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4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48화(24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48화
도플갱어(3)
싸움이 점점 난잡해지고 있다.
추가적인 적의 개입과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난입. 애초에 이 싸움 자체가 「비네」의 향을 통해 행동 자체를 의도적으로 조종당한 탓에 벌어진 우발적인 싸움에 가까웠다.
나는 이 싸움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싸움의 끝은 여전히 눈앞에 선명하다. 설령 이 이상 난잡해진다고 하더라도, 끝은 금방 날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우리를 유인한 이후로 빌빌대는군! 왜, 마력이 딸리나 보지?!”
“……권능을 완벽하게 따라 했을 때는 인생에 대한 회의감과 절망감마저 느꼈지만, 보아하니 마력 소모량이 막대한 모양이군요. 「베파르」 저런 불온한 싹은 여기서 확실하게 제거해야 됩니다.”
방금 전까지는 세상은 불공평하다면서 한탄하던 놈들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아니꼬운 모습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놈들의 권능을 이해하고 모방하는 것은 특별히 어렵지 않았지만, 마력의 소모량이 발목을 잡았다.
그에 반해 저들은 권능을 행사할 때 나처럼 많은 자원을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효율의 자릿수가 달랐다.
덕분에 내 마력을 빠르게 고갈했다. 내 마력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만.
아무리 나라도 마력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싸움 도중에 휴식 시간이 10분 정도 보장된다면 모를까.
S+라는 방대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다른 마법사들과 똑같다.
하지만 여기서 머리 좀 돌아가는 마법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보유한 마력이 고갈된다면 마력을 미리 비축해 두거나, 남의 것을 빼앗으면 되는 거 아닌가? 맞는 말이다.
다만 전자는 흡수에 시간이 조금 필요하고, 후자는 상대보다 마력 조작이 능숙해야 할뿐더러 전제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후자가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후자를 채택했다.
「무르시엘라고」
─────!!!
내 그림자가 소리 없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사방이 막힌 구석이라서 월광에 비친 그림자는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태였다. 그렇게 늘어난 그림자는 일대의 바닥을 파고들고, 나를 중심으로 반경 1㎞만큼 퍼졌다.
땅바닥에서 넘실거리는 불온한 마력의 기척.
이를 뒤늦게 인지한 두 마인이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바닥에…… 언제 이렇게 마력을 넓게 깔아뒀지?”
“당장 피하십시오! 마력의 질과 양은 낮은 편이지만, 지나치게 넓게 확산된 상태입니다. 만일 이대로 터지기라도 했다가는……!”
자신이 이런 수작을 진작에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분개하는 「베파르」와 달리, 「비네」는 냉정하게 현 상황을 분석했다.
마력도 얼마 남지 않은 마법사가 남은 마력은 전부 바닥에 지뢰처럼 깔아뒀다. 자포자기의 말로?
세상에 자작급 마인 둘과 동등하게 싸우는 마법사가 그런 자포자기를 할 리가 있나. 오히려 그 반대다. 놈은 남은 마력을 전부 투자하면서까지 쏟아부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눈치가 빠른 편이네.”
하지만 늦었다.
이미 나는 체내에 남은 모든 마력을 모조리 그림자를 만들고 주무르는 데 투자했다.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지금 시간이 야심한 새벽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뿐이다.
자, 간다.
“뒤집혀라─.”
“어서 막아! 입! 입이라도 막아. 영창을 못 하게 입이라도 막으라고!”
“저도 알고 있으니까 좀 닥치고 공격이나 하세요!!”
뒤늦게 공격을 시도하는 둘.
어디서 왔는지 모를 대량의 액체와 눈에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진한 농도의 향수가 나를 향해 해일처럼 밀려온다.
나는 둘의 공격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 공격이 날아오는 소리 때문에 내 말이 들리지는 않을 테니 입으로 중얼거렸다.
자원 낭비해 줘서 고맙다.
“!!!!”
“자, 잠깐만 지금이라도 공격하는 걸 중지해야……!”
내 마력이 무한하지 않을 것처럼 놈들의 마기도 무한하지 않다.
S+의 마력이 고갈되는 와중에 둘의 마기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통장의 비어가는 잔고를 보는 것처럼 조바심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을 판국에 저렇게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주다니.
정말로 고맙다. 저거 과연 남은 마기의 몇 퍼센트나 투자했을까.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는 훌쩍 넘을 것 같은데 말이지.
코앞까지 다가오는 공격을 보면서 마력 용적률을 대입해서 차근차근 뜯어봤다. 그렇게 공격이 내 정면을 드릴처럼 분쇄해서 갈아버리기 직전.
