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4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41화(24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41화
레온하르트(1)
“너는. 내가 아니지?”
그 질문은 지금까지의 모든 대전제를 뒤엎는 질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 육체가. ‘백승우’라는 인물 자체가 나를 모방해서 만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이 세상의 원본은 소설.
그 소설의 작가는 다름 아닌 내 친구였다.
나와 똑같은 얼굴, 똑같은 체형, 똑같은 이름을 달아두면 당연히 그 모티브가 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를 당연하게 여긴 나는 ‘백승우’는 내 분신.
그런 생각을 기저에 깔고 모든 것을 판단하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너는 내가 아니야. 아니, 너는 분명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아니게 됐어.”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나는 이 몸으로 살면서 네 기억과 감정을 몇 번 엿봤어. 그러면 자신의 몸에 나라는 영혼을 내어준 너도 내 기억을 엿봤겠지.”
“그래, 몇 번 본 적 있어. 딱히 보고 싶지 않아도 자동으로 상영되는 영화처럼 강제로 보게 만들더라고.”
나는 ‘백승우’의 기억과 감정을 엿봤다.
그는 나의 기억과 감정을 엿봤다.
서로가 서로의 머릿속을 들여다봤다.
보통이라면 놀라운 경험이라면서 충격을 받을 법도 하지만, 그 충격은 나 혼자만 받았다.
‘백승우’의 무미건조한 말투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는 아무런 충격도 감흥도 받지 않았다.
그래 맞아, 지금 그 태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무관심한 그 태도 때문에 내가 방금 전의 질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마치 내 것인 것마냥 느끼고 체감했어. 그래도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
“내가 굳이 왜 타인의 기억에 흥미를 느껴야 되지?”
“그야 넌 마법사잖아.”
“!!!!”
마법사는 새로운 지식에 목마른 학자이다.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마치 자신처럼 공유하는 상황을 가만히 두고 지나칠 수 있는 족속이 아니다.
“마법사는 지혜롭지만 자신의 지식을 부족하다고 여기지. 나도 마법사가 되었기 때문에 잘 알아. 그들은 지식에 목말라서 자신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물을 파고 다니지. 그런데 지금 네 앞에 전무후무한 지식이,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우물이 나타났어.”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다.
호르몬 수치를 조절해서 마음을 조작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법은 여럿 존재하지만, 완벽하게 감정을 파고드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그토록 생생하게 느끼는 마법도 현재 존재하지 않았다.
“타인의 심리와 기억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 그런데 그 기회를 뻥 걷어차 버린다고? 나보다 마법을 몇 년은 더 공부했을 네가?”
그건 마치 나흘 동안 굶은 자가 눈앞의 고깃국을 발로 걷어찬 것과 같은 행동이다. 다시 말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헛소리도 작작해야지.
“방금 네 대답 덕분에 내 질문은 확신을 얻었어. 고맙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궤변이야. 물론 타인의 기억을 엿보는 경험은 신기했지만, 그걸 가지고 확신을 얻는다는 게 말이 돼?”
“응, 말이 돼.”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백승우’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확신했으니까.”
“!!!!”
대화가 성립하질 않는다.
지금 ‘백승우’의 눈앞에 존재하는 사내는 꺾을 수 없는 확신을 품고 있었다. 말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저토록 강력한 확신을 품은 자는.
절대로 꺾거나 감화시킬 수 없다.
오직 힘으로 부러뜨리는 방법만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금 ‘백승우’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는 그저 혼백. 이곳은 그의 정신세계일 뿐이며, 단순한 정신력 싸움으로도 상대에게 이길 자신이 없었다.
심지어 싸울 의지도 없다.
결국 그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뭐 어떡해, 감화시킬 수 없다면 인정하고 실토해야지.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렇지. 내 말이 맞지?”
“맞으니까 그만 물어봐.”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백승우’.
그가 양손을 들어 올리면서 졌다는 행동을 취한 순간, 그제야 내 표정이 호선을 그렸다.
이 답답한 새끼. 이제야 인정하네.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맞아. 네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 표정 좀 그만두지 않을래?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거든.”
“그런가?”
더듬더듬.
얼굴을 손으로 만지면서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느꼈다.
안면 근육의 상태를 보아하니, 방금 전까지 꽤나 사람을 깔보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표정으로 ‘백승우’를 쳐다보고 있었을 터.
하긴, 그런 표정이었으면 기분 나빴을 법하다.
