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umiho is a mag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1)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291화(291/408)
아카데미 구미호는 마법천재 291화
수장(1)
거센 번개가 하늘을 가득 채웠다.
그것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온갖 나무와 건물들을 불태웠으나.
일부는 검에 의해 잘리는 등.
온갖 비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자연재해가 따로 없었다.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체념했다.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죽음을 받아들인 채, 내심 살아남기를 기도하는 것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 살았어! 살았다고!”
“설마 번개가 내리치는 지점이 딱 여기만 빗겨나갈 줄이야.”
실제로 그 기도가 통하는 사람도 있었고.
“모, 몸이 안 움직여! 내 다리 어디 갔어?!”
“다 죽을 거야. 우리는 다 죽을 거야. 나처럼 다 죽을 거야.”
“……엄마.”
기도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전투가 길어지고 번개와 촉수의 범위가 커질수록 피해는 점점 커졌다.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파손되어 무지막지한 재물 피해와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이를 대처할 방법이 만무했다.
승우와 백석호가 전투를 시작한 장소는 대구.
수도인 서울에 비해서는 방비가 덜하지만, 나름 세계적인 방어 체계를 갖춘 대도시였다.
심지어 세계 1위라는 평가로 자자한 나인테일 길드의 사옥이 상주하고 있는 도시였다.
그 어떤 위험이 발생해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방어 체계는? 요격은 왜 안 하는 거야?!”
“길드는 뭐 하는 거야!”
“내가 피 같은 세금을 꼬박꼬박 낸 건 내 가족들을 지키라고 납세한 거란 말이야! 그런데 한 명도 못 지켰잖아! 왜!”
그런데 피해가 발생했다.
너무 큰 피해라서 도저히 감출 수도 없고.
눈을 돌릴 수도 없는 피해가.
지금 그들에게 닥쳤다.
시민들은 분노와 불안에 미쳐가기 시작했고, 당연히 길드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저…… 오미 님, 벌써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여섯 자릿수를 돌파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응? 벌써 여섯 자리야? 그나저나 이 날씨에도 전화가 되나?”
“……오미 님?”
나인테일 길드의 사옥 4층에 위치한 관제실.
그곳에는 나른한 분위기의 사내가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었다.
길드의 다섯 번째 꼬리.
통칭 오미.
그는 지금 길드의 모든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정말 많은 보고를 받고 있었는데 결국 결론은 똑같았다.
“왜. 하고 싶은 말 있어?”
“아, 아니! 전화가 벌써 여섯 자리가 넘는다니까요! 10만 명이 넘게 비상 연락을 했어요!”
“그래서?”
“……예?”
여섯 자리의 통화.
이것들은 전부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었다.
이런 단위. 7년 전에 일어난 2위계 마물의 습격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나 긴급한 상황이지만 간부의 나태하고 나른한 말투에는 대처의 의지가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오미에게 말하던 직원은 손에 들린 서류를 구겼다.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났다. 비록 그녀는 입사한 지 겨우 7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플레이어로서의 사명감은 충만했다.
그래서 연차와 직위를 무릅쓰고 강경한 말을 꺼내려던 찰나.
누군가 선수를 가로챘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아무리 간부라지만 이러한 대응은……!”
“오미 님! 시구(市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어서 빨리 출동해 달랍니다!”
“협회로부터 긴급 연락! 신속히 모든 인원이 출동하기를 바람. 거부 시에는 그에 상응하는 피해가 있을 터. 그렇게 전해달랍니다!”
“선배님! 앞서 파견한 인원의 신호가, 신호가 대거 끊겼어요!”
“생명 신호 두절! 추가 인원을 차출할까요?”
“오미 님!”
“아홉 번째 꼬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연결할까요?”
누군가가 아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온갖 서류를 품에 들고, 이어폰을 착용할 여력도 없는지 어깨와 귀로 핸드폰을 고정한 채 불안전한 자세로 보고를 해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오직 한 명에게 몰렸다.
지나칠 정도로 비효율적인 동선이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했다.
“……아.”
관제실 최고 권력자가 오미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은 일개 직원인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 무겁고 어두웠다.
하여 오미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너. 아까 왜 10만 건의 연락을 무시하냐고 물어봤지?”
“……오미 님.”
“이미 너랑 똑같은 말을 한 직원이 있어. 조치는 진작에 취했지.”
“역시……!”
역시 간부는 다르구나!
그렇게 생각한 그녀였으나.
“그리고 전멸했지.”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애당초 우리들의 대장이자 정신적인 지주가 적인데 뭘 할 수 있겠어.”
갑작스러운 마기에 상층부는 부대를 파견했다.
길드는 강력한 부대를 편성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부대는 쉽사리 전멸했다.
자신들의 앞마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은, 소동의 주범을 보고는 다들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나인테일의 대표이자.
그들에게 있어서 불패의 상징인 백석호.
첫 번째 꼬리가 이 모든 사단을 벌였다.
그 사실을 이해한 나인테일 길드는 무력으로 그들을 막는 것을 포기했다.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백석호. 그는 길드의 명실상부 최강자였다.
그 누구도 그를 이길 수 없었다.
하물며 그랬던 백석호가 마인이 되었다.
민간인이 마인으로 전락하면 E급 플레이어는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 그렇다면 백석호는 어떨까?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졌겠지.
사옥에 남은 간부들은 화면이나 유리창을 통해 백승우와 백석호의 싸움을 바라봤다. 그들이 말이 없이 싸움을 쳐다보는 사이.
뚝. 뚝뚝.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점점 많이 쏟아졌다.
빗물은 무너진 건물 사이에도 쏟아져, 그곳에 고인 피와 함께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 *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어느덧 1시간이 지났다.
