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4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40화(24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40화
장례식(5)
한 부부에게 구원받고, 마지막에서야 버림받은 소년의 삶.
나는 그 기구한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궁금함에 되물었다.
어째서 부모는 마지막에 아들을 저주한 것인가?
그 사실이 퍽이나 궁금했고, 유언으로 그런 말을 내뱉는 부모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처음부터 사랑을 주지 않는 부모였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백승우’의 부모는 생전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다.
자신의 친자식과도 다름없는 공평한 사랑을.
“글쎄, 나도 잘은 몰라. 그야 유언인걸.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그거였는데, 내가 부모님의 진의를 어떻게 알겠어.”
“…….”
“그렇지만 부모님의 마음이 아예 이해가 가질 않는 건 아니야.”
툭!
툭!
구두로 바닥을 두들긴 ‘백승우’.
그는 몇 번이나 바닥을 일정한 간격으로 두들긴 후에야 입을 마저 움직였다. 마치 생각할 거리가 있었던 눈치였다.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
“그런 건 아니야. 단순하게 그날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거든. 그렇지만 자세히 얘기해 주기 위해서는 그 시절을 복기할 수밖에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답은 제대로 해줄 테니까.
그저…… 조금 괴로울 뿐이야.
“굳이 떠올릴 필요가 있나?”
“…….”
“길게 생각할 것 없이 그 당시의 일만 설명하면 그만이지 않나?”
내 말에 침묵하는 ‘백승우’.
입을 다문 그에게, 나는 거듭해서 질문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야. 괴로운 과거를 되새길 필요도 없어.”
“…….”
“그날 네가 입은 상처.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그날의 상처를 훑으면서 얘기하면 그만일 텐데?”
상처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잘 아물고 흉터도 생기지 않는 가벼운 상처.
아물었지만 흉터가 사라지지 않는 무거운 상처.
그리고 흉터가 생기기 이전에 아물지조차 않는 극심한 상처.
그것은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다.
마음으로 입은 상처도 지나치게 극심하면 아물지 않는다.
부모님의 유언이랍시고 들은 저주는 분명 극심한 상처일 터.
그렇다면 굳이 기억을 되새길 것 없이 아물지 않은 상처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으면 그만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딱 그 정도였다.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어린 마음의 너는 부모님의 마지막 말씀이 아팠겠지.”
“…….”
“하지만 그것 때문에 삐뚤어진 게 아니야.”
“…….”
“가주가 된 이후의 적힌 네 행적은 가문의 대소사를 기록하는 일지에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어.”
악독한 가주.
성추행과 폭력을 일삼는 악당.
덕분에 가뜩이나 미성년자의 나이로 가주에 올랐던 ‘백승우’는 모든 인망을 잃었다. 견제해야 될 장로들의 세력이 지나치게 커졌다.
약혼녀와 파혼을 진행하면서 정치적인 입지를 스스로 없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탕한 선택들의 연속. 하지만 나는 그러한 선택 속에서 묘한 감각을 느꼈다. 언젠가 경험해 본 것 같은 기시감.
“진실을 말하되, 일부러 말을 질질 끌지 마.”
“……흥미롭네. 그래서, 내가 말을 질질 끌면서까지 하고 싶은 얘기가 뭐라고 생각해?”
“너는 스스로의 몸에 저주를 새겼다고 했어. 선천적인 불치병, 「태양절맥」을 어떻게 몸에 새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와 더불어서 너의 악행을 설명하려고 했겠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중학생이 부모님의 유언으로 저주를 들었잖아. 그 정도면 나쁜 짓을 일삼는 가주가 될 법하지 않을까?”
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백승우’가 말했다.
부모님이 내린 저주. 그것이 자신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저주하고, 밑바닥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고.
“핑계는 무슨. 댈 거면 제대로 된 핑계를 생각해라.”
“뭐?”
그의 상처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에 ‘백승우’의 미간이 흔들린다.
경악과 분노.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처럼 흔들리는 표정은 내게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반박해 볼까? 우선 첫 번째로 네가 말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중학생’. 이것부터 말해보자.”
