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87)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87화(287/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87화
무극(2)
검은 섬광이 반짝였다.
어둠인지 빛인지 모를 그것이 반짝거린 직후.
벽과 천장을 비롯한 일대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오직 승우만이 본능적으로 방어막을 펼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나마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지. 이 근처에 있던 동물들은 죄다 죽었겠군.”
동물들이 잔뜩 죽었다.
사방으로 방출된 섬광에 의해 바싹 탄 비둘기가 바로 옆에 떨어졌다.
감이 좋지 않다면 이 검은 물체가 비둘기였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동물도 그렇고, 건물도 그렇다.
무너진 건물들이 수두룩하고, 가장 가까이 있던 건물은 아예 녹아서 형태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벼락인가?”
“너도! 너도 내 곁으로 와라!”
“저거 완전히 미쳤군.”
손에 직인을 쥔 백석호가 승우를 향해 날아온다.
그는 검은 벼락을 몸에 휘감은 채, 벼락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마인이 되기 전에도 벼락처럼 날아다니던 백석호였으나.
마인이 된 이후에는 압도적인 체구와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더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더 이상 눈으로 포착할 수준이 아니다.
오로지 감에 의존해서 피해야 된다.
슈우우웅!
바로 그때.
무언가 승우의 옆을 스쳤다.
스치기 전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지만,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살이 닿고 말았다. 순간 따끔하고 뜨거운 감각이 느껴졌다.
승우가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자 팔꿈치의 살점이 텅 비었다. 벼락을 휘감고 움직이는 백석호의 공격에 당했다.
“출혈은 없네.”
벼락에 의한 화상으로 환부가 통째로 익었다.
검붉게 변한 팔꿈치는 커다란 흔적을 남긴 채, 점차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무지막지하게도 빠르군.
상대방의 속도에 감탄한 승우는 품에서 주사기 몇 대를 꺼냈다.
찰랑.
약물이 최소 수십 회분은 들어 있는 주사기.
그 속에 들은 것은 최근 승우가 개발하고 팔았던 약물이었다.
시중에는 한 달에 3개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공언했던 물건이었지만 사실 제작에 제한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만들기 귀찮았다.
또한 한 달에 최대 3개만 생산 가능하다는 이점을 무기 삼아서 휘둘렀을 뿐이다.
콰득!
이빨로 주사기의 뚜껑을 거칠게 뜯었다.
이후 주사기를 모두 오른팔에 투약했다.
그러자 급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하는 근육과 살.
순식간에 재생된 팔로 주먹을 불끈 쥐어서 확인하자 이전보다 상태가 나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른팔의 수복을 확인한 순간.
쿠구구구궁─!
거대한 진동 소리와 함께 수백 다발의 벼락이 승우를 노리며 떨어졌다.
이전보다 크고 거대한 벼락 다발.
벼락 하나하나에 질척거리는 마기가 다량 함유되어 있었고, 중간중간 백석호가 벼락과 함께 몸을 날리며 변칙적인 공격을 가미했다.
쿵!
벼락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저 멀리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승우는 곧장 몸을 회전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가 서있던 자리에 전류가 튀면서 한 사내의 신형이 흐릿하게 보였다.
백석호가 벼락 소리에 몸을 숨겨서 승우를 노린 것이다.
“……쳇!”
혀를 찬 그는 곧장 달아났다.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승우의 마법이 그에게 닿는 속도보다 백석호가 공격하고 도망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과연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안 되겠네.
불꽃을 내뿜고 다루는 정도로는 백석호에게 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공격을 하면 그만이지.”
손을 위로 뻗었다.
마력이 검붉게 물들며 손 위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보유한 마력의 5할을, 대기 중에 떠다니는 마력을 있는 대로 흡수해서 하나의 형태로 응축했다.
그러자 회전은 더욱 거대해지고, 폭풍과 비교될 정도의 크기로 성장했다. 이것은 단순히 회전을 가미한 마력의 덩어리.
다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폭풍을 이루는 마력의 배열은 승우가 창안한 「칠중나선」으로 개량된 상태였다.
피할 수 없다.
고유한 마력 배열 때문에 주도권을 빼앗을 수도 없다.
“제기랄!”
백석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폭풍은 승우가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만든 마법.
오롯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펼친 마법이기에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눈에 핏줄이 바짝 선 백석호가 마기로 창을 만들어냈다.