“─내 그림자여.”
짧은 영창으로 내 마법을 완성시켰다.
평소 영창을 무의미한 마법 공정이라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이것만큼은 규모 탓에 입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고가 늘어지고, 공간이 일그러진다.
쿠구구구구궁!!!
땅거죽이 뒤집히는 소리와 함께 화들짝 놀란 마인들은 서둘러 저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그들의 사고가 점점 늘어지면서 두통을 유발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어디로 움직여야 되는지 모르겠다. 방향 감각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늘어진 사고와 일그러지는 공간은 반경 1㎞ 내의 모든 땅거죽이 뒤집힐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쿵!
무언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거대한 문을 억지로 닫고 잠그는 것처럼 들리는 굉음에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훑었다.
그러자 누구 한 명도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뭐야. 여기 어디야?”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군요.”
“조교, 아니, 가면 아저씨! 여기 어디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처음 보는 천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처음 보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호흡에 필요한 산소는 있고, 걸을 때마다 밟는 바닥도 존재했다. 하지만 머리 위 하늘이 있어야 할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는 칠흑만이 덩그러니 존재했다. 바닥도 저 멀리까지 넓디넓은 지평선만 있을 뿐. 지형지물이나 언덕 같은 것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뭔가, 잔뜩 뒤틀린 세계였다. 마치 돼먹지 못한 신이 지구를 만들다가 도중에 포기한 세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법사의 [영역]치고는 그 구조가 심히 뒤틀렸는데? 마법이나 현대의 능력처럼 보이지는 않아. 혹시 고대종의 권능 아니야?”
“고대종이라고? 나 따라 하고 있는 너. 보아하니 머리가 좀 좋은 모양인데, 여기에 대해서 뭣 좀 아는 거 있어?”
“따라 한다고 부르지 마.”
“알겠어, 따라쟁이.”
똑같은 얼굴의 두 소녀.
심지어 싸우는 방식과 말투까지 동일했다. 레오나는 자신의 모든 것을 모방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 어두컴컴한 공간에 들어간 이후, 자신을 모방한 녀석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싸울 때까지만 하더라도 귀찮다는 안색 뒤로, 은밀한 투쟁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투쟁심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는 더 이상 레오나와의 싸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 공간을 펼친 것으로 추정되는 가면의 사내를 허망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말투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뭐 좋아. 저기 가면 쓴 녀석 뒤로 뻗은 검은 형상이 보여?”
“흐릿하긴 하지만 보이긴 하네. 그런데 육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인지조차 못 할 정도로 흐린 하잖아. 저게 뭔데.”
“너…… 고대종에 대해서 아예 무지하구나.”
“우리 조상님은 알고 있는데?”
먼 옛날 지상을 인간이 아니라 다양한 종족이 지배하고 있을 무렵에는 종(種)이 워낙 다양한 탓에 특정한 기준을 중심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기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이 바로 고대종과 절대종이다.
고대종은 이미 멸종한 상고의 종족을 의미하며, 절대종은 멸종이고 나발이고 절대적인 권능과 힘으로 무장한 말 그대로 절대적인 종족을 일컫는다.
각 종족의 대표적인 예시로 고대종의 구미호와 절대종의 드래곤이 존재한다. 물론, 구미호가 오랜 수련을 통해 드래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천호로 진화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천호는 역사상 한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은 까닭에 큰 의미는 없었다.
절대종은 아예 논외로 취급하는 것이 옳다. 애초에 그들에 대한 내용은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 현대의 사람들은 단 한 명도 그들을 목격한 적조차 없기에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반면에 고대종들은 그들이 이 땅에 군림했다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당장 구천세가의 일각을 차지하는 천호백가, 시리우스, 레온하르트. 세 개의 가문도 전부 고대종의 후손들이다. 나머지 여섯 가문도 마찬가지다. 그들 전부 고대종의 피를 타고난 후손들.
그들은 선조의 막강한 영향력과 피를 타고 내려오는 힘과 형질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위치를 수천 년 동안 공고히 다졌다.
뭐, 천호백가는 특이하게도 고대종이 아니라 천호라는 절대종을 가문의 시조로 여기고 있지만 그건 특별히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들의 위대했던 권능은 약해졌거든.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옅어질수록 타고난 힘은 미약해졌다.
그것 때문에 왕족처럼 피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근친혼을 실행한 가문도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2세대도 버티지 못했다.
“지금의 귀족들은 지는 별이야. 물론 별은 유기물보다는 오래 사는 만큼 지는 별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1,000년은 더 성세를 누리겠지만……. 저건 아예 달라.”
