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38화(23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38화
장례식(3)
사자의 가문, 레온하르트.
독일은 그들의 영토나 다름없었지만, 그들의 본가는 이곳에서 거리가 상당했다.
이곳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숙소.
여행하러 온 외국인도 많으니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SNS를 통해서 멀리 퍼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레온하르트 가문에서 전사들을 파견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레온하르트 본가와의 거리가 상당하기에.
그들이 이곳으로 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그들의 움직임을 토대로 구축해둔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들의 속도를 분석해 본 결과 이동에만 2시간의 시간이 소모될 터.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번 임무는 기껏해야 보호자를 밖으로 유인하고, 「반란」이라는 해괴망측한 이름을 가진 마인을 버리는 말로 삼아서 발목을 잡는다. 그 사이 「크로셀」이 숙소에 있을 아이들을 납치한다.
그게 전부였다.
긴 시간이 필요할 리가 없는 임무다.
아이들을 납치하는 「크로셀」의 임무 난이도가 낮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버리는 말로 선정된 「반란」조차 어지간한 마인을 뛰어넘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2시간이나 소모될 이유가 없는 임무. 그렇기에 「크로셀」은 평민들에게 아이들의 납치를 명했다.
귀족인 자신이 굳이 그런 하찮은 일에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임무는 그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달받은 숙소로 향한 평민들은 죄다 죽었다고 하고, 발목을 잡기 위해 파견된 「반란」은 패색이 짙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
말도 안 돼.
이 임무에 차출된 귀족만 몇 명인데.
‘고작해야 보호자를 떨어뜨린 사이, 아이들을 납치하라는 임무가 이렇게까지 꼬일 일이 있나?’
하는 수없이 직접 행차하기로 결심한 「크로셀」.
그때는 이미 1시간이나 흐른 뒤였다.
‘아무리 내가 평민들에게 잡무를 맡기고 뒤에 있었다고 한들, 이 작전에 투입된 귀족들은 나를 제외하고 두 명이나 더 있었거늘.’
납치라는 시답지 않은 임무에 차출된 귀족은 총 3명.
바다와 상처의 부패를 다루는 「베파르」.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향을 뿜어내는 「비네」.
그리고 아무리 녹아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얼음의 검을 다루는 「크로셀」. 본인까지 3명 전원 자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하이랭커도 사냥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백작급 마인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여전히 비몽사몽 중에 졸고 있다.
후작과 공작은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사실상 자작들이야말로 현 <실낙원의 귀족들>의 최고 전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자작을 세 명이나 투입하다니.
처음에는 과한 인력 투자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잠재력을 육안으로 확인한 순간.
그런 잡다한 생각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반드시 데려가야 된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 순간.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사자가 나타났다.
두 시간은 무슨. 한 시간 만에 나타났다.
‘이걸 죽여? 말아?’
레오나 레온하르트.
100년도 살아오지 못한 핏덩이가 자신의 손목을 난도질했다.
「크로셀」은 그 사실이 심히 불쾌했다.
본래라면 당연하게 죽여 마땅한 년이었지만, 그녀의 신분이 문제였다.
레온하르트 가문의 장녀. 가문의 후계자. 차기 가주.
만일 그런 신분이 자신의 손에 죽어버린다면, 돌연 후계자를 잃은 레온하르트 가문은 자신을 전력으로 몰살하려고 들것이다.
그건 상관없었다. 레온하르트 가문의 가주라고 해봤자 하이랭커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가문의 전력을 총출동한다고 하더라도 랭커 10명이 추가되는 것에 불과하다. 자신들, 실낙원의 귀족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사회적인 위치였다.
만일 레온하르트 가문이 다른 구천세가의 가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원한다면.
과연 그들이 안 도와줄까?
‘한 가문의 후계자가 죽은 이상, 체면치레로 대충 보낼 가문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전력을 투자할 가문도 있겠지.’
심지어 국제 사회. 마도 학회와 같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아직까지 자작급 마인이 최대 전력인 우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래서 뒤로 슬쩍.
공격을 피하는 척 아이들만 납치하고, 자신보다 미천한 평민들을 대가로 도망치려고 자세를 취한 순간.
서걱─!
식칼이 도마 위의 고기를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살과 뼈가 통째로 도륙되는 소리. 그것이 누군가의 팔다리가 잘린 소리라는 것은 이 자리의 모두가 이해했다.
하지만 말이다.
어느 한쪽이 패배한 다음이라면 모를까.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지금은.
