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7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73화(27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73화
덫 좀 물어라(3)
대어가.
아주 큰 대어가 미끼를 물었다.
이제 남은 일은 낚은 놈을 뭍으로 끌어당기는 것뿐이다.
“문제는 녀석들을 어떻게 한 번에 낚아 올리는 것인데…… 어떡하지?”
본래 낚으려던 8장로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거물이었다.
물고기로 비유한다면 참치. 그물로 낚아 올릴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이었다. 하지만 미끼에 참치뿐만 아니라 고래와 상어도 걸린 상황.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최초의 목표는 참치 한 마리였지만.
고래와 상어도 걸린 이상, 방생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것들을 언제 또 낚을 줄 알고 방생한다는 말인가?
이번 기회에 싹 쓸어버린다.
고래부터 새우까지. 아주 그냥 한 생태계를 통째로 포획할 마음가짐으로 계획에 임했다.
‘미끼를 문 것까지는 좋아.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야.’
비유하기를 고래로 비유했지만 나인테일 길드는 그깟 포유류와 비교할 정도의 크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3개뿐인 S급 길드이자, 명실상부 최고로 칭송받는 집단 중 하나.
그런 놈들을 지지고 볶으려면 아주 철저하게 준비된 함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계획들을 대규모로 폐기 및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차라리 주요 인사들을 대거 죽여버리는 게 어때?
‘숙청이라도 하자고? 하면 뭐, 나한테 득 될 게 있나?’
─삼키기 힘들 정도로 크면, 길드를 확실하게 삼킬 수 있도록 잘게 잘라야지. 네가 말한 비유대로라면, 한 입 크기로 손질하는 게 더 맛있지 않겠어?
나인테일 길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하는 뜻인가?
인정한다. 그 방법이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타당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가장 맛있는 부위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속살을 자르고 버린다.
그렇게 손질하면 먹기야 쉽겠지.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손질하면 나인테일 길드가 아니게 되잖냐.
‘그거 알아? 고래는 말이야 한 번 사냥하면 정말 알차게 사용할 수 있어.’
─고래를?
‘보통의 고기와 다르게 고래는 한 번 포경(捕鯨)을 하면 살점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기름, 가죽, 뼈. 심지어는 피와 배설물도 사용할 수 있어.’
기름으로 불을 피우고, 가죽으로 옷과 집을 만든다.
뼈로는 장식품과 기둥을 세울 수 있고, 피는 위장약, 배설물은 아주 희귀한 경우지만 용연향(龍涎香)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고래는 버릴 구석이 없다.
그건 나인테일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썩은 부분이 살짝 있지만, 그 부분만 도려내면 남김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탐스러운 집단을 먹기 좋게 손질하라고?
‘내가 나인테일 길드를 고래로 비유한 것은 크기 때문만이 아니야.’
─무궁무진한 사용처. 그것 때문이구나.
‘맞아. 한 번 손에 넣으면 세계 제일의 집단이 내 소유물이 되는데 굳이 가치를 떨어뜨릴 이유가 없잖아.’
─하지만 그것도 놈들을 삼킬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소리지.
삼킬 수 없다면, 안 먹은 것만도 못 한다.
타마모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삼킬 수 있다면. 삼킬 방법과 삼킬 자신이 있다면 어때?’
─……방법이 뭔데?
‘넌 그냥 지켜만 보고 있으면 돼.’
승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 방법을 알게 되면 재미가 떨어지잖아?
자신에게 온 수많은 메시지들을 보면서 승우는 크게 웃었다.
살짝 과장이 섞인 웃음이었지만, 그의 미소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과 탐욕이 서려 있었다.
* * *
여느 때와 같은 평일 오전 아침.
“오늘은 일찍 다녀올게. 오는 길에 간식 좀 사 올게.”
“빨리 다녀와. 아, 케이크 두 개 사 와.”
“다녀오세요.”
“빠아!”
출근 준비를 마친 승우는 거리를 나섰다.
