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31화(23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31화
아네모네(1)
“이건 예상 밖의 일인데.”
“형님 저놈의 발을 구속했습니다!”
여인을 납치한 놈들의 뒤를 추적하던 도중, 어느 불량배들과 만났다.
10명 남짓의 불량배 집단.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내가 추적하는 자들과 엮였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비슷한 냄새가 났다.
돈과 더러운 피의 냄새. 그래서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죽일 생각으로 돌진했다. 이 정도 인원은 가볍게 죽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는데.
결과는 만용이었다.
“설마 내가 잡힐 줄이야.”
“우리의 손아귀에 붙잡힌 놈들은 모두 그런 말을 하지. 분명 느껴지는 수준은 한없이 낮은 주제에 잔꾀와 수단으로 그 모든 간격을 메우는 미친놈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높이 평가하진 않았다만?”
그야, 발에 빛의 족쇄가 묶였거든.
물리적인 구속은 아니더라도, 발에 상당한 무게가 느껴졌다.
이 무게로는 절대로 못 달린다.
결국 나는 제자리에 멈췄다.
이에 불량배 중 한 명이 내가 얼굴에 착용한 <매구>의 가면을 보면서 삿대질을 했다.
“네놈! 일본인이냐?!”
“글쎄. 그러나 여우 가면은 일본인만 착용한다는 건 편견이 아닐까 싶다만.”
“네놈이 한국인이라면 하회탈이라도 쓰던가!”
“재미있는 의견이군. 내가 중국인이라면 무슨 탈이 어울릴지 말해줄 수 있나? 물론, 그래 봤자 너는 내 국적과 알맞은 가면이 무엇인지 모르고 죽을 테지만.”
“발이 묶인 녀석이 입만 살아 가지고는!!!”
발이 채찍 형상의 마력에 묶였다.
생각보다 강대한 마력과 「속박」에 초점을 둔 능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대로 도망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상대가 워낙 신출귀몰하게 등장해서 이것만으로는 죽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진 못했지만, 적어도 말단 불량배가 내 손에 있는 물건을 빼앗을 정도로 커다란 틈이 생기긴 했다.
“검은색에 반짝거리는 게 무기인가 싶었는데…… 이건 그냥 담배잖아?! 말린 풀에 불도 붙어 있고. 너 설마 이런 걸 피우면서 우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냐?!”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우스운 이유로 붙잡혀서 죽은 녀석이 되겠군! 하하하!!”
“그건 담배가 아니다.”
“그러면 뭔데.”
촤악!
거칠게 손에 들린 곰방대를 뺏은 불량배.
그는 말린 잎이 타들어가며 내뿜는 알딸딸하고 몽롱한 연기에 냄새에 취해…… 쓰러졌다.
그 곰방대는 나한테는 담배일지 몰라도.
너희들에게는.
“맹독이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량배는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털썩─!
힘없이 바닥에 머리를 박은 불량배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하지만 아프다며 마구 소리를 질러야 할 그는 침묵하고 있었다.
상처와 응당 느껴야 할 고통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불량배의 동료들은 목덜미가 섬뜩해지는 감각을 느끼면서 쓰러진 그에게 다가왔다.
“야, 너 지금 뭐 해. 어서 일어나.”
“지금 네가 쓰러져서 신입들이 불안해하고 있잖아. 너 장난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불안한 건 신입이 아니라 너겠지. 그나저나 어지간히도 독한 담배나 마약인 모양이네.”
킁킁.
쓰러진 불량배의 손에 여전히 들린 곰방대의 냄새를 맡는 다른 동료.
나처럼 연기를 삼키거나, 녀석처럼 가까이서 맡은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향이 아주 좋았다. 왜 비싼 술은 향이 좋고 오랫동안 숙성됐다는 이유로 천문학적인 금액에 팔리지 않던가.
이것도 그런 느낌이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깊고 짙은 향에 취한 그는.
털썩─!
맨 처음의 불량배를 따라서 쓰러졌다.
