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32화(23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32화
아네모네(2)
여긴 범상치 않은 곳이다.
이상한 물건을 가진 여인을 납치한 이들을 추적하면서 몇 번이나 느낀 점이었다. 배치된 인원들의 숫자와 그들이 가진 능력.
하나같이 정상적인 게 없었다.
─네가 여기까지 오면서 몇 명을 죽였지?
“232명.”
─대답이 바로 나오네. 설마 죽인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그냥 기억력이 좋아서 곧장 대답한 것이라고 알고 있을게.
“이상한 말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본론부터 말하도록.”
평소라면 가볍게 넘겼을 타마모의 장난.
지금의 나는 차마 가볍게 받아주지 못했다. 신경이 지나칠 정도로 예민해지고, 오감이 극한까지 활성화된 까닭이었다.
육감이 앞으로 내게 다가올 상황을 예측하고, 오감이 적들을 인지하고, 기민한 신경이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 파훼하게 해준다.
─예민하네. 너의 그런 모습조차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 예민함이 나를 향하는 건 조금 가슴이 아플지도 모르겠어.
“본론.”
─후후, 까칠하기는. 적의 본거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야.
“……전혀 모르겠어. 그 여자를 태운 차량이 이동하는 방향은 알겠지만, 그 방향에 무엇이 있는지는 전혀 감도 안 잡혀. 어디서 멈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극한에 달한 감각과 육감은 미래 예지 수준의 정확도를 보인다.
물론 그것도 수준과 경험에 따라서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나처럼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반강제적으로 단련시킨 감각은 때로는 이치를 초월한 예측 능력을 자랑한다.
그런 감각이 아무런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그저 정처 없이 이동을 계속할 뿐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바로 그때.
찌릿!
머릿속으로 전류가 튀겼다.
순간 든 생각. 어쩌면 말이다.
“어쩌면 상대는 나를 상정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지금 그 말. 진심은 아니겠지?
“……만일 상대가 나를 꿰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면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지.”
푸슉──!!
바닥에 떨어진 나이프를 「염동력」으로 조작해서, 주변에 널린 불량배들의 배와 목을 꿰뚫었다. 나이프가 피와 살점에 의해 무뎌지거나, 부러지고, 적의 방어에 막히면 그 즉시 다른 물건들로 학살을 이어나가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지 시작했다.
“상대가 나의 존재를 인지했고, 나를 상정해서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길과 도처에 보통의 불량배라고는 믿기지 않는 강자들을 사전에 준비했다. 만일 이 생각이 맞는다면, 놈들은 나를 여인과 함께 원하는 장소로 유인하고 있거나─.”
─낮에 만났던 그 여인과 그녀를 납치한 패거리. 그리고 지금까지 죽여온 200명의 불량배들이 한통속인 거지.
“309명. 너랑 얘기하는 사이에 조금 늘어났다.”
─네네, 하여간 시체 계산 잘하셔서 좋겠네요.
“칭찬 고맙군. 덕분에 앞으로도 열심히 계산할 수 있을 것 같아.”
타마모와 대화를 나누면서 상상의 나래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가설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나를 인지해야 된다는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누가 이를 저들에게 알린 거지? 백은호? 가문의 장로들? 그들도 아니라면 그냥 상대가 혹시 모를 강자가 개입할 가능성을 고려해서 판을 치밀하게 깔았는데, 그곳에 내가 운 나쁘게 걸린 것뿐인가?’
모르겠다. 추론을 내리고 논리적인 가설을 세우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지금으로써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만이 유일한 추측 수단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상대에게 무슨 이득이 생기지? 만일 가면을 착용한 내 정체를 알고 유인했다면, 백승우와 천호백가를 이용하려는 게 분명하고. 내 정체를 모른다면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빌런 <매구>를 잡아서 자금과 명성을 얻으려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이만한 실력을 가진 불량배 수백 명을 희생해서까지 얻을 정도의 것이라면, 나는 글쎄다.
