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7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78화(27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78화
미끼를 물었다(3)
돈을 원하는 사내에게 약을 팔았다.
그는 내 약을 복제하려고 했겠지만.
돈은 차고 넘치기에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거 괜찮은 거야?
“뭐가?”
─그 졸부 녀석 말이야. 고작 한 달 내로 약의 성분을 분석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만일 약을 분석해서 대량생산하면 어쩌려고 그래. 너 돈 고민 많잖아?
“돈? 지금 나한테 가장 넘치는 게 돈인데?”
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승우와 타마모가 동시에 품은 생각이다.
대화의 초점이 맞지 않았다. 그녀의 발언을 되새기던 승우는 뒤늦게 말의 의도를 깨달았다.
“돈 고민이라. 그건 세탁한 돈이 부족해서 그렇지. 음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돈은 많아.”
용병, 암살자, 마약상.
음지에만 있을 수밖에 없는 놈들을 털어먹어서 얻은 돈.
그들의 돈을 양지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 노력 때문에 돈 고민을 했던 것이지.
돈 자체는 썩어 넘칠 정도로 많았다.
─그러면 이번이 양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대거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었나?
“……너 일부로 물어보는 거지.”
─뭐를?
“언제나 내 뒤에 붙어 있는 녀석이 내 계획을 이렇게 뒤늦게 물어본다니. 말이 안 되잖아.”
승우의 계획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은 타마모였다.
그녀는 언제나 승우의 뒤를 지켰고, 그 너머의 시선을 함께 바라봤다.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서로가 제일 잘 안다.
주술을 사사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하며 승우와 타마모의 내적 친밀감은 상당히 올라간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어지간히도 약이 아까웠던 모양이지?”
─뭐…… 그걸로 돈 많이 벌면 좋잖아. 안 그래?
“그래, 돈 많이 벌면 좋지. 주입식 의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야.”
돈 많으면 좋지.
많은 돈. 수북이 쌓인 금은보화. 금력(金力)은 인간 사회에서 무력만큼이나 강력한 힘이기에 탐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주입식 의수는.
금력 그 이상의 힘을 노릴 수 있는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 물건에서 금전 가치만 찾은 놈은 하수야.”
시대를 바꿀 수 있는 물건은 돈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증기기관이 그랬고, 인터넷이 그러했다.
─명예 그 이상의 것은 원해?
“명예는 관심 없어.”
승우가 원하는 것은 금력만으로는 대체하기 힘든 종류의 힘이었다.
비싼 가격에 팔아도 될 물건을 10만 원이라는 헐값에 판매한 이유는 금력과 무력만으로는 100% 대체하기 힘든 형태의 힘.
다름 아닌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내 목표는 언제나 똑같았어. 가문의 모든 것을 내 발아래에 둔다.”
딱 하나의 권력.
오직 그거 하나만 보고 일을 키워왔다.
그것만 장악하면 금력과 무력을 알아서 들어온다.
“판은 짜였으니, 남은 건 내 손바닥 위에서 놈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춤출 수 있나 관망하는 것뿐이야.”
이제 승우가 하는 일은 없었다.
알아서 잘 굴러갈 판 위의 상황을 관망하다가, 적기가 왔을 때 뿌린 씨앗으로부터 발아한 싹을 거두면 끝이다.
* * *
매달 생산되는 주입식 의수.
그 획기적인 발명품의 주인 4명이 언론을 통해 세계로 전해졌다.
예상대로 두 개는 병든 사람을 위해 쓰였다. 주입식 의수, 그 약품이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발명되었기에.
환자가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한 사람만 달랐다.
“여러분 저는 이 약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약의 성분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대량 생산하여 모든 사람이 이 획기적인 발명품의 은혜를 누리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돈을 벌고 싶다.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
그것이 승우로부터 3번째 주입식 의수를 받은 사람의 발언이었다.
죽어가는 사람을 능히 살릴 수 있는 약물은 환자를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연구를 위해 사용한다.
대중들은 그 발언에 반감을 가졌다.
그들의 눈에는 당장 죽어가는 사람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선전과 여론 조작에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른 의견이 싹트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서, 어차피 한 달에 4개밖에 생산되지 않는 물건이라면 차라리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지나치리만치 졸부의 발언에 긍정적인 여론.
그렇다고 마냥 나쁜 여론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장 사람 하나 살리는 것보다야.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여론이 은연중에 대중들을 침식했다.
하지만 곧 죽어가는 가족을 둔 사람들은 여론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들은 호소했다.
제발 절반만 주세요. 모든 연구가 시작부터 성공할 가능성은 없으니까, 제발 살릴 수 있는 사람에게 기부해 주세요.
딱 절반만.
금방 죽을 사람들을 곁에 둔 사람들은 이성이 아닌 감정과 감성에 호소했다. 이에 졸부 청년이 입을 열었다.
“저 또한 병상 위에서 운명하시는 분들의 안타까움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당장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지금의 자리에 앉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 부디 대국적으로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 한 달에 4명을 살리는 것과 훗날 수억 명을 살리는 것 중 무엇이 더 바람직합니까?”
대국적으로 봐라.
그래 먼 미래를 본다면 졸부 청년의 말이 맞았다.
이제는 대중이 그의 말에 옳은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뜨문뜨문 얘기를 돌았다.
‘하지만 당장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떡하고?’
대국적? 먼 미래?
다 좋다.
그런데 당장 내 가족이 죽어가면 세상 누가 살리고 싶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또다시 여론이 대답을 제시했다.
