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2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27화(22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27화
여름 방학(2)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아카데미는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잠시 그 생기를 잃었다. 이제 학생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난, 여름 막바지 즈음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교목은 붉게 물들며 서서히 가을을 맞이함과 동시에, 다시금 학생들의 생기와 함께 떠들썩해지겠지.
“드디어 오늘이군. 1시간 뒤에 출발하면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여유롭게 갈 수 있겠어.”
─오늘에서야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떠날 수 있는 건가. 나도 그 파리라는 이상한 이름의 도시를 가보고 싶네.
“너는 이상한 곳에서 신났네. 그렇다고 다른 나라를 구경하고 싶었던 거냐?”
─후후, 그야 당연하지. 나는 생전과 사후 둘 다 동양에만 묶여 있던 처지였는걸.
백면금모. 백 가지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녀석은 그 이름에 걸맞게 백 개 이상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주로 그녀를 부르는 이름인 타마모를 시작으로 달기, 화양부인 같은 이름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녀의 이름 중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름도 여러 개 있었으나, 대체로 한자가 들어간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서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이를 말미암아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족히 수천 년은 살아왔을 그녀가 서양의 땅에는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볼 수 있나?”
─설마 맨입으로 들을 생각은 아니겠지?
“……됐다, 됐어. 그냥 안 물어보고 말지.”
중요한 이야기 같지도 않은데, 거래를 하면서까지 들을 가치는 없었다.
나는 그녀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내 단호한 반응에 타마모는 뒤에서 뭐라고 소리쳤지만 철저히 무시했다.
귀로는 타마모가 하는 말을 흘리는 한편, 손으로는 짐을 싸고, 머리로는 생각을 정리했다.
‘가문의 동향과 장로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동굴로 향하고 있다. 일주일만 지나더라도 동굴로부터 눈을 돌리는 자가 나올 수 있으니 지금이 최적의 적기로군.’
업계에 조금씩 흘린 업계의 소문.
이에 실체를 확인하려던 겁 없는 신생 길드가 동굴에 들어갔다가 전멸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생 길드라고 하더라도 인원수가 적은 것은 아니었다.
수백 명의 플레이어가 단번에 사망하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 나라에 존재하는 3개의 S급 길드가 철저한 조사를 벌인 끝에 동굴 내부는 S급 이상의 던전이 오랜 시간이 흘러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킨 것으로 판명되었다. 아직까지 함부로 동굴에 들어가는 이는 없지만, 그것도 찰나에 불과할 것이다.
동굴 속에 보물이 있다는 소문과 충분한 근거가 스멀스멀 업계를 휘감는 그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혼란이 찾아올 터.
그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계산한 나는 짐 가방을 잠갔다. 이걸로 유럽에 가져갈 물건은 전부 챙겼다.
무궁이나 백은호 같은 동업자들에게는 이제 곧 떠난다고 알렸다.
이제 출발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학생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도 괜찮나.’
순간 방치될 학생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 아이들이 무슨 반려동물도 아니고 사사건건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특히 임시 선생의 자격은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임시 교수직과 수거되었다.
이제 나와 그 학생들은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물론 지식이나 기술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겠지만, 구태여 특정 시간에 다 같이 수련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아이들의 사정은 다를 것이다. 이번 기회에 돈독해진 그들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주고 보다 높은 경지로 그들을 인도해 줄 것이 분명했다.
방학 전에 단체 메신저로 여름 방학 동안 수련하면 좋을 수련 방법을 각자의 성장 수준에 맞춰서 보고서로 보내줬으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할 일은 다 했네.”
이제는 열매가 무르익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내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어린 유목들.
그들의 가지 끝에 자라는 과실이 부디 달콤하기만을 바라며, 나는 다음 유목을 키우고 열매가 무르익을 순간을 준비했다.
“에르제베트.”
“……나 불렀어?”
“짐은 다 챙겼니?”
“……응, 알알이랑 같이 챙겼어.”
알알이?
뭐지, 그 괴상망측한 이름은.
“뭘 의미하는지 대략적으로는 알겠는데, 혹시 그거…….”
“……내 동생. 알에서 태어났으니까, 알알이.”
“그, 그래 그렇구나. 직관적이라서 듣자마자 단숨에 머릿속에 꽂히는 이름이긴 하네.”
“……그렇지?”
아무래도 유럽을 갔다 오자마자 유명한 작명소라도 들러야지.
이대로 가다가는 아기의 이름이 알알이로 정착할지도 모른다.
빨리 갔다 오자.
“자, 공항까지 같이 손잡고 걷자꾸나.”
“……응!”
덜컥!
집 문을 열며 에르제베트와 손을 잡았다.
작은 아이 특유의 온기가 느껴지는 왼손. [화염 마법]을 높은 경지까지 일궈낸 내 체온도 결코 낮은 건 아니지만, 이 온기는 사뭇 특별했다.
‘따스하네.’
뭔가 신기한 감각이었다.
여담이지만 아기는 유모차로 운반했다.
그냥 안고 다닐 수도 있었지만,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아기는 아주 잘 걸어 다녔다. 알에서 태어난 비범한 아기인 만큼 또래보다 다리 근육이 월등히 발달한 것이다.
그런 주제에 머리는.
정확하게는 사고 능력과 인지 능력은 또래와 비슷한 수준인지 뭐든 입에 가져다 대면서 이래저래 사고를 쳤다.
‘문제는 입에 가져다 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분쇄한다는 것이지만.’
용으로 태어날 운명이라고 증명하듯.
