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72)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72화(272/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72화
덫 좀 물어라(2)
“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예, 장로님. 불로불사의 영약이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업계 밑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늑한 방에 한 노인이 얼굴을 구겼다.
비싼 옷으로 치장한 노인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집사에게 되물었다. 방금 자신이 들은 게 정녕 사실인가?
“사실 확인은 했나요?”
“아직이지만 소문의 근원지는 확실하게 잡았습니다.”
“그게 어디죠? 불로불사의 영약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린 곳이.”
“칠성입니다.”
“……칠성이 그런 헛소문을?”
신비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도 노화를 늦추는 방법은 있을지언정.
불로불사는 불가능했다. 수명을 초월한다는 것은 신비를 넘어선 개념이었기에, 수천 년 동안 연구해도 진척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로불사라니.
정말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그렇지만 소문의 근원지가 칠성이라면 귀를 기울일 가치는 있었다.
“칠성이라면 도련님…… 아니, 가주님이 계신 곳이죠.”
“혹여 가주께서 만드신 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지난 몇 년 동안은 이빨 빠진 호랑이 같았지만, 저희는 알잖아요. 가주님의 본성을.”
8장로. 그녀의 말에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사하고 교활한 여우. 세상 그 누구보다 구미호에 어울리는 분이셨죠. 다만 지금은 그 총기를 잃어버리셨지만요.”
가문을 이끌어 나갈 어린 천재.
비록 불길한 칠흑의 체모를 타고났지만, 그 천재성은 천호백가에서 배출한 역대 천재들을 아득히 상회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마법을 비롯한 신비라는 것들이 그 이름값조차 못하도록 철저하게 치밀하게 파헤치는 지력, 지혜로운 장로들조차 제 발을 걸리게 만드는 꾀.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완벽한 사람. 그게 바로 백승우. 자신들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과거의 그와 달랐다.
무능하고, 무지하다.
“꼭 그렇지도 않아요.”
“예?”
장로는 집사의 평가를 정정했다.
무능하고 무지하다. 한때나마 천재라고 불렸던 사람이 받을 대접은 아니었다. 천재는 결코 아둔할 수 없다.
비록 스스로의 재능을 방치하고 썩힐 순 있어도, 그 재능이 밑바닥까지 추락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반대라면…… 어떻게 말씀이신지?”
말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한 집사를 향해 8장로가 웃었다.
“후후, 말 그대로랍니다.”
만일 무지하고 무능하지 않다면.
그는 줄곧 예전처럼 천재였다면.
“그는, 가주님께서는 지금의 상황을 만들고 싶으셨을지도 모르죠.”
“……그 말씀은 그분이 일부로 방탕한 삶을 살고, 무능함을 연기하셨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잘 이해하셨어요. 과연 제 손주다워요.”
집사를 칭찬한 8장로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과거를 회상했다.
거대한 태산과도 같았던 가주. 그런 그의 아들이자 자신이 평생을 보필해왔던 도련님의 사후, 8장로는 자신의 대에서 3번째 가주를 맞이했다.
가주 취임식의 날.
그녀는 가장 높고 고귀한 자리에 오르던 소년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머리에 왕관을 착용한 소년은 지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요한 눈으로 왕좌에 앉은 채, 자신 밑의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그 당시에 느꼈던 압박감은 어마어마했지.’
즉위와 동시에 승우는 아홉 명의 장로를 가볍게 압박하고 내려다봤다.
어쩌면 가주는 망나니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은 장로들이라면 줄곧 품고 있었던 생각이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도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들은 가주를 두려워했다.
범인은 천재를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며, 승우는 그 어떤 천재보다도 괴물 같은 존재였다.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의 극치.
그게 바로 승우였다.
무지는 곧 공포이기에, 장로들은 가주의 악행을 의도적으로 널리 퍼트렸다. 그가 재기할 수 없도록 망가뜨릴 작정이었다.
실제로 몇 년 동안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지난 수년간 가주는 흥망성쇠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고, 가문을 떠나 칠성 아카데미로 유배되듯이 떠나기도 했다.
‘우리는 너무 일찍 축배를 들었고, 그분의 재능을 간과했지. 처음부터 그랬으면 안 됐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재기 불능으로 만든다?
그건 더더욱 안 되는 일이었다.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진 사내가 고작 반년 동안 이뤄낸 쾌거가 어떠한 것인지를.
“아마 이것은 가주의 부름일 터. 그렇다면 신하 된 도리로서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지.”
불로불사의 영약.
그것이 소문인지 사실인지 알 방법은 없지만, 가주.
당신께서 저를. 권력과 장생이 미친 장로들을 이토록 찾는다면 신이 친히 맞이하러 가겠나이다.
끼이이익.
나무 의자에서 내려온 8장로는 나이만큼이나 무거운 허리를 이끌며 자리를 떠났다.
* * *
연구에 착수한 지 어언 2주.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온 시점부터는 서류 작업을 병행했다.
“서류는 다 적었어?”
“네, 만드신 공식에 의거하여 연구 결과들을 정리했습니다.”
“수고했어, 조수.”
“별말씀을요.”
대화를 나누던 도중,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승우가 말했다.
“그런데 있잖아. 우리 서로 말투가 변하지 않았어?”
“음? 그렇네요. 불과 1주차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반말을 내뱉고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존댓말을 입에 담고 있군요. 솔직히 말해서 1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승우는 존대에서 하대로.
에밀리아는 하대에서 존대로.
둘의 말투가 불과 1주 만에 바뀌었다.
