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6)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36화(236/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36화
장례식(1)
상대가 강해졌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몸이 경고하고 있었다.
저건 위험하다고. 서둘러 도망치거나, 일격에 사살하는 편이 좋다며 본능이 경종을 울린다.
나도 본능의 판단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상대가 나보다 빠른 편이라서 도망치는 것은 무리다. 기존에도 빨랐는데, 강해진 「반란」은 얼마나 빠를지 모르겠다.
어쩌면 속도가 이전과 같거나 조금은 느려졌을 수도 있지만.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야 놈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기를 미루어 보아 속도가 빨라졌으면 빨라졌지.
느려질 일은 없어 보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주변의 열기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일종의 인공 감각 겸 방범 장치로 만들었다. 이걸로 「반란」이 아무리 빨리 움직이거나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여줘도 충분히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공격을 피할 수단은 갖춰졌다.
문제는 내게 녀석을 공격할 수단이 몇 없다는 것.
나는 녀석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반란」이 죽인 여인은 사람이 아니었어. 마인, 그것도 아주 고차원적인 경지에 위치한 마인이야.’
귀족. 5개의 작위와 72개의 위계로 나누어진 마인들의 지도자.
그들은 중반부에 겨우 얼굴을 비추고, 후반부에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 중의 괴물들이다. 플레이어들이 꿈꾸는 경지인 랭커와 하이랭커들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힘과 기술을 선보일 귀족들.
여인은 그 귀족 중 한 명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보는 앞에서 아주 처참하게 당했다.
마인들에게 있어서는 평민에 불과할 신분에게.
그것도 스스로 죽여달라고 애걸복걸한 끝에 최후를 맞이했다.
‘반란…… 어쩌면 놈의 이름은 말 그대로의 힘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만일 그렇다면 녀석의 힘은 어느 정도로 성장했을까.’
이름에는 힘이 있고, 놈은 스스로를 「반란」이라고 명명했다.
그 말인즉슨 반란에 가까운 행위를 벌이거나, 진짜로 반란을 행할 때 녀석의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질 수도 있다. 마법과 신비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왕이나 귀족이 이름을 세습하듯이.
「반란」은 자신의 이름대로 반란을 행함과 동시에 귀족으로부터 그 작위와 이름을 몰수했다. 나는 그 힘의 간격을 계산했다.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압력, 마기, 살기.
모든 것을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했다.
“그냥 괴물 새끼로군.”
“……이런 말씀이 험하시군요.”
“너 같으면 안 험해질 것 같나? 눈앞에서 족히 곱절은, 어쩌면 그 이상 강해졌을지도 모르는 놈을 상대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기나 해?”
“하하,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왠지 모르게 이해가 갔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두 배.
이건 파괴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근력, 체력, 내구, 민첩 같은 신체적 능력과 마기를 비롯한 능력들의 순수한 상승 폭이 두 배로 추정된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파괴력은 두 배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소모전을 벌였던 것의 10배는 가뿐히 뛰어넘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진짜 외국 여행에서 별 거지 같은 놈을 다 만나네.
“그나저나 수상한 가면의 신사분. 질문 하나 더 안 하십니까?”
“질문은 무슨. 내가 지금 좋아서 너와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만 궁금한 질문이 있으실 것 아닙니까. 특히 바닥에 굴러다니는 이 시체의 작위와 이름 같은 거? 무척이나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
기분은 썩 별로지만.
놈의 말이 맞다.
‘정보가 부족한 이상, 대화를 통해서 정보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어.’
그리고 상대도 멍청하지 않은 이상.
그 사실을 진작에 알아차렸겠지.
개인적으로는 녀석이 좀 멍청하길 원했지만, 내가 원했던 것 이상으로 머리가 좀 돌아가는 모양이다.
“내가 질문하면 순순히 대답해 줄 생각은 있고?”
“이런 어째서 제가 대답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하죠? 아, 설령 대답하더라도 잘못된 이름을 입에 담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신가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름은 그 사람의 신분이자, 증명. 그런 중요한 것에 어떻게 거짓을 섞겠습니까.”
「반란」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여유로운 이유를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
“제 새로운 이름을 걸겠습니다.”
