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34화(23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34화
아네모네(4)
시간만 충분하다면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는 적.
상대에 대한 내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맷집이 단단하고 속도가 빠르다. 이는 전투에 있어서 무척이나 큰 이점이지만, 애석하게도 나를 죽일 수 있는 정도로 대성하지는 못했다.
놈한테는 아쉽겠군.
“내 감각이 조금이라도 둔하거나, 민첩이 낮았더라면 승기는 분명 너에게 있었을 텐데 말이야.”
“확실히 그렇죠. 아, 그리고 혹시 저를 명명한다면 제대로 「반란」이라고 불러주시죠. 본명은 아니지만 지금은 저를 부르는 어엿한 명칭이라서요.”
대치하는 와중에도 마인은 여유를 보였다.
“「반란」이라. 그거 마법적인 이름이지? 부르면 부를수록 네가 설정한 「반란」에 가까워지는 낡은 방식의 마법이로군.”
“음, 맞아요. 그나저나 이걸 단번에 알아맞히다니. 이래서 똑똑한 사람과 싸우는 건 질색이란 말이에요.”
“네가 너무 뻔뻔하게 이름을 불러주길 요구하는 게 원인이다.”
이름에는 힘이 있다.
신분이 존재하던 시절부터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높은 신분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 것이 그 힘의 일환이다. 그리고 그런 힘의 맨 꼭대기에 있는 것이 바로 왕의 이름이었다.
왕의 이름은 신성하고 고귀하다.
그렇기에 먼 옛날의 왕족들을 왕위를 계승함과 동시에 그 이름을 함께 계승하곤 했다. 주술적인 의미가 다분한 행위.
놈이 자신을 「반란」이라 불러 달라는 것도 그런 행위의 일환이다.
그 「반란」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 도움이 될 일은 없을 터.
그렇다면 부르지 않는다.
「파이로키네시스」
형태를 갖춘 불길이 상대에게 튀긴다.
금방이라도 대형 화제를 일으킬 수 있을 화력은 질긴 피부를 뚫을 순 없더라도, 「반란」을 낚는 함정은 될 수 있었다.
화르르르───!!
시야가 모조리 불길에 막혀 보이지 않는 상황.
터벅터벅.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에도 귀에 들려오는 여유로운 발걸음 소리가 엄습했다.
“여긴가요?!”
쿵─!
「반란」이 발을 내딛자 풍압이 불길을 잠시나마 날렸다.
신체 능력만으로 강력한 풍압을 일으켰다. 그 사실에는 전율할 만하지만, 애석하게도 지능은 조금 떨어지는 모양이네.
놈이 가까이 다가간 것은 내가 아니라, 마력을 뭉쳐서 조형한 사람 형태의 마력 덩어리였다. 일부로 내 기척을 마력 덩어리 근처에서만 발산했는데, 설마 저런 조형물 따위에 신경이 쏠릴 줄은 몰랐다.
신체 능력에 비해 감각은 생각보다 쓰레기인 모양이다.
나는 녀석의 신체 능력에 한 번 전율하고.
멍청한 감각과 판단 능력에 두 번 전율했다.
“살라먹어라.”
나는 「반란」의 뒤에서 나지막이 외쳤다.
놈은 그제야 뒤를 돌아보며 나를 쳐다봤지만, 이미 때는 한참 늦었다.
자동차 시동을 거는 것처럼 내 말을 기점으로 조형해 둔 마력 덩어리가 진동과 함께 소리를 부르르 내기 시작했다.
“!!!!”
거대한 마력의 파동.
자신의 오판으로 인해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은 「반란」의 눈과 발이 서둘러 움직인다. 하지만 녀석의 움직임보다 마력의 덩어리가 폭발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펑──!!!
사방이 진동한다. 버섯구름과 함께 땅이 흔들리고, 공기가 떨린다.
주변에 민가가 있어서 그런가 순수한 폭발력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폭발 중심의 밀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폭발의 모든 효과를 한 점에 집중시킨 것이다.
방금 일어난 폭발의 모든 효과의 적용 대상은 오직 한 사람.
멀뚱멀뚱 서 있는 「반란」 혼자였다.
“……이 정도 폭발이라면 확인 사살은 몰라도 발목 하나 정돈 망가졌겠지.”
방금 폭발에 사용한 마력 덩어리를 일종의 기폭제로 만드느라, 생각보다 많은 마력과 정신력을 사용했다. 덕분에 머리가 좀 어지럽지만, 이걸로 시간은 벌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면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해서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런데도.
와그작!
