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83)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83화(283/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83화
늙은 여우(3)
“실력은 내가 위야.”
그건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강력한 벼락을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음에도, 전세가 자신에게 유리함에도 내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한 백석호. 그런 사내가 대단한 무기를 들어봤자 무섭지 않은 것이 정상이다.
나와 백석호.
둘 사이의 실력 차이와 경험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백석호는 그 차이를 무기로 채웠다.
아스트라페.
‘저걸 어디서 구했는지는 몰라도, 내가 가진 물건들 중에서 저걸 넘어설 것이 없다는 것은 확실해.’
사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내가 보유한 물건들 중에는 본래 세상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도 여럿 있었다. 전반적인 무력 수준은 몰라도, 야장(冶場)의 평균 수준은 내가 살던 세계가 이곳보다 한 단계 위다.
십자가 형상의 귀걸이. 「성휘의 로자리오」가 그 사실을 증명해 준다.
이 작은 귀걸이 한 쌍에 부여된 능력을 자그마치 네 개.
상처의 근원을 역전하여 치료하고, 그릇되지 못한 것을 부정하며, 방어막을 발현하고, 성정을 구현한다.
하나하나가 비상식적인 영역에 다다른 능력들.
이런 능력이 귀속된 귀걸이조차 [전설]이라고 판단 받았다.
약지에 착용한 「타마모의 반지」도 전설, 왼팔에 착용한 의수 「아케트라브」도 비화 등급이다. 이 외에도 무수한 무구들을 보유한 나조차, 이것들의 가치를 전부 합쳐도 감히 저 창의 위용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나도…… 살아생전 저런 건 본 적이 없어.
‘그래? 설마하니 상고시대(上古時代)를 살아온 너조차 본 적 없는 무기일 줄이야.’
─내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 기껏해야 1,000살이거든?!
‘그 정도면 고대지, 뭐.’
타마모가 시끄럽게 외쳤다.
소란스러운 그녀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저런 모습이 나았다. 그래, 방금 전보다는 보기 좋네.
방금 전 타마모는 지나칠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벼락으로 이루어진 창, 아스트라페가 등장한 이후부터 타마모는 굳어버렸다. 그만큼 무기 하나가 주는 위압감이 엄청났다.
육체 없이 영혼으로만 존재하는 타마모는 나보다도 더 큰 위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저 창이 가진 본래의 역량을 온전히 감지했겠지.
파즈즈즈즉─!
등장과 동시에 일대의 마력이 요동치고, 전기에 호응하듯 벼락 주변의 공간이 조금씩 일그러진다.
마치 볼록 렌즈로 세상을 지켜보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일그러지고 뒤틀린다.
“과연 신화 등급인가.”
“이것도 용케 알아보는군. 이쯤 되면 그 머릿속을 파헤치고 싶은걸.”
“아주 그냥 창 하나 꺼냈다고 기세등등하군. 그래 봤자 창은 창이다.”
신외지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몸 밖의 제물과 사물은 제일 경시해야 되는 것이다.
좋은 무기를 얻을수록 강해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무기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인으로서 그릇된 자세이다. 하물며 그것이 저리도 순도 높고 고강한 창강을 펼칠 수 있는 무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기는 결국 무기.
창은 결국 창이다.
부러지면 더 이상 그 은광에 제 몸을 숨기지 못하겠지.
─부술 수 있겠어.
‘다른 방법이 있겠어? 저 무기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면 안 돼. 시간을 끄는 것보다 차라리 속전속결로 부수는 게 훨씬 이길 가능성이 높을걸.’
─하아, 어째 속전속결을 내야 되는 사람이 바뀐 것 같은데…….
그녀의 말마따나.
싸움을 오래 끌고 싶은 사람과 싸움을 단판에 끝내고 싶은 사람이 바뀌었다. 불과 5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장기전은 나한테 유리했지만, 저 무기를 꺼낸 순간부터 시간은 내 편이 아니게 되었다.
창 자체에 장기전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 붙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변수가 너무 커.’
마법과 무술.
백석호는 나를 상대로 무엇 하나 능가하는 것이 없었다.
기술과 경험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나마 능가하는 것이 있다면 신체 능력과 가문으로부터 내려오던 신통력이다. 신체 능력이야 지금의 내가 경지에 맞지 않게 허약한 것이니, 백석호보다 약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신통력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애초에 백승우는 못 배우는 분야니까.’