교환비가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인 불량배 459명. 전원 B에서 A급 사이의 강자들이다. 그들 중에는 S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거나, 이미 S급에 도달한 자들도 있었다.
이들을 이용한다면 별다른 사상자 없이, S급 빌런 <매구>를 토벌한 것과 동등한 수준의 유명세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심지어 이만한 규모의 집단이라면 백승우는 고사하고, 천호백가와 무슨 계약이든 맺을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최소 B급 플레이어 이상의 실력을 갖춘 수백 명의 인원들이 가문과 거래를 요구한다?
심지어 그 집단이 독일에 자리를 잡고 있다?
천호백가라면 독일의 레온하르트 가문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물심양면으로 저들을 지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하자.’
나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나는 그저 놈들이 뿌린 꿀에 현혹된 한 마리의 짐승일 뿐. 그러니 짐승의 시점이 아니라 꿀을 뿌려둔 자의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나를 인지하고 계획을 설계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나는 우연치 않게 걸려든 것뿐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휘하의 부하들이 수백 명이나 죽는다면.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정할 법도 하다.
그렇다면 상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내가 이토록 많은 불량배를 죽이는 걸 방치하는 것일까. 내 악명을 높인다?
이미 <매구>의 악명은 국내에서는 상당하다. 물론 긍정 여론도 일부나마 존재한다. 그러한 찬반과 갑론을박은 해외에서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도대체 플레이어 강대국의 대한민국이 어째서 빌런 하나로 이렇게까지 의견이 대립한단 말인가.
흥미로운 기사에 득달같이 몰려든 해외 기자들.
결국 내가 착용한 가면은 전 세계로 퍼졌다.
물론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빌런이라고 할 순 없어도, 나름대로 얼굴을 알린 축에 속한다.
그러니 내 악명을 높이기 위해 이런 짓을 할 이유는 없다.
살인을 통해서 내 악명을 높이고, <매구>를 어떻게든 하고 싶다면 민간인을 인질로 잡았겠지.
A급 플레이어라는 귀중한 인재를 낭비하지는 않는다.
이 생각은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이번에는 불량배들을 태워 죽였다. 자연스레 내 생각은 옆길을 향한다.
‘그렇다면 남은 추측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모를 집단.
그들의 납치 및 계획에 우연히 휘말린 나.
그러나 정체 모를 집단은 인재들을 버리면서까지 나를 잡아두려고 한다. 마치 불량배들이 내 발목을 잡은 틈을 봐서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처럼.
‘딱 세 개로군.’
그것은 납치한 여인을 바꿔치기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나를 확실하게 죽이거나 생포할 수단이나 사람을 데려오기 위한 시간 벌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가장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쳐서 떠올린 수단이었다.
내가 숙소에 없는 틈을 타서 숙소에 침입한다. 그것이 내가 떠올린 마지막 목적이었고.
“!!!!”
바로 그때 내 본능과 육감이 경종을 울렸다.
───!!!
내 생각에 확신을 가져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시체들 사이로 누군가가 걸어온다.
무척이나 기이한 등장. 더욱 기이한 것은 달빛이 반짝여도 그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듯한 모습.
이에 일차적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시체와 피의 비릿하고 자욱한 냄새를 뚫고 내 코에 도달한.
무엇보다도 이 역겨운 냄새는……!
“……마인.”
“그 거리에서 내 얼굴도 보지 않고, 마기도 느끼지 않고 내 정체를 추정하다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여우 가면.”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인간 사회를 저버리고, 인류를 배신한 너희들이 무슨 낯짝으로 이런 도시의 도로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거지? 로드킬을 해달라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기꺼이 압도적인 질량으로 찍어 눌러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파이로키네시스」
허공에 떠오른 불꽃.
그 작은 불씨에 물리력을 부여한다. 무게를 부여하고, 질량을 극한까지 높인다.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하는 작은 불꽃.
마치 운석처럼 재빠르게 떨어지지만, 그 크기 때문에 헛웃음이 나올 것 같은 생김새였다.