아기의 이빨은 촘촘하고 날카로웠다.
심지어 무는 힘인 저작력(咀嚼力)이 매우 뛰어나서 입에 가져다 댄 물건들을 족족 부수고 먹었다. 그중에는 고가의 물건이나 기계 장치, 보석 같은 것도 있었는데.
용으로 태어났어야 할 아기의 소화 능력은 그런 것도 소화시키는 모양이더라. 배변으로 아주 시원하게 배출했다.
‘아무리 겉모습이 인간의 아기라도, 이걸 어떻게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행동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아기가 무언가를 입에 가져다 대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당연한 행동이다. 하지만 기계를 가볍게 부수고 소화 기관을 통해 배출하는 능력은 아기의 몸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몇 번이고 증명했다.
그러면 대체 누구의 몸이냐고 묻는다면.
“……용.”
쿵쾅쿵쾅─!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
그와 함께 아기의 전신으로 퍼지는 대량의 마력. 순간 압도되는 감각마저 드는 마력은 용 혹은 드래곤이 가진 그들만의 심장.
「드래곤 하트」만의 전유물이었다.
‘외형은 인간이지만, 내장 기관을 비롯한 내부는 전부 용의 것이라는 것이겠지.’
아기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끼칠 일은 없지만, 내 입장에서는 썩 유쾌한 정보가 아니었다.
‘알 주변에서 녀석을 돌봐준 나와 에르제베트의 외형에 영향을 받은 탓에 이렇게 된 모양이네.’
재앙이라는 상징 그 자체로 태어났어야 할 용은, 인간의 가죽을 입은 채 용생구자(龍生九子)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덜떨어진 반푼이 용.
용은 태어나자마자 세상의 진리를 터득하고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마법을 구사한다는 전설은 공갈젖꼭지를 쪽쪽 빨아대는 아기를 보며 머리 한쪽에 쑤셔 박았다.
쓸모없는 지식 같으니라고.
‘도대체 이 아기가 어떻게 성장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네.’
나와 에르제베트의 영향을 받아서 인간의 형상으로 태어난 재앙.
그것이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킬지는 감히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소설의 원작자인 이브 또한 모를 것이다.
이미 이 세상은 그녀의 소설과 구전과는 멀어졌기에.
나는 지금 하는 이 행동이 부디 올바른 미래로 이어지길 바라며 날아오르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 *
유럽의 어느 한 국가.
상당한 거구와 거친 얼굴을 한 사내들이 불빛 한 점에 겨우 의존하는 검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에 감옥이나 취조실을 연상케 하지만 이곳은 딱히 그런 곳이 아니다.
“대계는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되긴요, 보스. 놈들의 저항이 너무 거셉니다. 특히 시가전에서는 놈들의 공격을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의 보조와 지원도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었고요.”
“그렇다면 민간인을 모두 몰살하는 일이 있더라도 도시째로 짓눌렀어야지!”
그렇다고 여기 모인 자들이 감옥이나 취조실에 가지 않은 선인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공권력에 잡히지 않았을 뿐.
쓰레기임에는 틀림없었다.
“지금 당장 걔들을 전부 쓸어…… 아니, 됐다. 우선 「아네모네의 심장」부터 회수해라. 놈들에게 잡힌 딸의 목숨은 그다음 일이다.”
“그렇지만 보스. 지금 아가씨가…….”
쿵!
보스라고 불린 험악한 사내가 책상을 내려치자 튼튼하던 책상이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소리가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귀를 스쳤다.
“그년의 목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심장부터 회수해라. 딸의 목숨이야, 그년이 허튼짓을 하다가 잡힌 것이니 알아서 연명해야지.”
여러모로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 상황.
바로 그때.
덜컥, 문이 열렸고 작고 왜소한 체구의 소년이 방 안으로 들어와 보스라는 사내의 귀에 뭐라고 속닥거렸다.
아무리 마력으로 청력을 키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
보스가 의도적으로 소년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절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가만히 보스와 소년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소년의 입이 닫힐 무렵.
“하하하! 아주 좋은 소식이군. 빈, 너는 이만 돌아가 봐라.”
“네, 알겠습니다…….”
“이제 다들 걱정 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바다를 건너서, 『실낙원의 귀족들』이 직접 행차하기로 하셨다.”
방금 그 말에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그나마 빠르게 정신을 차린 검은 양복의 사내가 보스에게 물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무인도에 매장되어 있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내가 ‘먼바다’라고 하지 않았느냐.”
무인도.
말 그대로 사람이 살지 않는 섬으로, 마법과 무도가 발달한 이 세계에서 특정 섬이 개발되지 않은 채로 방치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마법을 이용하면 그 어떤 외진 섬도 개간할 수 있다.
자연 생태계를 보존한 채로 개간하고 싶다면, 그것 또한 마법으로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세계에서 무인도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나 섬 따위.
더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 세계에는 더 이상 무인도가 없다. 그러나 무인도로부터 누군가가 오기 위해서는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무인도에서 오는 수밖에 없다. 『실낙원의 귀족들』이란 그런 집단이다.
땅 깊은 곳에 매장된 망자들의 섬.
그리고 애당초 인간이 아닌 것들이 묶여 있는 묘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무인도라는 공간에 봉인되었다가 이쪽 세상으로 넘어오는 존재들.
그들의 존재는 100년도 전에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보스라고 불리는 사내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단체에서 그들의 존재가 거론되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자신들을 기점으로 세상과 사회가 변화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시발점은.
독일의 어느 한 도시에서 일어난 회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