순간 옆구리가 뜨거워졌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깨닫지 못했다.
“이게 무슨……?”
반응이 살짝 늦었다.
육안으로 포착하고, 감각으로 인지하기도 전에 옆구리가 무언가에 뜯겼다. 사실 옆구리가 뜯겼다는 사실도 흔적을 보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에 이 짧은 시간에 옆구리가 뜯겼다는 걸 어떻게 믿어.
그것도 심지어 이빨로 말이다.
“우적우적, 이거 생각보다 별미군요.”
“……방금 그 폭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다고?”
내 옆구리 살과 피를 음미하는 「반란」.
입가에 흐르는 피와 광기로 물든 눈동자가 닮았다. 어지간히도 미친 녀석이다. 설마 사람의 살을 입에 담을 줄이야.
녀석이 식인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혓바닥으로 핥을 때마다 강해지는 「반란」의 기세가 우선이었다.
‘능력이 뭔가 싶었는데, 저런 식으로 피를 섭취하는 능력인가.’
내 얼굴 위로 혐오감이 떠오를 무렵.
「반란」은 피의 맛을 음미하며 품평했다. 방금 먹은 그의 피에서는 고결함이 느껴졌다. 아주 기름지고 달콤한 맛이었다.
그는 피와 살점을 통해 감정을 엿본다.
그럼에도 「반란」은 고결함을 잘 몰랐다.
중세에서는 흔히들 처녀의 피는 순결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의를 다진 전사의 피는 고결한가. 수많은 전사들의 피를 한껏 들이켰음에도 「반란」은 고결을 몰랐다.
학파를 대표하는 강력한 마법사.
검과 방패로 조국과 사람들을 수호하겠다고 다짐한 기사.
정말 수많은 S급 플레이어들을 죽여봤지만 「반란」은 그들의 피에서 무엇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피는 붉고 비리다는 사실만 새삼스레 자각했을 따름이었다.
그렇지만.
“당신의 피는 다르구나.”
「반란」은 느꼈다.
그의 피를 입가에 머금은 순간 터져 오른 환희를.
그것은 피에 담긴 기억이었고,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피를 먹어왔고. 많은 피를 보았지만, 당신의 피는 다르네요.”
“피에 대한 칭찬은…… 빈말로도 고맙다고 하긴 힘들군. 솔직히 좀 역겨워.”
하물며 내 살점과 피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듣는 칭찬 따위.
제아무리 나를 치켜세워도 듣고 싶지 않다.
“내 감상이 역겨웠나?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고결한 피의 맛인 걸 어떡해요. 제 반응이 싫다면 당신이 푸른 피의 소유자임을 원망하세요.”
“이상한 헛소리를 중얼거리길래 무슨 말을 하나 싶었는데, 결국은 미치광이의 헛소리였군. 괜히 입을 나불거릴 시간만 내어줬군.”
고결한 피의 맛?
푸른 피?
마치 피의 맛을 보는 미식가처럼 일장 연설을 이어가는 「반란」의 모습은 한껏 뒤틀려 있었다. 평범한 행색의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저런다면 별난 사람이라면서 가볍게 넘어갔겠지만,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사람의 생살을 씹고 있으니 이질감이 장난 아니다.
하지만 이 이질감이야말로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
‘마인은 사람을 포기한 족속들이다.’
그렇다고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사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출생은 분명 여타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마기의 유무.
그리고.
“헛소리라뇨! 피의 정점에 있는 것이야말로 푸른 피. 그리고 그 피는 지금 당신에게서 흐르고 있습니다! 이토록 감미롭고 고귀한 피를 품고 있음에도 자각조차 없다니. 이 어찌 슬픈 일이란 말인가?!”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고 싶었는데, 아주 제대로 돌아버렸군.”
무언가에 광적으로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물처럼 형태가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추억이나 버릇처럼 형태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좋아하는 일이라는 증거니까. 사람에게 있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그 몰두가 집착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조차 포기할 정도로 집착하게 된다면 그때 사람은 자신 안의 마력을 전부 배출하고, 그 빈 공간을 마기로 채운다.
그들이 마기를 얻고, 마인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인은 수명이 길고, 마기는 자신의 광증을 채울 수 있으니까.’
마력은 마법과 권능을 비롯해서 모든 걸 이룰 수 있게 해주는 만능의 매질이다. 사람들은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마력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문명과 이상을 이륙해 왔다.
하지만 마기는.
마력 그 이상의 매질이었다.
마법처럼 복잡한 공식 없이도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똑똑한 머리도,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 않다.
마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원념.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집착뿐이었다.