“나일테일 길드. 거기 백승우랑 제휴해서 매달 생산하는 4개의 약 중 하나를 가져가기로 했다면서. 그거 횡포 아니야?”
“S급 길드잖아. 온갖 마물들과 전투를 벌이다 보면 사상자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어.”
“뭔 소리야. 너 나인테일 길드의 길드장이 누구인지 몰라? 천호백가의 방계 출신이잖아.”
“……어?!”
처음 도마 위로 오른 화제는 3번째로 주입식 의수를 얻은 졸부였지만, 다음 화두는 4번째로 주입식 의수를 얻은 단체.
나인테일 길드였다.
“이거 유착 관계 의심해야 되는 거 아니야?”
“왜?”
“왜긴! 길드장은 방계의 사람이고, 약을 만든 백승우는 천호백가의 가주잖아. 같은 집안의 사람인데 유착 관계와 비리가 없겠어?”
처음에는 정보가 부족해서 온갖 추측이 오갔다.
하지만 점점 정보가 뚜렷해지고, 둘의 관계를 드러내는 정황들이 드러나자 여론은 점점 명확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무슨 개소리야. 너 그 영상 안 봤구나?”
“무슨 영상?”
“둘이 대치하면서 싸우기 직전까지 간 영상. 검색하면 바로 나올걸.”
나인테일의 길드장과 백승우.
둘은 같은 집안의 사람이지만 최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천호백가 전체가 백승우와 대적하고 있었다.
이 흥미로운 가십거리에 언론이 참전했다. 언론들은 저택에서 근무한 전적이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백승우가 낙동강 오리알. 천호백가에서 소외되는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승우가 저지른 만행이나 과거 같은 것이 튀어나왔지만 지금 여론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백승우는 의학 기술과 생명 연장의 실마리를 제공한 천재 마법사였고, 대중들은 천재에게 관대했다.
약간의 실수에는 대중들이 직접 자신들의 눈을 감아줬다.
반면, 길드는 입장이 달랐다.
그들은 승우처럼 대단한 개발을 한 것도 아닌데 그 귀한 약물을 매달 한 개씩 받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면서 주입식 의수만 매달 따박따박 받아 가는 꼴이 아니꼬웠다.
“아니, 국내 최대 규모의 S급 길드에다가 무력 순위로 세계 1, 2위권을 다투고 있잖아. 그런 곳에 속한 인재라면 세계 최고 수준일 텐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약 좀 구비하는 게 뭐 그렇게 아깝다고 떠드는 거야?”
“너 그 기사 안 봤구나. 최근 5년 동안 나인테일의 사망자는 0명이야.”
“아예 없다고?”
“응, 나인테일에서 마지막으로 사람이 죽은 것은 14년 전이야.”
“그렇다면…… 당장 필요도 없는데도 약을 받아 간다는 거야?”
어느새 나인테일을 향한 부정 여론이 많아졌다.
국내 최고, 세계 최강.
짧은 슬로건을 전 세계에 홍보하던 나인테일 길드는 그렇게 수렁에 빠졌다. 그 원인은 한 뼘 크기도 되지 않는 작은 약 때문이었다.
“지금 이게 말이나 돼?!”
휘황찬란한 사무실.
쾅!
온갖 비싼 물건으로 도배된 순백의 사무실에 놓인 책상이 무너졌다.
무너진 책상은 형태를 남기지 않았다.
책상이었던 것은 빵가루가 되었다.
그 정도로 입자가 고았다.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친 사람의 힘을 대략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무언가를 부수는 건 초인들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쉬운 일이지만, 이 정도로 균일하게 부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깨달음이 필요했다.
하물며 가루가 된 책상은 특수 가공된 목재로 만든 책상.
C급 플레이어가 전력으로 공격해도 흠집 하나 내기 힘든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부순 건 최근 언론을 달구는 인물이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설마 그 계약 한 번으로 이렇게 되다니!”
쾅!
주먹 한 방에 의자가 망가지고.
쾅!
발로 바닥을 구르자 바닥이 움푹 파이고.
쿵!
주먹 세 방에 벽이 종잇장처럼 펑 터지고 말았다.
도저히 화를 참고, 자신을 통제할 방법이 없던 사내는 분노와 함께 마력을 방출했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기운이 건물을 타고 내려갔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S급 길드, 나인테일의 사옥이었다.
건물 내부에 있는 것은 길드의 소속원으로 전원 상당한 수준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신입과 사무직은 최소 B급. 보통의 전투원들이 A급.
길드의 핵심 인원들과 간부들은 전원 S급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조차 건물 옥상의 사무실을 타고 내려오는 불온한 기운에 몸이 떨리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B급 플레이어들은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이내 죄다 기절했다.
A급은 어느덧 절반이 기절했고, 나머지도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S급은 기운을 이겨냈다.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고 대적했다. 그렇지만 본능적으로 팔다리가 떨리는 것은 멈출 수가 없었다.
아무리 진정하려고 해도.
몸이 계속해서 신호를 보낸다.
너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으니 서둘러 도망쳐라.
S급 플레이어들은 그런 게 아니라며 스스로를 세뇌했다.
자신들의 길드장이 길드원들을 죽일 리가 없다며 자기 자신을 타일렀지만, 건물을 잠식한 살기에 ‘혹시……?’ 싶은 감정을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들은 그저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언론은 더더욱 타올랐고, 건물을 잠식한 길드장의 분노는 점점 거대해져만 갔다.
그러한 살기는 결국 어느 날을 기점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안녕. 오랜만이지?”
“……가주님.”
길드 사옥으로 백승우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