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8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88화(288/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88화
무극(3)
왼발이 잘렸지만 백석호의 회복은 빨랐다.
곧장 재생한 그는 나와 거리를 벌렸다.
순간 섬뜩함을 느꼈던 백석호는 다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손에 들린 검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 검이 신경 쓰이나?”
“……신성하군. 방금 내 발목을 자른 게 그 검이었나?”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혼자서 중얼거리는 백석호는 생각을 정리하며 검을 노려봤다.
순백의 검.
검에는 아무런 장식도 달려 있지 않았다.
보통 명검에는 장인이 자신의 이름이 새기게 마련이지만.
이 검은 명검임에도 불구하고 장인의 이름이 적히지 않았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오로지 검의 정석만을 지키고 있는 검 한 자루.
이건 내 오랜 반신의 특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었다.
‘성검. 오랜만에 널 손에 드는구나.’
신성한 검, 성검.
수많은 장인들의 목숨과 성모의 축복 아래에 태어나, 검성의 손에 들려 수많은 재앙들을 베어낸 성검은 존재 그 자체로 신화였다.
살아 있는 신화. 아스트라페와 자웅을 겨루거나, 그 이상의 내력을 보유한 것이 바로 성검이었다.
‘비록 이 검은 모작이지만 그 어떤 검보다 나와 적성이 잘 맞아.’
당연한 얘기지만 원본은 아니었다.
원본은 아마 원래 세계의 내 방에 보관되어 있겠지.
손에 쥔 것은 모작.
그렇지만 모작이라고 성능이 엄청나게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원본에 비해 성능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 건 맞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 검의 객관적인 수준은 높은 편이다.
반지 속 공간에 보관해 둔 도검. 그 이름이 뭐였지.
천총운검이었던가. 강력한 저주를 품어서, 본래의 성능을 내지 못하는 그 도검에 비하면 몇 배는 훌륭하다.
단단하고 날카롭고.
무엇보다도.
‘비록 모작이라지만, 특유의 감각은 제대로 구현했네.’
검술을 펼치기에 무엇보다 용이하다.
검을 쥔 손을 그대로 휘둘렀다.
아무런 묘리도 담기지 않은 검이 허공을 가른 그때.
챙─!!
금속과 단단한 것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며 손이 뒤로 밀렸다.
방금 검을 휘두른 궤적으로 백석호의 공격을 막았다.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막아낸 공격에 백석호가 눈을 의심했다.
“제아무리 견제를 위해서 날린 공격이라지만, 이렇게 가볍게 막다니.”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방어의 문득 의심이 들었다.
어쩌면 저 녀석. 내 공격을 막은 게 아니라 공격을 검 쪽으로 유도해서 막은 건 아닌가?
그리 이상한 의심은 아니었다.
백승우가 검을 든 순간 그의 몸은 잠시 떨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저 검을 휘두르지 못한다고 막아야 한다는 판단했다.
그래서 날린 공격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막힌 걸 보면.
자신의 생각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백석호는 고민했다.
‘어딜 노리지? 어딜 찌르지?’
검을 잡은 순간 돌변한 분위기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지금 백석호를 이겨내기에는 턱없이 미약한 기세였다.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방대한 공세를 펼친다면, 전황은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해진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궤도를 유도하고 튕겨내는 게 고작인가? 나도 감 많이 죽었어.’
몸만 예전 같았어도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 한 끗이 모자랐다.
이제는 수명과 건강에 문제에서 자유로운 몸이라지만, 그럼에도 수년 동안 병신으로 살아온 몸은 크게 고장 난 상태였다.
어찌나 크게 고장 난 상태였으면.
나도 이 몸을 치료하고 고치는 것보다, 오히려 혹사하는 방법을 찾아서 연구할 정도였다.
사실 내가 장기나 뼈, 살점 따위를 재생시켜 주는 약을 만든 것은 이러한 혹사로부터 몸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순수하게 연구하기 위함이라던가.
나인테일 길드를 꿰어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사심이 많이 들어가긴 했다.
‘사실 단순히 길드를 꿰어내기 위한 수단으로는 과했지.’
기업과 언론,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기에는 적절했지만 그 정도가 과했다.
