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6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68화(26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68화
개학과 서막(3)
개학식 연설이라고 이사장의 연설이 특별히 길진 않았다.
짧고 강렬한 연설 이후, 학생들은 전부 제 자리를 찾아갔다.
적막으로 가득했던 아카데미가 학생들의 말소리와 생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승우는 공원에서 연애하는 학생들을 지나치며 직장으로 걸어갔다.
남화연의 연구실.
‘월급을 쥐꼬리만큼 주는 내 직장.’
월급 대신 복지가 상당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 직장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뭐, 복지랍시고 연구 활동 지원을 해주지만 그걸 활용할 시간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
그런데.
연구실의 정해진 자리에 앉자, 수석 조교가 승우에게 다가왔다.
“어, 백승우 조교 오랜만이네. 그런데 왜 여기 있어?”
“……혹시 텃세인가요?”
“어? 하하, 아직 소식 못 들었구나. 너 발령 났어!”
“발령……?”
발령이라.
승우는 처음 들었다는 눈으로 수석 조교를 쳐다봤다.
“좋은 얘기로 들리지는 않습니다만.”
“……오해하는 모양인데, 좌천 같은 게 아니라 승진 발령이야.”
“승진……?”
그건 또 무슨 말이냐고 의문을 표출했다.
그러자 수석 조교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하지?
“너 혹시 개인 메일 받은 적 없어?”
“없습니다.”
“문자나 연락은?”
“한 통도 안 왔습니다.”
“염병할, 얘들 일 처리가 어떻길래 승진 소식이 당일까지 당사자한테 도달하지 않을 수가 있는 거지?”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승우가 연신 고개를 저었다.
메일, 문자, 전화 통화.
그 어떤 방식으로도 승진에 대한 얘기를 들은 것이 없었다.
아니, 승진 이전에 방학 동안 아카데미 관련해서 연락을 받은 적 자체가 없었다. 그 사실을 간단하게 얘기하자, 평소 온화하기로 유명한 수석 조교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분명 초승달 같은 눈매는 웃어야 생기는 법인데.
수석 조교의 눈매는 어딘가 무서웠다.
“어쨌든 넌 오늘로 승진이니까 이 자리에 있는 물건 다 빼서 지하로 가렴. 지하 3층 알지? 제7연구실 말이야.”
“그곳은 빈 공방 아닙니까?”
“그래 맞아. 텅 빈 공방이지.”
뭐지. 이 사람도 은근히 텃세 부리는 건가.
“진짜로 텃세 부리거나, 견제하려고 거짓 발령을 전달하시는 건 아니겠죠? 이따가 교수님에게 물어봅니다?”
“진짜 아니라니까! 교수님이 직접 내리신 명령이야.”
“교수님이 발령을 명령하셨다고요?”
“어, 사람에게는 격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제7연구실을 아예 너한테 통째로 넘기라고 하시더라고.”
의심의 눈초리로 수석 조교를 쳐다보니 진심으로 억울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제7연구실 그거.
‘그냥 지하 3층 통째로 사용하지 않나?’
남화연의 연구실, 교무실 등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크고 넓다.
말이 하나의 연구실이자, 그 내부는 여러 구역의 연구실로 나누어진 대규모의 연구 단지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누구나 연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특별히 학칙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실에 다니는 조교들은 하루 종일 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도 되지 않는다.
일이 너무 바빠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넓은 연구실을 두고, 연구 대신 정작 하는 일은 아카데미 서류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서류들을 제치고 오로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교수인 남화연을 포함해서 6명뿐이었다.
한 명이 한 개의 연구실을 독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런 연구실을 나한테 할당하겠다고?’
파급적인 승진. 아니, 인사 발령이었다.
이곳에 들어온 지 1년도 되지 않았음을 고려한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발령이었다.
이 사실에 반발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이거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당연하지. 교수님이 말씀하시고, 도장까지 찍은 일인걸.”
“다른 조교들의 반발이 무척이나 거셀 겁니다.”
“자기들이 뭐라고 반발을 해. 아니꼬우면 그놈들도 대마법사에 도달하라고 말하면 그만이지.”
“……예?”
대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육성으로 말한 적이 없었는데, 수석 조교가 어떻게 알았지.
도대체 정보가 어디서 새어나갔지?
아, 설마.
“남화연 교수님이 말씀하셨어. 대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했다면서.”
“그, 그건 오늘 말한 사실인데…….”
“아, 그래? 어쩐지 방금 서류 전달하면서 그 얘기를 꺼내시더라.”
그러면서 설마.
“승진도 대마법사랑 같이 오늘 나온 얘기입니까.”
“그건 아니야. 방학 때 결정된 사안이었어. 네가 사용하는 주술을 보시고는, 연구실 하나 내어줘야겠다고 생각하신 눈치였어.”
이제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수석 조교가 다른 곳으로 발을 돌렸다.
그는 승우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러면 앞으로는 같은 연구실 노예로 인사하마.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제6연구실로 오렴.”
인사하는 그를 보며 승우는 빈 상자에 물건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잡다한 서류와 책들을 가장 밑에 쌓았고, 초창기 「태양절맥」 때문에 복용하던 수십 종류의 약들을 맨 위에 올렸다.
새삼 약들을 보니까 떠오르네.
‘매일 두통약만 수십 알을 먹었지.’
당시의 승우는 부작용 따위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시한부 인생. 부작용이 와봤지, 더 빨리 죽는 것에 불과했다.
