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9화(29/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9화
에프넬의 화원(4)
화원이란 꽃을 심은 동산을 일컫는 말이다.
‘에프넬의 화원’은 그 명칭에 걸맞게 사방에 여러 꽃들이 피어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다는 격언처럼, 화원의 꽃 중에는 독을 품은 것들이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곳에 사는 모든 생물에게는 독이 있다.
작고 귀여운 동물형 마물들부터, 예쁜 꽃이나 징그러운 곤충들까지.
모든 생물이 독은 품은 던전.
그렇기에 혹자는 이 던전을 화원(花園)이 아니라, 화원(火源)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멍청한 학생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은 생으로 먹으면 분명 탈이 난다. 조합하거나, 독성을 제거해야 비로소 약이 되는 거지.”
“그, 그렇지만 이건 비싼 약재일 텐데…….”
“멍청하긴, 당연히 가공을 거쳐야지. 그냥 먹었다간 소리 소문도 없이 죽기 십상이다.”
“네, 넵! 조교님 그래서 제 꽃은 언제 돌려주시나요……?”
이지가 내 손에 들린 꽃을 바라봤다.
이 꽃은 월루화(月淚花). 이지가 어디서 구했는지는 몰라도, 무척이나 위험한 꽃이다.
달빛이 눈물 흘리듯 청명하고 청아한 푸른 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능적인 이끌림을 느끼게 한다. 하여 월루화를 맨손으로 잡아서, 섭취하려 들면 몸속에 기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신, 잘 가공하면, 달빛을 품은 음기(陰氣) 가득한 영약이 된다.
천고의 영약은 아니되, 이지의 마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정도는 되리라.
“너, 이걸로 마력을 늘리려고 했지?”
“……네, 그야 그러려고 찾은 월루화니까요.”
“잘 모르나 보네. 이걸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약효를 10배는 희석해야 돼. 잘 먹으면 약이 되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그게 이 던전의 시련이지.”
“그럴 수가…….”
털썩.
이지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력이 부족해서 저 꽃을 찾아온 것 같은데, 가공이 필요하다는 말에 좌절한 모양이다.
하긴 그럴 법도 하다.
영약의 가공과 제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력 좋은 연금술사나 가능한 일인데, 전 세계적으로 실력 있는 연금술사의 수가 적어서 가격이 만만치 않은 편이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적어도 학생이 감당할 금액은 아니었다.
문득 동정심이 들었다.
나야 마력이 충분해서 영약이 필요하진 않지만, 저 소년은 아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줘볼까.
“이거 가져간다.”
“……예? 아, 안돼요! 그건 제 꽃이에요.”
“꽃을 빼앗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한 송이만 줘보라는 말이다. 어차피 가공할 돈도 없지 않냐.”
돈을 운운하며, 정곡을 찌르자 이지가 하는 수 없는 눈치로 꽃 한 송이를 주었다. 건네받은 순간부터 손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청량감.
월루화를 구성하는 음기가 손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어서 나를 먹으라고, 먹음으로써 나를 취하라고.
그리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꽤나 요사스러운 꽃이다.
감히 식물 주제에 나를 유혹하고, 내게 기생하려 들다니. 불쾌하기 그지없다.
[파이로키네시스.]화르르르륵!
강렬한 불씨가 월루화에 뿌리내렸다. 달빛의 차가운 눈물을 머금은 푸른 꽃은 열기를 이기지 못해 붉게, 이윽고 검게 타올랐다.
검게 타올랐음에도 월루화는 아직 완전히 불타지 않았다.
꽃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채, 겉에서부터 천천히 그을리고 있다.
“뭐 하는 짓이에요!”
“음?”
덥석, 불타오르는 월루화를 보다 못한 이지가 내 손에서 꽃을 빼앗았다. 그는 화상을 입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고, 불붙은 월루화를 손으로 털었다.
손으로 탁탁 털자, 꽃의 표피가 벗겨졌다.
검게 탄 표피 틈으로 무언가 반짝였다.
겉을 전부 벗겨내자 이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월루화 속, 구슬처럼 반짝이는 그것은 월루화의 음기를 온전히 품고 있었다.
“꽃망울……?”
“그대로 먹어라.”
“예? 이게 대체 뭔 줄 알고 먹어요!? 타다 만 꽃에서 나온 거잖아요!”