그런 불꽃이 지면에 닿은 순간.
─────!!!!
폭발의 소리를 들을 새도 없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사방의 유리가 깨지고, 인근의 건물은 앙상한 철골만 겨우 보존했다.
늦은 새벽.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상점가라서 다행이지, 주택이었다면 수천 명이 증발했을 폭격이었다.
그러나 그 폭발의 중심에 선 자는.
“이게 뭐지? 그 뭐냐…… 축포라는 것인가? 그거 고맙군. 옷은 조금 탔지만 말이지.”
“……괴물 같은 새끼. 방어 자세라도 취하고 저런 말을 짓거릴 것이지. 세상에 가만히 서서 맨몸으로 견뎌낼 줄이야.”
옷은 전부 사라졌다.
하지만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놈의 피부는 질겼다.
내구도 높고, 이만한 폭발에서도 뒤로 밀리지 않았다면 각력과 무게도 상당할 것이다. 각력이 뛰어나다면 다른 근육도 어느 정도는 발달되었을 것이며, 무게가 상당하다는 말은 체중을 공격에 실으면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최소 S급이다.’
마인들의 최고 기관인 실낙원의 귀족들. 72명에 속하는 강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놈들은 아예 후반부 시나리오를 도맡는 명실상부 최강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72명 전원 봉인되어 있으며, 시간이 흐르고 주인공이 성장할수록 그 봉인이 점점 해제되어서 위계가 낮은 귀족들이 세상에 나타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귀족은 아니더라도 그 밑에 있는 기사 작위나 준남작은 될 것 같군.’
기사와 준남작.
평민이라고 불리는 F~S급 마인보다는 확연히 강하지만, 작위를 갖지는 못한 어중간한 위치에 선 자들. 그들 중에는 분명히 귀족보다 강하지만, 기존의 72명의 귀족 중 한 명을 몰아내지 못한 탓에 정식적인 귀족이 되지 못한 실력자도 일부 존재한다.
‘작위를 유지하고 계승하는 게 꽤나 복잡했지.’
마인들에게는 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누군가가 작위를 내려주거나 몰수하는 것이 아니다. 귀족은 인원수는 72명으로 정해져 있으며, 위계가 높아질수록 높은 작위를 받는다.
그리고 작위를 받을 때 이름도 함께 받는다.
예를 들어서 어느 한 마인이 32위계의 귀족을 죽였다. 그렇다면 해당 마인의 생전 이름이 ‘실험체 200호’였다고 하더라도, 백작의 작위와 함께 「아스모데우스」라는 악마의 이름을 받는다.
‘누구나 귀족이 될 수 있고, 귀족이라도 신흥 강자에게 자신의 작위를 빼앗길 수도 있다. 심지어는 같은 귀족들끼리도 서로의 작위나 이름이 탐이 나서 싸울 수도 있다.’
그야말로 힘이 전부인 마인들의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이한 제도. 그 시작이 누구부터였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눈앞의 마인은 명실상부 기사 내지는 준남작의 일원.
하지만 그 힘은 분명 남작에게도 꿀리지 않는 강대한 것이었다.
“이제야 알겠군.”
이 집단은 나를 죽이거나 나를 이용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내가 빠져나갈 틈을 채울 수 있는 강자를 이용해서 발을 묶는 것. 그사이에 아기와 에르제베트를 납치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니, 어쩌면 숙소에 있는 내 지갑 속 7,000억 원이 목적일지도 모르지. 꽤나 거금이거든.
그리고 눈앞의 녀석.
저 괴물 같은 새끼.
확실하다. 놈은 플레이어로 따지면 랭커 이상의 강자.
마물로는 3위계와 4위계 사이. 마인으로서는 자작 이상의 실력을 갖춘 녀석이다. 이거 절대로 현시점에서 나올 만한 녀석이 아니잖아.
“이브. 넌 역시 개새끼다.”
빌어먹을 작가 놈.
파워 인플레가 왜 벌써부터 망가지는데.
아무리 공격해도 내구가 안 뚫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