“아까부터 말했지만 맹독이라니까.”
바닥에 쓰러진 불량배. 놈은 곰방대를 잡았던 자신의 왼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몸은 땅바닥에 거칠게 처박았음에도, 이상하게도 곰방대만큼은 팔을 덜덜 떨면서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들어 올렸다.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듯한 본능적인 행위로 보였다.
덥석, 시체가 사후 경직과 함께 쥐던 곰방대를 손이 닿는 위치에서 뺏은 나는 실실 웃으면서 생각했다.
기왕 놈들이 내 곰방대에 관심을 가진 것 같으니.
이걸로 끝내주면 되겠다.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도록 하지.”
스으읍.
잎을 태우면서 생긴 연기를 삼키고.
후우우─!
미약한 폐활량을 마법으로 증폭시켜서 그대로 내뱉었다.
그러자 뿌연 연기가 사방에 퍼진다. 그 양과 범위는 결코 인간이 내뱉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했다.
이건 이제 연기보다는 안개에 가까웠다.
자욱하게 깔린 운무.
여우의 숨결과 맹독이 한데 섞였다. 분명 자신들이 자주 오고 가던 길목이었음에도 그들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길을 잃었다.
이 안개 하나 때문에 졸지에 길치가 되었다.
그래도 뭐, 시간만 있다면 이런 안개 정도야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 길목은 생각보단 넓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보다’ 넓은 것에 불과해서 시간만 투자한다면 금방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뚝뚝.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야, 바닥에 흥건한 거 뭐야? 누가 오줌이라도 지렸냐?”
“푸하하! 솔직히 나 같아도 잘못했다가는 지렸을 것 같기도 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쾌활하게 웃는 사내들.
상대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오는 거짓 웃음이었다. 분명한 수적 우위.
심지어 상대는 다리마저 봉쇄당했다.
차라리 팔이 봉쇄됐으면 모를까. 다리가 봉쇄된 시점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승리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목뒤를 스치는 소름은.
이렇게 호탕하게 웃어야지만 겨우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원인 모를 공포심에 사로잡힐 것만 같았다.
뚝뚝.
“자꾸 바닥에서 물소리가 들리네요.”
“아, 발바닥 끈적해졌잖아. 이게 뭐야 진짜.”
“어? 형님 저기!”
그리고 그 공포심은.
“놈이 있던 자리에 가면 녀석이 없어졌습니다!”
“이런 제기랄! 도망친 건가? 그건 또 어떻게 풀고 도망친 거지?!”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우리는 지금 분명 환각을 보고 있는 게 분명해!”
철퍼덕철퍼덕.
놈들의 발자취에 있는 질퍽하고 붉은 액체를 밟으면서 점점 고조되었고, 이내 안개의 끝에 다다라서 심화되었다.
나는 안개의 권역 밖에서 말했다.
“딱히 미안하진 않지만, 겉치레 삼아서 얘기하자면.”
화르르─!
손끝에서 타오르는 작은 불꽃.
그 주인은 안개 너머에서 그들을 관망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안색을 굳힌 불량배들이 눈에 잘 들어왔다.
다만, 반대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안개 너머 넘실거리는 검은 불꽃.
그것이 안개와 함께 일렁이면서 기괴한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
지금 그들의 눈에 나는 한없이 무섭고 일그러진 괴물로 보였다.
“이건 환상이나 환각이 아니라 현실이다.”
현실?
저게 환각이 아니라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담력이 약한 신입은 진작에 오줌을 지린 채, 다리가 풀려서 쓰러졌고. 담력이 강하다고 자부하던 고참도 다리가 공포심에 딱딱하게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시각적인 공포였다면, 지금은 청각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할 생각이었다. 딱히 무서운 소리를 내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이 안개. 인화성(引火性)이다.”
그 말을 들은 패거리는 순간 멈칫했다.
인화성이라는 단어가 잘 번역되지 않은 건가?
아니다. 그걸 번역할 재간은 있었다.
의미와 뜻은 제대로 전달됐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저들을 멈추게 만들었을까.
