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63화(26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63화
외딴 일상(3)
독일에 있는 동안은 평화로웠다.
아이들과 같이 밥도 먹고, 공원에 나가서 산책도 했다.
밤에 책을 읽는 내 옆에 다가온 아이들은 무슨 책을 읽냐고 물어보며 읽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아기가 말할 수는 없기에 에르제베트가 제 동생을 품에 안고 말했다.
“이해 못 할 텐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어차피 나긋나긋하게 읊어주시면 동화나 어려운 책이나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야. 어디 보자, 마력의 하층을 대비하기 위해 설계한 중추를 위아래로 당길 경우에는 외관상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모자이크처럼 조각난 파편이 보이는데, 이는 가공 과정에서 마력의 편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다시 환원해 줘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어린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문장의 나열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마력을 이용한 공사 공법이었다.
이걸 어떻게 마법에 적용할 수 있을지 탐구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역시나 어린아이들에게는 뜻을 이해할 수 없는 자장가와 같았던 모양이다.
“……코오.”
“…….”
둘 다 단숨에 잠들었다.
이걸 일찍 재워서 기뻐해야 될지 모르겠다.
하필이면 내 침대에서 잠든 아이들.
“이걸 깨울 수도 없고.”
“그냥 자게 내버려 둬.”
“그러면 나는 어디서 자라고.”
“얘들이 이 방 침대를 점거했으니까. 평소 애들이 그러는 것처럼 나랑 같이 잘래?”
“그럴 바에 밤을 새우고 말지.”
침대에 아주 곤히 잠든 아이들을 차마 옮길 자신이 없었다.
옮기는 와중에 깨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골치가 아프다.
그렇다고 평소 아이들처럼 백현아와 함께 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침대가 2개 있는 주택이 아니라, 3개 있는 주택을 고를 걸 그랬어.’
대략 2주 정도 체류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구한 집이었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조금 더 꼼꼼하게 구할 걸 그랬다.
아니지. 침대는 2개여도 상관없잖아.
“그냥 네가 지금 애들 옆에서 자면 되잖아. 평소에도 같이 자면서.”
“이 침대에서 3명이 잘 수 있을 것 같아?”
“……그러게.”
안방에 하나.
내 방에 하나.
그렇게 두 개뿐인 침실의 크기는 같지 않았다.
안방 침대는 자는 사람이 세 명인 만큼 크기가 보통의 침대보다 컸다.
반면 내 침대는 그 정도로 크지 않았다. 물론, 자면서 꼬리를 받쳐주기 위해서 평균보다는 큰 사이즈의 침대였지만, 3명이 자는 걸 상정하지는 않았다.
뭐가 어찌 됐든 내 잠자리는 없었다.
그러면 밤새워야지. 뭐 어떡하겠어.
덜컥, 방문을 열고 자리를 나섰다.
그러자 백현아가 작은 목소리를 물었다.
“어디 가? 이 시간에 밖에 나가려고?”
아이들의 이불을 가슴 부근까지 조심스레 올려주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잠깐 지하실에 다녀오려고.”
“지하실? 거기서 너무 큰 소란을 피우면 안 되는 거 알지? 아무리 「방음 마법」으로 처리했어도, 비명 소리가 시끄러우면 애들 깰지도 몰라.”
“내가 지하실에서 생체 실험이라도 하는 줄 아냐?”
그녀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방문을 닫기 전.
나는 백현아의 오해를 풀기 위해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미 죽은 놈들로 실험을 진행하는 건 생체 실험이라고 볼 수 없잖아. 그건 그냥 고깃덩어리라고.”
“…….”
괜히 덧붙였나?
* * *
이 집에는 지하실이 존재한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집을 잠시나마 계약한 가장 큰 이유였다.
깊고 넓은 지하실. 마법사라면 실험을 위해서 필수적인 공간이었다.
‘보통의 경우에는 습도와 온도 조절이 중요한 시약의 관리나 특정 환경에서 사용할 때 변하는 마법의 조작 따위를 위해서 지하실을 찾지만.’
내 경우에는 격리.