절대로 들려서는 안 될 소리였다.
과연 누구의 팔다리가 잘렸을까.
그 결과는 일대를 덮친 섬광이 흩어지자마자 알 수 있었다.
어라?
“죽었어?”
몸의 반이 잘렸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죽고, 특유의 빠른 재생력을 보유한 마인들도 어지간하면 즉사할 상처.
그러나 「크로셀」 같은 귀족은 죽지는 않되.
빈사 상태로 쓰러질 상처였다.
그는 즉시 움직일 수는 없어도, 다음 공격을 대비하고, 아이들의 납치를 포기한 채로 도망쳐서 제 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럴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
「크로셀」의 눈이 죽었다.
레오나 레온하르트가 처음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이유도, 망자 특유의 탁한 눈빛 때문이었다. 그는 분명 숨을 쉬고 있었지만, 더할 나위 없는 절망에 빠진 눈치였다.
그는 정신적으로 죽은 상태였다.
뭐랄까. 마치 평생 노력한 경지를, 꿈꿔왔던 경지를 목격한 듯한 장인과도 같았다. 그 경지가 얼마나 높은지 알기에 좌절한 눈치.
다행히 레오나는 눈치가 빨랐다.
그녀는 「크로셀」의 죽은 것 같은 모습이 그의 손아귀에서 떨어진 얼음검과 관련되었음을 유추했다.
그러고는 깨달았다.
방금 그 섬광은 단순한 빛 따위가 아니었다.
“설마…… 검을 휘둘러서 여기까지 닿은 거야?”
거대한 빛에는 날카로운 예기가 서려 있었다.
날붙이 특유의 서늘함.
그건 누군가가 도검으로 이루어낸 짓이었다.
* * *
새벽이라서 불빛이라고는 미약하기 그지없는 달빛이나 별빛. 기껏해야 형광등이 사방을 그나마 밝게 비출 시간.
이 근방 일대는 평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낮보다도 밝을지도 모른다.
온갖 건물과 나무에 번진 불길이 사방을 시뻘겋게 비췄다.
그 어떤 아침보다 밝고, 뜨거운 새벽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돌연 도로 한가운데에 생긴 거대한 구멍과 두 명의 인형(人形)이 있었다.
그 주변 일대에 피가 비산했다.
“……이거 출혈이 상당하네.”
“그거 제가 하고 싶은 말인데요?”
그 피의 주인은 두 명이었다.
여우의 가면을 착용한 채로 검은 태도(太刀)를 들고 있는 사내와 뿔 달린 인어. 두 명이 흘린 피로 사방의 모든 땅이 젖었다.
상당한 출혈량.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바닥에 흐른 피의 반만 빠져도, 출혈로 죽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10명도 족히 죽었을 분량일지도 모른다.
마인 특유의 재생력과 승우가 가진 「초재생」.
덕분에 둘 다 출혈로 죽을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넓은 일대를 모조리 피로 뒤덮기 위해선.
그만큼 열심히 움직여야 했다.
사방에 흐른 피는 치열한 싸움의 증거였다.
“미쳤구나.”
요도(妖刀)를 움켜쥔 승우가 중얼거렸다.
그는 아직까지 특성을 발현하진 않았다.
그저 병신이 된 몸으로 마력을 정제해서 검기를 다룬 것이 전부였다.
신체 능력의 보정과 검술의 보정은 일절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전세의 균형을 맞추기에는 충분했다.
“미쳤다는 말은 제가 하고 싶습니다만.”
“좀 닥쳐봐.”
“알겠습니다. 닥치도록 하죠.”
본래도 S급 빌런 이상의 실력을 갖춘 마인이.
자작급 귀족을 죽임으로써, 그녀의 이름과 권능을 그대로 계승했다.
심지어 귀족의 권능이 본래 가지고 있던 특성과 합해져서 더더욱 강해졌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성장을 자랑하는 적을 상대로 검 한 자루를 움켜쥔 것으로 동등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사실 이 상황에서 가장 어이없을 사람은 승우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베파르」였다.
“그렇지만 생각할수록 대단하군요. 설마 검 한 자루를 뽑은 것만으로도 저와 대등한 전투를 펼칠 줄이야. 제 주먹과 당신의 검을 맞대면 맞댈수록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요.”
“……방금 닥친다고 하지 않았나?”
“세상에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는 마인을 본 적이 있습니까?”
하기야.
