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61화(26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61화
외딴 일상(1)
출국 일정이 망가졌다.
연속된 사건에 독일이 아예 개방되었던 나라의 문을 닫아버린 탓이었다. 물론 이 현상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독일에 오랫동안 발이 묶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덕분에 일정이 망가졌다.
‘덕분에는 아닐지도 모르지. 원인 제공은 마인들이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씨 위로 기름을 들이부은 건 내 책임이니까.’
고작 며칠을 간격으로 마인이 죽는 사건이 발발했다.
마인이 죽인 것도 아니고, 마인이 죽은 사건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마인은 현존하는 모든 나라에서 인간만도 못한 짐승 내지는 괴물로 취급받기 때문에 그들을 죽인다고 해서 큰 죄를 저지르게 되는 건 아니지만.
‘범죄자가 그랬다면 얘기가 또 다르지.’
S급 빌런, 매구.
불과 아흐레 전까지만 하더라도 A급 빌런에 불과했던 놈은 독일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저질렀다. 마인을 죽인 부분은 정상 참작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수많은 건물들을 방화한 그의 행적은 참작할 수 있는 경계선을 초월한 지 오래였다.
게다가 메구가 처음 빌런으로 등록된 사유부터가 대량 학살이었다.
파티에 참여한 고위 기득권의 대량 학살.
메구는 애초에 사람을 죽이는 감각에 익숙한 악인이었다.
죄질이 나빠도 지나치게 나빴다. 결국 그로 인해 메구는 별다른 심사 없이 S급 빌런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몇 없다는 S급 빌런.
세간에는 방화범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지금.
“아빠! 어서 밖으로 나가요, 어서!”
“그, 그래.”
육아 중이었다.
* * *
독일의 국경이 닫혔다.
마음대로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
물론 은밀한 루트를 이용한다면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이 나라에는 나를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첫 번째로 레온하르트 가문의 눈.
독일의 군부 그 자체이자, 실질적인 지배자로 군림하는 그들은 적대 가문의 주인인 내가 눈 밖에 나가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고 있었다.
내 일거수일투족이 그들의 눈에 들어가는 상황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의 시선은 지나치게 부담스러웠다.
결국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레온하르트 가문의 저택을 떠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떠날 때 시녀들이 아쉬워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들의 아쉬움은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내게는 아이들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뭐, 저택을 나오고 인근 주택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감시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가까이서 지켜볼 수 없는 만큼 치밀해졌지.’
지나가는 행인, 벤치에 앉은 노인.
지나가는 사람마다 쳐다보는 시선이 매섭다.
자기들 딴에는 위장과 눈의 움직임 따위가 완벽하게 주변과 동화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잠복해서 지켜보는 사람 특유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그 분위기를 완벽하게 죽이지 않는 이상, 그들의 눈초리는 평범한 시민들과 확연한 차이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똑같이 우리를 쳐다보는 부부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감시를 목적으로 지켜보는 부부의 눈과 표정에는 감정에 높낮이가 없어서 일정한 느낌이 들고, 순수하게 지나가는 길에 우리를 지켜보는 부부의 표정에서 감정의 표현이 훨씬 다양했다.
노년의 부부는 우리를 따스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권태기의 부부는 남성이라면 백현아를, 여성이라면 나를 쳐다보면서 흥미와 부러움을 느꼈다. 간혹 우리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자신의 배우자와 상대를 비교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남성은 백현아에게 질투심을, 여성이 내게 질투심을 느끼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정말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우리를 스쳤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모든 정성과 집중을 쏟아붓던 백현아도 자신들을 향하는 시선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독일 땅의 주인이 위험분자를 감시하는 것은 주인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모차에 아기를 끌고 다니는 부부의 동질감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부분에서 몇 번이고 내 감각을 의심했다.
‘내가 상대방의 표정과 감정을 제대로 읽은 게 맞나?’
몇 번이고 의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그래, 동질감. 대다수의 신혼부부들이 지나가면서 우리를 보고는 동질감을 나타냈다.
그들의 눈에 우리가 가족으로 보인다는 증거였다.
하긴 그럴 법도 하다.
‘조합부터가 그런걸.’
아이 둘을 돌보는 젊은 부부 둘.
멀리서 우리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그러할 것이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군.”
“너도? 나도 그런데.”
잠든 아이들을 각 무릎에 누인 백현아는 바람에 살며시 흩날리는 머릿결을 정돈하면서 말했다.
퍽이나 매력적인 광경이었지만, 저 얼굴이 나를 모티브로 삼은 얼굴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새삼 멋쩍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일종의 허탈감이라고나 할까나.
“음? 이 근처에 동양인 부부가 살았던가.”
“뭐, 여행이라도 왔다가 발이 묶인 모양인가 보지.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런 사람들 종종 있잖아.”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둘 다 선남선녀로군.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애기들은 또 어떻고? 원래 저 나이 또래는 자는 모습이 천사 같지만, 어 아이들은 유독 더 천사 같네. 마치 대천사의 반열에 든 아기 천사를 보는 것만 같아.”
“또 또 오버한다. 어제도 여자한테 그렇게 추파 던지다가 한 대 맞았잖아. 얼른 술이나 마시러 가자.”
그런 웃음조차 남들에게는 사이좋은 부부의 관계로 보였다.
젊은 사내들과 나이 든 노부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둘의 관계는 더없이 화목한 부부였고, 가족이었다.
그 모든 시선들을.
