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75)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75화(275/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75화
덫 좀 물어라(5)
다음주 월요일이 다가오는 사이.
승우는 가만히 그날을 기다리지 않았다.
판을 더 기울이기 위해서 사방팔방으로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면식이 없던 이사회나 부호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다들 기술에 관심이 많았거든.
“그래서 이게 그 불로불사의 약이라는 건가. 소문하고는 형태가 많이 다르지 않나?”
“원래 소문이라는 게 다 그런 법이죠.”
금요일 오전.
승우를 불러낸 한 노인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소문과 너무 다르지 않나? 약도 아니고, 성분을 보면 불로불사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일세.”
“제가 소문을 낸 것도 아닌데요, 뭐.”
노인이 시약에 든 성분을 살폈다.
이것은 승우가 노인의 의뢰를 받고, 들고 간 물건이었다.
그는 협업이나 납품과 같은 장기적인 계약이 아닌 수명 연장을 꿈꿨다. 돈은 많이 벌었는데, 앞으로 즐길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불로불사의 영약을 만들었다는 나를 찾았으나.
“……이거 효과는 있는 거 맞지?”
“그럼요. 당연하죠. 이미 설치류에게 실험해 본 결과, 어느 부위에 투여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서, 설치류?”
“정 불안하시면 시약의 구동 원리라도 알아보시겠습니까?”
승우가 내뱉은 말에 노인의 이마에 주름이 잔뜩 접혔다.
방금 내가 뭐라고 들었지?
분명 자신의 귀가 멀지 않았다면, 시약의 구동 원리.
분명 그렇게 말했다.
하하, 시약과 구동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인지.
‘설마 늙어서 귀라도 먹은 건 아니겠지?’
보통 시약의 성분이나 효과를 알아본다고 말하지.
구동 원리를 알아보겠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만일 승우가 일부로 그렇게 말했다면.
‘원리가 일반적인 약보다는 기계와 같은 건가?’
정보가 부족해서 추측하는 게 최선이었다.
처음에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노인은 승우가 건네준 서류를 슬쩍 훑었다.
약의 간단한 원리와 효과를 적은 서류로 보였는데, 전문적인 내용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워낙 많아서 읽어도 해석할 수가 없었다.
“……전혀 모르겠군.”
“그래요? 그러면 그냥 투약할게요.”
“그래야겠군…… 잠깐 뭐라고?”
“자, 따끔할 거예요.”
푹.
주사기가 노인의 다리를 찔렀다.
보통의 주사기보다 긴 바늘이 노인의 다리 깊은 곳을 향했다.
바늘의 목표는 혈관이 아니다.
뼈. 정확하게는 골수였다.
골수는 뼈 사이의 부드러운 조직으로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직이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혈구를 생성하는 조직에 투여한 약은 하나의 물질을 추가로 생성한다.
“잘 만들어지고 있네.”
노인의 다리에서 부글부글 거품이 맺혔다.
거품은 그의 다리에서 생성되어, 곧장 피부로 흡수되었다.
거품은 약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투약한 약에는 그 사람에게 부족한 개념을 파악해서 덧붙이는 능력이 있었다.
사실상 약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복잡한 마법에 가까웠다.
“방금 그 거품은 대체……?”
“스캔 같은 겁니다. 피부 표면으로 맺히고, 흡수되면서 혈관과 뼈 같은 부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죠.”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두 차례 사용자의 신체를 파악한 약은 노화되어 기능이 떨어졌거나, 잘못된 조직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부위를 새로운 조직으로 복원시킨다.
떨어진 살점과 뼈가 있다면 재생하고, 오래된 것은 부순다.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충격에 노인의 눈이 뒤집혔다.
참을 수는 있었지만, 입에서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승우는 그 정도는 계산 내에 있었다는 눈치로 노인의 다리를 살피고 있었다.
“엄살이 심하기는. 늙어서 망가진 허리 고치고 싶다면서, 나한테 돈 바리바리 싸 들고 왔잖아.”
“……! ……!!”
그렇다고!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지!!
소리 없는 아우성이 노인의 목에서 맴돌았다.
노인은 눈물을 찔끔 흘렸다.
* * *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설치류는 금방 끝났는데, 아무래도 면적이 넓은 만큼 고칠 구석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에요.”
