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62화(26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62화
외딴 일상(2)
레온하르트의 아침은 이른 편이다.
아침을 알리는 해가 떠오르기도 전부터 저택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짧은 시간 내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밤새 쌓인 먼지를 청소하고, 가문의 직계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다.
그때가 되면 막 아침 해가 떠오를 즈음이다.
하지만 레오나는 달랐다.
“수프야? 향이 좋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부탁할게.”
“네, 아가씨. 넉넉하게 챙겨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아, 통밀로 만든 빵도 올려서 보내겠습니다. 아가씨는 빵을 수프에 찍어서 드시는 걸 좋아하시니까요.”
“역시 주방장이라니까. 날 아주 잘 알아.”
“그럼요. 지금까지 아가씨의 밥을 몇 번이나 만들었는데, 아는 게 당연하죠.”
레오나의 아침은 빠르다.
근면 성실하기로 유명한 그녀의 아빠보다도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는 분주하게 돌아가는 주방에 얼굴을 비칠 정도였다. 이게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보니 레오나는 어느새 주방장과 말을 터놓고 대화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근 반년 동안은 머나먼 타지에서 학교 급식을 드시는 탓에 제가 만들 음식을 먹일 기회가 없었죠.”
“걱정하지 마. 방학이 끝나려면 아직도 2주나 남았잖아. 그때까지 매일 먹을 텐데.”
“반대로 2주 뒤에는 아가씨가 제가 만든 밥을 드시지 못한다는 말씀 아닙니까. 아가씨에게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드리지 못하는 게 얼마나 큰 슬픔인지 모르실 겁니다.”
“어쩔 수 없어. 학교생활은 필수잖아. 유럽에서도 그만한 수준의 교육 기관은 있지만, 칠성 아카데미처럼 방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기관은 없는걸.”
세계 5대 아카데미.
칠성 아카데미는 그중 하나였다. 나머지 아카데미는 영국에 하나, 미국에 하나, 중국에 하나, 그리고 한국에 하나가 더 있었다.
한국에만 세계 5대 아카데미가 무려 2곳이나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은연중에 그곳은 무시한다. 왜냐하면 나머지 네 군데와 동시에 비교해 봐도 칠성 아카데미가 제공하는 경험의 수준은 다른 교육 기관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넓은 토지와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자연환경까지.
칠성에 다니는 학생들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영국에 사는 학생들도 가까운 아카데미보다는 먼 타국에 위치한 칠성 아카데미에 다니기를 희망했다.
레오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주방장도 이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차라리 칠성 아카데미의 주방장을 하는 건 어때?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향후 3년 동안 내 식사를 만들 수 있고, 당신의 업적에도 한 줄 적을 수 있지 않겠어? 무려 3년 동안이나 세계적인 아카데미의 헤드 셰프였다고 말이지.”
“아가씨도 참. 그게 좀 쉽나요?”
칠성 아카데미는 고용하는 사람도 일류다.
물론 지금 레오나와 독대하고 있는 주방장도 일류의 셰프였다.
그렇지만 그는 굳이 안정적인 직장인 ‘레온하르트 가문의 주방장’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 자리의 연봉하고 복지가 얼만데.
절대 이 자리에서 못 내려온다.
“거기에 지원하는 요리사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오직 검증된 일류만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이유는 더 있었다.
칠성 아카데미의 주방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이미 완성된 실력이 필요했다. 주방에서 공모를 낼 때마다 대단한 요리사들이 여럿 지원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키려고 한다.
주방장은 그런 도전을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
그래서 잡담은 이쯤하고 슬슬 요리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음식들을 식기에 담기 시작했다. 그는 이쪽이 훨씬 적성에 맞았다.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국자로 수프를 뜨는 주방장을 찬찬히 바라보며 레오나가 입을 열었다.
“……방금, 칠성에는 검증된 일류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잖아요.”
“예, 그랬죠.”
“그렇다면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들어갈 수도 있나요?”
이 아가씨가 뭘 물어보고 싶은 거지?
