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33화(23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33화
아네모네(3)
“너는 누구지?”
“보통 그런 질문은 공격하기 전에 하는 거 아닌가? 음, 뭐 좋아. 나야 당신의 발목을 잡는 게 최우선이니까. 그 질문에 기꺼이 대답해 주지.”
쓸데없이 말이 많다.
저런 유형의 마인은 처음 본다. 마기로 강화된 육체와 능력에 취해, 자신이 전능하다고 착각해서 오만한 성향을 지닌 마인은 많이 봤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인이 그런 식이다.
하지만 수다쟁이 마인은 처음이었다.
내가 지금 이곳과 아이들을 재운 숙소와의 거리를 계산하는 동안에도 녀석은 입을 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의 그런 성향 덕분에 계획을 짜는 것에 방해는 없었다.
눈앞의 녀석을 죽이거나, 다른 곳으로 유인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친다. 이동 경로와 도주 경로를 세세히 계산하면서 체계적인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우는 동안에도 놈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공격도 하지 않는다.
‘온화한 성정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머릿속에 의문이 맴돈다.
그렇게 도출된 결론. 저 마인은 여타 마인이 그런 것처럼 미친 것뿐이다. 다만, 그 방향성이 조금 남다를 뿐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지. 심지어 나는 괴력난신으로 발탁됐는걸. 귀족들은 전부 깨어나기 전까지는 한낱 간부 중 한 명에 불과하겠지만, 훗날에는 그들을 죽이고 진정한 귀족이 되는 게 내 목표란 말씀.”
드디어 긴 말이 끝났다.
다른 말들은 전부 영양가가 없었지만, 마지막에 읊조린 말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괴력난신?”
처음 듣는 단어는 아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존재를 일컫는 말로,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 주체는 괴이, 용력, 반란, 귀신을 뜻한다. 그런데 그런 단어가 왜 저놈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지? 마인들의 집단이 판데모니움과 실낙원의 귀족들을 제외하고도 하나가 더 있었나?
기억에는 전혀 없는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다가 까먹은 것일지도 모른다.
“괴력난신을 몰라?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우리 생각보다 유명한데? 도통 알 수가 없네.”
“대화를 하고 싶다면 내 질문에나 대답하도록.”
혼잣말은 죽은 다음에 해도 충분하지 않나.
“까칠하기는. 그래, 기꺼이 대답해 줄게. 괴력난신은 우리들을 가리키는 말이야. 정확하게는 판데모니움의 상위 간부 4명을 동시에 칭하는 말이지.”
“판데모니움의 간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
떠올리려고 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놈의 말을 듣고 완전히 떠올린 것은 아니지만, 들어보니 괴력난신이 그런 의미로 사용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괴력난신 중에서 난(亂)! 반란이라고 한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나는…….”
“알아! <매구>잖아. 전에 신문에서 봤어. 한국에서 어지간히도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면서. 너 같은 놈이 내 휘하에 있으면 좋겠지만─.”
스릉─!
칼을 뽑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는 마인의 손톱.
길게 자란 손톱에서 칼과 같은 소리가 들린 것이다.
“─아쉽게도 이번 내 목표는 네가 데려온 아이들을 납치하는 것이라서, 그건 힘들 것 같네.”
“딱히 그런 게 아니었어도, 너희 같은 역겨운 족속들과 손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하! 이거 차이고 말았네. 그러면 하는 수없이 몸의 대화를 나누는 수밖에!!”
쿵─!
포탄처럼 묵직한 소리와 함께 마인이 다가온다.
이름은 모른다. 대화를 통해서 얻은 정보라고는 녀석이 반란을 상징한다는 것뿐이다.
반란의 전투 방식이나 특기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하기란 힘들었다. 하지만 바닥을 박차며 달려오는 녀석은 무척이나 빨랐다.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움직임을 통제할 정도는 되었다.
“오, 잘 반응하네. 감각이 S급 이상인가 봐?”
슝─!
