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4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44화(24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44화
레온하르트(4)
시간은 상대적이다.
예전에는 도저히 이해조차 할 수 없던 개념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지.
어째서 상대적인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안 흘렀네.”
고리타분한 과학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오래간만에 떠올랐을 따름이다.
백승우는 언젠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회상했다.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책 속의 내용처럼, 적지 않은 시간을 정신세계 속에서 보냈다. 그럼에도 바깥에 있던 사람들의 시간은 그다지 많이 흐른 눈치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1초.’
아니지. 눈앞의 「베파르」는 백승우가 정신세계에 들어가기 직전에 또 한 번의 공격을 날렸다.
그 공격의 속도는 질주하는 자동차만큼 빨랐다.
그렇게 빠른 공격이 아직까지도 닿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백승우가 정신세계에서 10분 이상을 보낸 것과 달리, 「베파르」의 시간은 1초도 흐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콰아아아앙─!
이제 2초 정도가 지나니까. 공격을 맞았다.
정확히 복부를 노린 공격.
치명타였다.
촤르르르르르─!
피를 단두대의 칼날처럼 두껍고 날카롭게 만들어서 쏘아낸 공격, 공격이 어찌나 매섭고 강력했는지, 복부에 닿자마자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주변에 흙먼지가 흩날렸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사방에 잔뜩 솟은 흙먼지.
“좋았어! 드디어 한 방 제대로 먹였군! 어떠십니까. 제 공격은?!”
제대로 적중한 공격에 「베파르」가 신난 듯 외쳤다.
그는 마치 월드컵을 보며 자국의 승리를 응원하는 것처럼 자신의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고는 공격에 제대로 먹히자, 골을 넣은 장면을 본 관중처럼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그만큼 「베파르」는 순수하게 기뻤다.
“하아, 날벌레처럼 요리조리 도망치는 꼴이 어찌나 보기 싫었는지. 드디어 겨우 잡았네요.”
크게 흥분했던 「베파르」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반말을 정돈하고, 최대한 품위 있어 보이는 말을 떠올리고 선정했다.
이전까지의 자신은 반란을 주모하는 혁명가였다면.
지금의 그는 「베파르」.
엄연한 귀족의 일원. 자작이라는 작위에 걸맞은 품위와 체통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
“후후,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특별히 대답을 바라고 뱉은 말이 아니었다.
방금 전의 공격이 치명타로 들어간 이상 백승우에게 대답할 여력은 없을 것이다. 그전에 살아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상한 여우 가면을 착용한 사내.
그의 마법은 분명 매서웠지만, 방어력만큼은 종잇장처럼 한없이 가볍고 팔랑거렸다.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안타깝군요. 그 실력과 장비. 둘 다 탐이 났는데, 지금이라도 쓰러진 몸에서 장비들을 탈취하고, 확인사살로 마무리 지어서 언데드로 만들어버릴까?”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베파르」가 탐욕을 부리기 시작했다.
승자와 패자. 둘 사이의 절대적인 차이가 나기 시작한 이제야 물건과 사람이 탐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승기가 명확한 지금은 괜찮았다.
목숨을 건 싸움에서 승자가 패자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
이것은 중세 그 이전부터 내려온 일종의 불문율. 목숨을 걸고 싸운 이후, 승자가 패자의 모든 것을 독식하겠다는 뜻인데.
무슨 불만과 이의가 있을까.
“자, 우선 가면부터 벗겨보죠. 과연 어떤 얼굴일지 심히 궁금하군요.”
우선 정체를 숨겼던 그 가면부터 회수할 계획이었다.
터벅터벅, 「베파르」가 아직도 자욱한 흙먼지 안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걷다 보니 문득 안전 수칙이 떠올랐다.
아, 까먹을 뻔했군요. 시체를 손으로 직접 만지기 전에 확인사살은 필수죠.
쿵─!
바닥에 흥건한 자신의 피를 압축했다.
그렇게 압축한 피는 탄환처럼 발사되어, 무언가를 꿰뚫다 못해 바닥 깊이 박히는 소리마저 들렸다. 피의 탄환이 골육과 장기를 관통한 것이다.
방금 그 자리는 머리가 있을 곳이니까.
“이제 확인해 봐도 되겠죠.”
아, 물론 그전에 승리를 자축하기 위한 샴페인을 터뜨릴 차례였다.
흙먼지 속에서도 아무런 더러움 없이, 유유히 걷던 「베파르」가 오른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 튀긴 핏물이 그의 손에 응집하기 시작했다.
그의 권능.
보다 정확하게는, 「베파르」의 권능. 바다를 조종하고, 상처를 부패시키는 권능을 응용한 일환이었다.
본래도 피에 관련된 능력과 특성을 지닌 그였으나.
귀족의 작위와 「베파르」라는 이름을 삼키고 소화하면서 그 모든 권능을 계승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종의 변질이 존재했는데.
바다를 조종하는 권능이 일정 염도를 가진 액체를 조종하는 권능으로 변질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보다 강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바닷물의 양은 엄청나지만, 바닷가가 아닌 대륙 중심에서 사용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다.