타마모의 「시원의 주술」이 나와 잘 맞은 덕분에 어렵지 않게 배운 것과 반대로, 천호백가에서 내려오는 신통력은 내가 아예 배울 수 없는 분야였다.
종족의 차이 때문이다.
날카로운 발톱이 없는 인간이 호랑이처럼 사냥을 할 수 없듯.
시커먼 여우는 새하얀 여우들이 천 년 동안 연구하며 일궈낸 신통력의 집대성을 익힐 수 없었다.
‘그래서 신통력을 파훼하기 위해 강력한 공격은 일부로 피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저걸 꺼낼 새도 없이 죽일 걸 그랬나.’
꼼꼼한 성격이 발목을 붙잡았다.
신중하게 싸우려고 했던 것이.
일격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만도 못한 결과에 도달했다.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내 앞으로 섬광이 반짝거렸다. 창이 내 눈알을 노리고 있었다.
“무슨……!”
가까스로 막았다.
「성호 발현」
황금빛 방패가 나를 저 섬뜩한 창으로부터 나를 보호했다.
귀에서 노란색 보석을 박아둔 귀걸이가 반짝거렸다. 귀걸이 속에 내장된 방어 능력. 성호(聖護)가 나를 지켜줬다.
“단단하군. 마법인가?”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네. 창의 효과 맞지?”
“아니라고 한다면?”
“뻔히 보이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대답하겠지.”
“그러면 답이 나왔군. 창의 효과가 맞다.”
내 눈이 백석호를 응시했다.
그는 방금 전까지 서있던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다고, 방금 그 자리에서 나를 공격하고 저기에 가 있어?
정신 나간 속도다.
아니, 이걸 애초에 속도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방금 그 움직임은 거의 공간 이동에 가까운 신기였다.
하지만 진정 무서운 점은, 공간 이동조차 저리 빠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S+ 등급.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등급에 도달한 내 감각은 그 어떤 전조도 읽어낼 수 있다.
공간 이동도 마찬가지다.
주위의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걸 감지하는 것은 내 오감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놈의 속도는 그런 내 감각을 뛰어넘었다.
놈이 워낙 은밀하게 움직여서 백석호를 놓쳤냐?
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백석호는 결코 은밀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온몸에 번개를 휘감은 채, 요란하게 창을 휘두르며 나한테 돌진했다.
단지 그걸 인지하는 감각보다, 녀석이 더 빠른 것뿐이다.
만일 내가 본능에 의거해 방어막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주 허무하게 눈 한쪽을 잃었겠지.
“참고로 이 창을 쥐면 내 모든 속도는 다섯 배 이상 빨라지지. 어쩌면 그 이하일지도 모르고, 다섯 배보다 더 많아 빨라질지도 모르지.”
“성격 진짜 더럽군.”
그래, 두 배가 한계일 것 같지는 않더라.
꼴에 번개 신의 창이라고 가속이 붙어 있는데, 두 배는 너무 빈약하지.
최소 10배속. 그 정도는 가능하다고 유념한 채로 싸움에 임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면, 마법으로 대처하는 건 무리네.’
─갑자기 왜 은밀하게 준비하던 마법을 해제하는 거야?
‘너. 주술뿐만 아니라 마법도 보조할 수 있어?’
─마법? 내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그동안 네 뒤에서 곁다리로 보고 배운 게 있기는 하지만…….
‘할 수 있어, 없어? 그것만 얘기해.’
─할 순 있어. 단지 화염 마법만큼은 너처럼 못해.
나와 타마모가 대화를 하는 사이.
백석호가 나를 바라보며 창을 만지작거렸다.
딱히 시간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고, 저 양반 나랑 눈싸움하는 걸 신경전 펼친다고 착각한 것 같은데?
이때 빨리 의사소통을 끝내야지.
‘그러면 「오감 문자」는?’
─그건 못해. 나랑 적성이 아예 안 맞아.
‘그러면 주술과 마법으로 보조만 부탁해. 문자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너 대체 뭘 하려고 그래?
‘시간 없어. 유사시 내 몸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주권을 줄 테니 알아서 판단하면서 행동해.’
야! 설명은 다 해주고 가야지?!
