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5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51화(25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51화
어중간한 복제품(1)
치열한 사투 끝에 우리가 마주한 것은 찰나의 휴식이었다.
물론 그것도 아이들에게 허락된 휴식이었지. 보호자인 나는 여러 조사에 협조했다. 정말 귀찮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것이 내 신분 때문이었다.
천호백가는 레온하르트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다.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워낙 역사적으로 유명한 앙숙이니까. 지나가는 동네 어린아이를 붙잡아서 물어봐도 알 것이다.
그만큼 사이가 좋지 않은 두 가문인데, 공항 인근 숙소에 천호백가의 가주가 숙박하고 있었네?
그런데 그 근처에서 테러가 일어났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적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너진 건물에 대비해서 나온 결론일 뿐. 죽은 사람이 도시 한복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독일 국민들이 분노하고 그들의 국부나 다름없는 레온하르트 가문에서도 단단히 뿔이 났다.
그들은 결국 아무런 물증도 없이 나를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원래도 증거를 철저히 숨기고 다니는 마당에, 가문의 장녀인 레오나의 긍정적인 진언도 있었고, 내 정치적인 위치를 고려한 까닭에 조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 결과.
내게 주어진 결론은 무죄. 나도 마인들이 일어난 테러의 피해자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뭐, <매구>라는 괴상한 이름의 외국 빌런 건물 수십 채를 불태웠지만.
그거야 그 <매구>라는 놈을 어떻게 해야 될 문제였다.
결국 레온하르트 측에서는 나를 귀빈으로 맞이하기로 했다.
아무리 증오하는 상대 가문의 가주라도, 자신들이 심증과 물증도 없이 조사했다. 그들은 가뜩이나 테러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
이런 상황에서 일을 더 크게 벌릴 수는 없다.
결국 나는 레온하르트 가문의 본가. 그들의 거대한 성에서 큰 방을 얻을 수 있었다. 어지간한 주택과 같은 시설.
침대 여럿은 물론, 화장실과 냉장고, 부엌도 있었다.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시설들이었지만, 이는 반대로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줬으니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에 괜한 사고를 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 말을 대차게 무시했다.
배정받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그림자 속에서 「도플갱어」를 꺼냈거든.
아직 「도플갱어」가 어째서 그 자리에 나타났는지, 「도플갱어」에게 명령을 내렸을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 정도야 명령권을 빼앗으면 그만이었다.
결국 「도플갱어」는 스킬의 일종.
등록한 사람의 소유물이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과정이 복잡했지만 뭐, 어떻게든 됐다.
그렇게 나랑 똑같은 얼굴의 「도플갱어」가 탄생하려는 순간.
에르제베트가 말했다.
“……저, 그게.”
“왜 그러니.”
“이게 저희들의 보호자가 되는 거죠?”
아무도 복제하지 않은 액체 형태의 슬라임 같은 생물.
그 생물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에르제베트가 말을 이었다.
“그러면 혹시…….”
“혹시?”
“어, 어머니로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요?”
어머니?
못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여자로 만들 이유가 있나?
“가능은 하지만, 내 기억과 경험까지 복제할 녀석이니 제대로 싸우려면 완벽히 내 모습을 모방하는 편이 좋을 텐데. 뭐,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
“그…… 아, 아빠는 있으니까. 어머니가 가지고 싶어서…….”
우물쭈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던 에르제베트가 당황한 눈치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 나보다는 본인을 설득하는 꼴처럼 보였다.
“아니! 그게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아직 어린 아기에게도 엄마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어떤가…… 싶어서요. 그냥 그뿐이에요!”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해두마.”
“네? 이렇게 흔쾌히 허락해 주신다고요?”
“그래, 너희들 보호자로 삼으려고 찾던 놈이니까. 다소 기술이 엉성해질 수 있지만, 너희들 마음에 드는 형태가 우선이겠지. 기술 정도는 내가 차후에 조정해 주면 끝나는 간단한 문제이기도 하고 말이다.”