“영약을 원하던가 아닌가? 줘도 안 먹네.”
“예……? 이, 이게 영약이라고요?!”
이지가 손에 들린 영약을 빤히 쳐다본다.
이런 식으로 영약을 제조한 것이 믿을 수 없는 눈치다. 하긴, 나도 단번에 성공한 사실에 신기함을 느끼고 있다.
‘설마 한 번에 성공할 줄이야.’
이건 나도 의외였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푸르른 꽃망울 형태의 영약.
월루화의 음기를 온전히 보전하고 있는 영약으로, 소설에서 지나가듯이 스쳐 간 제조법을 시험해 봤는데 대성공이다.
월루화는 음기의 덩어리.
그렇다면 가공하는 과정에서, 그에 상반되는 기운인 양기를 이용해 위험성을 거세해야 된다.
이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전문가와 전용 기계가 필요하다.
그만큼 섬세한 작업.
나는 지금 그걸 맨손으로 한 것이다.
‘전에도 느꼈지만, 이중나선이 생각보다 잘되네.’
월루화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중나선」을 사용했다.
보통의 불꽃으로는 가공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이 과정에서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역시 꼬리가 늘어난 것과 「이중나선」이 잘되는 것과 특별한 역학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더 이상은 궁금해서 못 참겠다.
서둘러 던전 클리어하고, 가문에서 꼬리와 관련된 문서들을 챙겨야지.
이제 이지도 찾았으니.
월루화를 가공해 준 대가로 나를 따라오라고 말하려 했는데.
얘 왜 이래?
“뭐 하니…….”
“잠시나마 조교님을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왜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냐고.”
내 말을 끊으면서까지, 바닥에 머리를 박은 이지.
잔디와 꽃이 가득한 토지라서, 바닥에는 물기가 많았다.
이지의 머리가 흙과 물에 젖었다.
그만 일어나라고 말하자,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는 이지.
아니, 왜 이렇게 공손해진 거야.
적응 안 되게.
“있잖아 내가 할 말이…….”
“조교님! 혹시 제가 뒤를 따라가도 될까요?!”
“…….”
분명 내가 원하던 내용을 이지가 먼저 얘기했지만.
내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도대체 말을 몇 번이나 끊는 거야.
“……따라와라.”
“아싸!”
내 수락에 이지가 펄쩍 뛰며 기뻐했다.
종잡을 수 없는 텐션에 고개를 도리질했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 * *
들판과 숲을 거닐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 돈 되는 약초가 진짜 많네.”
대부분 독성이나 강력한 약효 때문에 구하기 힘든 식물들이다.
구하기도 힘들지만, 그 이상으로 채집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신기하게도 그런 식물들은 이지가 쉽게 채집했다.
“우와아악! 이 꽃이 저를 물었어요!”
“손에 독이 퍼지기 전에, 빨리 잘라내라.”
“도, 독이요?! 으아아아! 죽어! 죽어버려!”
물론, 예상외의 부분에서는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채집하는 방법은 알고 있는데, 어떤 식물에 독이 있는지는 모른다.
참 불균형적인 지식이다.
여러 논문을 외운 나조차 모르는 식물들을 알고 있으면서, 상식적인 부분에서는 무지하다. 그야말로, 딱 돈이 되는 부분만 알고 있는 꼴이지 않는가.
‘뭐, 굳이 이 이상 파고들 필요는 없겠지.’
학생의 안전과 목숨은 내 상관이지만, 가정사는 아니다.
구태여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이지의 자세를 눈으로 훑었다.
손아귀에 딱 맞는 손도끼로 식물의 줄기나 뿌리를 자른다.
그때의 움직임은 아주 섬세하지만, 지나가는 마물을 상대할 때는 움직임이 거칠었다. 손놀림이 되게 형편없네.
기술적인 움직임도 아니고, 경험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딱, 도끼를 처음 든 초심자나 저런 자세를 취하리라.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거지?
다른 대단한 재능이나 능력이 있으려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봐도, 대단한 능력은 없어 보인다.
약해 보이는 유라도 상대의 감정과 감각을 읽는 능력이 있는데, 이지는 더 약해 보인다.
저 정도면 짠할 정도다.
“……도끼질도 조금 가르쳐 줄까?”
이지에게 건넨 질문이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건넨 자문.
