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4)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64화(264/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64화
외딴 일상(4)
어딘가 어두운 곳.
빛이 들어오질 않아서 내부 공간은 얼마나 넓은지, 그 안에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 공간에서 불길한 문자를 허공에 띄운 채 말을 중얼거리는 여인이 있었다.
여인의 미간에는 마인을 상징하는 뿔이 달려있었다.
“어때. 좀 잘 돼가는 것 같아?”
“……카임. 좀 닥쳐.”
그런 여인에게 「카임」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 또한 마인이었다.
“하하, 잘 돼가는 모양이네. 힘들었다면 나한테 말대꾸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좀 닥치라니까.”
“이것 좀 봐. 여유가 넘쳐흐르고 있네.”
“……이놈 때문에 확 실패해 버릴까 보다.”
그의 말에 여인은 짜증이 났다.
마음 같아서는 「카임」에게 저주를 날리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의 정신 대부분은 허공에 떠오른 문자들을 유지하는 데 쓰이고 있는 중이다.
이 문자들은 먼 거리에 있는 혼을 강제로 깨운다.
대표적인 마법 문자인 ‘룬’과 ‘오감’과는 사뭇 다르다.
이 문자들을 오로지 귀족의 혼을 깨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문자들이었다. 그런 만큼 효용성은 적었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아!”
드디어 먼 거리에 있는 귀족들의 영혼이 반응했다.
이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낀 여인은 환호에 가까운 감탄사를 내뱉고는,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의 혼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은 참에 이것들은 이곳으로 바로 옮길 작정이었다.
“어? 벌써 찾은 거야? 빠른데?”
“…….”
“왜 그래, 「그레모리」. 이번에는 대답도 없네.”
“……시끄러워서 방해된다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면 저 옆방에서 「벨리알」이랑 놀아!”
문자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던 여인은 슬슬 화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다 됐는데, 자꾸만 자신을 방해하는 「카임」에게 짜증이 나다 못해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툭─!
실이 가위에 의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맥아리 없이 끊겼다. 지금 무슨 일이지?
“왜 그렇게 화를 내고 난리야.”
“……뭐야?”
“뭐긴 뭐야. 왜 화까지 내냐고 물어봤잖아. 그리고 너 내가 「벨리알」하고 사이 안 좋은 거 몰라서 하는 말이야?”
“아, 아니 이게……?”
순간 정신이 혼미해진 「그레모리」가 손을 벌벌 떨었다.
혼을 끌어당기던 힘이 끊어졌다. 그것도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 외부의 강력한 힘에 의해 빼앗기듯이 끊겼다.
자신의 실력에 자존심이 충만했던 「그레모리」는 상대방이 자신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서, 자신이 하려던 것을 가로챈 상황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머리가 차갑게 굳는 것을 느꼈다.
이거, 만약 내 실력이 부족해서 누구인지 모를 사람에게 귀족들의 혼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들킨다면.
‘나 죽는 거 아니야?!’
과민 반응이 아니다.
실제로 죽을지도 모른다.
머리가 차갑게 굳다 못해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그레모리」.
그런 그녀의 옆에 쫑알쫑알 시끄러운 「카임」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얘가 있었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딱딱하게 굳은 머리를 최대한 굴린 「그레모리」는 그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이 자리에서 도망칠 방법을 궁리했다.
마침 「카임」의 잔소리가 절정에 도달할 즈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왜 상대가 뻔히 싫어할 걸 알면서 그러는 거야?!”
덜컥!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이 어두운 공간에 문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머리의 사내가 「그레모리」와 마주했다.
“……「그레모리」. 신호가 끊겼다. 무슨 일이지.”
“아…… 저, 그게.”
“그리고 너, 「카임」. 네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이지? 분명 네 자리는 이곳이 아니었을 텐데.”
“「벨리알」? 네가 어떻게 여기에……?”
붉은 머리의 사내, 「벨리알」.
그가 이곳에 온 순간 모든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진작에 머리부터 차가워진 「그레모리」는 당연하고, 「카임」은 상대를 보자마자 어깨를 떨기 시작했다.
「카임」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그야 신호가 끊겼기 때문이다.”
“신호?”
“「그레모리」.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신호가 끊어진 것이지? 죽은 선발대의 혼이 더 이상 느껴지질 않는데.”
“그게…… 실은.”
압박 면접과 같은 압박감에 「그레모리」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옆에 있는 마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밖으로 달렸다.
“저 녀석 때문이에요. 자꾸 시끄럽다고 했는데, 계속 제 옆에서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술식이 어그러졌어요!”
“그, 그레모리? 너 아까 내가 말 걸어도 잘 유지하고 있었잖아?!”
“호오, 그래? 그러고 보면 너는 만나는 여자마다 족족 추파를 던지고는 했지. 「카임」, 내가 종종 그 시답지 않은 성격을 버리라고 경고했을 텐데. 결국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그 성격 때문에 대계에 차질이 발생했군.”
“아, 그! 나,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아무것도 안 했다라. 그것 또한 문제다. 모두가 대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너 혼자만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모두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자로서, 처벌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로군.”
“저, 정말로 나는……!”
끄아아아악!
단말마와 함께 명줄이 하나 끊어졌다.
그렇게 마인들은 한 달 만에 14명이나 되는 귀족들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마지막 14번째 귀족의 이름과 작위는 자연스레 계승될 것이다.