그에 반해 일정 염도 이상의 액체는 널리고 널렸다.
대표적으로 생물의 피가 그랬다.
덕분에 「베파르」는 피를 조종할 수 있었다.
범위가 훨씬 광범위해진 권능. 그렇지만 범위에 반비례해서 세밀함과 정확성이 떨어진 것 같았다.
전 대 「베파르」의 능력은 이렇지 않았다.
‘그년의 능력은 강했다. 비록 내가 이기긴 했지만, 엄청나게 고전했지. 오죽하면 다시는 저항할 수 없도록 강도 높은 고문을 반복했을까. 오죽하면 그년을 단번에 강해질 수 있는 도시락처럼 취급하면 한편,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였을까.’
바다를 조종하는 권능.
그 권능은 바닷가에서 가장 큰 위용을 발휘하지만, 전 대 「베파르」는 보온병에 비축해 둔 최소한의 바닷물만으로 무기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 무기는 검의 형태를 할 때도 있고,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수압으로 상대의 살과 뼈를 분쇄했고, 코나 입을 통해서 내장을 곤죽으로 만들기도 했다.
당장 그녀와 같은 숙련도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나도 그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까.
아니, 염분이 포함된 액체를 전부 다룰 수 있는 자신은 그녀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 그때가 된다면, 보다 상위의 귀족을 죽일 것이다.
백작을, 후작을, 공작을.
그렇게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간다면 작위와 함께 이름도 바뀌겠지.
그렇다면 액체를 다루고, 상처를 부패하는 권능과도 작별이다.
이 권능은 나라는 개체가 아니라, 「베파르」라는 이름에 묶인 권능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72명의 귀족들에게는 각각의 이름에 대조되는 권능이 존재한다.
그 권능은 작위가 높을수록 강해지고 고결해진다.
보통, 낮은 작위의 귀족은 높은 작위의 귀족에게 이길 수 없다. 권능의 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높은 작위를 원한다면 우선적으로 갈고 닦아야 되는 것은 세력과 스스로의 힘이라는 뜻이다.
“당신은 강했어. 그러니까 그 힘과 위용을. 전부 내가 가져갈게.”
싸움의 세계는 원래 승자 독식이니까.
괜찮지?
여전히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대답은 필요하지 않다. 세상 그 누구도 시체에게 대답을 바라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시체가 있어야지 성립된다.
“왜? 시체가 없고, 피 몇 방울만 덩그러니 고여 있지?”
흙먼지의 끝.
그 너머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땅에 파인 구멍. 그 속에 고인 피 몇 방울.
마치 탄환이 땅에 박히고, 그 위로 핏물이 차오른 것 같은 광경은 분명 자신의 권능이 이뤄낸 것이다. 피의 탄환이 바닥에 꽂혔다.
그런데 왜 그 사이에 있어야 할 시체가 없는 것이지?
상대가 아직 죽지 않았다.
그 생각까지는 무리 없이 도달했다.
하지만 「베파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흙먼지가 시각을 차단했다고 하더라도 후각과 청각은 생생했다. 후각은 인간의 살점과 피의 비릿함을 쫓고, 청각은 옷자락이 스치는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낸다.
그런데 왜?
도대체 어떻게?
언제 자신의 모든 감각을 속이고서 이 흙먼지를 타고 몸을 숨긴 것이지?
하물며 자신은 귀족을 삼키면서 더 큰 힘을 가진 존재였다.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달랐다. 「베파르」, 그 이름을 부여받은 자신의 오감은 상식을 초월한다.
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은 「베파르」의 오감을 초월했다.
이는 곧, 백승우가 그의 오감과 상식을 동시에 뛰어넘었다는 소리.
그렇다면 그가 어디에서 나타나든 「베파르」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상대는 그의 상식으로는 재단할 수 없으니까.
예를 들어서, 바로 목 뒤에서 나타나더라도.
“나를 찾고 있었나?”
“!!!!”
전혀 이해할 수도, 예상할 수도 없겠지.
“목 부근의 방어가 부실하네.”
“도,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아니, 애당초 진짜가 아니었나? 뭐지 지금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인가?”
“새삼 광증이라도 일어났나? 문장이 성립하지를 않네.”
너 그거 병이야.
백승우가 「베파르」의 등 뒤에서 귓가를 향해 소곤소곤 읊조렸다.
뚝. 뚝.
극한의 긴장감에 「베파르」의 목덜미에서 땀이 흐르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땀 또한 염분을 가진 액체.
이걸 방금 전처럼 탄환으로 쏜다면 사람의 피부는 간단하고 관통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그걸 시도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만약에 또 피한다면?
그러고는 이번에도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곳에서 놈이 나타난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단이 떠오르질 않는다.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 시간이 느리게만 흘러가는 것 같다.
「베파르」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모두 백승우의 눈에 또렷하게 비치고 있었다.
「요마안─십리안(十里眼)」
십 리 너머를 엿보는 능력.
미래 예지라는 사기적인 효과를 가졌지만, 특유의 방대한 마력 소모와 몸에 오는 과부하 때문에 사용을 꺼린 능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용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심지어는 두 번 연속으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었다.