나는 ‘백승우’의 일기를 읽었다.
그와 관련되었던 사람들과 엮이면서 과거의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몸소 체감했다. 적어도 ‘백승우’는 미성숙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자신만의 파벌을 만들고 7살에 특정 분야의 마법들을 「중급 마법」 이상으로 깨우쳤어. 10살에는 그보다 경지가 높은 「상급 마법」까지 무난하게 깨우쳤지.”
“그건 성숙한 게 아니고, 똑똑한 거잖아. 천재와 똑 부러진 것은 엄연히 달라.”
그래, 천재와 조숙한 것은 다르다.
“괜히 천재는 엉뚱하다고 하는 게 아니잖아.”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언급한 것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것과는 큰 연관이 없다. 그것들은 천재에 관련된 얘기들이다.
……앞에 한 가지 전제만 없다면 말이지.
“네 말이 맞아. 그렇지만 만일 배움의 시기를 조작했다면 내 말이 전달하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지.”
“…….”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지?”
배움의 시기를 조작했다.
내가 하는 말은 ‘백승우’가 7살에 「중급 마법」을 깨우친 게 아니고, 10살 때 「상급 마법」을 익히지 못했다는 말과 같았다.
일기장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특정 학파의 마법만 경지에 닿았다는 주변 발언과 달리.
그의 일기장에서 아예 학파가 다른 마법에 대한 묘사가 적혀 있었다.
물론 어린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적은 문장이라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마도서를 하도 많이 읽은 덕분에 이상한 글씨로 묘사한 표현만으로도.
대상이 무슨 마법을 익혔고, 어떤 마법을 사용했는지 눈에 훤했다.
“가문의 일지에서 너는 7살에 「원소 마법」을 익혔다고 적혀 있어. 하지만 너의 일기장에 적힌 묘사는 「원소 마법」과는 사뭇 달랐지. 특히 땅을 조작하는 묘사에서, ‘대지를 들어 올렸다’는 표현을 사용했어. 이건 당시 네 수준으로는 불가능해. 대지를 들어 올리는 감각의 「원소 마법」은 상급 이상부터 수록되어 있어.”
그렇다면 ‘백승우’는 7살에 「상급 마법」을 깨우친 것인가?
그럴 수도 있지.
아니면 다른 분야의 마법을 익혔을 수도 있다.
대지를 들어 올리는 감각. 그게 가능한 마법은 중급에서는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중력 계통의 마법이 있다.
참고로 중력 계통과 원소를 동시에 「중급 마법」까지 익히는 것은 현직 마법사들 중에서도 5%에 불과하다.
“어쩌면 네가 어린 탓에 마법을 사용하는 감각을 헷갈린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과연 천재라는 녀석이 마법을 사용할 때 느껴지는 감각이 어떤지를 모를까?”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백승우’는 7살에 서로 다른 두 학파의 마법을 중급까지 익혔거나, 「원소 마법」을 상급까지 익혔다는 뜻이 된다.
“그렇지만 7살에 「상급 마법」을 깨우치는 것은 불가능하지. 그건 천재가 아니야. 괴물이지. 그렇기 때문에 너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재능을 축소했어.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이 가능하다는 것은 천재이기 전에 네 정신적인 성숙함을 증명하는 증거 중 하나다.”
“…….”
“어때? 반박할 요소가 있나?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 어차피 짚어볼 얘기는 아직도 많거든.”
내 말에 ‘백승우’는 고개를 숙였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눈치로 고개를 저었다.
“하나 더 얘기해 볼까? 네가 말한 부모님의 유언. 나는 사실 그 얘기에서도 이상함을 느꼈어.”
스윽, 숙인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린 ‘백승우’.
그의 얼굴에는 들켰다는 표정이나, 당황했다는 표정 대신, 체념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네 얘기가 거짓이라는 말이 아니야. 다만, 네가 그 말을 듣고 정말로 슬퍼했는지 의문이 들었거든.”
