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30화(23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30화
여름 방학(5)
범죄자라.
어렴풋이 유추는 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발걸음이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훈련받은 군인이나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암살자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실제로도 피 냄새가 살짝 났다.
내 예민한 감각으로도 아주 살짝 맡은 것에 불과했지만, 하필이면 그녀가 조상이 뱀파이어인 에르제베트의 곁에 다가가자, 에르제베트가 얼굴을 구기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에르제베트는 흡혈이라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피는 좋아하지만, 흡혈이라는 과정은 싫어한다. 그 덕분에 녀석이 훈련할 때마다 피를 먹이는 데 고생을 좀 했는데.
그때와 똑같은 표정을 지어서 금방 눈치챘다.
“그럼 전 가겠습니다.”
“자, 잠시만요! 제 얘기는 전부 들어주고 가셔야죠. 그러려고 저랑 대화하고 있는 거 아니신가요?”
“굳이 대화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처억.
손가락을 들어 올려서 그녀의 심장으로부터 오른쪽 주머니를 가리켰다.
아주 작은 빛이 새어 나오는 주머니. 그 속에서 느껴지는 예사롭지 않은 형태의 마력이 내게 확신을 주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오늘이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렇게 비범한 물건은 어떻게든 나와 엮이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조만간에 보도록 하죠.”
만나는 것은 아이들을 전부 재운 다음.
야심한 밤이 된 이후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지금은 아침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독일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관광이 목적인 여행은 아니었지만, 한껏 신난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나는 유모차를 밀었다.
그 뒷모습은 마치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온 평범한 아빠와 같아서 여인은 그 뒷모습을 멍하니 처다만 보고 있었다.
저 남자. 뭐 하자는 거야?
비범한 마력 때문에 힘을 숨긴 강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냥 거리에 널린 평범한 애 아빠처럼 보였다.
* * *
호텔의 침대 위.
큰 침대 위에 두 명이 꿈틀거리면서 이불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그 모습을 웃으면서 지켜봤다.
“…….”
“…….”
아이들 자는 모습은 천사 같다고 하더니.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나는 반려도, 피로 이어진 친자식도 없는 몸이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긴 희미한 부성애가 나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아침부터 어쩐지 잘 버틴다 싶었다. 비행기에서도 잘 안 자더니, 아주 푹 자네.”
─귀여워. 네 아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야. 아주 천사같이 자네.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은 내가 살아생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없을 정도인데, 너도 참 복 받은 아버지라니까.
“아빠라고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지. 나는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 한 몸이다.”
피로 이어진 혈연은 없다.
본래의 세상에 남긴 가족이 있지만 글쎄.
적어도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육체적인 관점에서는 두 명 정도 있긴 하지만, 그 둘과 가족 같은 관계라고 묻는다면.
욕설을 조금 곁들여서 가X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가족은 없다.
지금 느끼고 있는 희미한 부성애도 언젠가는 떨쳐내야 하는 감정일 뿐이다. 모순된 생각이었다.
‘정상적으로 장성하게 키우기 위해선 사랑을 주면서 정성 어린 마음으로 키워야 되지만,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결국 우리는 헤어져야 할 운명이니까.’
결국은 몇 년 내외로 헤어질 관계다.
예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든, 이 세상의 결말에서 장대한 최후를 맞이하든 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둘이 자매가 된 것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내가 없어도 둘이 함께한다면 잘해내겠지.’
내가 죽기 전까지 천호백가를 장악하고, 그 권력을 사후 둘에게 적절히 분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둘이 권력과 금력을 적절히 손에 쥘 수 있겠지.
하지만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달리 정신적인 풍요로움은 얻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에르제베트와 아기가 알아서 해야 되는 부분이었다.
“……조금 어두운 생각을 오래 한 것 같네. 아이들 앞에선 이러는 게 아니라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 들었더라.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것 같은데.
아,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밤에 불침번을 함께 서면서 들었던 내용인 것 같다. 언어를 배우지 못한 아기라도, 부모의 불안감은 느낄 수 있다면서 사람들은 잔뜩 불러 모아놓고는 일장 연설을 펼친 아저씨가 있었다.
결국은 죽었지만, 내가 직접 손으로 땅을 파고, 그 시체를 묻어줘서 어렴풋이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성역에 놈의 이름을 새긴 무덤 앞에서 오열하던 아내와 엄마의 불안감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칭얼거리던 아기.’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덕분에 이름은 생생히 기억한다.
레이놀드. 성은 모르겠지만, 이름은 분명히 레이놀드였다. 물론 나는 당시 전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명단째로 전부 외웠기 때문에 특별히 그만 외운 것은 아니었지만.
부성애나 아이에 관련된 일이 있을 때는 항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었다.
끼익!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밖으로 나온 나는 자연스럽게 옥상에 앉아서, 마력으로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눈치챌 수 없게. 설령 눈치채더라도 내 위치를 찾을 수 없도록 사방에 아주 얇고 넓은 마력의 막으로 펼쳤다.
얼마나 펼쳤을까.
보유한 마력의 1할 정도 소모했을 무렵 그 여인이 느껴졌다. 그녀가 품에 가지고 있었던 정체불명의 사물이 가진 마력으로 찾아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납치당하고 있네.”
하긴 낮에도 쫓겼는데, 밤이라고 안 쫓길 리가 있나.
순간 구해줄까 싶었지만, 그녀가 선량한 시민이 아닌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아버렸고. 그녀를 납치하려는 조직이 날붙이 같은 험한 수를 사용하면서까지 여인을 데려가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목격했다.
저들이 어디로 이동해야 되는지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홀몸이 아니다. 그러니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렇게 추적을 시작하면서 옥상에서 이동하려는 찰나.
