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2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22화(22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22화
마법과 신비(2)
백승우의 강의는 여러모로 호평이었다.
덕분에 강의를 수강하지 않은 학생들도 뒤에 선 학생들 틈에 몰래 서서 볼 정도였지만, 말도 안 되는 양의 과제를 내준 이후로는 얘기가 살짝 달라졌다.
“3권의 문제집과 5장의 시험지, 8개의 논문. 이거 제정신인가?”
“사실 못할 정도의 난이도는 아닌데.”
“시간이 문제지.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해도 힘든데 이걸 하루 만에 다 풀라니. 심지어 주어진 시간이 24시간도 아니야.”
“야, 너희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나가서 해. 아니면 그 시간에 문제를 풀던가. 떠들 시간 동안 시험지 한 장은 풀었겠다.”
기숙사와 도서관, 독서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교생의 절반가량이 시체처럼 축 늘어지고 피곤한 몸으로 과제를 풀고 있었다.
이쯤 되면 포기할 학생이 나올 법도 하지만.
용케도 다들 버티고 있었다.
“이거 문제집 답지 없어? 진짜 딱 세 문제만 베끼고 싶단 말이야.”
“그딴 거 없어.”
“인터넷에도 비슷한 문제가 전혀 없어. 아무래도 직접 만드신 문제집인 것 같아.”
“이만한 분량의 문제집을 혼자서……?”
“말도 안 되는 개소리 같지만 너희도 알잖아. 교수님은 강의하실 때 「염동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신다는 것을.”
아마 교수님 정도의 마력과 실력이라면 하루 만에 이 정도 분량의 문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얘기일 뿐.
하루 만에 문제집과 시험지를 몇 개나 만드는 것은 정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비슷한 문제도 시중에 보이질 않으니, 하루 만에 만들었다고 추론하는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존재하지 않는 답지.
학생들은 답지에 대한 열망을 일찌감치 포기한 채, 팔만 움직이면서 문제를 풀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논문은 승우의 작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논문 번역 어디서 보냐?”
“해설은 안 보려고? 그게 더 편하잖아.”
“야 인마. 그 논문이 얼마나 해석이 많이 갈리는 줄 알아? 다른 사람의 주관이 담긴 해석을 볼 바에 내가 직접 번역본을 읽고 해석하고 말지.”
“와 염병할 것. 용어가 왜 이래? 마도지핵…… 이건 마법의 핵이라는 뜻인 것 같고, 신비에 탐구에 관한 불가지의 안개…… 논문에 무슨 국어 문항이 적혀 있냐.”
그나마 쉬운 논문마저도 난항을 겪는 상황.
결국 과제를 포기할지 진심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칠성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재들이다.
그런 인재들이 지금까지 살면서 공부 때문에 밤을 새운 경험이 없을 것 같나. 절대로 아니다.
남들보다 밤을 새웠으면 더 많이 샜지.
덜 새운 적은 없었다. 그만큼 학업에 열심히 임하고, 스스로 강해지고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을 성취이자 미덕으로 여기고 있었다.
다만 이건 좀 심했다.
“나…… 도저히 오늘 안에 전부 못 풀 것 같아.”
“나도 그래. 우리 그냥 다 같이 푸는 건 어때?”
“어?! 그거 좋은데. 내가 75p부터 풀 테니까. 네가 85p부터 풀어봐.”
웅성웅성.
한 학생의 발언 이후로 기숙사나 도서관이 소란스러워졌다.
문제집과 시험지를 분업하자는 발언이 그들의 마음을 간사하고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그래, 이걸 어떻게 혼자서 해.
분명 그 새끼…… 아니, 교수님도 분업을 하라는 의미에서 준 과제가 분명했다. 1학년은 물론이고, 3학년도 과제를 전부 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말이다.
모두의 생각이 분업을 하는 방향으로 기울 때 즈음.
이사벨은 혀를 찼다.
그녀의 옆에는 문제를 자신의 풀이를 보여줄 테니, 이사벨이 푼 문제집을 보여달라는 남학생이 있었다. 이사벨은 그에게 말했다.
“나는 분업할 생각 없어.”
“뭐, 뭐라고……?”
“문제 푸는 데 방해되니까. 어서 치우라고.”
“너……! 너 혼자서 이걸 다 풀 수 있을 것 같아? 시험 기간에도 이만한 규모의 문제는 일주일 동안 풀어야 한다고!”
“못 풀 게 뭐 있어. 그냥 풀면 되지.”
“!!!!”
스윽, 이사벨은 끈으로 머리를 묶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내가 너희를 어떻게 믿고 분업을 맡기겠어. 행여나 한 명이 잘못하면 내 평가만 떨어지게 될 텐데. 그럴 바에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풀고 말지.”
이사벨의 전 약혼자.
아니, 개새끼. 아니지 여우 새끼인가.
하여튼 백승우도 학생들의 분업을 바라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제시한 문제집들은 탄탄한 기초를 세우기 위한 문제들이 주를 이뤘고, 시험지들도 이러한 기초가 완벽한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논문은 무너지지 않도록 세운 지식 위에 곁가지로 쌓기 위한 용도였으니. 이사벨의 눈에는 보였다.
그와 함께한 세월 덕분인가. 승우의 다음 강의는 문제집을 통해 다진 기초 위에 쌓을 응용과 심화 과정이라는 금방 깨달았다.
그런 승우의 의도를 깨달았기에 이사벨은 더더욱 분업을 할 수 없었다. 빌어먹을 전 약혼자의 의도대로 휘둘리는 것은 기분 나쁘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신을 무시할 만한 여지를 남겨두고 싶진 않았다.