혼잣말에 불과했지만, 그 소리를 놓치지 않은 이지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 혹시 조교님은 도끼에도 조예가 깊으신가요?!”
“……굳이 따지자면, 예전에 나이든 노사께 간단한 기술 몇 개를 사사 받은 적이 있지.”
예전에 도끼에 대해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지만, 다른 무기술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얕게 공부했다.
창술이나 검술에 비교하면, 도끼는 초보에 가깝다.
물론 그걸 감안해도 내가 이지보다는 도끼에 대해 잘 알 것이다.
“한번 보여줄까?”
나는 이지의 손에 들려있는 손도끼를 뺏었다.
손에 딱 들어맞는 아담한 크기.
그러나 무게는 상당하다. 평범한 금속으로 제련한 무기는 아니겠지.
간만에 자세를 잡았다.
허리를 뻣뻣이 세워, 하체에 힘을 주고 손에 힘을 실었다.
[근력 강화]손아귀에 딱 들어맞는 무게감에 여유가 생겼다.
조금 가벼워진 느낌.
그러나 한 번의 신체 강화만으로는 손도끼를 여유롭게 던지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하나 내가 펼치려는 것은 힘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손목의 스냅.
손목의 근력은 최소한의 수준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저 물 흐르듯이 고요하게.
그 고요함 속에도 움직임이 있듯 유연하게──
─던진다.
휘리릭, 손도끼를 저 멀리 던지자 가시덩굴을 자르며 위로 날아올랐다. 깔끔하게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른 도끼를 바라보며 손을 뻗자.
촥, 하고 손에 감겼다.
이게 바로 도끼술 중에서도 가장 기초되는 묘리이다.
당연히 마력은 사용하지 않았다.
“…….”
“어때, 할 수 있겠어.”
“그, 그게 간단한 기술이라고요?!”
“당연하지. 이거 기초 중의 기초인걸.”
도끼술은 다른 무기술에 비해 단조로운 편이다.
방어에도 능통한 검술이나,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창술과는 다르다. 도끼는 단순히 무언가를 찍어 내리기 위한 무기니까.
“이거 말고 다른 건 없나요?”
“도끼날 끝으로 방패나 갑옷, 살점에 걸어서 잡아당기는 기술이나 넓은 날로 공격을 흘리는 것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는데.”
“…….”
이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확실히 초보가 익히기에는 어려운 기술일지 모르지만, 막상 익히면 의외로 어렵지 않다. 애초에 도끼 자체가 복잡한 무기가 아니거늘, 어려워 봤자 얼마나 어렵겠나.
무엇보다도 이지는 칠성 아카데미의 재학생이다.
마력량은 형편없지만, 그에 상반되는 재능이 있을 것이다.
“……조교님.”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니.”
“방금 그 기술. 제가 익힐 수 있을까요?”
글쎄, 함부로 확답할 수는 없다.
아무리 간단한 기술이라도, 재능이 없으면 꽤 오래 걸릴 테니까.
하지만 이지가 원하는 대답은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조교로부터 듣는 확실한 대답.
그는 지금 인정을 바라고 있었다.
엘리트라는 아카데미 재학생이 왜 저런 눈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속에도 없는 말은 하지 못한다.
그 대신 배움은 줄 수 있다.
“한번 해봐. 내가 옆에서 지도해 줄 테니까.”
“……!!”
“대신 아카데미에서 내가 가르쳐 줬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면 죽는다.”
괜히 특혜 논란으로 귀찮아지는 일은 사양이다.
나와 이지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지의 손에 들린 손도끼를 가리키며 간단한 사전 지식을 알려줬다.
“투척(投擲)의 본질이 뭔지는 아냐?”
“그…… 그냥 던지는 거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아니네.”
투척이란 묘리(妙理)이다.
투(投)와 척(擲)으로 나뉘는 두 가지 묘리.
그것은 단순히 힘껏 던지는 것이 아니다.
묘리란 온갖 이치가 섞이며 만들어지며, 도끼를 던지며 조용한 가운데에 어떠한 움직임이 있으니, 어찌 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수 없지. 그게 뭔지 몸으로 깨닫게 해주마.”
“몸으로요?”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면, 몸으로 익히면 그만이지.”