나를 부르는 날카로운 목소리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정면을 응시한 나는 손에서 불을 일으키고, 불길 너머에서 시뻘건 창 한 자루를 꺼냈다.
「여명창」
불길이 창의 형상을 하다가 이내 현화(現化)했다.
창을 휘감은 강렬한 기운.
물론 아스트라페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막기에는 충분했다.
챙─!
창이 창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벼락을 휘감은 창이 내려치고, 불꽃을 내뿜는 창이 막았다.
끼릭, 창대가 휘었다.
단 한 번의 타격으로 「여명창」이 망가져 가고 있었다.
근력의 문제가 아니다. 나무와 철이 부딪치면 나무가 부서지는 것처럼, 재질의 차이였다.
“제법 잘 버티네! 좋은 장인이 좋은 소재로 만들었나 봐.”
백석호가 놀란 눈치로 말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창을 견디는 무기를 처음 본다는 눈치로 나를 쳐다봤다.
하기야, 노야의 창이.
옹(翁)의 창이 고작 한 번의 공방에 휘어지는 것은 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도대체 백석호의 창은 얼마나 견고한 것일까?
‘부술 수는 있나?’
저걸 뺐으면 더 좋겠지만, 지금은 욕심에 눈이 멀 때가 아니다.
저 창은 엄청난 변수다.
괜히 가지고 싶다고 욕심부리다가 변수에 목 날아갈라.
‘차라리.’
가질 수 없다면, 부숴야지.
철저하게 부숴서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도록.
그런 결심을 품었지만, 그런 결심을 품자마자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백석호의 공세.
쿵!
심장을 노리는 공격을 창대로 막았다.
쿵!
이번에는 뇌.
미간 따위를 한 번에 관통하려는 창을 교묘하게 흘렸다.
그런데 힘이 어찌나 세고, 속도가 빠른지 창을 튕겨내는 소리가 어마 무시하게 무거웠다.
챙!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
이번에는 서로의 창끝이 절묘하게 맞물렸다.
나와 백석호는 그 자세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잉──!
창과 창의 끝이 맞물린 상태로 양쪽에서 힘을 주자, 창끝이 마모되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불꽃을 튀기기 시작했다.
공사장에서 들을법한 소리가 두 장정의 손에서 펼쳐진다.
우리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기예가 아닌 힘겨루기로 종목을 바꿨다.
정확하게는 우리가 아니다.
백석호가 바꾸고 싶어서 강제로 바꾼 것이다.
“역시…… 가주님! 창에 대한 조예도 뛰어나시군요. 과연 천호백가의 가주다운 무술입니다!”
“치켜세우지 말고 시원하게 욕이나 박지그래. 너 지금 짜증 나잖아. 수십 년 동안 갈고닦은 네 창술이 내가 펼치는 창술을 뚫지 못해서 화나지? 그렇지? 응?”
“하하! 아가리를 놀릴 거라면 차라리 논검을 펼치시죠.”
어허, 말 돌리네?
아무래도 자기가 창술에서 밀린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다.
그래서 종목을 힘겨루기로 바꾼 모양인데, 이러면 내가 불리하지!
가뜩이나 병신이었던 몸이라서 근육도 잘 안 붙는다.
내가 근력과 지구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도핑과 마법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불끈!
근육이 터질 것처럼 팽창하기 시작했다.
마력이 근육에 스며들며 강화 마법을 시전했다.
근력이 상승하자 밀리던 힘겨루기가 조금씩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 모자랐다.
“푸하하! 귀여운 알통이군요, 가주. 그것도 마법인가 보죠?”
“……아직 한 발 남았다.”
“뭐라고?”
─네 마력 회로 중에서 할당할 수 있는 모든 회로를 신체 강화에 투자했어. 마력 소모량이나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일단 버텨!
치이이이잉──!
서로에게 창을 겨눈 채, 힘이 밀리는 쪽에 그대로 창에 관통당하는 힘겨루기에서 드디어 평형을 유지하다 못해 내가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진짜 이게 무슨 통증이냐!”
백석호가 힘에서도 밀리자 당황했다.
물론 나도 당황했다. 생각보다 너무 아파서 힘겨루기에 정신을 온전히 쏟아낼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엄청나게 성장한 근력에 뼈와 혈관에 걸리는 부하가 엄청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힘내라! 뼈랑 혈관만 조금 망가뜨리면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