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7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71화(27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71화
덫 좀 물어라(1)
찍찍!
발이 망가진 생쥐가 힘찬 울음을 짖었다.
힘찬 울음이라고 하더라도 생쥐가 짖는 소리에 불과했지만, 그 모습은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성공인가?”
“벌써 속단하지 마시죠. 벌써 열다섯 번째 실험입니다.”
“야. 열네 번째 실험에서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
텅 빈 발 부근이 흐물흐물 움직인다.
이윽고 주사기로 투여한 마력의 덩어리가 놈의 부족한 신체를 채우기 시작했다. 회복과 재생과는 그 방식이 사뭇 달랐다.
“이번에는 성공해야 돼. 선천적으로 발 없이 태어난 생쥐를 구하는 게 쉬운 줄 알아? 그것도 마력 감응도가 높은 개체를 엄선한다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고.”
“어차피 돈은 넘쳐납니다. 이사회에서 연구비로 받은 금액이 얼만데.”
“그러니까! 지금 그 돈의 절반이나 사용했잖아! 조심하는 게 당연하지.”
연구비를 받은 게 벌써 일주일 전이다.
내게는 긴 시간이었지만, 에밀리아에게는 턱 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서로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였다.
나는 일주일 만에 성과를 내려고 했다.
반면 에밀리아는 최소 한 달. 경우에 따라서는 1년 이상을 바라봤다.
그렇지만 나는 그 시간들을 돈으로 샀다.
다른 실험에는 사용하기 힘든 이상한 장치를 대량으로 구입. 다시 재활용할 수 없도록 개조하는 등, 돈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일주일 만에 실험은 그럴듯한 궤도로 안착했다.
물론, 돈을 절반이나 사용했지만.
목표 지점까지 거의 다 도달했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찍! 찍!
힘차게 우는 생쥐.
없었던 발이 돋아난 생쥐는 처음 사용하는 발에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럼에도 생쥐는 발에 익숙해지려고 사방팔방을 돌아다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어라? 왜 갑자기 복부가 파열을……?”
“……또 실패로군. 부족한 신체와 장기만 보충하면 되는데 자꾸만 불필요한 장기까지 복제해 버리네.”
어느새 생쥐의 배가 터져서 죽었다.
놈의 배를 갈라보니 심장을 비롯한 주요 장기들이 두 개로 증식했다.
진짜 골치 아프네.
이렇게 증식한 장기는 어떻게 이식하거나 팔기에도 애매했다.
이건 진짜 장기가 아니라, 의수처럼 인공 살점에 가까운 개념이다.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이렇게 만들어낸 인공 장기는 타인에게 이식하는 것보다, 그 위험성 때문에 폐기하는 것이 더 이롭다.
“음…… 좋게 생각하자. 그래도 이번에는 폐가 4개가 되거나, 고환이 여덟으로 분열하는 일은 없었잖아.”
“그게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된다는 강박을 보이던 사람이 할 말인가요?”
내 기분이 나빠 보이자 에밀리아가 다독였다.
“그래도, 뭐. 틀린 말은 아니죠. 적어도 원래의 목표는 성공했어요. 장기가 두 배로 늘어나는 점만 어떻게 억제하면 되겠죠.”
“그걸 어떻게 하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겠지.”
“……틀린 말은 아닌데, 아까부터 자꾸 초를 치는 것 같네요. 에밀리아 당신은 제 조수입니다. 제발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라면 그 입 좀 닥치시죠.”
열다섯 번째 실험의 실패 직후.
우리는 열여섯 번째 실험에 돌입했다.
실험을 진행할 때마다 돈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사라지지만, 아직 재료가 남았다. 이걸로 두세 번은 더 도전할 수 있다.
“이번에는 시약의 배율 조절을 1.4배로 유지해 주세요.”
“1.4배? 내 생각에는 0.8744배로 낮추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게 딱 장기가 두 배로 늘어나지 않을 마지노선 아닌가?”
방금 전의 실패를 바탕으로 주사기 속 내용물을 조정했다.