“저 녀석이 뭐가 다른데?”
“피의 농도.”
귀족과 왕족은 스스로를 고귀하게 여긴다.
그런 발생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혈통이나 푸른 피와 같은 개념이었다. 둘 다 피를 내포한 개념으로, 이러한 피를 지닌 이들은 자신들의 고귀한 피가 다른 천한 것과 섞여서 더럽혀지거나 옅어지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하지만 혈통이라는 것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옅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간혹 조상의 유전을 그대로 빼다 박는 경우가 있다.
격세유전(隔世遺傳), 조상의 성질과 체질 따위를 닮는 아이들은 한 세대에 더러 태어났다. 하지만 수십 세대를 걸쳐서, 그 가문의 시조와 한없이 닮은 형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저 사람이 처음일 것이다.
“농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조교, 아니, 가면…… 아 진짜 얼버무리기도 귀찮네 진짜.”
“괜찮아. 그렇게 얼버무릴 필요 없어. 너 저 사람 알지?”
“아, 아닌데?”
너무 티가 나는 거짓말.
거짓말을 아주 혀까지 씹으면서 하는 바람에 혹시 고도의 속임수는 아닐까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상대에게 그 정도 머리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레오나와 같은 모습을 한 그는 한숨을 내뱉으면서 말을 이었다.
“나도 저 사람 알아. 백승우. 싸우는 방식도 그렇고, 현시대에 저만큼 순수한 혈통이 또 있을 같지는 않으니 한눈에 알아봤지.”
“야! 알고 있었으면 빨리 말해줬어야지! 괜히 얼버무리려다가 나만 어색하게 됐잖아!”
레오나가 무안하다며 소리쳤다. 정작 그 상대는 그녀에게 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발견했다는 눈치로 삿대질을 했다.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그녀가 되물었던 것에 대한 답이 있었다.
“당장 저것 좀 봐봐.”
“저거?”
“저 남자, 백승우가 펼친 하늘을 보라고.”
하늘을 감싼 칠흑. 그 칠흑을 유심히 관찰하니 마치 수많은 박쥐들이 눈을 감은 채로 하늘을 수놓은 것처럼 보였다.
박쥐는 역병을 옮기고 다닐 뿐만 아니라 흡혈귀들의 상징이다.
평범한 뱀파이어가 한 마리의 박쥐를 대동하고 다닌다면, 저 수많은 박쥐를 대동할 수 있는 것은 왕 내지는 그에 준하는 존재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진실이었다.
진조. 뱀파이어 중에서도 오로지 왕가의 피만 섞여야 그 위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설 속의 고대종. 그 권능은 같은 고대종인 구미호의 꼬리가 달에 비친 그림자를 매개 삼아서 일대의 공간을 뒤엎은 것으로 증명되었다. 이건 마법사들의 [영역]이나 [성역] 따위가 아니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 격이다.
허허벌판밖에 없는 풍경으로 보아하니, 아직 숙련도는 미숙하지만 점점 익숙해진다면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리 법칙과 생사의 개념조차 그의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푹─!
고깃덩이를 관통하는 두 개의 파열음. 너무 빠른 소리에 자연스레 자신의 가슴을 매만지던 「베파르」와 「비네」의 가슴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심장을 관통한 채찍 형태의 그림자. 치명타였다.
서둘러 그림자를 몸에서 뽑고, 가슴을 마기로 가슴을 지혈하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지혈해도 피가 멈추지 않는다.
“이게 무슨……!”
당황한 표정을 지은 「비네」.
그는 이윽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백승우를 노려보려고 고개를 돌렸으나, 그가 있던 자리에는 텅 빈 어둠만이 존재했다.
그렇게 갈 곳을 잃은 그의 눈동자는.
서걱!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목 아래로, 허리 부근으로, 그렇게 시야가 땅까지 처박힌 눈동자는 깨달았다. 자신의 목이 통째로 베였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공격한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이내 마지막 힘을 짜내어 깨달았다. 이 일대의 하늘과 바닥을 포함해서 모든 공간과 개념의 백승우의 지배하에 있다는 사실을.
상처를 지혈할 수 있는 권리와 자신이 한 걸음 내디딜 때 어디서 출몰할지 정하는 것도 오로지 백승우의 의지였다.
그 모습에 아직 숙련도가 미숙할 것이라고 단언했던 그가 머쓱하다는 눈치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대차게 틀렸네.”
어머나, 이런 계산 착오가 있었다.
이미 이 그림자 세상의 모든 것은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 직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