설령 나한테 밀리더라도 이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놈의 무지막지한 내구라면 내가 반동을 각오하고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뚫을 수 없을 테니. 귀족이 다가온 순간 비상식량처럼 그녀의 피와 심장을 먹어 치웠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
바로 내 눈앞에서 새로운 귀족이 탄생했다.
지금도 내 반지 속 공간에 시체처럼 보관된 마인과 같은 귀족이지만, 그 힘과 본능은 본질적으로 다른. 진짜배기 귀족이 탄생했다.
“그녀의 이름은 「베파르」.”
인어의 모습을 한 악마.
바다를 다루고, 상처를 부패시키는 권능을 다루는 자.
“42위계의 마인으로─.”
“─자작의 작위를 가졌지.”
“어머나 저희들의 생리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 눈치로군요. 100년 전 시스템의 농간으로 <실낙원의 귀족들>이 전부 외딴 무인도에 갇힌 이후로 이러한 지식들은 전부 사장되었을 텐데요.”
후후, 그 저주스러운 불길도 그렇고 어지간히도 금지된 지식을 좋아하시는 모양이네요.
상냥한 미소를 지은 그가 말했다.
무척이나 기괴했지만, 한편으로는 잘 어울렸다.
방금 전까지였다면 분명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반란」과 여성스러운 행동은 찰떡이었다.
아무래도.
‘얼굴과 목소리가 변한 덕분인가.’
뿔 달린 여성형 마인. 공항 근처에서 자신을 도와달라던 여인의 심장과 피를 비롯한 신체를 먹어 치운 직후, 그의 모습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인어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몸에는 비늘이 생기고, 손가락 사이에는 작은 막처럼 보이는 물갈퀴가 생겨났다.
아가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씩 얼굴형과 신체가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변화는 짧고 극적이었다.
겉모습과 함께 성별이 변화한 것 같은 신체적인 변화는 나로 하여금 「반란」이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완전히 받아들였음을 인지시켜 주었다. 이름은 힘.
그는 평민의 신분으로 귀족을 죽여, 반란을 일구어냈고.
반란의 증표로 바닥에 굴러다니는 시체의 작위와 이름을 받아들였다.
이제부터 그의 이름은 더 이상 「반란」이 아니다.
그는 반란을 이뤄냈다.
반란이 성공으로 끝났다면 기득권이 바뀔 차례였다.
이제부터 녀석의 이름은.
“「베파르」.”
“네, 부르셨나요?”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저 시체의 이름을 얘기했는데?”
“그건 3분 전의 얘기랍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베파르」입니다.”
“그러면 저 시체는 뭐라고 부르지?”
“대충 시체라고 부르면 되지 않을까요? 아, 그건 고인에 대한 모욕일지도. 하긴 묘비에 적을 이름 정도는 필요하겠네요.”
그러면 대충.
“「반란」이라고 명명하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이제는 주인 없는 이름이라서 필요가 없었는데, 대충 그녀의 묘비에 이름 대신 적어두도록 하죠. 아무리 그래도 이름도 없는 신원 불명으로 땅이 묻힐 수는 없잖아요, 후후.”
─……계약자, 아까부터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저 년인지 놈인지 모를 녀석 말이다.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친 모양인 것 같네.
‘말 안 해도 알아.’
놈, 아니, 「베파르」의 수다스러움에 타마모가 기가 찬다는 눈치로 말했다. 그건 아까부터 녀석과 대화하던 내가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실이었다.
싸우는 상대에게 뭘 저렇게 구구절절 말하는지.
나처럼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물어본 질문에 해당되는 것을 넘어선 대답을 말하는 녀석의 수다스러움은 실로 광기의 영역이었다.
색다르게 미친놈.
그것에 놈에 대한 내 판단이었고, 「베파르」의 약점이었다.
‘대화의 틈을 노린다.’
말하면서 생기는 찰나의 틈.
자신도 모르게 숨을 내뱉고 들이쉬는 그 순간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하기 위해 준비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고, 피부나 감각으로 느낄 수 없도록 은밀하게 대기 중의 마력을 조성했다.
우우웅─!
그렇게 미세한 온기를 품은 온풍이 불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불어오는 온풍. 「베파르」는 아직까지도 이런저런 말을 하며 적 앞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은 내게 은밀하게 마법 하나를 만들기에 충분하기 그지없었고.
