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2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28화(22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28화
여름 방학(3)
우리의 첫 행선지는 독일이었다.
레온하르트 가문의 앞마당.
군권과 경제를 장악한 사자들은 언뜻 독재자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지만, 공항과 도시 곳곳에 일정 간격으로 배치된 경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쏙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게.
“이 정도면 독재자가 아니라 왕 그 자체인 것 같은데.”
─흐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군인을 국가의 모든 지역에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다니…… 효율은 둘째치고 시민 통제와 감시에는 최적이겠어.
“더 무서운 건 이를 이상하게 여기거나,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겠지.”
─그것도 그렇네. 표정을 보면 알아. 군인들이 도시를 주기적으로 순찰하는 것을 무척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어.
“군인들이 치안을 수호하고, 자신들을 지키리라고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어. 이건 국가 단위의 세뇌를 하거나, 아주 오랫동안 이 나라 사람들의 신뢰를 받아야만 가능한 결과다.”
당연하지만 레온하르트 가문에서 국민들을 세뇌했을 가능성은 없다.
비록 독일이 그들의 앞마당이라고 하더라도, 세뇌라면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가는 레온하르트를 제외한 구천세가의 여덟 가문이 그들에게 총공격을 감행했을 것이다.
심지어 국가 내부에서도 정신 내성이 높은 자들이 시위대를 조직하고, 레온하르트와 맞서 싸웠겠지. 이건 오직 오랜 신뢰의 결과물이었다.
레온하르트 가문이 만들어진 수백 년.
그 긴 세월 동안 백수의 왕은 시민들을 기꺼이 품고 돌봐줬다.
처음에는 시민들이 불신했을지 몰라도 수십,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레온하르트는 그들을 보호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설령 그 보호라는 명목으로 한 국가의 군권을 장악했더라도, 수백 년간 이어진 신뢰 관계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물론 다른 나라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뭐, 타국에서 온 외지인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었다.
이 나라의 사람들이 선택한 일이다.
나 같은 놈이 뭘 알겠는가.
“……아빠.”
“왜 불렀니. 공항에서 먹고 싶거나 사고 싶은 물건이라도 있으려나.”
“……아니, 그거 말고. 우리 이제 어디 가?”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를 바라보던 에르제베트가 물어봤다.
글쎄다. 원래는 공항에 도착과 동시에 이곳에 온 가장 큰 목표를 완수할 작정이었지만, 체력이 빠져서 그럴 기력이 없었다.
‘설마 그 긴 비행시간 동안 아기가 한 번도 잠들지 않을 줄은 몰랐지.’
시한부가 되면서 내 몸은 주기적인 휴식을 필요로 했다.
평소라면 한숨 푹 자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전투나 전쟁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하루에 1시간이면 충분히 여독을 풀 수 있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뒷전이지만, 육체의 부하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거든. 하지만 그 1시간조차 얻을 수 없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가관이었지. 후후, 설마 아기가 잠도 자지 않고 네 품 위에서 온갖 물건을 입을 가져다 댈 줄이야. 아마 아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 그랬다면 얼굴이 붉게 물들 정도로 화를 냈겠지. 아니지, 불로 태워서 상대를 붉게 만들었을지도? 특히 네 다섯 꼬리를 한데 모아…!
‘타마모, 입을 괜히 만악의 근원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까? 너에게 주려고 챙겨둔 유부 우동은 나와 아기가 먹을 거다.’
─자, 잠깐만……! 하하하……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공항에서부터 포장을 뜯지 말아 줘. 여기는 뜨거운 물도 없잖아.
“왜 없다고 생각하지? 내가 끓이면 그만인데.”
─아…… 제발.
타마모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참고로 짐을 들고 내리지 않았다.
전부 반지 속에 집어넣었다.
사실 아공간 반지처럼 안에 무슨 내용물이 있을지 모르는 걸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순 없는 노릇이지만, 역시 돈이 최고였다.
주머니에 조금 넣어주니까 아무 말도 안 하더라.
유모차와 조금의 간식만 꺼내고 독일의 길목을 아이들과 함께 걸었다.
슬슬 공항 건물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즈음이었다.
“제, 제발 좀 도와주세요!!”
“거기 서라!!!”
“응……?”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외국어.
예전에 지휘를 위해서 여러 나라의 언어를 외운 덕분에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순간 어느 나라 말인지 헷갈렸는데, 그 이유는.
‘어라, 발음이 좀 이상한데?’
뒤에서 들린 외국어는 독일어가 맞다.
이곳이 독일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발음이 독일어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일본인의 영어 발음이 독창적인 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이 입에 맞지도 않는 독일어를 억지로 굴리려는 느낌이 다분한 발음이었다.
‘유럽권에 있는 국가의 발음하고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언어학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군.’
언령, 시동어를 위해서 언어 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각 나라별 발음의 특징이나, 모국어가 익숙한 사람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발음할 때 발생하는 발음의 특이점에 대해서 알고 있을 정도로 깊이 공부한 적은 없다.
언젠가 「용언」을 연구하고 익히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일지 몰라도, 지금 내게는 너무 허들이 높았다.
─그래서, 뭘 어쩔 생각이야?
‘그게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기는. 자기를 도와달라는 여성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 것인지, 묵인할 것인지를 묻는 거잖아.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여기 치안도 좋은데,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경비들이 알아서 해결하겠지. 만일 경비가 잡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도와달라는 요청에 전혀─.
‘─관여할 생각 없어.’
“거기 신사분.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
뒤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어느새 등 바로 뒤까지 다가왔다.
자칫 잘못하면 숨결도 느껴질 거리.
