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5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50화(25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50화
도플갱어(5)
이제 처리할 사람이 하나 남았다.
똑같은 얼굴의 소녀 두 명. 둘 중 하나는 가짜다.
서로 필사적으로 자신이 진짜라고 어필했지만.
“내가 누가 누군지 모를 것 같니?”
붉은 눈이 자색으로 변했다.
시야에서 색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요마안」
그런 칙칙한 세계에서 푸른빛은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푸른빛의 마력. 둘 중 한 명은 그 마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얼굴과 피부, 뼈와 장기. 모든 것이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종류의 마력이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마력으로 불꽃을 만들어낸 것과 달리, 저 몸은 만들어지기는 마력으로 만들어졌지만, 복사한 사람의 인체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제 육체와 다름이 없었다.
“베면 피가 나오고, 심장을 찌르면 죽겠지.”
그야말로 사람이 따로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도 그녀가 가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나조차도 A급 스킬, 「요마안」의 보조가 없었다면 누가 가짜인지 구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정교하다.
사람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마력을 방출되는 법이고, 높은 등급의 플레이어일수록 그 양과 농도가 높은 편이니 마력이 조금 많이 방출되어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역시 너는 치명적인 스킬이야. 타인의 손에 들어가면 그것만큼 귀찮은 게 따로 없지.”
“스킬……?”
“그래, 저 녀석은 스킬에서 파생된 생물이다. 너라면 싸움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누가 저로 둔갑한 녀석을 스킬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한 년이지!”
흐음, 그런가?
나야 알고 접근해서 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무기나 사물도 아닌 일개 스킬 따위가 어떻게 육신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지?”
“아직까지 학계에 그런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었나?”
“당연히 없지! 누가 형태를 갖춘 사물도 아닌 상태창에 활자로 표기된 스킬이 현실에서 직접 움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겠어!”
그렇게 말하니 금방 이해했다.
스킬은 소유자가 사용하는 능력에 불과하다. 자의식이 존재하는 것이 이상하다. 당신의 연필이나 식칼이 자아를 가지고 움직인다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사실 이 모든 것은 「도플갱어」가 외장형 스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내가 알기로는 외장형 스킬은 「도플갱어」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뭐, 소설 지식이 무의미하게 변한 세계이니만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레오나의 반응을 보니 대략적인 감이 잡힌다.
“그런데 말이다만.”
“왜?”
“내가 누군지 알았다면 반말은 하지 말렴. 혹시 모르지 않니? 마음이 상한 내가 너를 가짜로 몰아갈 수도 있잖아.”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심해.”
“그, 그런데 조교님……?”
나를 어떻게 불러야 될지 헷갈리는 눈치의 레오나.
그녀는 내가 착용한 가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매구>로 취급할지, 아니면 아카데미의 조교로 취급할지 긴가민가한 모양이다. 하기야 가면을 착용한 나는 범죄자다.
그런 범죄자에게 존댓말이라니. 언론에게 걸린다면 욕을 아주 제대로 먹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가면을 벗었다.
덜컥, 가면 내부에 땀을 흡수하거나 온도를 맞추는 기능이 있었는지 땀이 폭포수처럼 흐르거나 머리카락이 푹 젖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가면을 벗자.
아…… 탄성을 내뱉은 레오나. 그녀는 지금 내가 자신을 조교로서 대우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야 원하시는 대로 대우해 줘야지.
“조교님.”
“왜 부르니.”
“저거 어떻게 해요? 죽여야 되나.”
“죽이긴 왜 죽여. 애초에 독일에 온 이유가 저거 회수하려고 온 거였는데. 죽일 생각이라면 내가 가져간다?”
“……제 모습하고 판박인 녀석을요?”
레오나가 장난삼아 얘기했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그 말에 표정을 구겼다.
무서운 소리를 하기는. 누구를 범죄자로 만들 일이 있나.
“당연히 초기화해야지. 애초에 저거 지금 저렇게 움직이는 시점에서 누군가 소유주가 있다는 소리다.”
“그러면 남의 스킬이라는 거 아니에요? 그걸 어떻게 뺏고 초기화해요.”
“어린애는 몰라도 돼.”
스킬, 「도플갱어」는 외장형.
굳이 귀찮은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밖에서 떠돌아다니는 「도플갱어」를 내 능력으로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이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걱정 말렴. 추출은 금방 끝나니까.”
“……쟤 지금 떨고 있는데요?”
추출에는 오랜 시간에 걸리지 않는다.
그저 아주 조금.
아주 조금만 따끔할 것이다.
* * *
일은 일단락되었다.
아직 처리해야 될 일이 많았지만, 그것들은 조금 나중으로 미루었다.
지금은 찾아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일대의 모든 마인들을 청소한 나는 반파된 풍경을 걸으며 본래 자려고 예약했던 숙소에 발을 들었다. 혹시 몰라서 설치해 둔 함정과 마법들이 전부 사용됐거나 망가졌다.
지하와 길거리에는 억지로 함정을 뚫으려다가 죽은 마인들과 그들의 추종자로 보이는 시체들로 가득했다. 그런 곳에서 아이 둘이서 서로의 체온에 유지한 채 잠에 들었다.
바닥에 귀족으로 보이는 푸른 머리카락의 마인 시체가 떡하니 있음에도 둘은 아주 고요하게 자고 있었다.
“아주 잘 자네.”
잠든 모습과 상태를 보아하니 지쳐서 잠든 것은 아니다.
그저 피곤해서 잠에 든 것이다.
바닥에 시체와 피가 흥건하고, 내가 멀리서 날린 공격 때문에 숙소의 천장을 날아갔다. 그 덕분에 밤하늘의 별빛은 잘 보이지만, 싸늘한 밤바람이 숙소로 들어왔다.
