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2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23화(22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23화
마법과 신비(3)
신비에 대한 강의는 호평을 모았다.
아직 강의가 진행 중임에도 그 사실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전날보다 늘어난 학생의 숫자. 이제는 아예 눈에 불을 켜고 미친 듯이 필기하는 독종들.
귀로는 내 강의를 듣고, 눈으로는 거대한 칠판에 써 내려가는 문장들과 기호들을 읽고, 손으로 이를 적는다.
이걸 동시에 하는 학생들은 독종이라고 부를 법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독종이라면 어떨까. 강의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한 명도 빠짐없이 저런 집중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살짝 부담이 든다.
그래도 뭐.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다.
‘내가 오만 가지 서적들을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으면서 2시간 동안의 강의로 풀어낼 수 있도록 알짜배기만 녹여낸 강의니까.’
살짝 부담은 있어도, 강의에 대한 불안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의를 진행하며 뒤의 칠판에 적는 내용들은 내가 집약시킨 지식 중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 강의의 수강생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폭넓게 존재하기에 모두가 강의를 수강하면서 하나 정도는 얻어 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노트에 칠판 속 내용을 필기하고.
그 과정에서 내용을 되새기며,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한 줄 한 줄 받아 적을 때마다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대상이 완벽한 주관이 존재하지 않는 학생이기에 가능한 학습이었다. 친구라던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이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좋아.
다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속도.
강의를 진행하는 속도가 아니라, 칠판에 중요한 내용을 적는 속도가 유일한 문제였다.
분필 한두 개의 속도로는 곤란하다.
오늘 마법의 근간이 되는 신비를 다루는 강의는 오늘만 진행할 생각이다. 다음 시간에 이어서 계속할 생각은 없다.
하는 수 없지.
속도를 더 높인다.
「파이로키네시스」
내가 처음으로 만든 나만의 마법.
무형의 힘이 화염과 만나면서 세밀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성장하면서 큰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평범한 「염동력」으로도 못할 건 없지만, 나한테 가장 친숙하고 숙련도가 높은 마법은 이 녀석이다. 지금처럼 빠른 속도와 그에 준하는 정확도가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이 녀석만 한 마법이 없었다.
서걱서걱─!
끼이이익─!
수십 자루의 분필이 칠판에 글씨나 그래프 따위를 그린다.
그 분필을 쥔 것은 사람의 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도 아닌, 손의 형상을 띤 불꽃들이었다.
불꽃의 손이 칠판에 필기할 내용을 적고 있는 형이상적인 광경에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천수관음……?”
마치 불교의 보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록 천 개의 팔은 아니지만, 불꽃이 자아내는 아지랑이는 수십 개의 손을 천 개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저거 되게 비효율적이지 않아? 행여나 순서가 틀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그러게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고, 강의를 말로 진행하면서 뒤의 칠판에 신경도 쓰면서 마법을 다뤄야 되잖아. 저게 가능한가?”
“그냥 막 휘갈기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저 그래프 좀 봐봐. 저게 어딜 봐서 순서가 꼬이거나 막 적은 걸로 보여.”
“아무리 그래도 칠판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동시에 사용하는데 안 꼬일 수가 있나?”
5개의 칠판은 좀 무리라고 생각하는 학생들.
그 말을 들은 이사벨은 시끄럽다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눈치를 줬다.
“너희들 조용히 좀 해.”
“아니, 우리가 틀린 얘기를 한 것도 아니잖아.”
“아무리 머리가 좋으셔도 그렇지. 저 많은 걸 동시에 진행하다니. 심지어 대본도 없이 강의를 진행하고 계시잖아.”
“그게 뭐 어때서.”
“어떻기는. 잘못했다가는 필기가 전부 꼬일지도 모르잖아.”
필기가 전부 꼬여?
하, 그 말에 비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던 이사벨은 입을 막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모습에는 오히려 그 손짓마저 자신들을 모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렇게 느껴지든 말든 이사벨의 관심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눈에는.
“한심하긴. 지금 너희처럼 손을 멈춘 사람이 근처에 한 명이라도 있는 것 같니?”
전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 * *
길고 긴 강의가 끝난 지 오래.
강의가 끝나고 수십 분이 지났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심지어 빈자리는 뒤에 서 있던 학생들에 의해 순식간에 채워졌다.
이게 전부 다 거대한 칠판 5개 분량의 방대한 정보 때문이다.
물론 핸드폰으로 칠판을 촬영하면 그만이지만, 필기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영감(靈感)이라는 게 있다.
애당초 이 강의를 보다 높은 경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듣는 건데.
이를 위해서는 구태여 핸드폰으로 칠판을 촬영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너 필기 다 했냐?”
“다 못했으니까. 말 걸지 마.”
“사람 진짜 많네. 강의 끝난 지 30분도 넘었는데, 이게 뭐냐.”
“거기 너! 주변을 돌아볼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어서 나와! 우리도 앉아서 필기하고 싶으니까.”
“……진짜 이게 뭐냐.”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었다.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은 학년을 가리지 않고, 필기에 열중이었다.
오죽하면 남는 자리가 생길 때마다 치열한 자리싸움이 일어났다.
서서 하는 필기는 불편하다.
마법사라면 승우처럼 「염동력」을 이용하거나, 다른 수단이 있었지만 칠판에 적힌 내용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마법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손으로도 직접 필기해야 됐다. 그 결과, 대강당 뒤에서 책상과 의자를 만드는 학생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야! 가뜩이나 뒤에 좁은데 너 지금 뭘 만드는 거야?!”
“얼음으로 만든 책상과 의자. 온도는 차갑지 않아.”
