국이 제일 가깝잖아.”
“부러운 새끼들. 나는 집에서 좀 쉬다가 수련실에서 검 휘두르는 게 전부인데.”
다른 학교를 방문하겠다는 학생들.
견학을 통해 견문을 넓힐 생각으로 보였다.
“다음 주에 유럽 가는데, 선물 좀 사다 줄까?”
“나야 좋지. 그런데 유럽은 왜 가? 너도 다른 애들처럼 아카데미 견학하러 가는 거야?”
“아니.”
“그러면 유럽에는 무슨 볼 일이 있어서……?”
“그냥 평범한 가족여행인데, 굳이 특별한 뭔가가 필요하진 않잖아.”
여행을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너 방학에 어디 가냐?”
“아니, 집에서만 있을 생각인데? 나가긴 귀찮게 어딜 나가.”
“그래, 그게 맞지.”
“나 게임 깔아둔 거 있는데 방학에 같이 할래?”
“오, 좋지! 그러면 방학식에 너네 집으로 놀러 간다.”
열심히 움직이는 학생들과 대조되듯.
집에서 편히 휴가를 즐기려는 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렇게 학생들 사이에서는 여름 방학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가지만, 아직 방학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그 덕분이려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승우의 강의에 대한 내용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방학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강의는 현재 진행형이라서 그런지 소문의 전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너 백승우 강의 들었냐.”
“안 들었는데. 왜, 무슨 일이라도 터졌냐?”
“뭐가 터지긴 터졌지.”
“뭐, 그 양반의 얼굴을 가까이서 본 여자애들 심장이라도 터졌냐?”
“그건 나도 터졌어.”
“……뭐라고?”
“그 얘기는 됐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강의가 터졌다는 소리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줄까.”
“아니, 나는 후자보다 전자가 더 궁금한데?”
강의에 대한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주기적으로 승우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처음 생겼다. 다들 얼굴을 보기 위해 강의를 수강했지만, 오히려 수준 높은 강의에 깜짝 놀랐다.
업계에서 실력 있고 명망 높은 사람들을 교수로 초빙하기 때문에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칠성 아카데미의 학생들.
그런 학생들이 강의에 대해 칭찬 일색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심지어 1, 2, 3학년 모두가 만족할뿐더러. 복습만 철저히 한다면 이해하고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난이도가 입소문을 탔다.
* * *
그날 오후.
이번 강의에도 2,000개의 좌석보다 많은 학생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뒤에 서 있는 학생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다. 인원상 출석체크를 할 수 없어서 누가 들어왔는지 알 순 없지만, 대략적으로 671명이 추가로 강의실에 들어왔다.
강의를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을 일일이 색출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냥 강의를 시작했다.
“전에 너희들에게 각 장기의 쓰임새와 한계를 가르쳤다. 지금까지 근육, 신경, 장기, 골격에 대한 강의를 했으니,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활용에 대해서 가르쳐 주마.”
내게 허락된 강의의 절반을 신체에 관한 내용에 투자했다.
물론 단순히 신체의 쓰임새에 대해서만 강의를 진행하면 평범한 생물 과학 강의가 돼버리기 때문에 마력을 이용하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도 함께 가르쳐 줬다.
예를 들어 뼈. 뼈는 골격과 관절에 따라서 가동 범위가 한정되어 있지만, 마력으로 관절을 감싸면 가동 범위를 벗어나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부상을 입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마력은 얼마나, 어떻게 운용해야 되는지를 가르쳤다.
그런 내용들은 어지간한 교수들도 모른다.
이것들은 전장에서 수많은 적들을 썰고, 수많은 배신자들을 고문하면서 자연스레 알아낸 나만의 지식이었다.
이른바 실전 생물학이라고나 할까나.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한 가지 질문에 답하고 넘어가지. 지금까지 내 메일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질문을 남겼고, 일부 몰상식한 학생들이 연락처와 함께 사진을 남겼다. 예의상 한 번씩은 읽고 넘어갔지만, 대부분 답해줄 가치를 느끼지 못한 질문들뿐이었다.”
놀랍게도 강의에 대한 질문보다 한 번 만날 수 있냐는 메일을 더 많이 받았다. 심지어 성비는 얼추 비슷했다.
그것 때문일까.
읽으면서 썩 좋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예의상 전부 읽다 보니 괜찮은 질문을 찾을 수 있었다.
“근육, 신경, 뼈를 자유자재로 조작하면서 신체를 극한까지 다루면 그에 상응하는 고통이 수반되지 않느냐는 질문과 함께 이에 대한 해결 방이나 대처 방법에 대해 물어본 학생이 있었다. 다른 질문들이라면 몰라도, 이 정도 질문이라면 강의의 눈높이와도 딱 맞으니 답해줄 가치가 있어서 직접 설명해 주고 넘어가겠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럴 때 바로 호르몬을 이용하는 거다.”
호르몬을 일일이 조절하는 방법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어렵다.