“마인이 약속한 대로 지킨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네.”
“그렇죠?”
마인은 인간조차 그만둔 금수 미만의 생물.
약속 같은 사회적인 통념을 지킬 리가 없었다.
물론 승우도 녀석이 약속을 곧이곧대로 지킬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로 사용할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귀족이 되어도 말이 많은 성격은 변하질 않네.
이제는 거의 완벽한 인어의 모습으로 변한 외형과는 다르게, 성격만큼은 변하질 않은 모양이다. 승우는 녀석과 검을 맞대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인은 싸움과 살육으로 ‘이름’과 ‘작위’를 계승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름에 따른 권능과 외형 같은 외적인 요소는 그대로 이어받지만,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이나 이미 형성된 성격에는 변화가 없는 모양이네.’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이걸 과연 전투에 써먹을 수 있나?
그야 써먹으려면 써먹을 순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사용하기 힘들 것 같았다. 이건 다른 귀족과 싸울 때 사용하면 좋겠다.
“잡념이 길군요. 검 끝에 그대로 드러날 정도입니다!”
“……대충 때려 맞힌 주제에 전부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이런 들켰나요? 아무래도 생각이 많으신 분 같아서 대충 말해봤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대충 맞아떨어진 것 같네요. 아! 생각해 보니까. 당신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표정을 볼 수가 없군요. 하하하!!!”
“……진짜로 별 미친놈이 다 있네.”
도검에 의해 자신의 피부와 아가미가 베이고 있었다.
인어의 수많은 비늘들이 떨어져 나갔고, 마인의 빠른 재생력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속도와 깊이의 검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베파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광인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미쳤어.’
싸우는 와중에 말이 많아서 미쳤다는 게 아니다.
그는 상처를 입고, 고통을 느끼고,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상황에서도 태연했다. 오히려 말과 웃음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분명히 미친놈이지만.
승우는 그런 놈들을 하도 많이 봐서 이에 대해서는 큰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본인은 죽음을 안식이라고 부르며, 안식을 절실하게 갈구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승우에 비하면 「베파르」는 비교적 덜 미쳤을지도 모른다.
자기 객관화는 충분히 되어 있다.
승우도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파르」를 손에 꼽는 광인으로 취급한 이유는 그의 권능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었다.
‘검은 피로 감싼 주먹이라. 벽에 닿는 순간 부식하고, 살에 닿는 순간 썩고 있다.’
극한까지 뽑아낸 피. 출혈로 죽기 적진의 몸을 격하게 움직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상처 위로 ‘부패의 권능’을 덧바른다.
그러자 상처가 검게 물들고 썩었다.
극한에 다다른 권능의 사용법.
자신의 몸을 도외시하는 전투는 얼핏 승우와 달랐지만, 적어도 승우는 후환을. 자신의 뒤를 남겼다.
그에 반해 「베파르」는 뒤를 남기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자기 자신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콰가가강!
다시 한번 검과 주먹이 부딪혔다.
금속과 살이 맞부딪혀서 발생한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강철과 강철이 서로를 갈아내는 기괴한 소리가 났다. 서로의 무기를 맞댈 때마다 이랬다.
끼기기깅─!
요도(妖刀)를 도면으로 세워서 주먹을 막은 승우.
처음 보는 검의 움직임에 「베파르」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것처럼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그 판단은 옳았다.
검의 움직임이 기존의 틀에서 탈피된 순간, 검에는 순백의 검기상인(劒氣傷人)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폭발 직전의 폭탄처럼 고요한 적막.
본능적으로 「베파르」는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승우는 검을 휘둘렀다.
그 일격은 건물들을 분쇄하고, 대지를 갈랐으나.
그것들은 모두 눈속임이었다.
「별무리의 파도」
검에 모인 섬광.
별무리처럼 반짝이는 순백의 파도는 「베파르」를 지나쳤다.
별빛과도 같은 속도로 질주하던 일격은 승우가 지켜야 할 대상.
자신의 아이들을 위협하는 정체 모를 상대를 향해 쏘아졌다.
자신의 일격이 무언가와 부딪히며 사라진 순간. 승우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검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던 일당을 모조리 일소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사실에 안도하는 한편.
떨리는 공기에 의해 또 다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너…… 지금 나랑 싸우면서 뭐 하는 짓이야.”
자신과 검을 맞대던 상대가.
자신이 한눈을 팔았음에 분노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더 이상 자신에게는 가공할만한 마력이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주 뼈저리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