“지금 온도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가뜩이나 뒤에도 사람이 1,000명 넘게 있어서 공간이 여유롭지 않은데, 네가 책상을 만들면 어떡해!”
“너도 하나 만들어줄까?”
“아니, 그,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애들이 뭐가 중요해. 공간이 부족해도 우리만 편하면 됐지!”
“너희들 지금 뭐 해?!”
“나도 책상이랑 의자 만들래.”
“아니, 좁은 곳에서 지금 뭐 하냐고!”
“책상 좀 그만 만들어. 자꾸 그러면 디스펠로 없애 버린다?”
아무도 칠판의 내용을 찍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비록 영감을 위해서 직접 필기한다고 하지만, 이쯤 되면 사진만 찍고 돌아갈 학생이 있을 법도 한데, 학생들은 필기에 미친 것처럼 매진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교수들로서는 절대로 상상도 못 하는 광경이었다.
달칵─!
조명을 켠 것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다지 큰 소리가 아니었음에도.
샤프나 볼펜 따위를 움직이는 필기 소리로 가득한 대강당에 이상하리만치 크게 들리는 소리.
그 소리가 들린 직후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치, 칠판이 지워진다?!”
“누구야? 누가 칠판을 지운 거야?!!”
“어서 사진이라도 찍어!”
“해, 핸드폰 카메라가…… 이거 왜 이렇게 안 열려!!”
대강당의 칠판은 무척이나 거대하다.
강당의 한쪽 벽면과 맞먹는 크기의 칠판은 사람의 몸으로는 지울 수 없는 크기였다. 그래서 칠판을 자동으로 지우는 버튼이 존재하는데, 지금 누군가 그 버튼을 눌렀다.
이제 겨우 절반을 필기한 학생들은 절규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다.
그런 후회를 하던 학생들은 뚜벅뚜벅 걸어오는 한 인형(人形)을 보였다. 길쭉한 사람의 그림자.
그것은 칠판을 지우는 버튼이 있는 곳으로부터 걸어오고 있었다.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도대체 누가 버튼을 작동시켰는지 확인하려던 그 순간.
학생들은 두 번째로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라? 학생들이 왜 이렇게 많죠?”
“머, 먼로 교수님?”
“아니, 교수님이 여긴 왜 오셨지? 그리고 버튼은 또 왜?”
연이은 수천 명의 학생들의 말에 먼로 교수는 갸웃거렸다.
저 학생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제 강의 시간에 칠판이 빼곡하게 적혀있으니 지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나저나 전 강의 시간이 어떤 교수님인지는 몰라도, 설마 스페어로 구비해 둔 칠판까지 전부 꺼내서 사용하다니. 어지간히도 열정 넘치는 교수님인 모양이네요.”
먼로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제 강의 시간? 전 강의 시간?
강의와 강의 사이에는 보통 1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 학생들이 시간을 살폈다.
핸드폰을 꺼내는 학생도 있었고,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는 학생도 있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그들 모두 방법은 달라도 표정만큼은 똑같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경악할 일이 많은지.
슬슬 얼굴 근육이 아파지기 시작한 학생들은 백승우의 강의가 벌써 1시간 전에 끝났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기겁했다.
필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절반밖에 필기하지 못했거늘. 설마 1시간이나 지났을 줄이야.
“보아하니 전 강의의 학생들이 잔뜩 있는 모양이네요. 지금은 제 강의 시간이니, 관계없는 학생들은 어서 나가도록 하세요. 여러분들 때문에 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자리에 못 앉고 있잖아요.”
정말 그렇다.
2,000개의 좌석은 물론 그 뒤에 있는 여유 공간을 전부 차지하면서, 다음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대강당 뒤에서 줄을 선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가려는 학생 수천 명과 들어가려는 학생 수백 명이 얽혔다.
이러한 교통 혼잡 때문에 이에 대한 사건은 아카데미의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전파되었다.
전교생의 절반 이상을 1시간이 지나도록 붙잡았던 강의와 내용.
칠성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면, 이 업계에 발을 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필기를 전부 끝낸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강의의 필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제시간에 필기를 끝낸 10명.
그들은 손이 빠른 것도 아니고, 승우처럼 「염동력」을 이용해서 동시다발적으로 필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이사벨처럼 자신만의 세계와 주관을 확립한 마법사들일 뿐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주관에 따라 칠판의 적힌 내용에서 알짜배기만 기록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몰라서 무작정 죄다 필기하는 학생들과는 달랐다.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내용이 자신을 보다 높은 경지로 인도할지 아는 학생들만이 필기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 탓에 그들의 필기 노트는 읽어도 아무런 깨달음이나 감흥이 없었다. 덕분에 온전한 필기는 마치 전설 속의 보물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다음 날.
5개의 칠판을 모두 찍은 학생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필기에만 집중해도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모두가 확신하던 그 순간에 어떤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문이 사실로 판명된 이후.
해당 학생은 자신에게 몰려오는 메일과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돈을 무리하게 받고 사진을 건네준 결과 하루 만에 돈방석에 앉았다.
직접 거래하기 위해 만난 3학년의 말에 의하면 중학교 3학년인 자신의 여동생보다도 작은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수련용 도끼와 방패를 들고 다닌다고 하더라.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이기에 그 사진이 진실인지, 그 학생이 정말로 돈방석에 앉았는지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그저 도시전설이나 속설에 불과한 이야기처럼 남들의 입을 타고 내리며 구전처럼 전해질 따름이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필기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되며 깨달음을 얻은 학생도, 칠판에 적힌 내용을 찍은 사진을 통해 돈방석에 앉은 학생도 아닌.
이토록 화제가 되는 강의를 만든 백승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