“좋아. 그만둘게.”
“…….”
깔끔하게 사과했다.
그런데 얘 표정이 또 가관이었다.
아니, 갑자기 왜 사과까지 하냐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내 성격을 아주 오랫동안 알고 있던 눈치였다.
만일 ‘백승우’가 몰래 숨어서 지금까지의 내 행적을 모두 지켜봤다고 하더라도, 내 기억과 감정을 엿보았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저런 표정을 짓는 게 쉽지 않다.
아주 오랜 사이. 막역지우(莫逆之友) 정도는 되어야지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내 주위에서 저런 표정을 지을 사람은 이브뿐.
다시 말해, ‘백승우’가 저런 표정을 지을 리는 보통이라면 없었다.
보통이라면.
“너. 이제는 얼굴로도 힌트를 주는구나.”
“……뭐?”
“네 표정 말이야. 거울을 한번 봐봐. 아, 여기 거울 없구나.”
“거울이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지.”
이곳은 정신세계.
어지간한 물건은 생각하고 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는 손을 뻗어서 자신의 손끝에 거울이 생기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결과 아주 작은 손거울이 생겼다.
손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쳐다본 ‘백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표정이라고?”
“그래, 무표정이었던 방금 전이랑 표정 변화가 확실하게 느껴지잖아.”
개소리하고 있네.
손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즉각적으로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어떤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지금 그의 얼굴은 방금 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언제나처럼 차가운 표정.
다만 눈썹의 움직임이나 입가의 움직임이 살짝 미묘했다.
이걸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진짜 미친놈인가?
“너는…… 하, 나중에 여자친구 사귀면 여자친구한테 사랑 많이 받겠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여자친구가 자기한테 뭐가 바뀌었냐고 물어본다면 조금의 오차도 없이 단번에 맞힐 수 있다는 소리야.”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생각했다.
무슨 미친 소리야?
그 정도 변화는 눈에 훤한데.
“그거. 오히려 여자친구한테 집착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어할 것 같은데?”
“그것마저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면 되지.”
“지랄이로군.”
“그렇지만 그럴 얼굴이 되는걸.”
“……내 얼굴이랑 똑같아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네.”
여기서 뭐라고 대꾸하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셈이다.
기묘한 대화에 살며시 미소를 지은 나는 곧장 표정을 지웠다.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자.
“그래서, 아까 내가 말했지. 너는 내가 아니라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지.”
“너도 내 기억을 봤으면 알 거야. 이 세상은 한낱 소설이고, 너와 네 가족들은 조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래, 네 기억에 의거하면 그렇지.”
나는 이 세상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소설과 한없이 같은 세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와 마주하면서 혹여나 전후 관계가 바뀐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어. 그러나 너와 대화하면서 생각이 살짝 바뀌었어. 그리고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지.”
그러니까.
현실이 된 소설. 나를 모티브로 삼은 악역이 아니라.
“소설이 출간되기 이전에 이 세계가 있었고, 너는 나를 닮은 게 아니라, 내가 너를 닮은 거지.”
머리가 복잡해지는 말.
지금까지의 인과가 뒤집히는 발언이었다.
그 발언에 ‘백승우’는 침묵했다. 그 어떤 긍정이나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내 말을 경청했다.
“내 기억은 완벽하지 않아. 대부분의 일을 기억할 수 있는 머리를 타고났지만, 아주 오래된 시답지 않은 일까지 기억할 정도는 아니야.”
책을 통째로 암기할 정도의 암기력과 기억력.
그런 기억력으로도 수년이나 지난 대화의 일부는 떠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기억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억지로 그 기억들을 떠올렸다.
조각조각 찢어진 기억들을 억지로 이어 붙였다.
그리하여 누더기 같은 기억이 하나가 되었다.
“이브는 내게 언제나 질문했어. 장면을 어떻게 전개하면 좋을지를. 하지만 정작 설정에 대한 부분은 물어본 적이 거의 없어. 설령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내 대답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
나는 오래된 기억을 되짚으면서 말했다.
“그때 그녀는 그야 그런 중요한 요소를 남한테 맡길 순 없다고 말했어. 마치 소설을 연재하기도 한참 전부터, 설정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느껴졌지.”
단순하게 정해진 게 아니라.
마치 그 설정이 아니면 안 된다는 눈치였다.
