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0)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60화(260/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60화
잃을 것 없는 자(5)
심상 속에 잠든 구미호를 먹어 치운 직후.
내 격은 급진적으로 성장했다.
오죽하면 육체가 정신의 깨달음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 결과 육체의 변화가 지연됐고, 살점이 타오르며 생긴 연기 속에서 변태(變態)가 이루어졌다.
[육미호(六尾狐)로……!] [변태가 진행 중…! 안전한 장소에서 안정을 취하시길 권장……!]다섯 개의 꼬리에서 여섯 개의 꼬리가 된다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었다. 원체 꼬리가 많았는데, 하나 더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부적인 변화였다.
내 내면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었다.
마력의 유속과 깊이.
혈관을 타고 넓게 퍼진 마력 회로가 ‘여섯 번째 꼬리’라는 이름의 추가 회로까지 확장되면서 그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늘어난 회로에 따라 마력의 순환이 더 빨라지고, 마력의 깊이 혹은 농도라고 불리는 것이 훨씬 짙어졌다.
본래라면 오래 걸릴 공정이었지만 이것도 벌써 다섯 번째 변태였다.
이제 슬슬 몸이 변하는 과정에 적응한 것을 넘어서, 이 모든 공정을 최소한으로 압축시키는 경지에 다다랐다.
‘1분 안팎.’
여섯 번째 꼬리가 돋아나는데 걸린 시간은 30초.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다.
아직 변화한 몸에 완벽히 적응하긴 어려웠지만, 한 단계 상승한 격은 적응하지 못한 몸으로도 그 위용을 담담히 드러냈다.
푹!
꼬리가 길게 늘어지며 창처럼 마인의 심장과 뇌를 동시에 꿰뚫었다.
용수철처럼 자유자재로 길이가 조절되면서, 금속처럼 날카롭게 변한 꼬리. 주술의 힘이었다.
“……!”
‘깔끔하게 죽네.’
여섯 개의 꼬리를 놀리며 연기 속에서 마인들을 죽였다.
마인의 몸이 타오르며 발생한 연기인 덕분에 연기에는 다량의 마기가 깃들어있었다. 이 마기는 연기와 섞여서 마인들의 시야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마기를 활용한 감지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암살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판이 깔렸다.
덕분에 여섯 개의 꼬리로 각각 5명. 아니, 5마리 이상의 마인들을 사냥했을 즈음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차라리 시체를 난도질해볼까.’
예전에 봤던 공포영화를 적용하면 어떨까.
영화의 서사는 물론, 내용도 기억이 자세히 나질 않았지만 공포영화가 조성했던 분위기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옥이었지.’
피 칠갑이 된 사방.
죽은 시체는 잘게 쪼개져서 종류별로 분류가 되어있었다.
방은 어두웠고 스산한 분위기와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공포감을 주고 이를 극대화한다.
‘내가 그걸 따라 할 수 있을까?’
타오르는 마인의 살점을 보아하니, 저 살점이 잿더미가 되어 연기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1분도 남지 않았다.
1분이 뭐야. 지금 당장 만들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보다 몸을 먼저 움직였다.
깔끔하게 죽인 덕분에 단말마도 내지 않았던 시체들을 바른 자세로 세웠다. 살아있는 마인들은 난도질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남작급 마인과 자작급 마인이 거칠게 저항했지만, 제아무리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몸을 찌르고 베면 평민과 똑같이 죽는다.
‘그래도 꼴에 귀족이라고 명줄이 질겨.’
놈들이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성대와 폐를 가장 먼저 노렸다. 그 결과 발성 기관을 통째로 망가뜨리는데 성공했지만, 놈들의 반항 수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른 마인들처럼 쉽게 죽어주지도 않고.
마침 분위기를 연출한 난도질 당한 시체와 벽에 묻은 피도 부족하겠다. 남작과 자작을 비롯한 귀족들은 열심히 베어 죽였다.
스릉─!
어둠 속에서 아주 고요히 반짝인 검.
반지 속에서 꺼낸 검을 꺼냄과 동시에 휘둘렀다.
작은 크기의 검이 아니었기에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야 마땅했지만 소리가 없었다. 아무런 소리 없이 무음으로 휘둘러진 검, 유독 눈이 밝은 마인의 시야에 은광이 반짝인 순간─.
─서걱!
목은 이미 달아난 상황이었다.
떨어진 목이 바닥에 떨어지고, 목을 잃은 몸이 그대로 추락하며 바닥에 무언가 떨어진 것 같은 소리가 들렸을 즈음.
주변에는 이미 날카로운 무언가로 사정없이 벤 시체들로 가득했다.
이후 연기가 가라앉고, 한 마인이 시체들로부터 피와 살점을 수집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걸 어떻게 목격했냐고 묻는다면.
‘저놈은 조금 힘들겠지만, 이건 그림자 속에 가둘 수 있겠어.’
꼬리가 추가로 늘어나면서 격이 상승했다.
그와 동시에 「무르시엘라고」의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이 한층 성장했다. 그림자는 백작으로 추정되는 마인을 꿀꺽 삼켰고, 그림자 세게에 갇힌 그는 사방을 공격하면서 자신을 빼내라고 소리쳤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운 놈이야. 귀가 아플 정도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놈은 차후에 빼낼 생각이었다.
내 영역인 그림자 세계에 놈과 같은 이물이 오랫동안 들어가 있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거든.
뭐, 살아서 나가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어서 식물원 내부의 생존자는 나와 마인.
이렇게 둘뿐이었다.