“도대체 무슨 소리를……!”
“너는 슬프지 않았어. 아니, 슬펐지만 슬픔에 잠길 수가 없었어. 공교롭게도 그들의 말에는 일리가 있고, 타당성이 있었으니까.”
부모님의 저주. 그 배경에는 그가 있었다.
당시 두 분은 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병마의 원인. 건강했던 둘이 병사한 이유가 바로 너 때문이었겠지.”
방금 ‘백승우’의 얘기를 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한순간의 짧은 감정이었지만, 당시 그가 느꼈던 심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이루 말할 수 통곡이었으며, 죄책감이었다.
“자세한 이유는 몰라. 하지만 네가 그들의 죽음이었음은 확실해. 물론 너는 그걸 원치 않았겠지만.”
너는 자신을 거두어준 부모님을 죽였어.
내 말이 맞지?
“……하하.”
마른 웃음소리로 화답하는 ‘백승우’.
그것은 그가 내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뜻과 같았다.
“그 결과 너는 악독한 가주가 되기 위해 연기하고 노력했지. 이사벨과 파혼을 감행하고, 스스로에게 「태양절맥」이라는 구속을 씌웠어. 하지만 그건 자포자기의 발로가 아니었겠지. 너의 행동에는 어떠한 의도가 숨어 있었어.”
그리고 그 의도를.
‘백승우’는 계속해서 숨기고 싶어 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치부인 양.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 맞아. 부모님의 저주는 내가 그분들에게 건 저주에 대한 화답이었어. 나는 그분들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지.”
자신도 모르게 건 저주.
역설적이게도 ‘백승우’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가 사랑하던 부모님이 자신에게 저주의 말을 내뱉은 순간이었다.
저주에 걸려보니 평생 그분들을 옭아맨 저주가 보였다.
“그건 내가 원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물론 저주를 단순한 근육통 수준으로 약화시킬 순 있었지만, 결국 저주는 저주였지.”
“왜 부모님에게 저주를 걸었지?”
“별다른 의도는 없었어. 그냥 천성이고 본능이었어. 나라는 개체는 태생적으로 저주를 주변에 흩뿌리고 다녔던 것이지.”
천호백가. 하얀 여우들의 가문.
그곳에서 태어난 검고 불길한 색깔의 아이.
과연 괴담은 사실이었다. 검은 여우는 불길했고, 아무런 악의도 없이 사방에 저주를 흩뿌리고 다녔다.
“흩뿌리는 저주를 억제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구속을 씌웠어. 그런데 그게 체질과 맞아떨어지면서 「태양절맥」이라는 불치병으로 진화했지.”
퍽 불행한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자신이 본능적으로 흩뿌리는 저주로 돌아가시게 만들었다. 자식을 사랑했던 부모님의 최후의 순간에 덕담이나 사랑한다는 말 대신, 저주의 말을 내뱉으면서 아들에게 스스로의 체질에 대해 자각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저주는 그들의 유언이 되었다.
자식을 끔찍이도 사랑했던 부모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또한 자식에게도 큰 고통이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해.’
아직, 근본에 다다르지 못했다.
지금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아직 절정이 아니었다. 더 들어야 할 부분이 있었다.
내게는 그의 선택과 결말을 봐야 할 책임이 있었다.
같잖은 위안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지금 그의 몸을 사용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가 가진 미련을 알고, 그 미련을 해소해 줘야 할 의무가.
적어도 내게는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입을 열었다.
“「태양절맥」을 앓게 된 계기는 확실히 알았어.”
“그러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걸로 됐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걸로 충분해.”
“첫 번째 질문? 그러면 이것처럼 긴 질문이 더 있다는 소리야?”
기겁했다는 눈치로 ‘백승우’가 나를 쳐다봤다.
“걱정 마. 이번 질문이 마지막일 테고, 질문과 대답도 그리 길지 않을 테니까.”
나를 똑 닮은 청년.
여태까지 나의 모티브라고 생각했던 그를 향해 질문했다.
“너는. 내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