황당한 심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텅 빈 아기 보따리를 등에 업고, 수상해 보이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인.
그녀가 내 등 뒤에 붙었다.
‘뭐야 이 수상한 여자는.’
여러모로 수상쩍은 여인이다. 아무것도 없는 보따리를 진짜 아기라도 들어 있는 것마냥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들고 있는 꼴이며.
마스크나 선글라스 같은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안면 인식을 저해하는 마법이 가장 수상쩍었다.
「요마안」
마력의 움직임과 허와 실을 간파하는 마안이 마법과 마스크를 뚫었다.
자색으로 번들거리는 안광을 통해, 나는 여인의 얼굴을 살폈다.
서구적인 얼굴의 여인. 전형적인 서양의 미인상이다.
일단 관상은 합격이다.
관상이 미신이긴 하지만 신비가 만연한 이 세계에서 미신을 의심만 할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여인의 얼굴은 흔히 영화에서 납치당하는 여자 주인공이거나.
‘진짜 흑막. 숨은 실세일 가능성이 높지.’
물론 이 세계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어디까지나 관상이란 여전히 미신에 불과하기에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겠지만,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거지? 나는 누가 봐도 이 나라의 사람이 아닌 동양인이다. 독일어로 도와달라면 내가 어떻게 알아듣는다고 확신을 하는데. 그뿐만 아니라 중학생 정도의 어린아이와 갓난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에게 이렇게 도움을 청한다고?’
수상한 점은 아직도 넘쳐났다.
내 복장의 가격을 안다면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면서 거리를 두기 마련이다. 설령 가격을 몰라도, 마력 전도율이 높은 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보자마자 느껴지는 게 있기 마련이다.
아, 저 사람 엄청 부자인가 보구나.
잘못 엮이면 큰일 나겠다며.
보통은 그렇게 반응한다.
하지만 가장 수상한 점은 따로 있었으니.
‘왜 길가에 넘쳐나는 경비와 군인들에게 달려가는 게 아니라, 나한테 온 거지?’
아이와 함께 길을 다니는 외국인과 자국을 수호하는 군인.
둘 중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지 고르라면,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미친 사람이 내 뒤에 숨었다.
“……누, 누구세요?”
“빠아!”
여인의 등장에 에르제베트는 마력을 끌어올리며 경계했다.
슬며시 움직이면서 아기가 누워 있는 유모차를 가리고, 손톱을 길게 뽑았다. 손톱 위로 비릿한 피 냄새가 감도는 것이 수틀리면 금방이라도 전투태세에 돌입하려는 기세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골목 너머로부터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달려왔다.
관상으로 미루어보아 누가 악역인지 대충 유추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도와달라는 여자 쪽도 여간 수상한 게 아니란 말이지.
“너……! 거기 있구나.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 어서 따라와라!!”
“시, 싫어요. 당신들에게 또 한 번 끌려가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고 말겠어요.”
“이 미친년이 객기를 부리기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나는 그저 노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뿐인데, 왜 이런 사람들이 엮인 걸까.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으으으아! 아, 아으!!”
칭얼거리기 시작한 아기.
험악한 분위기에 아기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비록 용으로 태어날 운명이었다지만, 지금은 결국 인간의 형상을 한 아기.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대화하는데 시끄럽잖아. 그 아기 좀 조용히 시켜!!”
“……여기까지 와서 이게 무슨 일인지.”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기분이 아주 역겨워. 내가 이 아이를 부화시키려고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정성을 투자했는데.”
말과 동시에.
쿵─!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일대를 누르기 시작했다.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그들의 어깨를 강하게 누르고 있었다.
당황한 여인과 사내는 뭐라 말하지도 못한 채, 갑자기 자신들에게 일어난 현상에 대해 당황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웠던 에르제베트는 그들을 이상한 눈치로 쳐다봤고.
“바아!!”
오직 아기만이 칭얼거리는 것을 멈추고 해맑게 웃었다.
지금 녀석은 「염동력」으로 만든 무형의 손길이 보이는 것이다.
거대한 손 여럿이 어깨만 누르자, 이를 발견하고는 손을 뻗는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그 손으로 아기를 향해 흔들어주자 아주 기분이 좋다는 눈치로 배시시 웃었다.
‘역시 이빨만큼이나 눈도 좋군.’
마법을 꿰뚫어 보는 눈이라.
나를 화나게 만든 저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정보를 손에 넣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도와주겠다는 건 아니다.
정체 모를 여인을 도와줄 의리와 신사도 정신 따위.
내겐 터럭만큼도 없었다.
여인과 사내. 둘 다 내 신경을 건드렸다.
“날 귀찮게 할 거면 둘 다 덤벼.”
유창한 독일어로 덤비라고 말했다.
그러자 둘이 떨리는 동공으로 나를 쳐다본다.
「염동력」을 사용하면서 S+ 등급의 방대한 마력이 연기처럼 넘실거렸다. 그 광경을 놓칠 두 사람이 아니었다.
여인은 고개를 숙였고, 사내는 한껏 긴장한 눈치였다.
“안 덤비면 내 쪽에서 가도 되겠지? 나는 너희 둘에게 휘말린 평범한 행인이니까. 한 대 정도는 맞을 각오를 하도록.”
정체도 모르는 수상한 여인을 전후 사정 파악을 하지 않고 구할 정도로 내 정신세계는 유하지 않다. 지금 내 입장에서는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으니.
도망치는 쪽과 쫓는 쪽을 둘 다 짓누르면 그만이었다.
마침 공항에 막 내린 직후여서 시간은 충분하다.
둘의 사정은 잠시 뒤에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