내 발명은 의학의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사실 약을 개발하면서도 몇 차례 고민했다.
차라리 이 개발은 비밀리에 실패로 처리하고 몰래 완성해서 혼자서만 사용하고, 나인테일을 무대 위로 올리기 위한 발명품을 새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매일 밤 몇 번의 고민을 되뇌었다.
그러다 결국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고, 기존의 발명품을 완성시키기에는 제아무리 나라도 몸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게다가 내 몸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
당장 내가 첫 번째 피험자가 되어야 할 판국이었다.
결국 나는 이 획기적인 발명품을 대중에 공개했다.
‘그로 인한 사회적인 파장은 뒷전이었다.’
내 몸 상태는 그 정도로 급했다.
강화 마법으로 근력과 내구를 상승시키는 것에는 엄연한 한계가 존재했다. 마법의 한계는 아니고.
몸의 한계였다.
최대 A등급.
그 이상 강화했다가는 몸이 버티지를 못했다.
고장 나면 수리하면 되지만, 망가지면 답이 없다.
지금의 몸 상태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나는 근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근육이 팽창하고, 피부 위로 검은 문신이 떠올랐다.
전부 근력을 높이는 수단들이었다.
‘검을 휘두르는 궤도에 놈의 목을 휘두른다.’
─거리 계산하고, 유인해 줘?
‘할 수 있나?’
─네 마력의 5%만 준다면 할 수 있어.
‘필요한 시간은?’
─최소 37초. 최대 41초.
평균 39초라.
좋다. 그 정도면 5%의 마력을 사용해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나는 10초마다 마력의 1%를 회복하니.
5%는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
끄덕.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등 뒤에서 음울한 마력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주술 특유의 기운이었다.
“주술인가?!”
타마모가 주술을 준비하자마자 눈치를 챈 백석호.
생각해 보면 신통력도 주술의 일종이었나?
명확한 분류를 나눈다면 타마모의 「시조의 주술」은 가문의 신통력과 뿌리부터 전혀 다르겠지만.
그 신묘한 힘에는 이런저런 접점이 있었다.
이런 음울한 기세가 그러했다.
백석호의 정신이 미지의 주술로 팔렸다.
그때를 놓치지 않은 나는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분명한 묘리와 형(形)을 담았다.
칠성검식(七星劍式).
일곱 재앙을 잘라낸 전승을 기반으로 세워진 일곱 개의 검식.
검을 휘두르는 자세는 단조롭기 그지없다.
가장 기본적인 검술.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그 위로 온갖 묘리들을 쌓아 올린다는 것이었다.
“잡았다.”
틈을 포착한 나는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제6식.
미자르(Mizar).
개양(開陽)의 기운을 담은 별빛에 검에 담겨 순백의 검기를 내뿜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검기는 검에 머무르지 않았다.
거대한 참격이 되어 백석호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크게 횡으로 가르기 위해 음속을 주파했다.
쿵──!!!
거대하고 무거운 것이 처박히는 소리.
하늘 위에서 검을 관망하고 있던 백석호는 그대로 옆 건물에 추락했다. 그의 추락과 동시에 건물 벽이 무너지며 자욱한 먼지가 흩날렸다.
놈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
이런 경우에는.
“또 휘둘러야지.”
놈에게 빠져나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마침 백석호가 떨어진 건물은 텅 빈 건물이었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나인테일 길드의 2번째 사옥.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외관을 거의 전부 완성한 건물이었건만.
정작 그 주인이 건물에 부딪혀서 통째로 날려먹게 생겼다.
제1식.
두베(Dubhe).
이번 식(式)은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것이었다.
밤하늘에 뜬 길라잡이의 첫 번째 별, 천추(天樞).
그 이름을 딴 검은 길라잡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지금 이 순간, 백석호를 저승으로 이끌어주고 있었다.
카가가가강!
순백의 검기가 바닥을 반으로 양단하며 건물까지 나아갔다.
그대로 건물에 부딪힌 검기는 외관이 완성된 건물을 그대로 양단했다.
바닥과 함께 깔끔하게 반으로 잘린 건물.