하늘이 어두운 탓인지.
유독 검게 느껴지는 탁한 비는 심한 비린내가 느껴졌다.
비가 올 때 후각이 좋은 사람은 비린내가 난다고 하지만,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오늘은 모두가 공감했다.
촉수와 번개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생각했다.
비린내가 왜 이렇게 심하지?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후각이 유난히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했다.
비 특유의 비린내에 다른 비린내가 섞였다.
그것도 아주 강렬한 비린내였다.
기억에 없는 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강렬하게 느껴본 적은 없는 비린내.
그들은 비린내의 정체를 찾으려고 움직였고.
이내 비린내의 정체를 깨닫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비를 피해야 된다는 생각도, 벼락을 피해야 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이 멍해졌다.
머리도 고무줄을 세게 늘리다가 탕 놓은 것처럼 거센 충격과 함께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말았다.
이게 뭐야?
“……피?”
후각이 유난히 예민해서.
비를 피하기 위해 모인 버스 정류장에서 달려 나와 비린내의 근원지에 도착한 학생은 손에 들린 핸드폰을 놓쳤다.
그 핸드폰은 어느 웅덩이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지금 비가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웅덩이가 고일 정도로 비가 많이 오랫동안 온 것은 아니었다.
빗줄기는 우산 없이 버틸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웅덩이는 비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고인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하수도가 역류하거나 막혔다고 생각하겠지만.
눈에 들어온 선명한 선홍색 웅덩이는 그 원인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 이건 피다.
다른 어떤 동물도 아닌 사람의 피.
“……저 건물에서 나오고 있어.”
소년이 멍하니 입을 열었다.
피가 고인 웅덩이. 그 위에는 거대한 건물이 기존의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무너졌다.
아파트인지 상가인지 알 수도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콘크리트와 철근의 더미.
문제는 그 틈에서 피가 졸졸 나온다는 것이다.
피가 굳지도 않고 졸졸 흘러 바닥에 웅덩이를 이룬다는 사실은 곧.
“……안에 죽은 사람이 많구나.”
흘린 피가 너무 많아.
쉽사리 응고되지 않는다.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에 다리가 굳은 학생.
그런 그의 어깨를 붙잡은 손이 있었으니.
“야, 우리 서둘러 돌아가자.”
“…….”
학생이 버스 정류장을 나오자, 그의 뒤를 따른 친구였다.
그 또한 피 웅덩이를 보고는 깜짝 놀라 다리가 굳었으나.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친구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서 돌아가자는 말과 함께 멍한 눈의 친구를 부축해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으로 옮겼다.
다행히도 그들 또한 한 줌의 피 웅덩이가 되는 일은 없었다.
사지 멀쩡히 버스 정류장으로 대피한 학생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시내에는 그런 학생들이 보았던 것과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붕괴하는 건물에 휩쓸려, 웅덩이를 이루는 핏물을 헌혈했다.
높은 곳에서는 그런 끔찍한 광경들이 모두 눈에 들어왔다.
슈우우웅─!
비바람이 칼날처럼 매섭게 불어오는 높은 곳.
마천루보다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나는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전부 눈에 담고 있었다.
진짜.
“개 같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였으나.
이 정도 규모에는 혼자서 대처하기 힘들다.
심검으로는 백석호와 대적하며, 무형검(無形劍)으로 사람들에게 떨어지는 건물의 낙하물과 벼락을 베어냈다.
급한 경우에는 머릿속에 생각나는 아무 마법이나 발현해서 대처했다.
민간인을 노리는 촉수를 향해 불을 쏘아내고, 사람들이 잔뜩 살고 있는 아파트를 향해 도망치려는 백석호의 도주 경로를 엉키게 만들려고 바닥에 떨어진 건물의 잔해를 염동력으로 던졌다.
그렇게나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너무 많은 피가 흘렀다.
한 사내가 벌인 짓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한 사내를 죽이기 위한 대가로 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눈으로 보였다.
「요마안」
내 눈은 마력의 흐름을 본다.
그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혼을 엿본다.
지금 이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혼이 이렇게나 많다면 시체는 얼마나 많다는 소리인지…….”
혼은 육신에 비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런 혼만으로 내 시야가 가득 찼다.
이는 곧 내 넓은 시야를 아득히 넘을 정도로 많은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는 소리와 같다.
“……이렇게까지 피를 봐야만 하는가.”
“아직도! 아직도 나와 대적하려고 드는 것이냐!”
“진작에 인간을 그만두었다는 건 알았지만, 이제는 인간의 말로 대화도 안 되는구나.”
“가주의 자리는 내 것이다! 내 것이라고!”
점점 인간의 형태에서 벗어나는 백석호를 보며 생각했다.
만일 내가 속전속결로.
일격에 그를 죽였다면 이토록 많은 사상자가 나오지 않지는 않았을까?
─불가능해. 네 일격으로 놈을 죽이기에는, 놈의 내구가 기괴할 정도로 단단했어. 설령 빈사 직전까지 몰아붙였어도 마인이 되었겠지. 지금 네 생각은 상상조차 무의미한 가정이야.
“그렇긴 했겠네.”
─지금은 그보다도 다음 공격에 대처할 준비나 해. 그런 상상을 할 바에 차라리 놈을 서둘러 죽일 방법이나 궁리하라고.
“그건 이미 됐어.”
더 이상의 피해는 낼 수 없다.
그건 시민들을 향하는 말이자, 동시에 내게 하는 말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싸워서 이제는 내 몸에 축적된 피해를 무시할 수 없었다. 단숨에 결착을 내야 된다.
아니면 나 또한 저 바닥의 시체 중 하나가 될 뿐이다.