내 복부를 향해 손을 뻗은 반란.
그와 동시에 바람의 칼날이 내 옷을 난도질했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었다. 단순히 손을 뻗으면서 발생한 충격파로 내 배 속 내장을 노린 것뿐이었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군.
‘하지만 덕분에 녀석의 전투 방식은 알아냈다.’
뚝뚝.
나는 배꼽 부근에서 흐르는 피를 불꽃으로 지혈하면서 입을 열었다.
“꽤나 가벼운 주먹이군. 고양이의 펀치가 훨씬 매섭겠어.”
“음~ 내장을 파열시킬 생각으로 뻗은 주먹이었는데, 설마 옷과 살점만 조금 찢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
확실히 강력한 주먹이었다.
주먹 자체도 강력했지만, 길게 늘어난 손톱이 훨씬 매서웠다.
아마 주먹으로 내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였다면, 주먹을 꽂음과 동시에 손톱으로 내 몸을 찢어버릴 생각이었을 터.
‘기괴할 정도로 튼튼한 내구도 그렇고. 육체 자체가 경지에 다다른 것 같은 모습이야.’
경지에 다다른 육체.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반란의 전투 방식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단단한 근육과 질긴 피부로 방어하고, 강력한 주먹과 손톱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마기를 이용해서 특별한 무기를 만들거나,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놈은 오로지 「신체 강화」.
그 한 가지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었다.
“괴물 같은 새끼.”
놈은 마인이 되면서 마력 대신 마기로 자신의 몸을 가득 채우고, 상태창을 버렸다. 그 때문에 <천안통>으로도 반란의 신체 능력과 스킬을 엿볼 순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다면, 아마도 모든 능력치가 S급 이상으로 나올 것이다.
심지어 마력 수치도, 아니지. 마기도 S급 이상일 것이다.
불합리할 정도로 높은 능력치.
그것은 지금 당장 내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었다.
“살라먹어라.”
마법을 발동하는 나만의 시동어.
읊는 것만으로도 허공에서 거대한 화염이 반란을 불사른다.
하지만 겉의 피부만 조금 익을 뿐. 큰 상처는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만든 시동어 「살라먹다」는 상급 마법 이상의 위력을 자랑한다. 큰 타격은 주지 못하더라도, 심한 화상은 입어야지 정상인데, 놈의 강인한 육체는 1도 화상에 그쳤다.
‘마법을 남발한다면,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순 있겠지만.’
그래서야 마력의 소모량이 막대할 것이다.
물론 10분 내로 소모했던 마력이 전부 차오르겠지만, 그래서야 놈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따름이다.
‘도망칠 구석이 존재하질 않는다.’
아무리 공격을 날려도 큰 의미가 없는 데다가, 속도도 빨라서 따돌리는 것도 힘들다. 그렇다고 단숨에 죽이기에는 놈이 가진 힘이 무척이나 강력하다.
죽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반란. 그는 나보다 하수다.
아무리 강력한 육체를 가지고 있어도, 싸움의 경험과 종합적인 전투력을 비교했을 때 명백히 나보다 낮다.
하지만 죽이려면 시간이 꽤나 많이 필요하다.
‘녀석을 죽일 동안 아이들은 납치당하거나.’
죽었겠지.
갑자기 마인들이 왜 에르제베트와 아기를 노리는지는 영문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이들이 버텨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을 지켜줄 보모가 필요하다니까.”
보모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보모를 구하기 위해 이 독일에 친히 행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을 위기에 빠뜨린 셈이 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곁에 밤새 함께 있어줬어야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한편 생각했다.
저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순간 드는 의문에 내가 축적한 지식을 모두 총동원해서 생각해 봤다.
마인은 하나같이 미치광이들이지만, 그들의 행동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납치하는 게 녀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생각 끝에 도출한 결론.
그 결과에 나는 깜짝 놀라는 한편, 다른 마음으로는 안도했다.
시간은 충분하겠네.