미래를 엿보고, 다양한 가능성들을 눈에 새긴다.
이를 짧은 시간 내에 확인하기 위해 동공이 빠르게 움직인다. 마치 신문에 적힌 다양한 내용을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눈알만 굴려서 읽는 것 같은 신기.
그 모습은 뒤로 돌아선 「베파르」로 하여금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을 여실히 남겼다.
“아니, 눈알이 무슨! 애초에 눈이 맞나?!”
여우 가면 너머.
루비 혹은 딱딱하게 눌어붙은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기괴한 안광을 내뿜으면서 움직인다. 가면 때문에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오직 눈동자뿐.
그런데 피가 잔뜩 묻은 가면 때문인지, 번들거리면서 흔들리는 안광 때문인지 이해할 수 없는 공포심이 느껴졌다.
뭐야, 저거. 눈이 왜 저래.
안광이 반짝거리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빛이 선명하게 느껴지기 위해서는 어둠이 필요하다.
서늘한 붉은빛의 안광을 담기에, 밤하늘의 어둠은 지나치게 밝았다.
그보다도 짙은 어둠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럴까.
촤악!
옷을 뚫고, 검은 무언가가 솟구쳤다.
“뭐야, 저게.”
검은 촉수?
검은색은 확실한 것 같은데, 뭔지 잘 모르겠다.
밤하늘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빛조차 흡수할 것처럼 칠흑으로 번들거리는 저 정체불명의 무언가 때문인지.
아주 새까맣다는 것 말고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
안광이 점점 진해지고, 검은 무언가가 점점 넓게 펼쳐지면서 깨달았다.
저건 꼬리였다. 복슬복슬한 짐승의 꼬리.
파충류는 아니다. 토끼도 아니다.
저것은 꼬리가 긴 동물.
그래, 여우의 꼬리였다.
검은 여우의 꼬리.
「베파르」의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한 순간, 가면 너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깨달았다. 이래서 <마교 숭배자> 녀석이 놈을 생포하라고 말했구나.
쾌도난마(快刀亂麻).
머릿속의 모든 실타래가 풀렸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고 명쾌하고, 단번에 풀렸다.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알겠네요.”
여우 가면, <매구>.
백승우의 실력과 선호하는 전투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언론과 분석 자료를 통해서, 세간에 익히 공개가 되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의 기본적인 전투 양식이 어떤 형태인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우선 화염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그에게 대응하기 위해서.
꼬르르르르르!
바닥에 스며든 바닷물과 핏물을 한데 모았다.
방금 전 일회용 마법으로 준비해 둔 공간 마법. 바다에서 직접 길러온 물과 피를 섞었다.
거대한 질량의 물.
미세한 붉은빛이 돌지만, 결국 피가 섞인 바다가 된 물을 가지고 흔들었다.
후우우우웅─!!
허공에 떠오른 채로 소용돌이치는 물.
점점 높아지는 수압에 진동마저 느껴진다.
이에 백승우는 손을 뻗었다.
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올곧게 물을 직면했다.
물에 섞인 바닷물과 피의 성분. 그리고 이를 다루는 「베파르」의 권능, 다름 아닌 그의 신비를 관조했다.
이 세계에 와서 맨 처음.
이해하지도 못하는 논문을 분석했던 것처럼.
백승우는 이해하지 못하는 권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그저 분석하고, 머릿속에 주입하고, 복제했다.
그렇게 바다에게 대항하는 또 하나의 바다가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
소리는 없었다.
오직 진동만이 있을 뿐.
물론 소리도 진동이니 파동이니 여러 말이 오고 갈 수 있지만, 적어도 백승우가 만들어낸 바다에는 그러한 개념들이 없었다.
「무르시엘라고」
박쥐를 뜻하는, 흡혈귀의 유산 중 하나.
그림자를 다루는 그 능력은 바다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굳이 바다일 필요는 없다.
완벽하게 바다를 따라 모방할 것까지는 없었다.
‘바다를 다스리는 권능.’
백승우가 복제하고 구현한 것은 그 권능의 개념 그 자체였으니.
무엇이든 바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라면 대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서 거대한 질량과 흐른다는 요소만 갖추면 됐다.
그것으로 「베파르」의 권능은 구현되었다.
“너…… 그게 뭐야.”
마인들에게 동명이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 아래 똑같은 이름은 없다. 마인에게 있어서 이름은 단순히 스스로를 지칭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이름에 따른 권능의 차이다.
바다를 다스리는 권능. 이것은 오직 「베파르」에게만 허락된 권능이어야만 했다. 세상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가지고 싶다면 그를 죽여서 「베파르」의 이름을 쟁취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권능이었는데.
지금 그걸 허망하게 눈앞에서 재현해 버렸다.
“이거? 괜찮을 줄 알고 따라 해봤는데, 생각보다 좀 그렇네.”
“뭐?”
“차라리 평소처럼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게 낫겠어. 한 번만 쓰고 안 쓸게. 아, 참고로 줘도 앞으로 다시는 안 써.”
이 능력. 쓰레기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