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2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25화(22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25화
마법과 신비(5)
여름 방학 당일이 다가왔다.
“자, 그러면 이걸로 연설을 마치겠습니다!”
방학 연설도 끝났겠다.
이걸로 우리는 더 이상 아카데미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보통의 교수와 조교들이라면 연구를 위해서 아카데미에 남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막내 조교였다. 남아서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나이와 연차가 너무 어렸다.
아이고 아쉬워라.
“얼른 도망가야지.”
남화연이 나를 붙잡기 전에 도망쳐야 된다.
이사장의 연설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연설이 끝나자마자 대강당 밖으로 나왔다. 여름의 따스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더위를 느꼈겠지만, [화염 마법]을 익히며 더위에 익숙해지고 높은 수준의 화염 내성을 갖춘 내게는 그다지 더운 바람이 아니었다. 봄이나 가을의 바람처럼 선선하진 않지만 확실한 온기가 느껴지는 바람.
지금이 7월이라는 확신을 주고 있었다.
‘4개월 정도 흘렀나.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네.’
이 세계에 들어온 지 4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1년의 1/3. 아카데미나 여타 학교의 1학기.
이렇게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 손쉽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생각보다 많이 흘렀는지 모르겠군.”
4개월이란 시간은 짧지 않지만, 지금까지 보낸 시간의 밀도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졌다. 정말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것을 잃었다.
마법사가 되어서 나만의 마법을 만들거나, 수천 권에 이르는 마도서를 읽고 암기했다. 마왕의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고, 그녀를 대신해서 강의를 도맡았다.
주연들을 성장시켰으며 사제 관계로 친분을 맺었다.
몸이 망가지고 시한부가 되었으며, 스스로 죽음을 감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설령 좋은 기억이 있더라도 안 좋은 기억이 하도 많아서 흩어지고 옅어졌다. 그저 내 인생이 기구하고 불우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그래도 뭐.
이게 나다운 삶이었다.
내가 언제 행복하게 살았다고.
“……우선 집으로 돌아가자.”
할 일도, 갈 곳도 없겠다.
나는 이대로 퇴근했다.
집에 오자 나를 반기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소녀의 목소리였다.
다만 오늘은 유독 목소리가 컸다.
“아, 아빠 저, 저거……!!”
내 수양딸 에르제베트.
비록 그녀에게 부성애를 느낀 적은 없지만, 나름 열심히 애정을 주며 키우고 있는 그녀가 내 손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다급한 말투로 나를 이끌었다.
평소 에르제베트가 이렇게 다급하게 행동했던 적이 있던가?
전혀 없었다.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에르제베트는 내게 단 한 번의 장난도 친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나를 필사적으로 부른다는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났다……!’
타다닥──!
현관에서 거실까지 신발을 신은 채로 달렸다.
몸이 망가진 탓에 격렬한 달리기는 몸에 무리가 갔으나, 지금은 마음이 급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에르제베트의 목소리가 들렸던 거실에 도착하자 보인 것은.
“!!!!”
“아, 아빠. 그러니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라면…….”
“아바?”
내가 평소에 보던 거실의 모습이 아니다.
거실의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던 알과 온도를 조절하던 기계들.
언제나 알 곁에서 잠을 청하던 소녀의 모습.
그 무엇도 평소와는 달랐다.
치지직!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조절하던 기계는 망가진 채, 전선에서 전기를 뿜고 있었다. 알은 처참하게 깨져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얼마나 강하게 튀었는지 벽과 TV에 알의 파편이 박혔다.
벽은 수리하고, TV와 같은 가구는 새로 사면 그만이지만 에르제베트는 아니었다. 다치면 큰일이다.
다행인 것은 에르제베트의 주변에만 알의 파편이 박히지 않았다.
놀라운 점은 노리고 그런 것처럼 그녀의 주변에만 알의 파편이 비산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는 죄다 알의 파편이 가시처럼 박혔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거실에 있는 소녀가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
“……아빠, 얘 부화했어.”
알이 깨졌다는 것은 곧 알에서 무언가가 부화했다는 뜻.
당연히 용이 부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그 안에서 태어난 것은 내 상상을 초월했다.
용이 아니다. 어린 아기였다.
“하하…….”
졸지에 딸부자가 됐네.
아내는커녕 여자친구도 없을뿐더러.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청년이 벌써 둘째를 가지게 되다니.
“……어떡하지.”
정신이 멍해서 머리가 안 돌아간다.
* * *
정신이 멍한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나는 우선 아이들을 2층으로 옮겼다.
“에르제베트와 아가야. 잠시 여기에 있으렴.”
내 방 침대 위에 둘을 놔뒀다.
참고로 아이는 일단 ‘아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설마 알에서 용이 아니라 사람이 태어날 줄도 몰랐고, 태어날 때까지 적어도 1년은 넘게 남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탓에 생각해 둔 이름이 아무것도 없었다.
‘기왕 키울 거 아무 이름이나 붙여줄 순 없는 노릇이지.’
전혀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지만,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다. 해맑게 웃는 아기를 보며 나는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했다.
아기의 이름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이름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기를 키울 사람의 존재였다.
알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부모는 생물학적인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은.
“평소 이 집에서 아이들을 봐줄 보모가 필요하다.”
부모가 아닌 보모의 존재였다.