가만히 듣던 주방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예? 그, 그야 가능은 하겠죠. 대신 전 세계에서 몰린 천재들의 학식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성장 속도가 무지하기 빨라야 될 것입니다.”
“어느 정도일까요?”
레오나의 말에 주방장이 고민했다.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그녀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칠성 아카데미를 가 본 적은 없지만, 그곳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마 대략적으로.
“하루에 두 개. 처음 알게 된 요리일지라도 두 개 이상의 요리를 완벽하게 조리해야 될걸요. 재료가 갖추어졌을 때 맛있는 요리를 내놓아야 되는 건 물론, 재료가 부족하더라도 최상의 맛을 내야겠죠.”
거기에 더해, 수천 명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잔뜩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들은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상 완성된 요리사가 아니라면 칠성 아카데미의 문을 두들길 수 없다는 소리와 같네요.”
“네, 그게 아니라면 무지막지한 재능을 소유한 괴물이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요.”
“있어요.”
“예?”
주방장이 잘못 들었다는 눈치로 되물었다.
이에 레오나는 그날을 떠올렸다.
지금 상상해도 여전히 섬뜩한 자색의 화염.
그 저주스러운 불꽃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천재를 회상했다.
분명 처음 봤을 때는 아카데미를 인맥과 돈으로 들어온 낙하산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어느새 자신을 아득히 초월한 강자가 되었다.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 * *
승우는 아네모네의 심장을 꺼냈다.
그 물건의 존재에 대해 백현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물건을 설마 자신에게 선뜻 내어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야 이 물건은 단순한 전리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능력이 지나치게 대단했다.
「아네모네의 심장」
등급 : 전설
설명 : 머나먼 그리스 땅에서 처음으로 자라난 아네모네를 꺾어서 만들어낸 새빨간 보석 심장입니다. 보석처럼 반짝거리지만 엄연한 심장으로 사람과 짐승을 가리지 않고 대체 가능한 인공 장기로, 착용하는 대상은 누구든 ‘축복’을 받게 됩니다.
축복은 미와 마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 효과를 다른 능력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착용할 때, 반영구적인 마력 생산 기관으로 대상을 보조합니다.
*심장의 활력
인조 심장이 신선한 마력과 함께 전신에 활력을 부여합니다. 아픈 아이도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하루 종일 초원을 달릴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아도니스
보편적인 미(美)의 척도에 따라 대상의 외형을 보다 아름답게 탈바꿈합니다. 이미 외형이 완성됐을 경우에는 마력 회로를 비롯한 내장 기관을 보다 아름답고 강인하게 탈바꿈합니다.
*희망을 품은 심장
완벽한 심장의 대체재입니다. 심장과 관련된 병을 앓거나 모종의 이유로 장기가 망가졌을 경우에 인공 심장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더 정순하고 많은 마력을 생산하기 위해 멀쩡한 심장과 교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건 적어도 백현아에게 있어서 인공 심장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본래라면 사람이 사용하는 한낱 도구에게 자유 의지와 의사 결정권을 넘겨주는 셈이니까.
“……이거 진짜로 나한테 줄 생각이야?”
“줄 생각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애들이 자는 사이에 어서 착용해라.”
“이게 무슨 반지도 아니고 어서 착용하라니.”
“미친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착용하라니까. 지금 네 손가락 끝을 봐라. 마력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잖냐.”
진짜다. 자신의 손가락 끝을 본 백현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의 눈빛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신기루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손으로 한 번 저으면 사라질 허상.
자신의 손가락을 본 백현아는 아무 말 없이 승우의 손에서 심장을 채갔다. 그러고는 옷을 살짝 벌리고 그 틈으로 심장을 밀어 넣었다.
특별히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은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을 취하고 있더라도 백현아의 본질은 「도플갱어」. 한낱 스킬이었다.
그런 스킬 따위가 육체를 가지려고 한다.
비록 수면도 식사도 할 필요가 없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육체라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붕괴될 걱정이 없는 반영구적인 육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가슴에 넣음과 동시에 심장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가만히 백현아를 지켜본 승우는 눈을 부릅떴다.