“하기야 1주. 168시간이면 사람의 생각이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동갑입니다. 100시간은 한 사람이 무지를 깨우치고, 올바른 방향으로 계몽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래도 너는 첫인상과 너무 변함 감이 있어.”
바뀐 것은 말투뿐만이 아니었다.
승우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지만, 에밀리아의 행동은 공손하게 변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승우를 존중하겠다는 마음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만일 이곳에 남화연이 있었다면, 세뇌라도 걸었냐며 손뼉을 쳤을 정도의 행동 변화였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런 법이잖아요.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상사라면 반발하지만, 실력이 출중하다면 나이든 뭐든 인정하게 되는 거.”
“그래서, 처음에는 나를 무시했지만 이제는 인정하다는 뜻인가?”
“물론이죠. 앉은 자리에서 1시간 만에 획기적인 공식들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어찌 마법사가 인정하지 않을 수 있나요.”
눈을 보면 진실을 알 수 있다.
에밀리아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진심 어린 존경과 경애가 느껴졌다.
뭐, 마법사니까 자신보다 고차원적인 마법사를 보며 그럴 순 있는데.
‘이건 태도가 너무 많이 바뀌지 않았나?’
2주 전의 에밀리아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승우는.
그사이 돌변한 그녀의 태도가 당혹스러웠다.
“처음 만났을 때 너. 나한테 화부터 냈잖아.”
“아…… 그랬었죠. 참 부끄러운 과거입니다.”
“아직 한 달도 안 지났거든.”
“저한테는 이미 먼 과거와도 같습니다. 설마 이토록 위대하고 뛰어난 대마법사를 몰라뵙다니. 과거의 제가 한심스럽다가도, 마법의 역사가 발전되는 현장 그 중심에 대마법사와 함께 서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격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 그래. 잘 알겠다.
이 녀석도 머리가 좀 아픈 녀석이었구나.
확실히 만나자마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사람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어쩌면 손바닥 뒤집듯 바뀐 태도도 그녀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러면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이거 진짜로 세뇌라도 사용했는지 의심받는 거 아니야?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찔리던 승우는 자신의 뒷주머니가 진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핸드폰의 진동.
불규칙적인 것을 보니 전화는 아닌 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많이 울려.
“전화 오셨어요?”
“아니, 전부 메일인데.”
“그렇게 진동이 이렇게 길어요?”
“아까부터 계속 뭐가 오고 있거든.”
핸드폰에 설치된 이메일.
그 옆에 읽지 않은 메일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97… 165… 344… 999… 999+.
메일이 표기할 수 있는 최대의 숫자, 999를 초월한 메일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핸드폰은 아직도 진동하고 있었다.
결국 핸드폰의 진동과 음성을 모두 끄고, 메일의 설정을 바꿨다.
이제야 겨우 잠잠해진 핸드폰.
“……방금 뭐였을까요?”
“글쎄다. 난들 알겠냐.”
“혹시 누가 장난치는 거 아닐까요? 그도 그럴 게 엄청 유명한 유명 인사이시잖아요.”
승우는 유명인사였다.
대마법사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아직 밝히진 않았지만, 랭커로 시스템에 기록되어 그가 가공할 만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이전에는 천재, 망나니, 유명 패션 잡지 모델 등.
다양한 분야와 명목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기 때문에 그의 연락처를 알고 테러를 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 메일은 그런 용도의 메일이 아니야.”
“그러면요?”
“사무용 메일. 일반인은 아무것도 보낼 수 없도록 일부로 조치를 취했는데, 이렇게까지 불타오른다는 뜻은 뻔하지.”
자세한 내용은 굳이 메일을 열지 않아도 뻔하다.
이런저런 기업에서 협업하자고 보낸 메일들이다.
“어라? 진짜로 그렇네요. 한 번쯤은 들어본 기업과 유명인들이 불로불사의 약을 공급받고 싶습니다. 불로불사의 약에 관하여 협업하고 싶습니다. 라고 보냈네요.”
“……뭐?”
불로…… 불사?
그건 대체 무슨 약이야.
지금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것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진 게 아니었나.
무슨 일인가 싶어서 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장문의 메시지 속에 숨겨진 상대방의 의도. 이 부분을 포착하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칠성의 이사회에서 정보를 흘린 놈이 여럿 있는 모양이야.”
“거짓 정보를요?”
정황상 거짓 정보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정직한 광고도 아니었다.
“과대광고를 크게 한 것 같군. 의수나 장기를 대신할 수 있는 약물은 불로불사, 만병통치의 약물로 둔갑시켰어.”
“저희가 연구한 건 그런 게 아니잖아요?!”
“사실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지. 망가진 팔다리와 장기를 대체할 수 있다면, 그게 온전한 자신은 아니라도 ‘테세우스의 배’처럼 살아 있을 수가 있잖아.”
망가진 모든 장기를 인조로 대체하여 장수를.
이윽고 불사를 이륙한다.
승우는 자신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들의 심리를 단번에 이해했다.
하지만 그는 삶에 큰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그들의 제안이 하나같이 영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최신 메일.
꼬리 아홉 달린 하얀 여우의 상징이 박힌 로고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야, 설마 이놈들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나인테일 길드가 약을 원한다고?”
그렇다면 제공해 드려야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거물이 낚였다.
원래는 참치를 낚을 생각이었지만, 참치 미끼에 고래가 걸렸다.
일반적으로는 낚싯줄을 끊는 게 보통이겠지만.
“이걸 어떻게 포기해.”
와, 존나 맛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