놈의 뒤를 노리기 위해 「환상 마법」으로 그림자 세계에 가둔 마인의 모습을 모방했다. 말투는 놈이 그림자 세계에서 꺼내달라면서 내뱉는 말들의 억양을 기준으로 구사했다.
그 결과 백작, 「푸르손」. 그는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 사방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은 눈치채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서있지만, 심장과 뇌를 뚫린 탓에 움직이지 마인들.
지나치게 많은 시체들. 그리고 자신의 등 뒤에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마지막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피곤해.”
마력을 너무 많이 사용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방에 역겨운 마인들로 가득했지만, 몸이 너무 무거웠다.
덤으로 머리까지 아팠다.
마법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생긴 두통이었다.
이런 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만.
‘이 시체들은 어떡하지?’
가만히 방치해뒀다가는 큰 소동이 날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내가 일일이 챙기기에는 시체가 너무 많았다. 그러면 불에 태우는 게 정답인데, 다른 하급 귀족은 몰라도.
“귀족을 이대로 죽이는 건 조금 애매한데.”
나는 지금까지 죽이거나 반죽음으로 만든 마인들의 시체를 반지 속 공간에 차곡차곡 보관하고 있었다. 마인들의 귀족은 죽음으로서 이름과 능력을 그대로 계승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방식과 원리를 완벽히 알기 전까지는 부패하는 시체라도 함부로 처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제오늘.
너무나도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귀족은 잔뜩 잡았다.
아마 반지 속에 미리 쌓아둔 것들과 합친다면 딱 17구가 될 것이다.
“일흔두 명의 귀족들 가운데 열일곱. 비교하니까 많이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백작 4명, 자작 7명, 남작 6명.
후작과 공작을 잡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이번 주에만 10명 이상을 사살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더 이상 백작조차 내게 위협을 주지 못해.’
후작도 힘든 싸움을 감내한다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작. 오등작 가운데 가장 높은 작위의 마인을 상대로는 이길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자신감은 충만하다.
문제는 7명에 불과한 그들의 힘이 하이랭커를 초월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메인 스토리의 기로에 위치한 거물들이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들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의 내가 어지간한 하이랭커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다. 검술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는 몸을 만든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게 하루이틀 걸리는 일도 아니고.
쉽게 될 리가 없었다.
그러니 그때를 위해 대비해둔다.
마침 내게는 이를 대비하기 위한 최고의 특성이 있었다.
푸욱!
쓰러진 마인의 가슴에서 심장을 꺼냈다.
심장의 영혼이 머무는 거처요. 그들의 이름과 권능은 영혼에 새겨진 낙인이니. 나는 시체들의 심장으로부터 놈들의 권능을 추출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특성, 「마도성」이 권능들을 모방합니다.] [20위계, 「푸르손」의 ‘생체 탐지‘에 대한 정보를 기록합니다!] [27위계, 「로노베」의 ‘붉은 안개’에 대한 정보를…!] [43위계, 「사브나크」의 ‘부패 축성’에…!]……
[축하드립니다! 총 31가지 권능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셨습니다.]31개?
다들 두 개 이상의 권능을 가진 것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31개가 뭐냐. 골라먹는 맛도 아니고.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지만, 쓸만한 권능은 거의 없네.’
나랑 잘 어울리거나 주력으로 사용할 권능은 31가지 중에서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용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이대로 사용하기는 좀 그런 것 같으니까. 다른 학문과 연계해서 사용하도록 연구하는 편이 좋겠지?’
31개가 넘는 권능을 일일이 연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교수님한테 이 지식들을 전부 넘겨버릴까?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지식의 출처를 의심받기는 하겠지만, 그 사람이야 원래부터 새로운 지식에 환장하는 사람이었으니 대충 얼버무려도 다른 일은 다 제치고 연구에 임해주실 것 같기는 한데.’
특유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이 빛을 잃은 눈동자 때문에 남화연 교수님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예측이 쉬이 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분명 수락해 주실 것이다.
새로운 지식에 환장하는 것은 마법사의 본능이니까.
“나는 지식을 공유하는 대가로 연구 성과와 내용을 공유하는 정도면 충분하겠지?”
연구비도 지원해야 되려나.
이런 건 가문 몰래 진행해야 돼서 미리 세탁해둔 자금을 조달해야 된다. 덕분에 골치가 조금 아픈데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친 몸을 추스르자, 문득 주머니에서 짤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권능 때문에 잠깐 까먹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까. 이 마인들 열쇠를 찾으러 온 거였지?’
주머니에서 꺼낸 은색 열쇠.
투박한 외관은 보통의 열쇠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이 열쇠를 사용하면 결말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거지?’
이브의 소설에서는 일종의 맥거핀이었으나.
이 세상에서는 이렇게 현실에 실존하고 있다.
특별히 망가지지도 않았고, 열쇠의 내부에서 느껴지는 기괴한 형태의 마력은 내가 원한다면 금방이라도 사용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정말 많은 경우의 수들이 떠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우선은.
“……집에 갈까.”
아이들이 있을 시리우스의 대저택에.
이런저런 보안 마법으로 성벽을 구축해둔 한국의 주택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르륵.
어두운 식물원에서 그림자가 내 발목을 스쳤다.
그림자는 순식간에 내 몸을 삼키고, 작위를 받은 마인들의 시체도 함께 삼켰다. 식물원에서 몸을 감춘 우리는 그렇게 현장을 빠져나갔고, 오래된 폐허에서 무시무시한 폭음을 들었다는 시민들의 제보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참혹한 사건 현장에 눈을 떼지 못했다.
최근 독일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경찰들은 결국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결국 원인 미상의 사건이 연달아서 두 건이나 터진 독일은 군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덕분에 나는 당분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체는 다 치우고 갈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