새로이 「카임」으로 불릴 자는 분명 「벨리알」의 말에 절대로 충성할 것이다. 마인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파벌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 * *
[백작, ‘푸르손의 넋’을 섭취하셨습니다!] [자작, ‘포칼로르의 넋’을 섭취하셨습니다!] [자작, ‘발람의 넋’을 섭취하셨습니다!]……
[총 13인의 마인의 넋을 섭취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넋을 소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0.7%… 2.3%… 5.9%… 9.2%…….]배가 부르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만복 상태였다.
정확하게는 육체의 배가 아니라, 영혼적인 배가 포식했다. 귀족들의 넋은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영혼의 격을 높여줬다.
무인이라면 경지를 뛰어넘고, 마법사라면 보다 고차원적인 개념이 도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러니까 수작을 부렸겠지.”
귀족들의 혼을 음미하며 깨닫는 것들이 있었다.
작위와 이름. 그 두 개에 얽힌 권능까지.
소화하면 소화할수록 그 원리와 작동 방법이 머릿속에 선명했다.
[넋을 소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22.1… 27.0%… 31.5%… 37.6%…….]이제 지식은 선명한 것을 넘어섰다.
충분히 쌓인 지식은 그릇의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사칙연산에 능숙해지면 이러한 지식들이 함수와 이런저런 방정식을 푸는 데 익숙해지는 것처럼, 밑바탕이 되어준 지식들은 내게 보다 고차원적인 세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 세상들을 엿보면서, 이제 나는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넋을 소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44.5… 45.1%… 52.2%… 64.7%…….]귀족은 언제부터 나타난 족속이지?
그들이 구태여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했던 이유는?
이런저런 고민들이 머리를 교차한다.
고민하기 판단하기에 충분한 지식이 쌓였다. 내가 본래부터 보유한 기억들, 백은호가 저술한 소설 속 내용들, 귀족들의 권능에 각인된 정보들.
다양한 지식들이 교차하면서 교차점이 생기고, 각 지식마다 유독 돌출된 지식들이 있었다.
[넋을 소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69.9… 72.0%… 78.0%… 88.2%…….]이것들을 분석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나.
해는 떠올랐나. 벌써 날짜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햇빛과 시계가 없는 지하실이기 때문에 바깥의 상황을 볼 수단이 없었다.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올라가야 하지만, 내 몸은 두뇌라는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 위한 하드웨어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는 참이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못 올라간다.
[넋을 소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89.9… 94.9%… 99.9%… 100%.] [소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격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1분인지 1주일인지 모를 시간이 흐른 끝에 내 격은 현저히 상승했다.
강해졌다. 단순히 기량이 올랐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뭐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음을 직감했다.
지금의 나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
눈을 뜨자 요란한 메시지들이 나를 반겼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메시지들을 스윽 넘겼다.
다 보지도 않고 그냥 지웠다.
이런 것들은 부실한 껍데기에 불과한 정보들이다. 나는 속이 실한 알맹이를 원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랭커가 탄생했습니다!]그래, 바로 이런 거.
[실력 : 7위, 업적 : 387위]랭커와 하이랭커는 시스템이 선별한다.
그 기준은 실력과 업적.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업적이 일정 수치를 넘지 못한다면 랭커가 될 수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마인들의 혼을 놈들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미리 먹어 치운 것은 분명한 업적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마인들을 죽인 것도 한몫 단단히 했다.
비록 업적을 세운 횟수는 남들보다 확연히 적더라도.
그 밀도는 남들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랭킹 197위] [검성, 백승우]내 랭킹은 실력과 업적의 합을 나눈 값인 197위였고.
부여받은 칭호는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검성이었다.
검성(劍聖), 검의 성자.
검 한 자루로 만물을 베어낸 지고한 검사.
분명 과거의 나는 그 칭호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봐라. 어떠한가.
검을 사용하지만 예전만큼 잘 사용하는가?
뭐, 어지간한 하이랭커보다 잘 다루긴 하지만 그 빈도수를 분석해 보면, 지금의 나는 검도를 걷는 무인보다도 마법사에 걸맞았다.
‘지금의 나는 검성이 아니다.’
적어도 완성된 육체가 없는 이상.
검은 완벽하게 다룰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마법사다.
그것도 대마법사.
나는 이제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내 의지로 모든 법칙이 움직이는 성역을 지을 수 있다. 위대한 대마법사에게 검성은 잘 어울리는 칭호가 아니다.
그런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서 메시지를 고요히 쳐다봤다.
그러자 메시지가 단숨에 지워진다.
지워진 메시지는 이후 다시 떠올랐다.
[정정하겠습니다.]이 순간, 시스템이 인정했다.
[랭킹 197위] [마도성, 백승우]마도성(魔道聖).
마법의 길을 걷는 가장 지혜로운 성자.
그게 바로 내게 주어질 칭호라고 인정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마도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마법의 길이 아닌 악독한 마귀의 도리 나쁜 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점이며.
두 번째로 이 칭호는 본래 이브의 것이었다.
그녀의 칭호를 고스란히 전해 받은 나는 이제야 그토록 강대하고 위대했던 내 친구와 같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네가 보는 세상은 이런 시점이었구나.’
대마법사가 되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이게 바로 내가 [마도성]의 칭호를 얻게 된 이유겠지.
“어째서 귀족들의 영혼을 섭취한 이후, 이 칭호를 받게 됐는지 알겠어.”
응, 이제야 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