정확하게는 대상을 격리 및 실험하기 위해서 지하실을 구비했다.
“썩는 냄새는 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여긴 환기도 힘드니까.”
나무 목재로 이루어진 바닥을 옮기고, 그 밑의 지하실까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거의 2분 동안 내려온 끝에야 지하실의 땅을 밟을 수가 있었다.
그나저나 이 공간.
‘누가 봐도 불법 증축 공간인 거 티 나는데. 이 집을 지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거지?’
거진 야수의 심장이다.
사다리 타고 쉬지 않고 2분을 내려와야 도착할 수 있는 깊이라니.
그런 높이인 주제에 지하실을 꽤 넓었다. 위의 가정집과 비슷한 규모의 넓이였다.
아마 설계자는 어지간한 미치광이였겠지.
그렇지만 미친 것으로는 내 눈앞에 있는 것도 만만치 않다.
어쩌면 비교하는 게 우스울지도 모른다.
나는 지하실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놈’을 쳐다봤다.
“이런 지하 공간을 만든 사람도, 자신이 만든 공간에 이런 걸 가져다 놓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기겁하겠지.”
뒤틀렸다. 온갖 모습과 뼈, 장기가 한껏 뒤틀린 모습.
그 누가 이걸 보고 생명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저것이 숨을 쉬듯 움직이지 않았다면, 기괴한 박물관의 기분 나쁜 조형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누가 이걸 보고 마인이라고 생각하겠어.”
이것들은 마인이었다.
지금은 하나의 살덩어리로 이루어졌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력한 권능과 작위로 무장한 귀족급 마인들이었다.
참고로 저들의 뒤틀린 모습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자기들이 스스로 저렇게 변했다.
“딱히 자의로 변한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반지 속 공간에 차곡차곡 보관해 둔 마인들의 시체.
마인들의 귀족의 ‘이름’을 부여받은 마인을 먹어치움으로써 그들의 권능과 작위를 계승할 수 있다.
그래서 구태여 여기까지 시체를 운반했거늘.
반지 속에서 꺼내 보니 시체들이 저렇게 하나로 섞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놈들이 마치 빵을 만들기 위해 지금 막 반죽을 시작한 밀가루 반죽처럼 변해 버린 것은.
‘해체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잔뜩 섞였어.’
놀랍게도 내가 독일에서 죽인 귀족의 숫자만 10명이 넘었다.
정확하게 13명.
72명이나 존재하는 귀족들 가운데 상당한 숫자를 제거한 셈이다.
훗날의 적을 많이 사살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푸르손」의 시체에서 특정한 반응에 대한 실험을 하고 싶어도, 놈의 사지와 장기가 곳곳으로 이동한 탓에 당최 뭐가 녀석의 살점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아니, 그냥 놈의 살점이 없다고 봐야 하나.’
시체가 뒤틀리고 섞였다는 것은 곧 놈들의 육체가 새로운 ‘개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푸르손」의 살점이지만 13명이나 되는 마인들이 섞이면서 살점도 하나가 되었다.
더 이상 「푸르손」의 살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뒤틀린 밀가루 반죽의 뒤죽박죽 살점만 있을 뿐이다.
“이래서야 실험을 진행하기 어려운데, 그냥 포기해야 되나?”
이 덩어리는 더 이상 「푸르손」도 「베파르」도 아니다.
그저 마인이었던 덩어리.
그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아깝지만 소각해야겠지.
뚜벅뚜벅.
지하실을 거닐며 손가락 끝에 작은 불씨를 피웠다.
퐁─!
아주 작은 불씨.
손가락 지문 정도의 불씨로 덩어리를 소각하려는 바로 그때.
───────!!!!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고막에 영향을 주는 식의 소리는 아니었다.
그냥 이상할 소리였을 뿐이다.
문제는 계속 들린다는 것이다.
“……뭐지?”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극도로 발달한 오감에 그 무엇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럼에도 오감은 그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건 누군가의 장난이나 목소리도 아니다.
낡은 문을 닫을 때 나는 기괴한 소리처럼, 지하실의 시설이 노후해서 들리는 소리도 아니었다. 만일 그런 소리였다면 내가 원인을 못 찾았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이 살덩어리가 낸 소리인가?”