눈가가 서서히 자색으로 물들며, 이윽고 눈동자 전체가 자색 빛으로 번들거렸다.
「요마안」
눈동자의 색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변한다.
다채로운 빛은 사라지고, 검은색과 흰색만이 세상을 가득 채운다.
여느 때처럼 무채색으로 보이는 광경 속에서 푸른빛만이 유일했다.
마력의 움직임.
푸르게 반짝이는 그 뒤를 쫓으며 백현아의 변화를 바라봤다.
‘심장은 제대로 자리 잡았어. 그렇지만 혈관이 문제로군. 녀석은 지금까지 모방만 해봤지 인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을 테니까.’
정확한 위치에 자리를 잡은 「아네모네의 심장」.
그러나 결국 심장이기 때문에 여러 다발의 혈관과 연결되어서 혈액과 함께 마력을 공급할 필요가 있었다. 백현아는 내 육체를 거의 완벽하게 모방했음에도, 인체의 원리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바뀐 심장을 어떻게 움직여야 될지 모른다.
스르르륵.
그렇게 의미 없는 시간이 허비되자, 백현아의 몸을 이루는 마력이 조금씩 흩어진다.
어쩔 수 없네.
덥썩, 그녀의 어깨를 잡은 나는 슬며시 마력을 흘렸다.
이질적은 붉은색 마력.
「태양절맥」의 기운이 잔뜩 들어있는 마력은 혈관을 거슬러 백현아의 심장에 도달했다. 붉은 보석 심장에 도착한 마력은 천천히 회전하며 혈액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에 푸른빛의 마력은 조바심이 난 듯.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그조차 이해 범주에 있다는 눈치로 붉은 마력은 혈액에 속한 마력들을 아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혈관을 타고 움직인 마력은 중요한 맥(脈)을 두들기며 전신을 순환했다. 이후 붉은 마력이 자연스레 사라지는 연기처럼 기화하자, 백현아의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처럼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숨은 앞으로 쉽게 멈추지 않을 터였다.
‘적어도 그녀가 수명으로 단명할 일은 없겠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은 곧.
보모로서 아이들을 돌볼 시간적인 여유가 넘쳐난다는 소리와 같다.
더 이상 시간에 허덕일 일 없는 백현아는 눈을 뜨고는 감사 인사 대신,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백 번의 감사 인사보다 아이들을 더 잘 키우는 것이 자신의 존재 의의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나도 감사 인사보다는 그쪽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다.
백현아가 아기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아기의 이마에는 작은 뿔이 자랐다.
악마나 산양의 것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두 갈래의 뿔.
그 뿔을 쓰다듬은 백현아가 입을 열었다.
“얘 이름은 지을 생각 없어? 언제까지 ‘아기’라고 부를 생각이야?”
“이름?”
승우는 무슨 말이냐는 눈치로 되물었다.
이에 백현아가 말했다.
“에르제베트는 아이를 ‘동생’이라고 불러. 나는 우리 ‘아가’라고 부르고. 남들의 눈에는 단순한 호칭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알잖아. 호칭이기 전에 아이를 정의하는 이름이 없어서 그렇게 부른 거잖아.”
“그래서 이름을 지어달라는 거냐?”
“응.”
이름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마땅히 어떤 이름을 붙여야 될지를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내 작명 센스가 구리다는 평이 자자했다.
나는 마음에 들지만 다들 내 작명을 싫어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다 핑계였다.
뭐, 붙이려면 어떻게든 붙일 수 있겠지만.
‘아직 잘 모르겠단 말이지.’
보모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아이들이 소중한 건 맞다.
하지만 그게 정(情)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강하기 키우기 위해서?
악당으로 자라게 두지 않기 위해서?
아마 머릿속에 떠오르는 예시 중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서 그 무엇도 함부로 단언할 수 없었다.
“……금방 생각할게. 조금만 시간을 줘.”
아기의 이름을 짓는다.
이런 건 살아생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