1시간이 경과했을 무렵에도 노인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설치류는 아무리 큰 부상이라도 10분이면 끝났는데, 노인의 다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다리가 잘린 것도 아니거늘.
단순히 오랫동안 사용해서 닳고 망가진 다리를 고치는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약효를 조금 높일 필요가 있겠네.”
약효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시간만 어떻게 조절하면 된다.
왜냐하면 효과는 이미 입증됐거든.
“허, 헉……! 허억……! 주, 죽는 줄 알았네…….”
“조금 힘들지만, 기절은 안 했죠?”
“이런 미친! 이 정도로 고통스럽다면 진통제나 수면제도 같이 처방해 줘야지!”
“저도 이 정도로 힘들어할 줄은 몰랐죠. 그야 포유류한테 실험한 건 처음이니까.”
“처음이라고? 이런 미치광이를 다 봤나!”
“아, 그래도 이론은 처음부터 완벽했으니까 부작용이 생길 일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망설임 없이 투약하지 않았겠어요?”
승우가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그 낯짝이 노인의 혈압을 높였다.
분개한 그는 다리를 굴렀다.
그런데 그때.
다리를 아무리 굴러도 통증이나 위화감이 없었다.
“그거 봐요. 잘 움직이죠?”
“─말 돌리지 말고! 사람한테 실험하기 전에 원숭이한테 실험하란 말…… 어라 무, 무릎이 왜 여기까지 움직이지?”
“성능은 확실하다니까.”
자신도 모르게 움직인 노인의 다리.
반대쪽과 비교해서 쭈글쭈글하지도 않고, 관절에 아무런 통증이 없는 다리는 과거의 것과 같았다.
같은 수준이 아니다.
아예 똑같았다.
20대 시절, 두 발로 시장을 뛰어다니며 사업을 키우던 시절과 똑같은 다리의 상태에 노인은 화내는 것도 잠시.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영문도 모른 채, 다리를 붙잡은 채로 입을 꾹 닫았다.
닫힌 입과 고요한 눈 너머로 다양한 회한이 느껴졌다.
“어때요. 말한 대로 됐죠? ‘전성기, 망가진 다리를 20대 시절처럼 고쳐주겠다고’ 기분이 어떠신가?”
“최고…… 라고 말하고 싶지만, 주사를 반대쪽 다리에도 한 번 더 맞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군.”
“그건 어려워요. 아직 양산이 힘들거든.”
“양산이 힘들다고?”
노인의 귀에는 약에 들어가는 재료가 비싸거나 희귀한 것이 아닌.
양산이 힘들다는 얘기는 공장 설비나 어떤 특수한 조건만 맞춘다면, 이런 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 순간 노인의 사업가 기질이 발동했다.
돈 냄새가. 아주 달콤한 돈 냄새가 진동한다!
“배, 백억! 아니, 천억! 내 전 재산을 줄 테니, 부디 투자하게 해주게!”
회춘한 다리를 보며 눈이 돌아간 노인이 고함을 지르듯 외쳤다.
“투자요?”
“그래 이 늙은이의 재산을 전부 다 주겠네.”
창창했던 20대 시절과 같은 감각의 다리를 보며 느꼈다.
이 기술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의료 기술이나 의수 기술의 판도를 단번에 뒤집을 것이다. 획기적이다 못해 실용적이며 이상적이다.
앞으로 시대가 달라질 기술.
노인은 그 기술의 한구석에 깃발을 꽂고 싶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 이 집도 금방 팔겠네.”
“이 집이요? 꽤 좋아 보이는데, 팔면 돈 좀 나오겠네요.”
“그럼! 물론이지, 터도 좋고, 인테리어는 국내 최고 수준이라네. 조금만 헐값에 내놓으면 졸부들이 떼거지로 올 걸세.”
돈을 벌 최고의 기회에 노인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동공이 마치 달러 모양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노인은 진심이었다.
이에 승우는 웃음을 흘렸다. 해맑은 그 미소는 작금의 상하관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자세는 곧 편안해졌고, 어딘가 불량배 같은 느낌도 드는 것 같았다. 승우는 곧장 말을 놓았다.
“영감 그거 알아?”
“……뭘 말인가.”
갑자기 반말로 변한 말투.
이에 노인의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그 또한 지금의 관계에서 누가 위인지 명확히 인지했다.