다행히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시기이다 보니 바람이 너무 차갑지는 않았다. 아이 둘이 이불 속에서 서로를 꼭 껴안고 체온을 나눈다면 편안하게 잘 수 있을 정도였다.
“아주 대범하네. 역시 내 아이들이라고 해야 되나.”
그도 아니면 역시 악당이 될 아이들답게 시체와 피비린내 앞에서도 담담하게 잠들 수 있다고 해야 되나.
참, 이런저런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 좀 잘 키워보려고 이 먼 나라까지 장로들 몰래 왔는데, 이런 이상한 일이 엮이고 아이들까지 잠시나마 위협에 노출되었다.
보호자로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잠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간신히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나무 의자에 앉자 레오나가 말을 걸어왔다.
“그거 당신 아이들이었나요?”
“당신?”
“조, 조교님의 아이들이요. 아, 하하…….”
어색하게 웃는 그녀.
그런 그녀를 잠시 쳐다보고는 대화 주제를 바꿨다.
“우리 거래 좀 해볼까.”
“제가 조교님과 거래를요?”
아무래도 우리 둘 사이에서는 짧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 뭐냐 사실 저희가 거래를 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래, 서로의 가문이 원수에 가까운 관계이니까.”
서로의 입장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계약을 체결해야만 했다. 오늘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절대로 그녀의 입을 타고 퍼져서는 안 됐다.
하지만 우리 둘은 거래를 하는 게 어려울뿐더러. 그녀에게 거래의 대가로 지불할 수단에도 애로사항이 있었다.
“거래? 정랑 무엇으로 거래하려고요? 보아하니 조교님은 제 입을 막고 싶은 모양인데, 지금 자금을 조달하거나 귀중한 물건을 대가로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그 말대로다.
거래라고 말하긴 했지만, 입막음을 위한 거금을 그녀의 계좌에 송금하기에는 내 신분과 돈의 이동이 드러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뭐, 미리 세탁해 둔 계좌를 사용한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 계좌 속의 자금은 나도 필요한 것이다.
자금 세탁이 쉬운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귀중한 물건을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조공하는 것도 힘들다. 그나마 이건 돈을 주는 것보다는 편하다. 내가 가진 반지 덕분에 물건을 몰래 전달하는 과정은 수월한 편이거든.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녀에게 줄 물건이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구천세가의 일각을 차지하는 가문의 직계.
비록 내가 가주라고는 하지만, 허울뿐인 가주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녀의 마음에 들 물건을 선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마, 가문의 보물 정도는 되어야 성에 찰 텐데. 그걸 어떻게 선물할 수 있겠냐고.
하나같이 장로들과 누이들의 창고에 보관된 물건이다.
‘심지어 정당한 대가로 ‘백승우’에게 받아 간 물건들이지.’
내가 빙의하기 전.
그가 사고를 쳤을 때 수습하는 대가로 건네주거나, 거액의 돈과 교환하는 등으로 가문의 보물들을 넘겼다. 이제는 훔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는데 뭘 어쩌겠나.
“그 말대로 내가 너에게 물질적인 무언가를 해주기는 힘들겠군.”
“그러면……!”
“대신 가르쳐 줄 게 있지.”
기술.
비록 돈과 보물은 조금 적을지언정.
나는 그녀에게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이런 얘기를 그녀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사벨을 비롯해서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기본적인 체급은 낮을지 몰라도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에 반해 레오나는 기본적인 체급이 높다. 대신 성장 속도는 느린 편이다.
쉽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은 대기만성형이라서 시간이 필요한 반면, 그녀는 이미 반쯤 완성된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격차도 2학년 즈음에는 대등해질 정도로 좁혀진다.
결국 그녀는 조바심을 느끼고, 안주해 왔던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바로 백은호가 읽었다는 소설의 주된 내용이었다고 한다. 동급생들에 비해 느린 성장.
실제로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전원 입학 이전보다 몇 배 이상의 힘과 지식을 터득했다. 다른 교수와 조교들이 맡은 학생들도 그랬겠지.
하지만 유일하게 레오나만큼은.
지식을 습득하고 지혜를 터득하더라도.
힘만큼은 반년 째 제자리걸음이었다.
아직은 1학년이라서 조바심을 느낄지 몰라도, 반년만 더 지나면 그녀를 조바심을 느낄 것이다. 아니, 실시간으로 레오나의 떨리는 표정을 쳐다봤다. 어쩌면 조바심은 이미 그녀의 가슴속에 꽈리를 틀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증거로 그녀는 내 손을 덥석 붙잡았다.
양손으로 내 손을 잡은 탓에 뭔가 자세가 이상하다.
마치 거래처와 첫 거래를 성사시킨 신입 회사원 같은 자세였다.
그녀는 그 자세로 허리를 살짝 숙이면서 외쳤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내 거래를 받아들이겠다고?”
갑자기 냉큼 손을 잡아서 나도 모르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얘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당황한 머리로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이런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이러는 거지?
기억을 계속 더듬다가 문득 복도에서 레오나와 이사벨이 기싸움을 펼치던 장면을 떠올렸다. 두 가문은 앙숙인 탓에 각 가문의 장녀인 둘은 만날 때마다 치열한 말다툼을 펼쳤다.
그때 지나가면서 들었는데, 뭐라고 했더라.
우리 선생님 쩔더라?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대충 각자 방과 후 교육을 도맡은 선생님에게서 무엇을 배웠는지 자랑하던 것 같았다.
그때 먼발치에 이사벨이 우쭐해하고, 레오나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는데. 문득 그녀를 보니 그 장면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