그 압도적인 위력에 구름처럼 뭉게뭉게 떠오른 흙먼지들이 강력한 풍압에 의해 저 하늘 멀리 날아갔다.
“……방금 분명히 손맛이 있었다.”
─어때? 잡은 것 같아?
“아니, 손맛만 있었어.”
검기를 날린 순간.
백석호가 검기의 궤적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태연하게 살아 있겠지.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유도할게.
‘다 됐나?’
─거의 다. 검을 휘두르는 순간에 맞춰서 할 수 있어.
‘그러면 내가 먼저 간다.’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순백의 검에 새하얀 별빛이 내려앉는다.
휘두르는 방식은 방금 전과 같다.
위에서 아래로.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다.
그렇지만 이번에 휘두르는 검은 방금 전과 엄연히 목적이 달랐다.
1식 두베가 별빛을 내려친다면 이건 ‘자른다’는 개념이 초점이 맞춰졌다. 검이 품는 것은 다섯 번째 별.
옥형(玉衡)의 별빛이었다.
제5식.
알리오스(Alioth).
검기가 사출되자 비정상적으로 날카로운 예기(銳氣)가 일대의 모든 것을 난도질한다.
검을 휘두르며 발생한 풍압에 닿은 것조차.
나무든 강철이든 구분하지 않고 통째로 잘려 나갔다.
그렇게 휘두른 검은.
슝!
그토록 날카로웠음에도.
무기물을 제외하고는 무엇 하나 제대로 자른 것이 없었다.
검기가 나아가는 방향에 백석호가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있었지만, 사라졌다.
“뒤가 비었군.”
공격을 두 번이나 정통으로 허용한 백석호가 검을 휘두르는 속도에 대략적으로나마 반응했다.
비록 검에 쾌의 묘리가 섞인 탓에 무지막지하게 빨라서, 발가락 9개가 아슬아슬하게 뎅겅 잘려 나갔지만.
이 정도 부상이야. 상대의 뒤를 잡은 것에 비교하면 값싼 대가였다.
쿠르릉!!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그 소리를 인지하고 곧장 검은 벼락에 코앞까지 성큼 다가왔다.
소리보다 빠른 속도의 공격.
인지가 늦었던 나는 제대로 된 방어 자세도 취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기 위해 내려둔 검은 위를 향하고 있었다. 원래 내려치는 기술이 있으면, 위를 향하는 기술도 있는 법.
─놈의 시야를 미묘하게 뒤틀었어. 지금이야!
‘알고 있으니까 재촉하지 마라.’
검은 벼락은 아슬아슬하게 내 머리 옆을 노렸다.
파즈즉!
사방으로 튀는 전류에 의해 오른쪽 귀가 피를 흘리다 못해 검게 그을렸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공격.
타마모가 1분가량을 투자해서 생성한 환상이 백석호의 오감을 실제보다 살짝 오른쪽으로 뒤틀리게 만들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최고의 타이밍.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디며 검을 위로 올렸다.
제2식.
검에 천선(天璇)이 깃들었다.
검에 별빛이 깃드는 순간을 코앞에서 목격한 백석호는 서둘러 몸을 뒤로 빼려고 애썼다. 벼락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그의 몸놀림은 무척이나 경쾌하고 재빨랐지만.
애석하게도 별빛 또한 빛이었기에.
검이 반짝인 순간, 백석호는 이미 베이고 난 이후였다.
서걱!
검에 핏물과 함께 장기 조각이 묻어 있었다.
어찌나 잔뜩 묻었는지, 마치 검이 피를 흘리는 것처럼 줄줄 흘렀다.
검을 거칠게 휘둘러 피와 장기를 모조리 털어낸 나는 곧장 다음 자세를 잡았다.
‘살짝 미묘했어.’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기에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 그때.
어째서인지 내 몸을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앞을 향했지만 뒤로 가고 있는 상황.
역설적인 상황이었지만 판단은 빨랐다.
백석호가 내 주변에 펼친 보호막을 강하게 타격해서 충격을 버티지 못한 몸이 밀려난 것이다.
“미친놈. 그걸 전부 맞고도 쌩쌩해?”
아직 끝을 보기에는 이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