이 자리에서 고개와 허리를 숙여야 할 것은 노인이었다.
“주식이든 사업이든 내가 들어가려면 곧장 곤두박질치거나 망하는 거? 원래 돈 버는 시장 꼴이 그렇잖아.”
주식이든 뭐든.
내가 들어가면 망한다.
그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절대 불변의 법칙이었다.
원래 사람은 이득보다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물이니. 그런 반응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얘기하려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지금 나한테 경고하는 건가?”
“아니, 그냥 투자는 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하! 내가 투자와 사업으로 재산을 얼마나 불렸는지 아는가? 네가 보고 있는 이 집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네.”
“그래?”
고개를 갸웃거리며 승우가 되물었다.
“그런데 당당하게 말하는 것치고는 집이 조금 좁지 않아?”
“뭐라……?”
이 집이 좁다고?
수많은 랭커들이 탄생한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강국이 되었다.
원래부터 비싼 땅값이 더더욱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노인의 집이 위치한 곳은 그러한 수혜를 가장 톡톡히 입은 지역 중 하나로, 직장인이 수십 명이 평생토록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일하더라도 구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 땅 위에 지은 저택이 좁다니.
설마.
“나한테 원하는 것이라도 있나? 더 큰돈이나, 내 인맥으로 구할 수 있는 물건 같은 거 말일세.”
“아니, 전혀. 그쪽 인맥과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물건은 내 쪽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어.”
“……확실히 그렇군.”
잘 생각해 보면 그렇다.
노인의 눈이 승우를 흘겼다.
수십 년 동안 이런저런 사람들을 봐온 그조차 인정할 미형. 그리고 화룡점정처럼 달린 여섯 가닥. 아니…… 연기처럼 벽 그림자에 일렁이는 꼬리까지 더해서, 도합 일곱 개의 꼬리는 그의 신분을 증명하고 있다.
신분증이 따로 필요치 않은 특색.
세상에서 오직 승우만이 보유한 검은색의 여우 꼬리가 살랑거렸다.
“내가 악착같이 모은 재산과 신분으로는 그쪽의 발밑에도 미치기는 힘들겠지.”
“음. 틀린 말은 아니지.”
“생각해 보면 이미 약을 완성한 시점에서 투자는 무의미하겠지. 방금 내 제안은 머리에서 지워주시게나. 그저 돈에 눈이 먼 노인의 추레한 욕망이었을 뿐이네.”
노인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을 보며 승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긴 아네.”
“뭐라고?”
“아무 말도 안 했어.”
고개를 떨군 노인은 곧장 고개를 들어 올렸지만,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승우는 이미 고개를 가만히 멈췄다.
둘의 시선이 맞붙었다.
그와 눈을 마주한 승우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협업이나 투자는 아무래도 좋지만, 이 노인에게 원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승우는 이를 노인에게 스스럼없이 말했다.
“아, 투자나 계약 같은 얘기는 아니지만, 당신한테 원하는 게 있어.”
“뭐지? 다리를 완벽하게 치료해 줬으니 사전에 맞췄던 금액에서 2배 정도는 더 줄 생각이 있네만. 투자를 받지 않을 것이라면, 2배가 한계일세.”
“돈은 됐고. 대신에 소문을 퍼뜨려 줘.”
“소문을?”
승우의 말에 노인은 의문을 표했다.
소문이라.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자신의 다리를 치료한 것이 아니라, 아예 회춘시켜 준 대가로 돈과 함께 지불하기에 무리가 없는 요구였으나.
왜 하필 자신에게 소문을 퍼뜨리길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인맥은 자신 같은 노인보다, 천호백가의 가주가 훨씬 넓을 텐데?
의아한 노인이 승우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제야 상황을 대략적으로 파악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내의 얼굴. 그것도 아주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양이군.’
이래서야 자신이 끼어들 일은 없겠다.
노인은 어째서 시판되지 않은 약을 자신에게 사용했는지 짐작했다.
승우는 자신과의 만남에서 돈이 필요했던 게 아니다. 자신을 캔버스에 그려 넣을 물감으로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껄껄껄껄!
크게 웃은 노인은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소문을 아주 맛있게 내주마! 기대하는 게 좋을 거다. 소문에 눈이 돌아간 승냥이들이 굶주린 배를 문지르며 달려들 테니까.”
“딱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