방금 전까지 사용하던 벼락의 창은 은은한 황금색을 띠었지만, 지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시커먼 어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대로 된 형태도 잡히지 않은 어둠.
창의 형태로 고정했음에도 계속 흘러내리는 어둠을 양손으로 잡아서 폭풍을 향해 내리그었다.
─────!!!
창이 위에서 아래로 검붉은 폭풍을 양단했다.
폭풍은 양단했지만 저것의 본질은 방대하기 그지없는 양의 마력.
양단한다고 사라지거나 파훼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폭풍이라는 명확한 형태를 이루고 있던 마력의 덩어리를 반으로 가르자, 폭풍을 구성하고 있던 마력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백석호가 휘두른 창을 거둠과 동시에 마력이 일렁인다.
우웅!
기묘한 소리.
이것은 양단된 폭풍의 흔적으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의 정체를.
백석호는 알고 있었다.
“자폭인가?!”
마력의 공명.
마법사가 배우는 아주 기초적인 마력 조작법이었는데, 공명의 끝은 마력의 폭발로.
이만한 규모는 백석호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피할 수 없다.
이미 마력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무리하게 마력 너머로 탈출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결국 백석호는 마기로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방패와 갑옷처럼 단단하게 두른 마기.
그 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쿵─!
짧고 간결한 폭발.
도시 전체를 진동시키는 거대한 폭발 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규모의 폭발력이 오로지 백석호 주변에서 일어났다.
마력의 규모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폭발력을 백석호 한 명에게 집중시켰다. 그 결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열과 섬광이 마기로 몸을 보호한 백석호를 휘감았다.
“……얼마나 다쳤지?”
승우는 하늘 위를 올려다봤다.
그것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살점은 방금 전 폭발의 여파를 상상케 해준다. 그렇지만 살점 이상으로 커다란 조각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면 좋겠는데.
싶은 그때.
푸욱!
연약한 살점을 날붙이로 찌르듯.
무언가가 찔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승우의 몸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코앞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손가락?”
다섯 개의 기다란 무언가를 보자 손가락이 절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손가락은 이렇게 길지 않다.
이건 어지간한 창보다도 길었다.
게다가 속도도 빠르다.
이윽고 손가락으로 보이는 기다란 것들은 승우의 몸을 노렸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심장, 머리와 같은 주요 부위를 노리는 손가락을 가까스로 피했다.
온갖 방향으로 급소를 노리는 손가락들은 마치 다섯 개의 창이 정교하게 승우를 포위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창술의 대가 다섯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보다 까다롭네.”
도저히 반격의 틈이 보이질 않는다.
심지어 이 손가락들의 주인인 백석호는 폭발 이후 몸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디로 공격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
놈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눈에 마력을 덧씌우려고 해도, 「요마안」을 발동시킬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속도만 빠르다.’
쾌속만이 남았을 뿐.
백석호의 공격에는 수십 년의 세월이 녹아든 무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보다 공격이 빨라지긴 했다.
그런데 공격이 닿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있나?
당연히 없지.
재빠르기만 한 공격.
그런 건 내게는 닿지 않는다.
“나는 너보다 더 빠른 놈들을 상대해 봤고, 그놈들을 단 한 마리도 살려 보내지 않았다.”
승우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 목소리가 그에게 닿는 닿지 않든 상관하지 않았다.
“과연 지금 이 대치가 얼마나 오래될 것 같나.”
백석호의 속도가 벼락과 같다면.
과거의 승우는 벼락 그 이상의 속도를 내는 자들과 맞서 싸웠다.
게들 중에는 순간 가속도가 광속에 준하는 것을 넘어서서, 광속을 초월하는 괴물들도 있었다. 상식을 초월하는 속도.
모든 공격을 피하고, 모든 공격을 맞추지만.
결국 베어버리면 그만이더라고.
재빠르기만 한 녀석은 언제나 그랬다.
“빠른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길게 뻗는 백석호의 손이 창처럼 늘어나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신체를 이용한 마기 활용의 극한.
놈은 곧장 마인이 된 주제에 변화한 자신의 몸에 지나치리만치 빠르게 적응했다. 그것도 놀라운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휘두른 손이 땅에 처박혔다.
마치 닻처럼 깊게 박힌 손.
쿵! 쿠구구구궁─!