내 모든 걸 쏟아붓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파이로키네시스」
내가 처음으로 만든 내 마법.
<매구>의 가면을 착용하고, 꼬리를 드러낼 수 없는 지금. 꼬리에 새겨진 권능을 마음껏 사용할 순 없었다.
마법의 은밀함을 살리기 위해 시동어도 내뱉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내 모든 마력을 외부로 돌렸다.
대기 중에 자욱하게 퍼진 푸른 안개.
언제 퍼졌는지 모를 안개는 서서히 일대를 잠식했고, 이내 그것이 내가 방출한 마력임을 알아차린 「베파르」.
“─그렇게 저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답니다. 어라? 그런데 이 안개는 뭐죠? 아, 설마.”
쿵!
발을 뻗으며 진각을 밟은 「베파르」의 주변으로 푸른 안개가 흩어진다.
하지만 안개는 가까이 다가간다고 효력이 사라지거나 무력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안개를 보자마자 땅바닥을 박차고 총알처럼 빠르게 도망쳤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 안개는 내 통제 안에 있는 일종의 휘발성 물질.
일반적인 가스보다 몇 배는 위험하다.
나는 그런 안개 틈으로 마법을 잘게 쪼개서 숨기고.
지금 이 순간,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콰가가가강───!!!!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안개 틈에 숨겼던 마법의 술식들이 하나가 되었다. 하나가 된 마법은 괴음과 함께 빛과 불꽃을 내뿜었다.
나조차 마법의 범위에서 안전할 순 없었지만.
나는 반동을 각오하기로 마음먹었다.
‘녀석이 더 이상 강해지기 전에 태워 죽인다.’
녀석이 평범한 마인이었다면 주저했겠지만.
자작급 마인이라면 죽이는 대가로 눈알 하나 정도는 줄 수 있었다. 수틀리면 왼팔이나 다리 하나 정도는 흔쾌히 줄 수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다.
쾅─!
폭발을 일으킨 직후 내 몸은 어딘가에 부딪혔다.
반응할 새도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건물의 벽에 몸이 박혔다.
여파로 온몸의 뼈가 부서지거나 다쳤지만, 오히려 벽에 부딪힌 덕분에 더 이상 폭발의 충격에 밀려나지 않았다.
폭발의 위력은 대충 어느 정도였을까.
강렬한 섬광에 일시적으로 눈과 귀가 멀어서 폭발의 위력이 가늠되질 않았다. 그저 정신을 차린 직후.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구멍과 뭉게뭉게 올라오는 검은 연기로 위력을 추정할 따름이었다.
“이, 정도면…… 못해도 반병신은 만들었겠지…….”
“정말입니다. 덕분에 반병신이 됐네요.”
아직 귀가 정상이 아닌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폭발의 여파로 내 귀는 상처를 입고, 청각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방금 들은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깨끗한 음색이었다.
다친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
잠시 충격에 빠진 나는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그를 목격했다.
검은 연기가 나오는 거대한 구덩이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인어.
옷은 전부 불탔다. 피부가 전부 그을리거나 검게 타올랐다.
하지만 전신의 비늘과 아가미는 겨우 생채기만 있었다.
킁킁. 사방에서 느껴지는 연기 냄새 속에서 희미하게 생선구이와 생선 튀김의 냄새가 났다.
타르타르 소스를 찍으면 딱 좋을 것 같은 냄새.
그 냄새의 중심에는 「베파르」가 있었다.
“이거…… 진작에 그녀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제가 위험했겠네요. 당신과 저의 결정 중, 저의 결정이 더 빨라서 다행이에요.”
피로 흠뻑 젖은 그의 모습.
그와 동시에 떠오른 「베파르」의 권능.
그 이름을 계승한 자는 대대로 바다를 다뤘다.
보다 정확하게는 바다의 물과 압력 따위를 다뤄서 모든 해전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에게도 동일한 권능이 있었다.
다만 피에 집착하는 그의 성향에 따라.
바다를 다루는 권능이 피를 다루는 권능으로 살짝 변질된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바다와 피. 둘 다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가 어찌 됐든.
“이거 큰일 났네.”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제부터는 진짜로 목숨을 걸어야 된다.
더 이상 남은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작에 속전속결로 죽일 걸 그랬다. 새삼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