투척에는 두 가지 묘리 외에도, 휘(揮)와 정중동(靜中動)의 묘리가 섞여 있긴 하지만.
이런 개념들은 말보다, 몸으로 익히면 그만이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해라.”
“네!”
“대답하지 말고.”
“…….”
내 말에 따라 이지가 눈을 감고, 입을 닫았다.
그러나 눈꺼풀과 입꼬리가 꿈틀거린다.
그런 상태로는 안 된다.
“머리를 비우고, 호흡을 가지런히 정돈하도록.”
크게 한숨을 내뱉고, 숨을 들이쉰다.
최대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 같긴 한데.
내 눈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보인다.
탁! 이지의 목 뒤를 쳤다.
“아! 뭐 하세요?!”
“눈 감고, 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쳇.”
이지가 펄쩍 뛰었지만, 내 상관이 아니다.
묘리를 단시간에 깨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녀석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일종의 편법.
그 편법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외부 자극에 일일이 반응해서는 안 된다.
탁탁, 나는 계속해서 녀석의 목을 내리쳤다.
위력, 각도, 면적을 달리해서 계속 다양한 자극을 주었다.
이지는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극을 무시하다 못해, 흘리는 경지에 다다랐다.
‘오, 역시 칠성 아카데미 재학생은 다르다는 건가.’
깨치는 속도가 내 예상보다 빨랐다.
역시 엑스트라라도, 칠성 아카데미에 입학한 엘리트는 다르다.
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 정도 성장 속도라면 다음 단계를 밟아도 되겠지.
“자, 이제 슬슬 일어나라.”
“……벌써 끝났나요?”
“아니. 이제 도끼질해야지.”
이지는 손도끼를 쥐었다.
전투용 도끼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연습에는 이런 손도끼도 괜찮겠지.
나는 이지의 옆에서 서서 눈앞의 통나무를 가리켰다.
죽어서 쓰러진 통나무에는 좁은 나이테가 그려져 있었다.
“저 나이테 정중앙을 노려라.”
“예?”
“도끼날로 한 번 찍은 다음에, 네 손에 돌아와야 하는 것도 알지?”
“예?!”
순식간에 높아진 난이도에 이지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방금까지 앉아 있었다가, 갑자기 도끼를 던지라니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다.
“저, 이거 맞아요?”
“왜 뭔가 이상하냐.”
“그야 당연하죠! 상식적으로 명상만 하다가 그 묘기를 따라 하라니. 가르쳐 주시는 게 맞기는 한가요?!”
“당연하지.”
나는 이지의 뒤에 섰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작고 얇은 체구가 눈에 들어왔다.
녀석의 얇은 팔목을 붙잡고는 자세를 교정했다.
“계속 던져가면서 네 자세를 교정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던져라.”
“이게 가르침이에요? 너무 무식한 방법 아닌가요?!”
“무술은 내가 너보다 훨씬 잘 아니까. 닥치고 던져보렴.”
이지의 입을 다물게 하고, 계속해서 도끼를 던지게 했다.
처음에는 어중간한 자세였지만. 던질 때마다 자세를 고정해 주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몸으로 직접 익히는 것만 한 편법이 없단 말이지.
본래라면 상당한 수련과 공부를 거쳐야 깨칠 수 있는 묘리.
그걸 자세를 직접 교정해 줌으로써 건너뛰었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이기(技).
사람마다 근육의 형태와 밀도, 관절이 다르거늘.
직접 몸으로 교정하는 작업은 정밀한 기계라도 없으면, 도리어 잘못된 자세를 가르쳐 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능했다.
타인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익숙했기 때문이다.
제식을 가르치는 것과 별반 다르지도 않다.
그렇게 꼬박 두 시간을 가르쳤더니.
휘리릭, 손도끼가 선을 그리며 마물의 미간에 꽂혔다.
손도끼에 당한 마물은 그대로 쓰러졌다. 즉사였다.
“이번에도 해냈어요!”
“그래, 이젠 잘하네.”
“그럼 한 번만 더 해볼게요.”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더 해보렴.”
손도끼를 던지고 회수하는 것에 재미를 들렸는지.
이지는 길목에 있던 모든 마물을 상대했다.
덕분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다.
“이거 편하네.”
이지가 움직일 때마다, 사방의 마물들이 죽어나간다.
좋은 굴착기를 손에 넣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