땅 깊숙이 박힌 손을 크게 휘두르자, 땅거죽이 단번에 뒤집히기 시작한다. 미친 괴력이고 신기였다.
아스팔트 따위로 굳어진 바닥이 그대로 들어 올려져서는 반대로 뒤집혔다. 깔끔하게 정돈된 바닥이 아닌 거친 흙과 돌로 이루어진 바닥이 드리웠다.
─바닥을 뒤집는 것 정도는 모래사장에서 노는 어린아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짓이지. 앞서 ‘반경 수 킬로미터’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면 말이야.
‘저건 나도 못 해.’
마법으로 못 하는 게 없지만, 적어도 그렇게 땅을 뒤집는 것은 내 영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백석호는 그걸 오직 근력으로 해냈다.
순수한 근력은 아니지.
마기로 강화한 근력으로 해낸 짓이지만, 보통 강화한다고 저게 되냐.
그런데 저 녀석, 아까부터 자꾸 힘과 마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비록 창의 힘을 빌리기는 했지만, 눈을 번뜩이게 만드는 창술과 무술의 흔적은 더 이상 그의 공격과 몸놀림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기술이 없는 무식한 공격은 결국 짐승과 다를 바가 없으며, 힘에만 의존하는 공격은 마물보다 못하지.”
마물은 신체 능력만 믿고 싸운다.
2위계 정도 되는 괴물들은 신체 능력만으로도 능히 수천 명의 플레이어들과 대적할 수 있으니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아니다.
약하니까 무술을 배우고 익힌다.
비록 백석호가 마인이 되어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괴력과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순수한 신체 능력은 2위계에 미치지 못한다.
“아마 너는 기술로는 나를 이길 수 없으니 마인이 된 모양인데.”
오히려 반대다.
신체 능력만으로는 승우를 꺾을 수 없다.
“너의 그 글러 먹은 생각을 목숨과 함께 송두리째 고쳐주마.”
이것은 네가 대가로 내놓은 것.
이성과 무학. 그 너머에 존재하는 영역이었다.
스릉.
백승우가 반지 속에서 검을 뽑았다.
새하얀 순백의 검.
구야자가 만든 걸작이자, 오직 복수만을 위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그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검에 서려 번쩍이는 섬광은 백석호의 양손에서 방출되는 검은 벼락보다 밝기가 약했지만, 왠지 모르게 더 찬란하게 빛나는 것만 같았다.
그래, 어디까지나 그런 것 같았다.
두 빛은 머리를 크게 다친 멍청이이라도 후자가 더 반짝인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
어둠에 몸을 숨긴 백석호가 생각했다.
‘뭐지? 어째서 빛이 사리지지 않는 거지?’
그럼에도 어째서.
검에 서린 빛은 먹히지 않을 것일까?
이미 우리가 들어온 공간은 오래 전에 천장과 벽이 무너졌다.
중천에 떠오른 햇빛. 구름 한 점 없이 좋은 날씨였거늘. 하늘이 검고 칙칙한 기운에 의해 가려졌다.
알 사람은 진작에 깨달았다.
저 하늘의 따스한 햇볕이 백석호의 벼락에 먹혔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검에 서린 빛은 태양빛을 삼킨 덤은 벼락 앞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환하게 반짝였다.
“몸소 느껴봐라.”
검도(劍道)의 극치.
그 끝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을 다루지 않는다.
경지에 이르러서는 검이 무의미하니.
수중무검 심중유검(手中無劍 心中有劍).
손에 검이 없어도, 마음이 곧 검이거늘.
구태여 손 무겁게 검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어디 있을까.
심검. 마음으로 휘두르는 검.
그 검이 향하는 궤적에 거리는 무의미하니.
서걱─!
어둠 속에 몸을 숨겼던 백석호의 팔이 잘려 나갔다.
“……!”
한껏 당황한 백석호가 제 손을 부여잡았다.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둠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손이, 검을 휘두르는 방향에 존재하지도 않았음에도 베였다.
뭐지?
이게 무슨 현상이지?
설마 내 정체를 정확하게 특정하고 공격을 날리는 건가.
그렇지만 이 어둠을 간파하기에는 시간이 적잖이 필요한 텐데.
온갖 생각과 의문이 겹친다.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백석호.
서걱!
이후 그의 왼발 또한 아무런 전조 없이 잘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