당시에는 큰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백은호는 이브의 소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쳐서 인기가 많았다고 했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부한 설정과 묘사는 물론, 마치 진짜로 다른 세계를 관찰이라도 한 것처럼 생생한 이야기들은 독자로 하여금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감동을 줬다나 뭐라나.’
아무튼 슬슬 확신이 든다.
“그녀는 이 세계를 관측하고 소설을 집필했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소설의 전개에 대해서 내게 자문을 요청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 세계의 이야기를 그대로 저술한 내용인지, 그도 아니면 자신의 각색이 들어간 소설인지를 모르겠다.
내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유일한 벗임에도 이브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아.
그래도 지금 그녀에 대해서 하나는 이해했다.
“내 의견을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하고 자시고를 떠나서, 정황상 미루어보아 그 말이 맞겠지.”
“되게 애매하게 말하네.”
“애매하게 말하고 말고가 어디에 있어. 결론은 그쪽이 내리는 거야.”
“너무하네. 좀 알려줄 수도 있잖아.”
그야, 같은 뿌리에서 시작한 동명이잖아.
그 정도는 좀 흔쾌히 알려주라.
“뭐?”
“내가 말했잖아. 맨 처음에는 ‘너는 내가 아니라고 말했고’, ‘내가 너를 닮은 것’이라고 했지.”
그때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반응이 왜 그래. 벌써 까먹은 거야?
이게 바로 청년 치매인가?
“너 또 무슨 궤변을…… 아니지. 그냥 궤변으로 나를 놀릴 생각이겠지.”
“응, 맞아.”
“이제는 질리지도 않냐?”
“아니? 매 순간 짜릿한데?”
그를 놀리는 건 상당히 즐거웠다.
“그럴 거면 그냥 말해라. 이제는 네 말 받아주기도 귀찮다. 무엇보다도.”
이 세계에서의 짧은 시간도 슬슬 끝이 가고 있거든.
순백으로 가득했던 정신세계가 점점 검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이 세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앞으로 10분 정도?
그게 이 세계의 한계였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네 행적을 보면서 기이하다고 여겼지. 어릴 적의 나와 닮은 구석이 퍽이나 많았거든. 그런데, 방금 그의 말을 들은 순간 지금까지 본 네 행적이 살짝 다르게 보였어.”
어릴 때부터 지나칠 정도로 성숙한 아이.
어쩌면 그 아이는 성숙한 게 아니라, 이미 그에 걸맞은 세월을 살아온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확신으로 전환한 지점은.
“네가 내 기억과 감정을 엿보면서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한 이유는 다름 아닌 그것 때문이겠지.”
내 기억과 감정에 대한 감성 때문이었다.
마법사로서 미지에 대한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미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라면 중급 마법도 익히지 못한다. 마도의 길이란 그런 곳이다.
“처음 본 영화에서 등장하는 반전은 무척이나 흥미롭게 마련이지만, 한 번 본 영화를 또 본다면 반전은 큰 흥미를 주지 못하지.”
‘백승우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나’로 살아본 경험이 있다. 백승우로서의 기억과 경험이 이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기억을 아무리 엿봐도 감흥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과거에 감흥과 흥미를 느끼는 사람 따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아, 어딘가에는 존재할지도 모르겠네.
“이런저런 생각을 했고, 의심은 확신이 됐지. 하지만 증거가 부족했어. 그래서 그 증거를 보충하기로 했지.”
“어디로부터 증거를 보충했지?”
“사방에서. 여기는 네 정신세계. 너에 대한 정보라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지 않겠어? 그렇게 네 정보를 수집했지.”
“……나와 대화하는 사이에 그런 건 또 어떻게 찾았대. 마법을 행사하는 실력은 나보다 떨어져도, 은밀함과 정밀함은 나를 상회한다는 소리인가. 이거 「마도성」이라고 불렸던 내 실력이 다 죽었구먼.”
“하하, 내 실력과 재능이 뛰어난 걸 어떡하겠어. 그나저나, 잠시 얘기가 다른 길로 샜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동명이인 같은 게 아니다.
하나의 뿌리에서 두 개로 갈라진, 동일 인물.
“서로가 서로에게 도플갱어인 셈이지. 아닌가. 나한테만 도플갱어일지도.”
아, 물론 원본은 내가 맞다.
단지 그조차도 나였다는 소리였다. 다시 말해 ‘백승우’는 나를 모티브로 한 악역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분화된 내 분신인 셈이다.
……개같이 복잡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