백은호를 기용할 수도 있지만, 놈은 가문 내부에서 장로들의 정보나 동선을 파악해서 내게 알릴 의무가 있었다.
그런 놈을 보모로 사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니 불안감이 엄습한다.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도 큰 문제는 바로 아이들이었다.
에르제베트는 몰라도 ‘아기’는 아직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통제할 줄 모른다. 당장 이 모습을 봐라.
“에, 에츄!!”
집에 구비해 둔 아기 옷이 없는 까닭에 담요를 돌돌 말아서 아기를 감쌌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는지 재채기를 한다.
문제는.
화르르륵─!
재채기와 함께 입에서 튀어나온 불꽃이었다.
푸른빛의 불꽃은 어찌나 선명한지 방을 일순간 환하게 비출 정도였다. 그 불꽃을 본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만한 밀도의 불꽃이라니. 역시 원래 용이 될 아이는 다르네.’
불꽃은 밝지만 크기는 작았다.
단순한 화력을 놓고 보면 초급에서 하급 마법의 중간에 있었다.
문제는 그 속에 있는 마력의 밀도였다. 마력이 어찌나 촘촘하고 빠르게 회전하는지, 손가락이 닿는 순간 화상을 입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으아!”
“얼씨구, 가정 살림 하나 부수고 좋아하네.”
“……아빠, 혹시 화나신 건 아니죠?”
“어린아이가 뭣도 모르게 가구를 부순 것도 화낼 정도로 지갑 사정이 얇진 않다. 다만,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지 모르겠구나.”
“……그냥 우리끼리 키우면 안 돼요?”
“저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니?”
2층의 가구가 불에 타고 있다.
온갖 마법으로 무장한 주택이었지만, 아기의 재채기 한 방에 대부분의 마법이 반파되었다. 딱히 의도한 것도 아닌 단순한 재채기가 불러일으킨 결과였다.
물론 마법이야 보강하면 그만이지만.
“……힘들 것 같네요.”
“그래, 심지어 나는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되기 때문에 아기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너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지.”
어떡하면 좋을까.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일까.
그런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뇌를 쥐어짜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나와 친분이 있고 입이 무거운 사람. 당장 떠오르는 건 남화연…… 안 돼. 그 양반은 절대 안 돼.’
남화연은 더더욱 안 된다.
아무리 내 마법 스승이라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성격은 예측할 수 없다. 어쩌면 용으로 태어났어야 할 아기를 실험의 대상으로 여길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이 아기가 먼 훗날 재앙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지만.
“아바!”
방금 막 태어난 아이였다.
이제 막 옹알이를 하고, 나와 눈을 마주치면 곧잘 배시시 웃는 아기였다. 죄를 지을 운명이라도, 아직 죄를 짓지 않은 아이에게 무엇을 탓할 수 있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괜히 유명한 게 아니다.
비록 사람이라는 대상이 용의 형질을 타고난 아기로 바뀌긴 했지만, 아기에게 미워할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화연은 머릿속에서 배제한다.
……이후로도 긴 고민을 했다.
그 끝에 도출한 결론은 역시 아기의 보육에 있어서 나만 한 인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2배로 희생하는 수밖에.
“에르제베트. 2층 창고 오른쪽에 큰 가방이 있으니 일주일 동안 짐을 채워서 넣으렴.”
“……우리 어디 여행 가요?”
“여행이라면 여행이지.”
내 굳은 표정을 지켜보던 에르제베트.
그녀는 내가 말한 여행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평범하진 않겠지.’
그래도 여행의 요소는 최대한 갖출 것이다.
맛있는 먹거리, 처음 보는 장소나 물건 등등.
그야 우리가 갈 곳은 여기서 아주 멀거든.
“……저희 어디로 가는데요?”
“독일.”
독일. 사자의 가문.
레온하르트 가문의 마당이자, 그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곳이자.
‘천호백가와 앙숙인 가문이지.’
사자와 여우는 서로를 적대한다.
그건 어느 한쪽이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서로를 견제하고 라이벌처럼 여기는 레온하르트와 시리우스와는 사뭇 다르다. 천호백가와 레온하르트는 아주 오래전 전쟁을 벌였고, 그 전쟁은 후손들에게까지 잊히지 않을 역사로 남았다.
‘애초에 레온하르트와 시리우스가 서로를 견제하는 이유가 백승우와 이사벨의 약혼식 때문이었지.’
백은호의 감상문에 적혀 있던 내용이었다.
천호백가의 장남 백승우.
시리우스의 장녀 이사벨.
둘의 약혼은 곧 두 가문의 결합이자, 견고한 동맹의 약속이었다.
약혼식 전까지 레온하르트 가문과 시리우스 가문의 사이는 비교적 온화한 편에 속했지만, 시리우스가 철천지원수 가문인 천호백가와 동맹을 맺은 것이 불화의 시발점이었다.
‘얽히고 뭉친 실타래가 참 많고도 깊어.’
수백 년의 세월.
동서양을 지탱하는 두 가문의 전쟁은 더 이상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역사가 되었지만, 그 역사는 아직도 후손들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지금.
나와 에르제베트는 아기의 보모를 구하기 위해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것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다.’
아무래도 이번 방학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일주일.
그때까지 아기의 신분을 위조하고 가문의 눈으로부터 시선을 잠시나마 돌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여행치고는 꽤나 거창한 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