평소와 같은 가족의 인사를 받았지만, 그가 향하는 방향은 출근길과는 정반대였다. 발걸음이 멈춘 곳인 거리가 상당한 곳에 위치한 카페였다.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분위기가 우아했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였지만, 내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아! 오셨군요. 카페를 대절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꽤나 비싼 곳을 빌렸군.”
“하하, 돈 좀 썼죠.”
그래, 돈 좀 쓴 것 같긴 하네.
과연 나인테일 길드에서 파견 나온 인사다운 씀씀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번화가를 빌렸지?”
“그야 이 근처에는 좋은 공간이 없더라고요.”
“구석진 곳을 알아볼 생각은 안 했나?”
“공간의 분위기는 곧 그 사람의 품격을 드러내는 법. 저 또한 나인테일 길드의 녹을 먹고 사는 몸인데, 어찌 최대 주주이신 회장님을 외진 곳으로 안내할 수 있겠습니까.”
혓바닥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 유창하지만, 글쎄.
분위기 좋은 공간을 대절하는 능력을 몰라도, 대화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법은 아직 미숙했다.
“지랄도 풍년이군.”
“!!!!”
“내가 한 말은 그럴듯한 변명을 기대하고 내뱉을 말이 아니다.”
설마 이 정도로 눈이 낮은 상대가 나올 줄은 몰랐다.
지난밤, 승우는 나인테일 길드와의 대화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출했다.
그렇게 밤사이 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조금 유능한 놈이 나오려나 싶었는데.
‘뭐야 이 맹꽁이는.’
이 자리는.
갑과 을이 명확한 상황이다.
갖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과 아무 사람의 손이나 잡아도 그만인 사람.
두 사람 가운데 후자는 압도적인 갑이고, 그게 바로 나다.
“오늘 나와 귀족적인 말다툼이라도 할 생각으로 나왔나? 휘황찬란한 말로 비수를 숨기며, 서로를 공격할 틈만을 악착같이 노리는 설전(舌戰)이라도 기대했나?”
그렇다면 단호하게 말해주지.
“꼬마야. 이 자리는 너 같은 애송이가 올 자리가 아니란다.”
“……당신! 도대체 초면인 사람 앞에서 무슨 망발을!”
“초면? 망발? 둘 다 아니지 않나?”
“……!”
저 멍청한 얼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특징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멍청하고 멍한 얼굴의 사내. 그가 바로 나인테일의 세 번째 꼬리다.
“내 뒷조사. 한 번 한 적 있지?”
“그, 그것 어떻게……?!”
“어떡하긴, 원래 이 업계가 그렇게 돌아가는데 설마 내 뒤를 쫓는 녀석 얼굴하고 신분도 모를까.”
“……”
“나인테일 길드, 세 번째 꼬리. 최준.”
승우는 최준의 얼굴을 똑바로 직시했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는 절대적인 자신감과 숨길 수 없는 오만함이 방출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최준은 땀을 흘렸다. 길드 최대 간부인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다리를 당당하게 꼬고 있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도저히 뭐라고 입을 열 자신이 없었다.
“너 따위가 대화를 주도하지 마라. 이 자리는 네놈들의 돈으로 이루어진 자리가 아니다.”
비싼 돈을 주고 빌린 카페.
다른 사람이었다면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이런 공간을 대절했다는 사실에 지레 위축되거나, 상대방의 정성에 감탄했겠지만 승우는 아니다.
그는 당연하다는 눈치로 최준을 노려봤다.
이 정도 정성은 기본이라는 듯.
그의 눈빛에는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기는커녕.
나빠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너희들은 꽤나 돈을 들인 척하고 있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잖아. 안 그래?”
“처, 천만 원……! 이런저런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나온 장소이기에 시간당 천만 원의 거금으로 대여했습니다!”
시간당 천?
서민 기준으로는 비싸지만, 세계 제일의 길드가 부담하기에는 싼 가격이네. 뭐야, 그렇게 비싸지도 않구먼.
난 또 시간당 억은 하는 줄 알았잖아.
“엄청 싸네.”