그것만이 마인을 그들이 긴 삶으로부터 나태와 권태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앞을 보고 걸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집착만이 마인을 존재하게 만든다.
그리고 보아하니.
‘녀석의 집착이 무엇인지는 뻔해.’
「반란」이 집착하는 대상은 피.
사람의 생살을 뜯고, 혈관 속의 선혈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그의 원동력이었다.
“차라리 네가 에르제베트보다 훨씬 뱀파이어답네.”
아직 어린 탓일까. 몸은 타인의 피를 원하지만, 피를 섭취하기를 거부하는 에르제베트는 쿼터 뱀파이어답게 어리숙한 면이 있었다.
그에 반해, 놈은 달랐다.
살을 뜯고 피를 섭취하는 행위에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이를 쾌락으로 여긴다. 어쩌면 녀석도 「뱀파이어의 후계자」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다.
‘상태창이 반응하질 않아서 확신할 순 없지만.’
물증은 없어도, 그 뭐냐. 본능적인 확신이라는 게 있지 않는가.
그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애당초 상대는 상태창과의 연결을 끊고 세계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된 마인이다. 설령 에르제베트와 같은 「뱀파이어의 후계자」이더라도 내가 상태창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문득 놈에 대해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피에 집착하지?”
나는 이상을 잃은 듯 발광하는 「반란」에게 물어봤다.
특별한 대답이나 반응을 기대하고서 물은 질문이 아니다.
그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의미 없는 소모전이 지루해서 물은 것에 불과했다. 대답이 돌아올 거란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야 피가 사람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답이 돌아왔다.
“반대로 당신에게 묻도록 하죠. 당신에게 있어서 피란 무엇입니까?”
“생명수.”
물과는 다른 의미의 생명수.
물이 마셔야 사는 생명수라면, 피는 우리 몸에 존재해야지 사는 생명수이다. 내게는 있어서 피는 그 이상의 가치가 없었다.
물론 피 속에 독을 흘려보내서 전략적인 가치를 가진 무기로 사용한다면 얘기가 살짝 다르지만.
가치만 논한다면 그게 전부였다.
“생명수. 과연 틀린 말은 아니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생명수의 정의와는 사뭇 다르지만, 결국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이니까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가 원하는 답과는 살짝 다르네요.”
“그러면 네가 생각하는 피의 정의는 뭔데.”
“방금 말했듯이. 전부입니다.”
「반란」에게 있어서 피는 전부였다.
추상적인 말이나, 형이상학적인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부였다.
“혈통, 혈세, 혈맹, 고혈.”
그는 인생 전부를.
오직 피 하나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반란」에게 있어서 피는 전부였다.
“타고나는 혈통, 평생을 납세할 혈세. 국가와 집단은 서로의 피를 마시며 혈맹을 이루고,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은 아무리 화목하고 끝내려고 하더라도 그 끝은 철과 피로 이루어진 전쟁뿐이죠.”
이렇듯.
세상만사로 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반란」의 지론이었다.
“끝없이 피를 흘리는 것이야말로 삶. 세상은 언제나 저희끼리 피를 흘리길 원한답니다. 그렇다면 피를 지배하는 자야말로, 이 세상의 왕이 아니겠습니까?”
놈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 모습을 보곤 깨달았다.
“너.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구나.”
사상이 너무 낡았다.
이상한 생각이라고 욕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푸른 피를 논하고, 태어나면서 정해진 환경을 욕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이 현재의 풍토와는 살짝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역시.
“중세. 아니, 그렇게 오래된 과거에 태어난 것은 아닌가. 정보가 부족해서 애매하군. 적어도 신분이 유의미한 시대에 태어났겠지.”
“아뇨, 맞습니다. 제대로 보셨습니다. 제가 마인이 된 지도 언 수백 년이 흘렀답니다.”
어쩐지 사상이 좀 낡았더라.
“본래라면 지금쯤 땅에 묻혀서 양분이 되고도 남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본래의 순리에 맞게 땅의 영양분으로 만들어줄까?”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반란」.
그의 태도에서는 여전히 자신감이 엿보였다.
비록 내게 한 방 먹이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단순 무식한 소모전에서 유리한 고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나였다. 놈이 가진 마기의 총량은 결코 내가 가진 마력량을 능가할 수 없었다.
내 승기가 확실한 상황.
그럼에도 녀석은 당당했다. 그 모습에 나는 내색하진 않더라도, 사뭇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저 자신감은 이유가 있는 자신감인가. 아니면 나를 속이고 자신마저 속이는 고도의 연기인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