그럴 바에야 두통약을 먹고 비교적 맑아진 머리로 더 효율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득이었다.
진짜 막살던 시기였다.
물론 막사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죽기 전에 이뤄야 될 게 너무 많아졌어.’
목표에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그 과정을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잠시 약들을 바라보던 승우는 상자를 공중에 띄우고 계단을 내려갔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
지하 1층까지는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그 밑에서부터는 사람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구석에 쌓인 거미줄, 쾌쾌한 먼지가 맞이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여기는 좀 다르다.
“건물에 걸린 마법 덕분에 사람이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위생을 유지할 수 있는 모양이네. 이 마법을 건물에 부여하는 데 얼마를 쏟았을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
계단을 내려가며 지하의 벽을 손으로 쓸었다.
건물의 재질을 보아하니 마법을 부여하기 좋은 재질이 아니었다.
이런 재질에 이 정도 규모의 마법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정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벽돌집을 쌓을 때, 모든 벽돌마다 마법을 새기는 것만큼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아마 업체에게 맡기면 100억이 우습게 깨질 것이다.
단순히 먼지만 치우면 몰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위생을 유지하는 것은 꽤나 복잡하거든.
그런데 막상 곰곰이 생각해 보니 돈 한 푼도 안 들었을 것 같기도 했다.
“교수님이 손가락 한 번 튕기면 부여되는 마법이니까.”
굳이 마법 설비에 돈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남화연 성격상, 그 돈으로 연구 장비나 더 사겠지.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마법사들이 그녀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대마법사의 영역에 발을 담근 승우도 그녀처럼 아무 마법이나 부여할 수 있진 않다.
각 마법사마다 전문 분야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대마법사는 그 분야의 극에 도달한 사람이지.
모든 마법을 통달한 괴물이 아니다.
그렇지만 남화연의 거의 대부분의 마법을 통달했고,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학문과 학파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마왕이라고 불리는 것이겠지.’
그녀는 남들과는 재능의 격이 다르다.
‘자화자찬일지 몰라고 나와 동등한 수준의 재능일 거야.’
특성, 「마도성」.
그 능력의 수혜를 톡톡히 본 승우는 반년 만에 대마법사가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대마법사가 10명도 안 되는데, 6개월 만에 전설적인 마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그런 승우와 동등한 재능으로 30년을 살아온 남화연.
그녀의 지식은 그녀의 주 전공을 통해 헤아려 볼 수 있다.
─대마법사마다 주 전공이라는 게 따로 있어?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어떤 마법에 매진한 사람인지는 알 수 있지.’
예를 들어서 얼마 전에 봤던 발키리.
그녀는 거대한 창을 다루는 창수이자, 룬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대마법사이다. 세간은 그녀를 룬 마법의 대가로 칭송한다.
그런 그녀와 달리, 승우의 주특기는 화염과 언령.
그 외에 익힌 학문으로는 주술, 염동력 등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상당한 실력을 갖춘 파이로키네시스일 뿐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승우가 익힌 여러 마법들 중, 가장 숙련도가 높은 학문이 바로 「화염 마법」이었으니까.
대마법사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자신의 주전공쯤은 공공연하게 드러났다.
─그러면 네 스승의 전공은 뭐야?
‘전에 한 번 봤잖아. 내가 배우는 거.’
─뭘 봐? 내가 보는 앞에서 네가 뭘 했던 적이 있었나.
‘단거리 공간 마법, 「블링크」에 대해서 토론을 나누고 배움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너 그때 잤구나?’
여름 방학 전에 남화연의 기숙사에 이런저런 책들을 들고 간 적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승우에게 제자가 되라는 말과 함께 가르침을 주었다.
「블링크」는 그때 받은 가르침 중 일부였다.
이후에도 그녀는 공간과 관련된 가르침을 주었다.
공간을 접는 방법이나, 공간을 넘는 방법 등.
이런저런 지식을 승우와 공유했다.
─그러면 그 사람 공간 계열의 전문가였어?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야.’
─전공이 하나 더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잘 맞혔다.
‘맞아. 남화연의 특기는 시공(時空).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고, 이들을 자신의 발밑에 두는 것이 바로 그녀의 장기지.’
─그거 사기 아니야?
‘사기적인 능력이긴 하지. 정작 본인은 그 사기적인 능력으로 연구와 지식 탐구에만 몰두해서 그 사기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말이야.’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마법의 역사는 정말 오래됐다.
두 개념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립된 개념으로 절대적인 존재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완벽이니 절대와 같은 소리를 싫어하는 족속이다.
마법사들은 오랜 세월 시간과 공간을 마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연구했고, 수천 년이 넘는 세월 끝에 「블링크」 같은 마법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녀는 수천 년의 세월을 거쳐 만들어낸 「블링크」보다 아득히 고차원적인 마법들을 불과 30년 내로 개발해 냈다.
무슨 마법들을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백은호가 승우에게 넌지시 제공한 소설 속 내용에 남화연의 마법에 대한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다소 부풀려진 내용이라고 의심했지만, 대마법사가 된 지금은 절실하게 깨달았다.
‘내가 남화연보다 강할 순 있어도, 그녀보다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지.’
남화연은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어째서 마왕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비상식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자신의 발령을 내렸다는 사실에 승우는 알 수 없는 기대감과 함께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과연 이 발령에는 무슨 의미가 숨어 있을까?
그 사실을 탐구하려던 승우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나도 새삼, 마법사가 다 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