“크흑! 그건 당신이 재벌이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평범한 직장인이 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몇 달 동안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버텨야 하는지, 당신이 압니까?!”
“당연히 알지. 그런데 논점은 그게 아니잖아.”
“도대체 또 무슨 말을……!”
“너희들. 정말로 이 장소를 제 가격에 대절했어?”
“…….”
“내 생각에는 절대 아닌 것 같은데?”
이곳은 우아한 분위기만큼이나 유명한 카페라고 한다.
그 사실을 들었을 때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 생각은 최준의 표정을 보며 점차 확신이 되었다.
“협찬이겠지.”
“예?”
“나인테일 길드의 간부와 백승우가 다녀간 카페. 이런 명목으로 홍보해도 된다고 말해서, 대절 비용을 대폭 절감했겠지. 그게 아니라면 공짜로 빌렸거나 말이야. 저기 봐봐.”
카페 내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에어컨.
그 중앙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최준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는 손으로 착잡한 표정을 숨기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의 말마따나 에어컨 중앙에 핸드폰 카메라를 설치해 뒀기 때문이다.
“의도가 너무 뻔해. 정말 진지하게 숨기고 싶었다면, 시작부터 분위기를 휘몰아쳤어야지.”
“……그래 봤자 의미가 있었을까요.”
“음, 전혀 없었겠지. 네가 무슨 지랄을 하더라도, 이 자리는 시작하기도 전부터 내가 이기고 들어가는 자리거든.”
오히려 어쭙잖은 분위기 조성은 독이 됐을 것이다.
“이제야 조금 마음에 드는 표정을 하네.”
짧은 대화만으로 기가 빨린 최준의 얼굴은 폭삭 삭았다.
정신적으로 크게 지친 상태였다. 승우는 그런 그를 보고는 활짝 웃었다. 정말 순수한 웃음.
그렇기에 도리어 최준의 입장에서는 등줄기로 소름이 쫙 끼치는 웃음이었다.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어째서 저렇게 활짝 웃는 것이지?
스멀스멀 불안감이 치솟기 시작했다.
‘어쩌지? 차라리 난동을 부릴까?’
사실 최준은 이런 자리를 꺼리는 편이다.
그는 나인테일 길드의 세 번째 꼬리.
최고 간부의 자리를 딱지치기로 따낸 것이 아니다.
온전히 무력. 순수한 힘으로 쟁취해냈다.
주특기인 힘으로 난동을 피운다면 분위기를 바꾸다 못해, 그 이상을 넘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첫 번째 문제고, 눈앞의 저 양반이 나를 가만히 둘 리가 없지.’
최준은 범죄자가 아니다.
명망 높은 길드의 간부.
그렇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몸이었다.
그런 몸으로 난동을 부리다니. 첫 번째 꼬리라고 불리는 길드장에게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결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이 발상이 무의미한 것은 바로 눈앞의 백승우.
그의 무식할 정도로 높은 무력 때문이다.
진짜 말도 안 되게 높았지.
아직도 최준은 그날을 기억한다.
불과 몇 주 전. 훈련을 진행하며 스스로의 성장에 만족하던 그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그것은 새로운 랭커의 탄생을 알리는 시스템의 축복과 동시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는 경고였다. 그 경고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바로 백승우였다.
그의 순위는 중간 정도였다.
처음 랭킹에 발을 들인 것치고는 준수한 성적.
그러나 문제는 승우가 쌓은 업적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기억이 맞는다면.
‘길드장보다 딱 한 단계 높은 무력.’
100명의 하이랭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위치에 있는 길드장.
그는 길드 내부에서 왕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길드장보다 높은 무력 순위라니.
이 자리에서 난동을 피우는 순간, 어쩌면 최준은 죽음을 각오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는 길드장의 무력을 떠올리며, 그보다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승우에게는 차마 시비를 걸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의욕도 함께 사라진다.
마력을 끌어올리면 분명 허리가 반으로 접힐 거야.
머릿속에 온갖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최준은 고개를 숙인 채로, 차마 허리를 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