감정을 고양시키는 것. 학생들에게 가르칠 내용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야 신체의 항상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호르몬을 유기적으로 조절할 수 있지만. 너희는 감정을 통제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저 교수님. 방금 그 질문을 메일로 보냈던 당사자입니다.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지?”
“방금 감정을 조절해서 통증을 억제하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거야 쉽지.
나는 질문에 곧장 대답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쉬운 것은 역시 분노하거나 흥분하는 식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방법이겠지.”
마력으로 척수의 정보를 조작해서 엔도르핀이 나올 만한 상황을 만들면 된다. 이후 그 감각을 외워서 필요할 때 마력으로 자극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엔도르핀이 분출될 것이다.
물론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분비하는 양을 조절하고,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설명하자 어느새 열심히 필기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질문한 그 학생을 물론이거니와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열심히 하네.
그 모습에 더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멍청한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이거 마법에 관한 강의가 아니라 완전히 생물 수업 아니야?”
“필기하는데 시끄러워. 너도 어서 노트에 끄적여.”
“솔직히 생각해 봐. 나는 마법사란 말이야. 그런데 여기서 배우는 내용은 분명 새롭고 신기하지만, 마법과는 연관이 멀잖아.”
강의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대부분 육체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마력과 관련된 내용도 많았지만, 마력만 사용한다고 전부 마법은 아니다. 그 논리로 따지면 검과 창을 휘두르는 무인들도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기 때문에 마법사라고 불러야 된다.
그러니 일부 학생들의 시선에서 이 강의는 마법 강의로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검기나 육체를 단련하는 무인들에게 더욱 적합했다.
그 말에 대답하진 않아도 은연중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방금 그 말 진심인가?”
“네, 네……?!”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했으나, 아무도 제재하는 학생이 없어서 이내 깨달았다. 아이들의 가르침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방금 네가 한 그 말. 진심이냐고 물었다.”
“아, 네! 무, 물론이죠.”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 걸 보면, 대부분 저 말에 긍정하는 모양이지?”
강의를 멈추고 말하자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교단의 높은 자리에서 학생들을 내려다보니 그들의 눈이 훤히 보인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분위기 때문인지 차마 말은 못 하고 있지만, 긍정하는 눈치였다.
오직 일부의 학생들이 팔짱을 끼거나 혀를 차고 있었다.
대부분은 3학년 혹은 뛰어난 재능이나 실력을 갖춘 마법사들뿐이었다.
그 인원수는 100명을 넘지 못했다.
이 자리에 수천 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절망적인 비율이라니.
“세상에 이렇게 무식한 학생들이 많을 줄이야.”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이놈들을 최소한 사람 구실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금 너희들에게 학문을 가르칠 때가 아니었구나.”
기초.
상식이라는 것이 이놈들의 머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마법과 신비라는 것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일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을 잊은 마법사에게 발전은 없다.
“강의 커리큘럼을 다시 짜야겠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앞으로 7시간도 남지 않았지만, 괜찮다. 어떻게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강의를 만들어서 머릿속에 쑤셔 박을 생각이니까.
‘재생과 인체에 대한 강의는 물론 마법에 대한 기초를 하나부터 열까지 쌓아 올려주마.’
기초를 탄탄하게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다.
아무리 훌륭한 강의라도 10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으로 기초를 쌓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시간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우선 강의를 마저 진행하겠다고 말한 나는 입으로는 준비해 둔 말을 내뱉는 한편, 머릿속으로는 다음 커리큘럼을 전면적으로 수정해 나갔다.
그렇게 강의가 끝나고 난 뒤.
학생들은 쉬는 시간까지 강의실에 남아서 거대한 칠판에 적힌 내용들을 전부 필기하며 떠들었다.
“오늘 강의 진짜 개 빡셌다. 난이도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가뜩이나 기숙사에서 마저 복습해야 될 정도로 어려운데 오늘은 특히나 더 어려웠던 것 같아.”
“어렵긴 하지만 너나 나나 강의를 듣고 복습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잖아. 그러면 된 거 아닐까.”
“야! 야, 너희들 그거 봤어?!”
“얘는 갑자기 달려와서는 무슨 소리야. 너 뭐 이상한 거 봤냐?”
“이상한 게 아니라. 어서 핸드폰을 열어서 확인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호들갑이야?
라고 말하려던 그의 입이 닫혔다.
눈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봤다는 듯 연신 깜빡였고, 그의 곁에서 핸드폰의 화면을 지켜보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아니, 핸드폰을 붙잡은 학생 대부분의 반응이 비슷했다.
그들이 연 것은 백승우 임시 교수가 단체로 보낸 메일.
메일을 본 순간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강당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이거 완전 미친 거 아니야?!”
“무슨 숙제가 강의보다 많아!”
“심지어 이거 기한이…… 내가 보고 있는 게 맞아?”
그날 오후.
단 한 번도 유인물과 과제를 나눠준 적이 없던 백승우는 인당 수십 장의 과제를 나눴다. 기한은 내일까지.
다 못한 학생은 강의에서 퇴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