“음? 어째 분위기가 바뀐 모양이네. 방금 전까지는 초조해서 죽을 것 같다는 분위기였는데 말이지.”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봤자 가면을 착용한 탓에 내 표정이 보이진 않겠지만, 녀석도 내가 실실 웃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내 아이들을 해코지할 생각이 없어. 오히려 신줏단지 모시듯 다치지 않게 납치할 생각이야.”
확신을 내포한 대답에 마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내 초조함을 방패 삼아서 싸울 생각이었는데,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느끼는 듯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네 표정.”
아이들을 귀중하게 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근거는 간단했다.
마인들은 이 세계에 있어서 악당이다.
그리고 용으로 태어났어야 할 아기와 인간의 악의를 수도 없이 목격하고 자랐어야 할 에르제베트는 본래 악당으로 성장해야 했다. 아마 내 개입이 사라진다면, 녀석들은 금방이라도 악당으로 성장하겠지.
그런 아이들의 기질을.
마인들은 내가 독일 땅을 밟자마자 알았을 것이다.
원인은 아마 그 이상한 여인이었겠지.
여인을 통해 아이들에게 내포된 거악의 씨앗을 목격한 독일 지부의 판데모니움은 판단했다. 설령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간부를 미끼로 삼아서라도, 아이들을 납치해서 자신들과 같은 부류로 키운다고.
그리고 놈들의 목표가 그것이라면.
‘다 죽이고 가는 데, 시간이 부족하진 않겠네.’
* * *
한편.
백승우가 스스로를 괴력난신의 반란이라고 소개한 마인과 대치를 시작할 무렵.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아기와 에르제베트가 잠든 숙소에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작게 잡아도 10명.
어쩌면 수십에 달할지 모르는 그림자가 숙소에 침입하기 위해서 현관, 벽, 창문 따위에 접근했다.
바로 그 순간.
쿵─!
가까이 접근한 그림자 몇 명이 튕겨 나갔다.
그 충격이 어찌나 큰지 그들은 아예 바닥을 굴렀다.
“이건 마법인가?”
“어지간히도 실력이 좋은 마법사인 모양이군. 설마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숙소에 이 정도 규모의 방어 마법을 설치하다니.”
“그렇지만 방어 마법치고는 꽤나 위협적이군. 먼저 잠입하려던 녀석들의 꼴을 봐라.”
어느 한 그림자. 보다 정확하게는 검은 옷과 검은 마기로 자신들의 몸을 최대한 감춘 마인들이 방어 마법에 의해 튕겨 나간 마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닥을 구른 그들은 전류에 닿았는지.
옷이 타고, 살갗이 붉게 탔다.
심지어 바닥에 심하게 구른 녀석들은 목이나 척추가 꺾여서 죽기도 했다. 보통의 방어 마법이 아니다.
조심하는 게 좋은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아이들이 잠든 침실까지 가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마인들이 죽었다.
“미친. 어지간한 대저택도 이 정도로 많은 마법을 설치하진 않는다고!”
맨 처음, 목과 척추가 꺾여서 죽은 것은 예삿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숙소 내부에는 그보다 더한 마법들의 존재였다. 뒤처리도 깔끔했다. 찔리고, 터지고, 불탄 시체들을 아이들이 걸어 다니는 복도에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인지.
죽은 마인의 시체는 지하 깊숙한 곳으로 자연스레 떨어지거나, 창문 밖으로 배출되었다.
“……여긴 미쳤어.”
이래서야 납치는 제시간 내로 할 수 있을까?
간부가 현장에서 아이들의 보호자의 발을 친히 묶고 있는 지금. 그들의 일은 재빨리 아이들을 납치하고, 자취를 감추는 것이었지만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
아이들을 납치하지도 못했는데 절반 이상의 마인들이 이 세상으로부터 자취를 감췄다.
그 사실에 납치 작전의 총괄 책임자였던 어느 한 마인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거 자취를 감추는 것은커녕 납치도 못 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