기본적인 베이스는 내 몸과 기억으로 만든 다음.
이를 빚어서 여성의 형태로 만든다.
썩 유쾌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에르제베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부모가 필요하고, 우리 집에는 어머니의 역할을 도맡을 여성의 존재가 필요했다. 내 몸을 여성으로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베이스가 된 몸의 선이 워낙 얇은 덕분에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얼굴도 뭐 크게 고칠 점은 없었다.
그냥 내 얼굴을 중성적인 형태로 만들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렸다.
나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서 체모를 흰색으로 조정했는데, 이게 또 은근 잘 어울려서 예상치 못한 혼란까지 일었다.
─너. 사실은 조각에 재능이 있는 거 아니야? 이 정도면 전 세계에서 데려가고 싶은 정도의 재능인데.
“나도 잘 만든 거 아니까. 좀 닥쳐.”
결국 다 만들었다. 그런데 분명 남성인 나를 베이스로 만들었음에도,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 만들어졌다.
나는 여성을 빚고 싶었지만, 이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재능도 너무 과하면 독이 되는구나.
새삼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나는 「도플갱어」의 움직임과 복제한 내 기억과 경험으로 펼치는 검술을 조정했다.
“처음 펼치는 검술임에도, 자세는 나쁘지 않네.”
허리의 높낮이와 움직이는 각도. 그에 따라 움직이는 팔다리의 각도는 분명 내 것과 비슷했다. 뭐, 아무래도 「도플갱어」가 여자의 나를 상상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위화감이 드는 부분은 있었다.
100% 완벽하진 않았다.
아직 조정하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산더미처럼 많다.
하지만 그 산더미를 치우는 데 하루 이틀만 주어진다면, 무리 없이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플갱어」가 모방하는 내 기술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길을 닦아뒀으니 이제 그 길을 따라 달리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심득이 완성되지는 못했네. 육체가 내 육체가 아니라서 그런가.’
심득(心得).
마음속 깊이 이치를 깨달으면서 더 높은 경지로 향해 나아가는 것을 일컫는 말로, 심득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면 일심동체는 기본 소양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깨달음은 응당 몸과 마음에 함께 새겨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내 힘을 100%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 경험과 깨달음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도 깨달아야 된다는 것이다. 「도플갱어」에게는 수련이 필요했다.
얼마나 소모될지 모를 정도의 수련 시간. 느긋이 그 시간을 기다려 주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사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당장에라도 방방 뛰면서 기뻐해도 모자랄 수준이었다. 평균 이상의 신체 능력과 매번 충전해 줄 필요 없이 진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차오르는 마력.
게다가 내 기술과 전장을 헤쳐나가면서 얻은 경험, 그리고 절대적인 충성심 또한 갖추었다. 오죽하면 본래의 목적인 아이들 보모로 사용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소 랭커. 상성을 잘 이용하고, 망가질 각오로 싸운다면 하이랭커와 맞먹는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야.”
후한 평가였다.
전 세계에 100명 밖에 없는 하이랭커가 가볍게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모두가 전투에 능한 것은 아니다.
하이랭커의 선정 기준은 각 분야별 업적과 실력. 두 가지 수치를 합친 결과였다. 그중에는 실력이 부족하지만 막대한 업적으로 하이랭커가 된 사람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업적이 모자란 탓이 상대적으로 실력이 묻힌 사람도 있을 터.
지금의 「도플갱어」라면 그런 100명 사이에 포함될 자격이 충분했다.
정말 만족스러운 보모를 손에 넣은 나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도플갱어」를 지켜보며 상념에 잠겼다. 내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특히 ‘백승우’로부터 전달받은 지식들. 하도 방대한 탓에, 그 모든 지식들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그 상념도 한순간에 지나간다.
“아가야. 언니한테 와봐. 같이 공놀이하자.”