에이 설마.
소리를 내는 구강이 전부 뒤섞인 바람에 지금까지 숨소리 한 번 내지 못한 녀석이 소리를 내다니.
말도 안 된다.
───────!!!!
“……말이 되네.”
내 생각을 정면에서 타파하겠다는 것처럼 이상한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어디서에서 났는지도 제대로 감지했다.
불쾌한 숨소리가 섞여 있었거든.
‘……비강. 콧구멍으로 내는 소리였어?’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놈을 올려다봤다.
놈이 숨을 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시체들이 합쳐진 덩어리였지만, 놈은 마치 폐가 움직이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수축하고 팽창했다.
숨을 쉬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지만 숨은 식물도 쉰다.
숨을 쉰다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 덩어리의 근간은 진작에 죽어버린 시체였기 때문에 뇌나 근육이 전부 죽었다.
마력도, 마기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방치하고 있었는데.
‘저게 숨을 쉬고, 콧구멍으로 기존에 없던 소리를 낸다면.’
얘기가 살짝 달라지지.
놈을 방치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실험할 이유도 없고, 소각하기에도 아까운 면이 있었는데.
“─실험할 이유가 생겼네.”
스윽.
나는 마치 메스를 건네받는 의사처럼 손을 양쪽으로 뻗었다.
그와 동시에 전신에서 붉은 마력의 파동이 일었다.
파동을 적지 않은 열기를 띠고 있어서, 사방을 스치는 순간 열기로 잡다한 균과 먼지들을 없애 버렸다.
처억, 뻗은 손은 다시 접은 순간 내 손으로 작은 조각칼처럼 보이는 날붙이가 들려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메스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것은 마법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그 날붙이로 살점을 그은 순간.
치이이익─!
살을 절개하자 뿜어져 나오는 연기.
놈의 몸을 잘라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살을 절단함과 동시에 익어서 나오는 연기였다.
나는 덩어리의 겉을 절제하며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녀석의 내부는 본 적이 없었지.’
지금까지 겉의 기괴한 부분만 보고 지하실에 가둘 생각만 했다.
언젠가 표본처럼 박제해서 연구할 생각은 했었지만, 설마 이렇게 소리가 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과연 안은 어떻게 생겼으려나?’
마법사로서의 탐구심을 품고 내부를 절제했다.
마치 퇴화한 인간의 팔다리처럼 아슬아슬하게 사지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부위를 모조리 걷어내자 고인 피가 흘러나왔다.
꿀렁 꿀렁.
검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시체를 너무 오랜 시간 방치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인지.
그도 아니면 마인의 시체는 원래 이런 식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내부의 피가 전부 빠지고 덩어리 내부의 공간을 확인하자마자 뇌리에 전류가 스쳤다.
이 정체불명의 덩어리와 이상한 소리, 검은 피.
이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마인들의 작위는 섭취로 계승되지.”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먹을 수 없다면 계승할 수 없는 것인가.
그 점에 대해선 정답이 명확했다.
……계승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섭취할 수 있는 것이 육체로 한정되는 것이냐에 대한 의문에서는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곳은 마법과 신비가 존재하는 땅. 영혼 또한 존재하는 곳이다. 그 말인즉슨.
“……이놈들의 영혼을 억지로 쥐어짜서 섭취할 생각이로군.”
육체에 남은 영혼의 흔적, 백(魄).
이걸 원거리에서 자극해 억지로 끌어온 다음, 그 영혼을 섭취하는 것으로 작위를 계승할 작정인 것이다.
누가 한 짓인지는 몰라도 잘 생각했네.
발상은 좋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발상이 내게 영감을 줄지도 모른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으려나?
그림자가 넘실거리며 거대한 살덩어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림자는 날카로운 가시와 이빨처럼 변모했다.
그림자 자체가 거대한 입으로 돌변한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식탁을 차렸다면 맛있게 먹는 게 인지상정이지.”
너희들이 섭취하려고 손질해 둔 영혼들.
내 쪽에서 먼저 시식해 줄게.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