타마모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답해줄 수 있니?
“……갑자기?”
─아이들도 잠들었겠다. 추격만 하는 것이라면 생각으로 대화하는 건 괜찮잖아.
“그래, 그 정도는 상관없지. 그래서 묻고 싶은 질문이 뭔데?”
순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전부 잠든 야심한 밤.
추격만 하는데 온 신경을 기울일 필요는 없으니 그녀의 물음에 속마음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 이름이 뭐냐. 아 그래, 시리우스. 그러니까 이사벨이라는 금발의 꼬맹이가 속한 가문의 저택은 영국이라는 나라에 있다고 전에 말하지 않았어?
‘그래 맞아. 시리우스 가문의 본진은 영국이지.’
─하지만 아까 본거지는 프랑스라는 나라라면서. 둘이 엄연히 다른 나라 아니야?
‘다른 나라가 맞지. 둘이 전쟁도 몇 차례 벌였는걸.’
─너…… 되게 이상한 말 하고 있는 거 알고 있니?
‘나도 알아.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게 많이 이상하다는 거. 하지만 이게 사실인 걸 어떡해.’
시리우스는 늑대의 가문.
천랑의 핏줄을 이은 고고한 그들은 늑대 인간의 습성을 그대로 답습했다. 달을 추종하고 날카로운 어금니와 발톱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날카롭게 가는 것.
그것이 그들의 대표적인 습성이었지만, 가장 유용한 습성은 바로 무리 생활. 인간 사회에서는 흔히 단체 생활이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시리우스 가문은 유럽에 수많은 지부를 뻗고 있다. 각국에 자신들의 무리, 방계의 후손들이 활동하고 있지.’
─그래서 본진과 본거지가 다르구나.
본진인 영국은 시리우스 가문의 본가가 있는 곳.
직계들이 사는 곳이자 늑대들의 여왕이자 가주인 <발키리>가 지휘하는 땅이다. 그에 반해 본거지인 프랑스는 시리우스의 오랜 미덕인 조화와 화합을 이루기 위해 방계의 수장들이 일부 모여 있다.
‘쉽게 말해서 영국은 지휘부. 프랑스는 시리우스의 칙명을 받드는 여러 국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 더불어 시리우스의 선봉대 같은 역할도 맡고 있어.’
─그렇게 된다면 국민 반발이 심할 텐데……. 제정신인 거 맞아?
‘당연히 프랑스 정부는 시리우스 가문과 영국과의 은밀한 교착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 이에 대한 물증도 주기적으로 지우고 있고.’
─그래도 꼬리가 길면 걸리지 않아? 후후, 너처럼 말이야.
‘비유가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 네 말처럼 꼬리가 길면 걸리지. 그래서 저 여자가 납치당한 거야.’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알아낸 미심쩍은 정황.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보통의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이트까지 우회해 가며 알아냈다. 저 여자를 대가로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고, 그 사이에서 돈을 벌려는 놈들이 존재하는 것을.
하지만 그 생각은 그녀의 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빼앗는 복면의 사내들로 인해 바뀌었다. 내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었던 정체불명의 빛.
그것은 아주 괴상한 형태의 사물이었다.
그곳도 우리 몸의 장기 중 가장 중요한 장기.
“심장?”
심장 모양의 사물이었다.
어디서 들은 기억은 있다.
분명 이브에게 들었겠지.
하지만 명확하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저건 백은호가 적어준 문서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물이다.
오직 나만이 들은, 이브가 소설을 쓰기 전에 내게 말했던 이런저런 설정으로만 존재했던 것이 분명하다. 뭔지는 몰라도.
“빼앗기면 안 될 것 같이 생겼네.”
아무래도 노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할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전부 끝낼 예정이니, 다소 험난한 하룻밤에 불과할 것이다.
─그나저나 항상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이야.
“말해봐.”
─네가 말하는 노동력의 정체가 대체 뭐니? 나도 아직까지도 그거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는데, 그 백은호라는 아이는 알고 있는 눈치였단 말이지.
“어라, 내가 말 안 해줬나. 아닐 텐데. 분명히 몇 번이고 말했어.”
타인에게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없으니.
내가 두 배로 일해야겠다고.
─무슨 그림자 분신술이라도 사용할 생각이니?
“정확해.”
─……진짜로?
“물론이지. 그러면 내가 너한테 가짜로 말하겠어?”
내가 찾는 것은 분신.
정확하게 말하자면 독일의 어느 한 지하에 존재하는 스킬석이다.
손에 들어올 만한 작은 크기의 돌에는 또 하나의 나를 만드는 「도플갱어」의 권능이 들어있다. 그 등급은 자그마치 S급.
스킬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에 존재하는 스킬이자, 전투 외에도 무궁무진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었다.
소설에서는 어느 한 S급 빌런이 가지고 다니다가, 독일에 놀러 온 주인공에게 허무하게 죽는다. 그러나 그 빌런이 나중에 더 큰 단체와 협력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주인공이 죽인 놈은 그저 도플갱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소동이 일어난다.
본래라면 2학년 2학기에 나올 에피소드.
나는 지금 그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성립하지 못하도록, S급 빌런이 「도플갱어」를 가지기도 전인 지금 몰래 얻을 생각이었다.
‘잘하면 오늘 밤 내로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만일 여인을 납치한 집단의 크기는 심상치 않아 보였다.
보통 불량하고 사람들을 납치하는 집단은 빛과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지하에 숨어들고, 어둠 속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진 이들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독일 전역의 넓은 지하 중 스킬석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연관되지는 않았을까.
그런 작은 소망을 품으며.
타닥─!
집의 옥상을 뛰어넘어서 그들의 뒤를 추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