기민한 감각으로 무장한 백승우에게는 여실히 느껴졌다.
“……간지럽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질투와 분노를 비롯한 질척한 시선을 받은 경험은 여럿 있었다. 심지어는 존경심과 경외심, 신앙심 또한 받아본 경험이 있었다.
“왜,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야?”
“너도 느끼고 있었나.”
“그럼 당연하지. 완벽하게 당신을 모방한 것은 아니지만, 당신을 일정 수준까지 모방한 것만으로도 초감각은 우스울 정도의 인지 능력을 얻은걸. 사람들 시선 정도야 훤하지.”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다.
“내가 무슨 죄인인 줄 아냐. 따스한 시선 한 번 못 받아보게.”
“죄인 맞잖아. 그러니까 온 독일이 폐쇄됐지.”
“그건…… 할 말이 없네.”
“그리고 최근 수년간 따스한 시선을 받지 못한 건 사실이잖아. 내가 네 기억을 다 봤는걸.”
그래, 네 말이 맞다.
사람들은 따스한 시선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이던가.
족히 10년은 더 됐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과거일지도 모르지.’
과거를 떠올리려고 했다.
그러자 깊은 바닷속에 잠겼던 것처럼 케케묵은 기억이 부상(浮上)했다.
떠오르는 것은 어르신들과 스승님에게 훈련을 받은 다음 칭찬을 받고 있는 나와 선생님에게 잘했다는 스티커를 받고 있는 나.
그때의 나는 지금과 다르게 감정 표현이 다양했다.
“……나는 됐어. 아이들은 좀 어때. 좋아하는 것 같아?”
이에 대해 별달리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말을 돌렸다.
“그렇게 말을 돌리겠다 이거지? 그래, 예민한 부분은 더 이상 파고들지 않을게. 방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냐고 물어봤지?”
“어.”
“딱 보면 알 수 있잖아. 저 아이들은 언제나 웃음꽃이 환히 피어 있어. 저 아이들을 맡은 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됐으려나.”
“11일하고도 반나절.”
정확하게 날짜를 짚어주자 백현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11일하고도 반나절. 약 12일 동안 애들을 돌보면서 느꼈는데, 저 아이들은 지금까지 운 적이 없어.”
“운 적이 없다고? 아기 쪽도?”
아기가 울지 않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 아이는 아직 100일도 되지 않았어. 의사 표현이라고 해봤자 옹알이를 하거나 우는 게 전부잖아. 그런데 울지를 않았다니.”
“낸들 이유를 알겠어.”
부모를 위해서 울지 않았는지.
울 필요가 없어서 울지 않았는지 어떻게 알아.
‘하긴 나도 녀석도 육아는 처음이니까.’
처음 경험해 보는 영역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육아란, 지금까지 경험했던 전투나 전쟁과는 양상이 달랐다.
대부분의 부모는 육아가 전쟁과 같다고 하지만 내가 직접 전쟁을 경험해 본 탓일까?
그도 아니면 내 아이들이 유독 육아하기 쉬운 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저 머리를 기댈 무릎을 내어주는 것으로 아이들은 만족했다.
“평화롭네.”
“그렇지?”
멍하니 여름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을 즐겼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유독 이 자리가 명당이라서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종종 불어오는 잔디밭. 평화로운 분위기와 풍경에 일순 긴장이 풀어진 내게 백현아가 말했다.
“좀 어때. 이런 삶도 나쁘지 않지?”
“……무슨 뜻인데.”
“영웅 같은 삶보다도 더운 여름 와중에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만끽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 좋지 않아?”
이런 삶이 나쁘지 않냐고?
우문이었다. 당연히 좋고말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씩 내려오는 눈꺼풀과 조금씩 올라오는 몽롱함에 몸을 맡기는 이 순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걸 왜 지금 물어봐.
“그래서 말인데. 나 마력 좀 보충해 주면 안 될까?”
“……아.”
맞다. 얘 「도플갱어」였지.
주기적인 마력 보충이 없다면 사라지고 마는 스킬에 불과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도플갱어」가 사라지든 말든 아무 상관하지 않았겠지만, 녀석은 ‘백현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아이들의 보모로서 잘 활약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백현아 본인이 지금의 삶을 더 오랫동안 영위하고 싶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두 아이의 보모로, 아니, 엄마로 사는 삶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너 내가 만든 「도플갱어」라서 슬슬 마력 보충이 필요했었지. 행동이 너무나도 생동감 넘쳐서 순간 까먹었어.”
“너무한 거 아니야? 나한테 있어서 마력과 밥과 달리, 걸로도 되는 게 아니야. 수명이란 말이야.”
“시끄럽다.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라.”
나는 마력을 주는 것 대신 반지로 손을 뻗었다.
악수로 마력을 주입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던 백현아가 무안하다는 표정을 지은 사이.
스윽, 반지에서 심장 형태의 보석을 꺼냈다.
아니, 보석 형태의 심장일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심장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쿵쾅! 쿵쾅!
동물 몸속에서 뛰는 것처럼 쿵쾅거리는 심장.
내 기억을 복제한 백현아는 이게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아네모네의 심장?”
“바로 알아차렸네. 그러면 내가 뭘 하려는지도 알겠다.“
내가 꺼낸 「아네모네의 심장」은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마인을 죽이고 손에 넣은 전리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백현아에게 이런 귀한 물건을 주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녀 이상으로 이 물건의 합당한 주인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어서 착용해. 이제부터 네 심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