“빠아! 조아─!”
“아이고 이제는 말도 잘하네.”
저 맑은 웃음소리에 앞에서 내 상념과 고민은 한없이 무가치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의 웃음이 너무나도 해맑아서.
아이들의 소리가 너무나도 명랑해서.
나는 생각에 잠겨서 고민하는 것도 멈춘 채로 아이들을 가만히 쳐다봤다. 이 짧은 찰나의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세상의 끝에 도달해야겠다는 의지로 충만해졌다.
* * *
열심히 놀던 아이들은 밤이 되자 밥을 먹고는 금방 잠들었다.
어린아이는 낯선 곳에서는 쉽게 잠들지 못한다는 소식을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데 우리 애들은 어디서든 아주 잘 잔다. 어쩌면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고, 그냥 얘들 천성이 낯선 곳에서도 잘 자는 것일 수도 있다.
뭐든 간에 보호자로서는 편했다.
아이들이 일찍 잠든다는 것은 밤에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했으니까.
반지 속 공간에 책을 잔뜩 넣어왔던 나는 이런저런 책들을 탐독해 나갔다. 도서와 동시에 정신세계 속 일기장에서 읽었던 내용을 공책에 옮겨서 적기도 하는 등. 내 양손과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그렇게 몇 시간 정도 작업을 했을까.
스르륵, 눈꺼풀이 내려갔다.
“……!!”
적잖이 피로가 쌓였는지 화들짝 놀라면서 일어났다.
오늘 밤은 지새울 생각이었지만 하는 수없이 눈을 붙여야겠다.
“……지금 읽던 책과 하던 작업만 마무리하고 세 시간만 자야지.”
수면으로 취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 가뜩이나 처리해야 될 일이 많은 판국에 적대 가문인 레온하르트 가문에 신변을 보호하면서 잠을 자는 것은 사치를 넘어선 오만이었다.
그렇지만 이 이상 쉬지 않으면 정말 한 번 잠들었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일기장을 시간, 종류 등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하고 정리했을 무렵.
시계는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커튼 너머 빛이 조금씩 들어온다. 결국 나는 밤을 지새우고 말았다.
“……결국 오늘도 카페인으로 버텨야겠군.”
더 많은 카페인이, 커피와 홍차가 필요하다.
뇌는 지금 휴식을 호소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버텨라.
내일은 꼭 잠을 잘 테니까. 오늘만 참자.
지나치게 쌓인 피로에 머리가 이상해진 것일까. 마치 뇌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지.
제아무리 수면이 필요하지 않은 초인의 몸이라도 지쳤다면 회복을 위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초인은 사람을 아득히 넘어선 존재였지만, 결국 그 근간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회복하는 과정은 인간의 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있었다.
오죽하면 생성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도플갱어」가 나를 위해 홍차를 만들어왔을 정도였다.
“이것 좀 마시면서 해.”
“……다 했다만.”
“그래? 그러면 마시면서 다른 일이나 해. 어차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잖아. 안 그래?”
그래, 그 말이 맞다.
지금 끝낸 것도 오늘 할 일이었다. 내일은 내일의 할 일이 있었고, 모래에는 모래에 할 일이 있었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니 지금 미리 해두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말 그대로 아주 조금이겠지만.
그래도 뭐, 도움은 도움이니까.
그녀가 가져온 차를 홀짝이며 은은한 향기를 음미했다.
단숨에 졸음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지만, 은은한 다향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자 조금씩 정신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래, 어서 정신 차리자.
아직도 할 일은 태산처럼 남았다.
예를 들어서 홀짝이던 차를 통해서 몸에 퍼진 맹독.
이것부터 좀 해독하자.
“나를 암살하고 싶으면 좀 제대로 하든가. 독 내성이 있는 사람한테 맹독이 뭐니. 너 진짜로 내 기억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도플갱어」가 맞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