“형님. 제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글쎄다.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애당초 헛것이라는 게 뭘 말하는 거야. 우리가 만났던 그 여우 가면? 담배 냄새를 맡자 죽은 것처럼 쓰러진 녀석들? 말소리는 물론,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바닥에 흥건하고 끈적한 피와 함께 발견된 얘들?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우리들 앞에 서 있는 기괴하게 생긴 괴물?”
“전부 다요. 전부 다. 차라리 끔찍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게 훨씬 현실적인 것 같거든요.”
“그것참 기묘하네. 나도 같은 생각이야. 너 꿈 치고는 말을 잘하네.”
“하하, 선배도요.”
인화성. 불이 잘 붙는 성질.
안개의 성질에 대해 순순히 설명해 줘도 큰 반응은 없었다.
갑자기 놈들이 미친 건 아니다.
그저 작금의 상황에 머리가 따라가질 못했을 뿐이다.
본래라면 불꽃을 협박의 재료로 삼아서 놈들에게 이 안개가 「흑안개」를 사용했던 경험으로 만들었다는 등. 대화를 억지로라도 이어나가서 정보를 캐낼 심산이었는데.
지금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녀석들에게 무슨 유용한 정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 차라리 빠르게 죽이고 넘어가는 게 훨씬 이득일 것이다.
나는 그대로 불꽃을 던졌다.
그러자.
쿠구궁──!!!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흡사 버섯을 연상케 하는 폭발 후의 연기.
연기는 자욱한 밤의 공기를 타고, 지하도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화산이 터지면 무거운 유독가스가 아래로 가라앉듯, 폭발에 의해 희석됐지만 아직까지도 치사량의 맹독을 품은 연기는 사방에 가라앉았다.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지.”
여기서 난동을 피워도 되는 건 오직 이놈들의 영역뿐.
그 외의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끼쳤다가는 레온하르트와 부딪힐지도 모른다. 심지어 가문 사이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겠지.
내가 가문 내부를 완벽하게 휘어잡은 이후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권력이 여러 장로들에게 쪼개진 시점에서의 갈등은 내 목만 조를 따름이었다.
“다행히 아직 바닥에 가라앉지는 않았군.”
「파이로키네시스」
이번에도 검은 불꽃이 발화했다.
하지만 이건 형상만 불꽃이지, 그 구조부터 성질까지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마법이었다.
인화성? 발화?
그런 건 현상 자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불길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파이로키네시스」의 불은 정상적인 불길이 아니다.
화염이란 본래 타오르는 불꽃 속 붉은빛의 기운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 기운을 완벽히 통제하고, 성질을 조작하면서 불꽃에게 물리력을 쥐여줬다.
그와 같은 원리로 인화와 폭발에 관한 성질은 내 마음대로 조작했다.
‘「태양절맥」의 육체는 양기의 기운과 적성이 좋지. 마법에서는 특히 「화염 마법」과의 궁합이 최고다.’
그리고 그건 설령 불꽃이 불꽃으로서의 힘을 잃었을 경우에도 해당된다. 불꽃이 사물을 태우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도 뜨겁지 않다. 살갗이 타오르지 않는다.
연기도 없다.
산소를 차단한다고 꺼지지도 않는다.
이미 불꽃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타오르는 형태와 모습은 영락없는 불꽃이다. 그렇다면 「태양절맥」은 그 막대한 양강의 기운으로 하여금 무지막지한 친화도를 자랑한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는다면.
치이이익─!
사방으로 퍼진 불길, 독, 연기가 불에 의해 진화(鎭火)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 그러나 상식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마법인 것이다.
그렇게 불은 사라졌고, 오직 타오른 잿더미 열 덩이만이 화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바람에 의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잿더미를 멀리 운반할 정도의 강한 바람. 돌연 이렇게 강한 바람이 갑작스럽게 불었다는 건 무척이나 기묘했지만, 나는 사방에 멀리멀리 흩어지는 재를 보며 손을 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