농도를 방금 전보다 진하게 만들었다. 에밀리아는 너무 진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지만, 나는 다음 도전으로 성공할 생각이 없었다.
“데이터를 얻기 위함입니다. 시약의 배율을 마지노선에 맞추면 뭐 합니까. 빈번하게 실패해서 성공 한 번을 못 하고 있는데요.”
내가 진행하는 실험은 유례가 없는 도전이었다.
최초, 시조, 선두주자.
말은 좋지만 유례없는 도전을 진행하는 것은 어둠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 이 실험에는 수많은 반면교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약을 더 독하게 만들어서 뒤에게 실험했다.
펑─!
주사기를 통해 내용물을 주입함과 동시에 터졌다.
쥐가 아니고, 주사기가 말이다.
“……이거 갑자기 내부 압력이 높아졌는데?”
“봤습니다. 주사기 바늘 끝이 점점 변형되더니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졌군요.”
“이거 맞아? 심지어 쥐가 멀쩡하게 살아 있어.”
“저 쥐. 조금 해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예상했던 결과는 장기나 신체가 늘어나는 것이었지만.
정반대로 쥐는 멀쩡했다.
이번 실험에 사용한 쥐는 태어날 때부터 두개골이 연약한 쥐였다.
뇌 부근에 주사하면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 명확하게 알기 위해, 놈의 몸에 온갖 검사 도구를 붙였다. 그 결과는 방금 전의 폭발과 함께 미궁 속으로 빠졌다.
왜냐하면 주사기와 함께 쥐에게 붙였던 전극들도 같이 터졌거든.
검사 기계가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전극이 터짐과 동시에 놈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을 기록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럴 때 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어디 보자, 읏챠. 칼 하고 현미경 필요해?”
“전혀. 이 정도는 굳이 꺼내지 않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서걱서걱.
마치 사과를 써는 것 같은 소리가 연구실 내부에서 들렸다.
그건 무형의 칼날이 쥐의 가죽과 피부를 써는 소리로, 정교한 칼날이 쥐의 목숨은 건들지 않은 채 해부를 서서히 진행시켜 나갔다.
쥐는 찍소리 못하고 산 채로 썰렸다.
“장기는 멀쩡하고, 뼈에도 이상은 없어. 변화가 일어난 것은 뇌뿐인가? 그런 것치고는 부산물이 너무 부족한 것 같은데.”
“여기! 사리 같은 게 있어!”
“사리? 승려도 아닌 쥐의 몸에서 사리가?”
육체적인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뇌를 분석해야 되나. 슬슬 쥐의 숨통을 끊고, 놈을 편하게 만들어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뇌는 산 상태로 연구하는 것이 최고다.
죽으면 안 된다.
하는 수없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쥐의 통각을 없애려고 했는데 에밀리아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딱딱한 탄소 덩어리.
마치 승려의 몸을 태우고 난 다음에 남는 사리와 비슷한 덩어리였다.
썩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확인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뭐야 이거. 뼈?”
“쥐의 뼈치고는 굵은 것 같은데.”
“두개골이 되다만 흔적 같기도 한데…… 살짝 미묘하네요.”
뭔가 싶어서 반으로 잘랐다.
그러자 반으로 잘린 것이 다시 붙었다.
“뭐야 이거?”
붙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작은 조각에 담긴 유동성.
그것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만약 이 유동성을 내 마음대로 유도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된다.
머릿속에서 영감이 번뜩였다.
나는 곧장 열일곱 번째 실험을 시작했고, 이번에는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실험을 주도했다. 약물의 조합부터 농도를 전부 수정하고, 투약 지점을 수정했다.
다음 쥐는 선천적으로 발이 3개나 없었다.
녀석의 몸에 약을 투여했다.
부족한 신체 부위가 세 군데라서 세 번 투여하진 않았다.
딱 한 번의 투약.
그것으로 놈의 몸은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텅 빈 발 부근에서 몽글몽글하게 자라는 살점.
그 중심에서 뼈와 신경 다발이 자라고, 살점을 가득 채웠다.
“……됐다.”