그것이 설령 교수와 학생의 관계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이사벨의 의지에 감화되었는지, 학생들은 결국 분업을 포기하고 광기의 새벽을 달렸다. 그날 아카데미는 한밤중에도 낮처럼 밝았다.
기말고사 기간에도 이렇게까지 밝진 않았다.
* * *
대량의 숙제를 내준 다음 날.
이제 여름방학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이런 숙제는 학생들의 성질을 자극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시점에서 다른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특별히 과제를 내주는 게 없는데, 백승우는 아예 작정했다.
하지만 안 하면 강의에서 퇴출이라는데 안 할 수가 있나.
학생들은 커피와 카페인 음료를 손에 들고 숙제를 마무리했다.
“어제 내준 숙제를 한 명도 빠짐없이 제출했더군.”
내 말에 학생들이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가득했으며, 언뜻 광기와 비슷한 모습이 엿보였다. 다들 맛이 간 표정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으니.
일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짧은 시간 내에 과제를 전부 푼 학생들이거나, 또 일부는.
“그런데 다 같이 협업하거나. 문제를 대충 푼 학생들도 있더군.”
“!!!!”
“협업은 둘째치고, 문제를 대충 푼 학생을 글쎄…… 내 강의에도 대충 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면 되려나?”
문제를 ‘대충’ 푼다.
그 대충의 기준이 어디서부터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그 기준을 세운다면.
“문제를 풀어보지도 않고, 대충 찍는 학생은 내 강의에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내 강의는 필수 과목도 아니니, 그대로 퇴장해라.”
딱─!
손가락을 튕겼다.
「파이로키네시스」
무형의 힘이 붉은빛의 기운과 함께 몇몇 학생들을 붙잡았다.
그들은 화염에 휩싸인 채로 문밖에 내동댕이쳐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화상을 입진 않았다. 이제 그 정도 화력 조절은 내게 누워서 떡을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다만, 구태여 「염동력」도 아닌 「파이로키네시스」를 사용한 이유는 불길이 주는 위압감을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단숨에 분위기를 압도한 나는 교단 위로 올라섰다.
“자, 이걸로 내 강의를 대충 들으려는 학생은 없는 모양이니. 이만 강의를 시작하겠다.”
호응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나는 곧바로 강의의 시작과 동시에 의문을 던졌다.
“너희들은 마법을 뭐라고 생각하지?”
내 질문에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내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력을 식(式)에 따라 조합해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학문입니다.”
“그래, 그게 마법의 사전적인 정의이지.”
“교수님, 그 말씀은 사전적인 정의 외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들립니다만. 이것 외의 정의가 존재하나요?”
“물론이다. 존재하고말고.”
마력을 공식 따위에 대입해서 만들어내는 현상을 일컫는 학문.
그게 마법의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정의이지만, 깊이 탐구하려는 사람들은 안다. 고작 그런 말로 마법을 설명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사들은 마법을 설명할 때.
“신비.”
이 짧은 단어 하나로 설명한다.
어차피 길게 풀어도 마법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한 단어로 나타내는 것이 수지에 맞다. 그리고 신비라는 단어 자체가 마법을 아주 간략하게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마법의 정의는 그게 전부다.”
“……자, 잠시만요. 방금 못 들었습니다.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실 순 없으신가요?”
“신비. 마법을 정의할 때는 그 이상의 표현이나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아니, 세상에 무슨……! 그렇게 대충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그러면 다른 마땅한 표현이 뭐가 있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의 학생에게 물었다.
신비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단어가 그의 마음에 들까. 진지하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문장을 이루지 못한 침음에 불과했다.
“그…… 그, 그게…….”
“거봐라. 없지?”
마법이라는 광범위한 학문을 정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정의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마법이라는 게 더 높은 경지로 향할수록 객관적인 부분보다 주관적인 부분이 도드라지는 탓에 설령 정의하더라도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 어떤 마법사도 마법을 멋대로 정의할 순 없다.
설령 그것이 마법사들의 왕. 마왕(魔王) 남화연일지라도 그렇다.
“마법에는 정해진 규칙과 공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마법사, 아니, 상급 마법사 정도만 되더라도 공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주관적인 요소가 점점 강해지는 것이지. 그렇기에 마법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의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마법의 정의가 신비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다들 추구하는 바는 다를지언정 마법이 신비롭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하니까.”
원소 마법, 염동력, 언령, 시동어, 주술, 환술, 사령술, 연금술, 소환술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학파들.
그들을 하나로 묶는 마법이라는 카테고리.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신비이다.
“마법은 언제나 상식을 뛰어넘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발전이 존재하지.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신비이다.”
신비란 이론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하고 묘한 불가사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그게 과학과 뭐가 다를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마법이란 언제나 신비를 동반해야 되며, 마법사란 그 신비를 추구하고 탐구하는 족속이다.
“과학적으로 시체를 일으켜 세울 수 있나?”
“……아니요.”
“공간을 넘나들고, 자신의 시간을 가속할 수 있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내가 예시로 든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지?”
설마 여기서도 이상한 대답을 하진 않겠지.
“둘 다…… 하나같이 신비하다는 것입니다.”
“그래, 이제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입에 담는군.”
슬슬 감을 잡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마법을 배운 세월이 헛되지는 않은지 그의 얼굴에서 깨달음의 편린이 느껴졌다. 마치 속세를 초월한 현자와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학생과 덩달아서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 학생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어쩔 수 없나.
“오늘 하루. 너희들의 머릿속에 마법의 기초와 근본을 주입해 주마.”
단 한 순간이라도 내 강의를 놓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2시간 안에 기초를 끝내려면 강의를 아주 빠르게 진행해야 되거든.
아마 평소의 2~3배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