“벌써 된 거야? 벌써? 왜?”
“쫑알쫑알 거리지 말고, 이사회에 연락이나 하세요. 실험의 차도가 보여서 슬슬 지원자를 모집 받고 싶다고.”
“아 씨, 나도 좀 쉬자. 이틀 전부터 한숨도 못 자고 연구실에서 용액 배합만 하고 있었던 말이야.”
“어서, 가서, 연락하세요.”
“……빌어먹을 상사 새끼.”
열일곱 번째 실험 만에 성공했다.
실험의 유의미한 성과는 이미 다섯 번째 실험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지만, 설마 열일곱 번 만에 성공 사례가 나올 줄이야.
나는 서둘러 에밀리아를 연구실 밖으로 내쫓았다.
그녀가 연락을 하러 간 사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의자에 털썩 앉은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걸로 넓은 도화지에 그릴 최소한의 도구가 준비됐다.’
이 모든 실험은 내 개인적인 탐구심과 한 사람을 무대 위로 끌어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돈도 많이 벌면 좋지만.
설령 결과가 실패였어도, 딱 한 명만 낚을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이제 8장로는 알아서 미끼를 물겠지. 내가 소문내지 않아도 그 탐욕스러운 여자는 미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터.’
천호백가의 8장로.
다른 장로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나이가 많은 그녀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듣자 하니 어릴 적에 방계라서 고통받았던 시절이 원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미 80세를 넘긴 그녀의 과거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남지 않아서,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8장로, 백미화. 14살에 아버지의 반란으로 인해, 주동자의 가족이라며 어머니와 동생을 눈앞에서 잃었다. 이후, 아버지를 원망하며 배신자의 딸이 아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뒷배와 세력 하나 없는 노인임에도 그 공을 인정받아 6년 전 장로의 자리에 앉았다.’
─그런 정보들은 어디에서 얻은 거야?
‘일기장. 가문의 대소사를 시작으로 200년 전 가주가 기른 강아지의 이름도 적혀있어. 진짜 별의별 내용이 다 적혀 있어서, 가문 집어삼킬 때 읽기 좋아.’
하지만 그것도 나한테는 통용되지 않는 얘기였다.
심상 속에 남겨진 일기장.
생긴 것은 보통의 일기장과 다름이 없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어지간한 백과사전 수십 권을 합친 것 이상으로 방대했다.
일기장은 ‘백승우’가 살아오며 깨닫고 학습한 지식을 총망라한 기록.
그야말로 지식의 보고였다.
‘심지어 같은 내용이라도 여러 관점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허와 실을 구분하기도 용이해.’
높으신 분과 돈에 관련된 정보는 대부분 왜곡되게 마련이다.
사소한 정보라면 몰라도, 진짜 중요한 정보는 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기장은 사소한 내용까지 여러 자료들과 교차 검증했다. 정황상 사실이 맞았다.
일기장 속 내용은 내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보물창고였지만, 내 적에게는 숨통을 끊는 비수와 같았다.
─그래서 그게 무슨 소용인데?
‘8장로는 늙었어. 오미라는 나름대로 높은 경지에 도달한 늙은 여우지만, 그녀는 아직 수양이 부족해. 노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지.’
─더 젊어지고 싶다는 욕망을 이용할 생각이구나?
‘단순히 이용할 생각에서 멈추지 않을 거야. 나는 그녀의 욕망을 부추길 거야. 욕망이 점점 커질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생각은 아둔해지게 마련이지. 간혹 욕망이 커도 시야와 생각이 넓은 사람이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그런 현명한 사람이 아니야.’
8장로를 이용하려는 내 목적은 단순했다.
그녀로 하여금 장로회를 이간질하고 혼란을 야기한다. 이후 8장로를 끌어내려서, 장로들 간의 세력 다툼을 유도한다. 시야가 팔린 그들의 뒤를 몰래 찔러서 제압하면 모든 게 끝나 있겠지.
정말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계획이 방대했다.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끝에 내 손아귀에 들어올 것은 분명 그 어떤 감주보다도 감미로울 터. 그 순간이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